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보고] 갈 곳 없는 부탄 난민
입력 2007.06.25 (09:24)
수정 2007.06.25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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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조상 땅인 네팔에서 난민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19세기 부탄으로 이주했던 네팔계 로트샴파스족은 부탄 국교인 불교로 개종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난 1990년 부탄에서 쫓겨났습니다.
네팔의 후손이지만 네팔 정부에서도 받아 주지 않아 벌써 15년째 난민촌에서 생활하고 있는데요.
이 갈 곳 없는 난민들을 최근 미국 정부가 나서 미국으로 이주시키겠다고 나섰습니다만 난민촌의 분위기는 그리 밝지 않아 보입니다
기현정 순회 특파원이 태어난 땅 ‘부탄’과 조상 땅 ‘네팔’에서 모두 버림받은 부탄 난민들을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에서 600킬로미터 떨어진 자파 지역.
줄지어 늘어서 식수를 받아내고 연료가 부족해 태양열을 이용해 물 끊이는 일로 하루를 시작하는 난민촌입니다.
카르까바하두르 구룽 씨가 아들, 며느리 손녀까지 모두 열다섯 식구와 함께 지내는 집입니다.
네팔 후손이지만 선대부터 부탄에서 살았던 구룽 씨는 지난 93년 전 재산을 빼앗긴 채 부탄에서 쫓겨났습니다.
네팔어를 사용하고 부탄 국교인 불교로 개종하지 않았다는 이유였습니다.
<인터뷰> 카르까바하두르 구룽 : "우리는 할아버지도 부탄에서 태어나고 나도 부탄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태어나 자라던 우리 아이들도 도망올 때 데리고 나왔습니다."
곧 돌아갈 수 있을 것만 같았던 고향땅을 떠나온지 벌써 15년, 구룽 씨는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손녀들과 함께 고향에 돌아갈 날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원래 네팔 후손이지만 19세기에 부탄에 이주해 살다가 종교, 문화 차이로 강제로 쫓겨난 민족, 구룽 씨 가족은 로트샴파스족입니다.
부탄 왕실은 처음엔 로트샴파스족에게 시민권에다 정부 관직 자리까지 내주며 포용정책을 썼습니다.
그러나 로트샴파스족이 부탄 인구의 절반 가까이 차지할 정도로 급격히 늘어나자, 위기의식을 느낀 부탄 왕실은 인종청소정책을 펴기 시작했습니다.
1990년부터 부탄에서 쫓겨나기 시작한 로트샴파스족은 모두 12만 명.
이들은 네팔 정부에서도 받아주지 않아 난민촌 7곳에 분산수용돼 있습니다.
이곳 난민촌에서 생활하는 부탄 난민들은 농사를 짓거나 어떤 일정한 직업을 가질 수도 없습니다.
그저 UN에서 지급해주는 생필품으로 하루하루 무료한 일상을 보낼 뿐입니다.
"땡땡땡" 난민촌에서 유일하게 생명력이 살아숨쉬는 공간은 학교입니다.
영어 수업 따라하는 모습 부탄으로 돌아갈지, 계속 네팔에서 살아갈지, 아니면 미국, 제3의 나라로 가야할지, 자신들의 운명을 알지 못하는 난민촌 아이들에겐 ‘영어’가 필수입니다.
그러나 난민촌에서 태어나 부탄을 가본 적도 없는 아이들이지만 돌아가고 싶은 나라는 부모의 고향, 부탄이었습니다.
<인터뷰> 케임 프라사더 아차려(난민촌어린이) : "미국은 우리나라가 아니고 부탄이 우리나라에요. 왜냐하면 우리 부모님은 부탄에서 태어났지 미국에서 태어난 게 아니거든요."
아이들에게 더 큰 절망은 미래가 없다는 사실입니다.
직업이 없는 난민촌에서 생활하다 보니 아이들이 알고 있는 직업은 선생님, 난민 2세들이 가질 수 있는 유일한 직업인 셈입니다.
