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임 현장] 위험과 맞선 사람들

입력 2007.06.04 (09:40) 수정 2007.06.04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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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여러분, 세상에서 제일 위험한 직업이 뭘까요? 영국의 한 보험회사 조사결과에 따르면 건물 유리창을 청소하는 것이라고 하는데요.

직접 보기 전까진 그런 분들의 수고를 생각하기조차 힘들죠? 이처럼 우리 주변에서 알게 모르게 목숨을 걸고 일하고 계신 분들을 만나봤습니다.

김학재 기자, 이런 일들 한두 가지가 아닐 것 같아요.

<리포트>

살아가다보면 누구나 가끔은 위험한 순간에 빠질 때가 있는데요. 건물 유리창을 청소하는 분들 뿐만 아니라,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전봇대 작업도, 매순간 위험한 상황과 마주하고 있는 일입니다.

위험한 환경 속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 이들의 생생한 작업 현장을 담아봤습니다.

유리창 청소 경력 11년의 문회선씨. 8층 건물의 옥상과 난간을 자유자재로 오가며 작업을 준비 중입니다. 건물에 밧줄을 고정시키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한데요.

문씨가 외벽을 타고 지상에 내려설 때까지 이 밧줄 하나로 몸을 지탱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문회선(건물 유리창 청소업자): "상당히 중요하죠. 생명이 걸려있기 때문에, 저희 목숨은 저희가 지켜야죠. 그러니까 밧줄 묶는 것을 철저히 해야 생명에 지장이 없고, 작업도 안전하게 마음 편하게 할 수 있는 거죠."

하지만 건물 청소가 보편화되어 있지 않은 우리나라의 경우, 밧줄을 묶을 곳이나, 별도의 안전장치가 마련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10층 이하의 저층건물의 경우에서 사고율이 높은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데요.

큰 고층보다는 이런 저층에서 사고가 많이 나요. 왜냐하면 아무래도 긴장을 덜 하기 때문에... (하지만)특히 저층 건물에는 안전장치가 별로 안 되어 있기 때문에 더 신경을 써야 되죠.

손으로 밧줄을 움직여 높이를 조정하고 두 다리와 휴대용 흡착기로 몸을 이동시키면서 청소가 진행되기 때문에, 작업이 끝나고 몸살을 앓는 날이 대부분입니다.

어른 손으로 한 뼘 정도밖에 되지 않는 창틀에 서서 작업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위험하고 고된 일이지만 누구나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보람도 더 크다고 합니다.

남들이 다 하는 일이 아니고 두려워하는 일이고 꺼려하는 일이지만, 두렵다고 힘들다고 안 하면 이 세상은 누가 지킵니까. 도시 미관도 굉장히 지저분해지고 더러워지고 그렇게 되잖아요.

쉽게 지나치는 전봇대 작업 역시 큰 위험을 안고 있습니다. 전압은 저압, 고압, 특고압으로 나뉘는데요.

흔히 고압선이라고 부르는 전봇대 전선에는 7천 볼트 이상의 특고압이 흐르고 있습니다.

<인터뷰> 손종철(현장소장): "전기라는 것이 냄새도 없고 보이지도 않지만, 지금 저 상태가 2만 2천 9백 볼트가 흐르는 상태라서, 방어조치를 안하고 실수로 몸이 부딪히게 되면 아주 치명적인 상처를 입는 거죠."

오랜 시간과 햇빛 등 외부 환경에 의해 부실해진 전봇대의 절연 장치를 교체하는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인데요. 2만 볼트가 넘는 전기는 여전히 흐르고 있습니다.

절연 장치의 피복을 벗기는 과정에서 지지직거리며 정전기가 이는 듯한 소리가 들립니다.

<인터뷰> 이정명(활선 전공): "날씨가 흐리고, 안개 끼고, 비가 내리는 경우는, 우리가 안전장구를 하더라도 위험 부담이 많이 있습니다. 완전절연이 다 안 되기 때문에, 많은 전기가 흐른다는 것을 몸으로 느끼면서 작업을 하거든요."

