[심층취재] 쇠고기 값 세계 최고인 까닭은?

입력 2007.05.12 (21:53) 수정 2007.05.12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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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요즘 한우값이 워낙 비싸다보니 일반 가정에서는 한우를 사먹는것조차 엄두가 나지 않으실 겁니다.

한우가격, 왜 이렇게 비싼걸까요? 생산에서 유통까지 추적해보니 역시 거품이 있었습니다.

이수연 기자가 심층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전국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광천 우시장. 소 값 흥정이 한창입니다.

1등급으로 평가받은 소 가격은 1kg에 8천6백 원 선. 지난해 이맘때보다 15% 넘게 내렸습니다.

500kg짜리 암소를 팔면 농민은 430만 원을 손에 쥡니다.

<인터뷰> 김완일(한우사육농가) : "이 정도 시세만 유지하면 그럭저럭 괜찮다고 봐야지."

팔린 소는 도축장을 거쳐 가공업체로 옮겨집니다.

곧바로 부위별로 나눠 도매업체에 넘어갑니다.

이 과정에서 도축비와 도축세 14만 원, 가공비와 이윤 18만 원, 그리고 운송비 5만 원이 더해집니다.

농민이 판 값에 37만 원 붙은 것입니다.

쇠고기가 부위별로 나뉘어 소매단계로 넘어가면 계산은 더욱 복잡해집니다.

도매업체가 백화점에 넘기는 최고등급 등심가격은 1kg에 6만 원 안팎, 이에 비해 백화점 판매 가격은 100그램에 만 천6백 원.

1kg에 11만 6천 원이 되는 셈입니다. 배 가까이 됐습니다.

왜 이렇게 비싸졌을까?

도매업체에서 사들인 지육에서 지방 등을 정교하게 발라내면 팔 고기는 48%에 불과하다는 게 백화점 측의 설명입니다.

<인터뷰> 명창진(백화점 관계자) : "지방을 다 제외하고서 판매가를 책정하기 때문에 집에 가져가셔서 번거롭게 손질할 필요가 없는 부분이죠."

대형 마트에서 파는 1등급 등심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100그램에 6천980 원. 도매업체가 넘긴 가격에 역시 40% 이상이 더해진 것입니다.

<인터뷰> 김미연(소비자) : "너무 비싸서 사먹을 생각을 안 해요. 먹게 돼도 수입산을 먹게 되고, 국산 한우는 거의 안 보고 다니죠."

지난 4년 동안의 소값과 쇠고기 값 추이를 조사해봤습니다.

쇠고기 소비자가격 상승률은 47%, 산지 소값 상승률의 3배가 넘습니다.

지난해 소비자가격에서 유통비용과 이윤이 차지한 비율은 40%.

소비자가 고기 값으로 만원을 내면 농민 몫은 6천 원. 4천 원은 유통비라는 얘기입니다.

<인터뷰> 남호경(전국한우협회장) : "도시에 있는 백화점에나 음식점 중심에서 지방보다 3배 이상, 적게는 배 이상 받는데, 그게 한우농가가 전부 가져가는 게 아니냐, 이런 측면에서 집단 이기로 비치는 현실이 너무 안타깝습니다."

실제로 쇠고기가 마지막 유통단계인 음식점에 이르면 값은 놀랄 만큼 뜁니다.

서울 강남 한복판에 있는 이 음식점에서 파는 등심 가격은 1인분 120그램에 5만 2천 원. 1kg으로 환산하면 43만 원이 됩니다.

음식점 측이 공개한 구입 가격의 9배가 넘습니다.

역시 등심을 들여와 지방이나 품질이 좋지 않은 부위를 빼고 3분의 1만 손님 상에 올린다는 게 음식점 측의 설명입니다.

<인터뷰> 음식점 관계자 : "최상등급을 쓰다 보면 원가도 높고, 원가에 맞춰서 부재료도 비싼 걸 쓰게 되고, 이건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정부는 비싼 쇠고기 값을 끌어내리기 위한 방안을 모색중입니다. 하지만, 일부 선호 부위를 중심으로 한 가격은 여전히 비쌀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반응입니다.

소 한 마리에서 나오는 등심이나 안심이 고작 13%에 불과해 항상 공급이 부족하다는 겁니다.

결국, 쇠고기 값을 낮추는 일은 최종 소매단계의 이윤을 줄이고 비선호 부위의 소비가 늘어나도록 유도하는 것에부터 그 해법을 찾아야 합니다.

