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추적] ‘줄줄’ 새는 쌀 보조금

입력 2007.06.22 (22:06) 수정 2007.06.23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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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쌀값이 떨어지면 일정액을 보전해주는 쌀 소득 보전 직불금이 실제 쌀농사를 짓는 농민이 아니라 엉뚱하게도 땅주인에게 지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김병용 기자가 현장추적으로 고발합니다.

<리포트>

경기도 김포에서 30년째 농사를 짓고 있는 조종대 씨.

논을 빌려 농사짓는 조 씨는 최근 논 주인 한 명을 면사무소 직불금 신고센터에 신고했습니다.

지난 7년간 지급된 정부의 쌀 직불금 4백만 원을 한푼도 받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조종대(농민): "좋은게 좋다고 그냥 지나가면... 나는 어차피 농사만 지어야 되니까, 그것마저 빼앗기면 살지를 못하니까..."

조 씨는 왜 직불금에 매달리는 걸까?

7천6백 제곱미터의 논에서 조 씨가 수확하는 쌀은 모두 40가마.

여기서 소작료, 도정료, 각종 비용 등을 빼면 1년 농사 뒤 조 씨에게 떨어지는 돈은 2백만 원이 되지 않습니다.

8가족이 살기엔 사실상 불가능한 액수입니다.

경기도 김포의 또 다른 농가.

최근 쌀 직불금 부당 지급으로 감사원의 감사까지 진행받고 있지만 어찌된 일인지 농민들은 입을 닫고 있습니다.

소작마저 뺏길까하는 우려 때문입니다.

<녹취>농민: "땅주인이 나한테 논농업 직불금을 안주고 있어. 하지만 그것을 누가 신고해? 농사 잘릴 일 있어? 안하고 말지..."

농민들의 쌀값 보전을 위해 지급되는 직불금이 지주들의 호주머니로 들어가는 것입니다.

<녹취>농민: "지주들이 안 줄 수밖에 없어. 세금을 지내들이 낸다고 주장을 하니까... 세금하고 논농업직불제하고는 별도라고..."

시행 7년째.

쌀 직불금은 1헥타르에 평균 70만 원이 지급되는 고정직불금에다 기준금액보다 쌀값이 떨어지면 일정 수준을 보전해주는 변동직불금이 더해 집니다.

2년 전 1조 5천억 원, 지난해 1조 천억 원이 지급돼 쌀값이 떨어지는 만큼 보전금도 커져 액수는 천문학적으로 불어납니다.

쌀 직불금을 받지 못하더라도 이처럼 논을 빌려 농사를 짓고 있는 농민들이 신고를 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농촌에서 논을 빌려 농사짓는 농민은 전체의 40% 수준.

결국 10명에 4명 꼴인 이른바 소작농들은 직불금을 받지 못하거나, 받더라도 지주들이 소작료를 그만큼 올리거나, 변동 직불금만 받는 등 편법 운영된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녹취>농민: "(정부에서) 조금이라도 (농민들을) 생각한다면, 이런 정책을 써서는 안 되겠구나. 차라리 직불제를 만들지 말고, 농가에 필요한 무슨 다른 보조를 준다던가, 진짜 농사 짓는 사람들한테..."

농림부는 쌀 직불금 신청, 수령 대상을 실제 경작하는 농민에 한정하고, 적발되면 회수하는 것은 물론 3년간 신청 자격을 박탈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신고제에서 신고가 거의 없기 때문에 부당 지급된 직불금을 찾아낼 방법은 사실상 없는 셈입니다.

<인터뷰>권근오(농림부 농가소득안정화추진단장): "제도 보완과 국세청 다른 기관들과의 협조로 대안을 마련하도록 하겠습니다."

정부가 FTA 등으로 어려움을 격는 농민들에게 주는 지원금이 부도덕한 지주들과 허술한 제도 때문에 줄줄 새고 있습니다.