하지만 거의 매일같이 이루어지는 작업마다 전력을 차단할 수는 없기 때문에, 이 같은 위험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우리가 위험한 상태에서 작업을 하지 않으면, 일반 시민들이 굉장한 불편을 겪게 됩니다. 그래서 저희들은 일반 시민들이 생활하는데 전기를 쓰고 계시는데 불편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바다 한 가운데서 위험에 맞서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12㎞가 넘는 고속도로와 63빌딩 높이의 주탑이 바다위에 세워지고 있는 인천대교 건설 현장인데요.

이곳에서는 콘크리트 주탑에 철근을 넣는 배근 공사가 한창입니다. 이 주탑은 현재 111미터까지 세워진 상태인데요.

<인터뷰> 김광현(인천대교 민자구간 대리): "육상의 건축구조물로 치면 40층 정도의 높이입니다. 앞으로 238.5m까지 올라가게 되고요. 완공이 되면 63빌딩과 거의 같은 높이에 이르게 됩니다."

철근에 안전 고리를 연결해 몸을 지탱한 상태로 작업이 이루어집니다. 이동할 때도 안전 고리를 빼고 끼는 일을 잊어서는 안되는데요.

워낙 높은 곳에서 작업이 이루어지다보니 그만큼 추락위험이 크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엄영진(현장 작업자): "처음 온 사람들은 아무래도 고소 작업이기 때문에, 약간 머리가 어지럽고 식은 땀도 흘리고, 그리고 정면으로 내려다보는 것을 잘 못하죠."

<인터뷰> 김덕수(현장 작업자): "처음엔 올라오는 것 자체가 무섭고 그랬었습니다. 이렇게 높은 곳에서 작업해서 세계적인 다리를 만드는 것이니까, 자긍심을 갖고, 자부심을 갖고 하죠,"