KBS 뉴스 이수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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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층취재] 쇠고기 값 세계 최고인 까닭은?
    • 입력 2007-05-12 21:11:34
    • 수정2007-05-12 22:4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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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요즘 한우값이 워낙 비싸다보니 일반 가정에서는 한우를 사먹는것조차 엄두가 나지 않으실 겁니다. 한우가격, 왜 이렇게 비싼걸까요? 생산에서 유통까지 추적해보니 역시 거품이 있었습니다. 이수연 기자가 심층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전국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광천 우시장. 소 값 흥정이 한창입니다. 1등급으로 평가받은 소 가격은 1kg에 8천6백 원 선. 지난해 이맘때보다 15% 넘게 내렸습니다. 500kg짜리 암소를 팔면 농민은 430만 원을 손에 쥡니다. <인터뷰> 김완일(한우사육농가) : "이 정도 시세만 유지하면 그럭저럭 괜찮다고 봐야지." 팔린 소는 도축장을 거쳐 가공업체로 옮겨집니다. 곧바로 부위별로 나눠 도매업체에 넘어갑니다. 이 과정에서 도축비와 도축세 14만 원, 가공비와 이윤 18만 원, 그리고 운송비 5만 원이 더해집니다. 농민이 판 값에 37만 원 붙은 것입니다. 쇠고기가 부위별로 나뉘어 소매단계로 넘어가면 계산은 더욱 복잡해집니다. 도매업체가 백화점에 넘기는 최고등급 등심가격은 1kg에 6만 원 안팎, 이에 비해 백화점 판매 가격은 100그램에 만 천6백 원. 1kg에 11만 6천 원이 되는 셈입니다. 배 가까이 됐습니다. 왜 이렇게 비싸졌을까? 도매업체에서 사들인 지육에서 지방 등을 정교하게 발라내면 팔 고기는 48%에 불과하다는 게 백화점 측의 설명입니다. <인터뷰> 명창진(백화점 관계자) : "지방을 다 제외하고서 판매가를 책정하기 때문에 집에 가져가셔서 번거롭게 손질할 필요가 없는 부분이죠." 대형 마트에서 파는 1등급 등심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100그램에 6천980 원. 도매업체가 넘긴 가격에 역시 40% 이상이 더해진 것입니다. <인터뷰> 김미연(소비자) : "너무 비싸서 사먹을 생각을 안 해요. 먹게 돼도 수입산을 먹게 되고, 국산 한우는 거의 안 보고 다니죠." 지난 4년 동안의 소값과 쇠고기 값 추이를 조사해봤습니다. 쇠고기 소비자가격 상승률은 47%, 산지 소값 상승률의 3배가 넘습니다. 지난해 소비자가격에서 유통비용과 이윤이 차지한 비율은 40%. 소비자가 고기 값으로 만원을 내면 농민 몫은 6천 원. 4천 원은 유통비라는 얘기입니다. <인터뷰> 남호경(전국한우협회장) : "도시에 있는 백화점에나 음식점 중심에서 지방보다 3배 이상, 적게는 배 이상 받는데, 그게 한우농가가 전부 가져가는 게 아니냐, 이런 측면에서 집단 이기로 비치는 현실이 너무 안타깝습니다." 실제로 쇠고기가 마지막 유통단계인 음식점에 이르면 값은 놀랄 만큼 뜁니다. 서울 강남 한복판에 있는 이 음식점에서 파는 등심 가격은 1인분 120그램에 5만 2천 원. 1kg으로 환산하면 43만 원이 됩니다. 음식점 측이 공개한 구입 가격의 9배가 넘습니다. 역시 등심을 들여와 지방이나 품질이 좋지 않은 부위를 빼고 3분의 1만 손님 상에 올린다는 게 음식점 측의 설명입니다. <인터뷰> 음식점 관계자 : "최상등급을 쓰다 보면 원가도 높고, 원가에 맞춰서 부재료도 비싼 걸 쓰게 되고, 이건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정부는 비싼 쇠고기 값을 끌어내리기 위한 방안을 모색중입니다. 하지만, 일부 선호 부위를 중심으로 한 가격은 여전히 비쌀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반응입니다. 소 한 마리에서 나오는 등심이나 안심이 고작 13%에 불과해 항상 공급이 부족하다는 겁니다. 결국, 쇠고기 값을 낮추는 일은 최종 소매단계의 이윤을 줄이고 비선호 부위의 소비가 늘어나도록 유도하는 것에부터 그 해법을 찾아야 합니다. KBS 뉴스 이수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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