현장추적 김병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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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추적] ‘줄줄’ 새는 쌀 보조금
    • 입력 2007-06-22 21:18:39
    • 수정2007-06-23 09:4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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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쌀값이 떨어지면 일정액을 보전해주는 쌀 소득 보전 직불금이 실제 쌀농사를 짓는 농민이 아니라 엉뚱하게도 땅주인에게 지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김병용 기자가 현장추적으로 고발합니다. <리포트> 경기도 김포에서 30년째 농사를 짓고 있는 조종대 씨. 논을 빌려 농사짓는 조 씨는 최근 논 주인 한 명을 면사무소 직불금 신고센터에 신고했습니다. 지난 7년간 지급된 정부의 쌀 직불금 4백만 원을 한푼도 받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조종대(농민): "좋은게 좋다고 그냥 지나가면... 나는 어차피 농사만 지어야 되니까, 그것마저 빼앗기면 살지를 못하니까..." 조 씨는 왜 직불금에 매달리는 걸까? 7천6백 제곱미터의 논에서 조 씨가 수확하는 쌀은 모두 40가마. 여기서 소작료, 도정료, 각종 비용 등을 빼면 1년 농사 뒤 조 씨에게 떨어지는 돈은 2백만 원이 되지 않습니다. 8가족이 살기엔 사실상 불가능한 액수입니다. 경기도 김포의 또 다른 농가. 최근 쌀 직불금 부당 지급으로 감사원의 감사까지 진행받고 있지만 어찌된 일인지 농민들은 입을 닫고 있습니다. 소작마저 뺏길까하는 우려 때문입니다. <녹취>농민: "땅주인이 나한테 논농업 직불금을 안주고 있어. 하지만 그것을 누가 신고해? 농사 잘릴 일 있어? 안하고 말지..." 농민들의 쌀값 보전을 위해 지급되는 직불금이 지주들의 호주머니로 들어가는 것입니다. <녹취>농민: "지주들이 안 줄 수밖에 없어. 세금을 지내들이 낸다고 주장을 하니까... 세금하고 논농업직불제하고는 별도라고..." 시행 7년째. 쌀 직불금은 1헥타르에 평균 70만 원이 지급되는 고정직불금에다 기준금액보다 쌀값이 떨어지면 일정 수준을 보전해주는 변동직불금이 더해 집니다. 2년 전 1조 5천억 원, 지난해 1조 천억 원이 지급돼 쌀값이 떨어지는 만큼 보전금도 커져 액수는 천문학적으로 불어납니다. 쌀 직불금을 받지 못하더라도 이처럼 논을 빌려 농사를 짓고 있는 농민들이 신고를 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농촌에서 논을 빌려 농사짓는 농민은 전체의 40% 수준. 결국 10명에 4명 꼴인 이른바 소작농들은 직불금을 받지 못하거나, 받더라도 지주들이 소작료를 그만큼 올리거나, 변동 직불금만 받는 등 편법 운영된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녹취>농민: "(정부에서) 조금이라도 (농민들을) 생각한다면, 이런 정책을 써서는 안 되겠구나. 차라리 직불제를 만들지 말고, 농가에 필요한 무슨 다른 보조를 준다던가, 진짜 농사 짓는 사람들한테..." 농림부는 쌀 직불금 신청, 수령 대상을 실제 경작하는 농민에 한정하고, 적발되면 회수하는 것은 물론 3년간 신청 자격을 박탈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신고제에서 신고가 거의 없기 때문에 부당 지급된 직불금을 찾아낼 방법은 사실상 없는 셈입니다. <인터뷰>권근오(농림부 농가소득안정화추진단장): "제도 보완과 국세청 다른 기관들과의 협조로 대안을 마련하도록 하겠습니다." 정부가 FTA 등으로 어려움을 격는 농민들에게 주는 지원금이 부도덕한 지주들과 허술한 제도 때문에 줄줄 새고 있습니다. 현장추적 김병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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