누군가는 해야 하지만 아무나 할 수 없는 일들, 바라보기만 해도 아찔한 현장 속에서 당당히 위험에 맞서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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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여러분, 세상에서 제일 위험한 직업이 뭘까요? 영국의 한 보험회사 조사결과에 따르면 건물 유리창을 청소하는 것이라고 하는데요. 직접 보기 전까진 그런 분들의 수고를 생각하기조차 힘들죠? 이처럼 우리 주변에서 알게 모르게 목숨을 걸고 일하고 계신 분들을 만나봤습니다. 김학재 기자, 이런 일들 한두 가지가 아닐 것 같아요. <리포트> 살아가다보면 누구나 가끔은 위험한 순간에 빠질 때가 있는데요. 건물 유리창을 청소하는 분들 뿐만 아니라,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전봇대 작업도, 매순간 위험한 상황과 마주하고 있는 일입니다. 위험한 환경 속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 이들의 생생한 작업 현장을 담아봤습니다. 유리창 청소 경력 11년의 문회선씨. 8층 건물의 옥상과 난간을 자유자재로 오가며 작업을 준비 중입니다. 건물에 밧줄을 고정시키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한데요. 문씨가 외벽을 타고 지상에 내려설 때까지 이 밧줄 하나로 몸을 지탱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문회선(건물 유리창 청소업자): "상당히 중요하죠. 생명이 걸려있기 때문에, 저희 목숨은 저희가 지켜야죠. 그러니까 밧줄 묶는 것을 철저히 해야 생명에 지장이 없고, 작업도 안전하게 마음 편하게 할 수 있는 거죠." 하지만 건물 청소가 보편화되어 있지 않은 우리나라의 경우, 밧줄을 묶을 곳이나, 별도의 안전장치가 마련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10층 이하의 저층건물의 경우에서 사고율이 높은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데요. 큰 고층보다는 이런 저층에서 사고가 많이 나요. 왜냐하면 아무래도 긴장을 덜 하기 때문에... (하지만)특히 저층 건물에는 안전장치가 별로 안 되어 있기 때문에 더 신경을 써야 되죠. 손으로 밧줄을 움직여 높이를 조정하고 두 다리와 휴대용 흡착기로 몸을 이동시키면서 청소가 진행되기 때문에, 작업이 끝나고 몸살을 앓는 날이 대부분입니다. 어른 손으로 한 뼘 정도밖에 되지 않는 창틀에 서서 작업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위험하고 고된 일이지만 누구나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보람도 더 크다고 합니다. 남들이 다 하는 일이 아니고 두려워하는 일이고 꺼려하는 일이지만, 두렵다고 힘들다고 안 하면 이 세상은 누가 지킵니까. 도시 미관도 굉장히 지저분해지고 더러워지고 그렇게 되잖아요. 쉽게 지나치는 전봇대 작업 역시 큰 위험을 안고 있습니다. 전압은 저압, 고압, 특고압으로 나뉘는데요. 흔히 고압선이라고 부르는 전봇대 전선에는 7천 볼트 이상의 특고압이 흐르고 있습니다. <인터뷰> 손종철(현장소장): "전기라는 것이 냄새도 없고 보이지도 않지만, 지금 저 상태가 2만 2천 9백 볼트가 흐르는 상태라서, 방어조치를 안하고 실수로 몸이 부딪히게 되면 아주 치명적인 상처를 입는 거죠." 오랜 시간과 햇빛 등 외부 환경에 의해 부실해진 전봇대의 절연 장치를 교체하는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인데요. 2만 볼트가 넘는 전기는 여전히 흐르고 있습니다. 절연 장치의 피복을 벗기는 과정에서 지지직거리며 정전기가 이는 듯한 소리가 들립니다. <인터뷰> 이정명(활선 전공): "날씨가 흐리고, 안개 끼고, 비가 내리는 경우는, 우리가 안전장구를 하더라도 위험 부담이 많이 있습니다. 완전절연이 다 안 되기 때문에, 많은 전기가 흐른다는 것을 몸으로 느끼면서 작업을 하거든요." 하지만 거의 매일같이 이루어지는 작업마다 전력을 차단할 수는 없기 때문에, 이 같은 위험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우리가 위험한 상태에서 작업을 하지 않으면, 일반 시민들이 굉장한 불편을 겪게 됩니다. 그래서 저희들은 일반 시민들이 생활하는데 전기를 쓰고 계시는데 불편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바다 한 가운데서 위험에 맞서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12㎞가 넘는 고속도로와 63빌딩 높이의 주탑이 바다위에 세워지고 있는 인천대교 건설 현장인데요. 이곳에서는 콘크리트 주탑에 철근을 넣는 배근 공사가 한창입니다. 이 주탑은 현재 111미터까지 세워진 상태인데요. <인터뷰> 김광현(인천대교 민자구간 대리): "육상의 건축구조물로 치면 40층 정도의 높이입니다. 앞으로 238.5m까지 올라가게 되고요. 완공이 되면 63빌딩과 거의 같은 높이에 이르게 됩니다." 철근에 안전 고리를 연결해 몸을 지탱한 상태로 작업이 이루어집니다. 이동할 때도 안전 고리를 빼고 끼는 일을 잊어서는 안되는데요. 워낙 높은 곳에서 작업이 이루어지다보니 그만큼 추락위험이 크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엄영진(현장 작업자): "처음 온 사람들은 아무래도 고소 작업이기 때문에, 약간 머리가 어지럽고 식은 땀도 흘리고, 그리고 정면으로 내려다보는 것을 잘 못하죠." <인터뷰> 김덕수(현장 작업자): "처음엔 올라오는 것 자체가 무섭고 그랬었습니다. 이렇게 높은 곳에서 작업해서 세계적인 다리를 만드는 것이니까, 자긍심을 갖고, 자부심을 갖고 하죠," 누군가는 해야 하지만 아무나 할 수 없는 일들, 바라보기만 해도 아찔한 현장 속에서 당당히 위험에 맞서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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