<인터뷰> 텍 바하도르 구룽(쿠루나바리) : "아이들은 자기가 봐 온 사람 중에 제일 높은 사람처럼 되고 싶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선생님을 가장 최고의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공부를 모두 마친 뒤에 자신들이 어떤 사람이 될지 모르고 있는 게 현실이죠."
이처럼 미래도 희망도 없이 살아가는 부탄 난민에 대해 미 국무부는 최근 전원 수용의사를 밝혔습니다.
그러나 난민촌의 반응은 냉랭합니다.
<인터뷰> 마노지 쿠루 라이(쿠루나바리 난민 캠프 대표) : "미국에 가서도 미국 사람들이 우리에게 어떤 일을 시키는지, 어디에서 살 수 있게 해주는 지, 그리고 영어를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어떻게 해 줄 것인 지 모릅니다. 이 모든 문제가 해결되어야만 우리는 미국에 갈 수 있습니다."
조상 땅에서도, 자신들이 태어난 땅에서도 모두 버림받은 부탄 난민들.
이주를 허용한 미국 마저 마땅치 않아 하는 이들의 15년 난민 생활의 끝이 보이질 않고 있습니다. KBS뉴스 기현정입니다.
조상 땅인 네팔에서 난민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19세기 부탄으로 이주했던 네팔계 로트샴파스족은 부탄 국교인 불교로 개종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난 1990년 부탄에서 쫓겨났습니다.
네팔의 후손이지만 네팔 정부에서도 받아 주지 않아 벌써 15년째 난민촌에서 생활하고 있는데요.
이 갈 곳 없는 난민들을 최근 미국 정부가 나서 미국으로 이주시키겠다고 나섰습니다만 난민촌의 분위기는 그리 밝지 않아 보입니다
기현정 순회 특파원이 태어난 땅 ‘부탄’과 조상 땅 ‘네팔’에서 모두 버림받은 부탄 난민들을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에서 600킬로미터 떨어진 자파 지역.
줄지어 늘어서 식수를 받아내고 연료가 부족해 태양열을 이용해 물 끊이는 일로 하루를 시작하는 난민촌입니다.
카르까바하두르 구룽 씨가 아들, 며느리 손녀까지 모두 열다섯 식구와 함께 지내는 집입니다.
네팔 후손이지만 선대부터 부탄에서 살았던 구룽 씨는 지난 93년 전 재산을 빼앗긴 채 부탄에서 쫓겨났습니다.
네팔어를 사용하고 부탄 국교인 불교로 개종하지 않았다는 이유였습니다.
<인터뷰> 카르까바하두르 구룽 : "우리는 할아버지도 부탄에서 태어나고 나도 부탄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태어나 자라던 우리 아이들도 도망올 때 데리고 나왔습니다."
곧 돌아갈 수 있을 것만 같았던 고향땅을 떠나온지 벌써 15년, 구룽 씨는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손녀들과 함께 고향에 돌아갈 날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원래 네팔 후손이지만 19세기에 부탄에 이주해 살다가 종교, 문화 차이로 강제로 쫓겨난 민족, 구룽 씨 가족은 로트샴파스족입니다.
부탄 왕실은 처음엔 로트샴파스족에게 시민권에다 정부 관직 자리까지 내주며 포용정책을 썼습니다.
그러나 로트샴파스족이 부탄 인구의 절반 가까이 차지할 정도로 급격히 늘어나자, 위기의식을 느낀 부탄 왕실은 인종청소정책을 펴기 시작했습니다.
1990년부터 부탄에서 쫓겨나기 시작한 로트샴파스족은 모두 12만 명.
이들은 네팔 정부에서도 받아주지 않아 난민촌 7곳에 분산수용돼 있습니다.
이곳 난민촌에서 생활하는 부탄 난민들은 농사를 짓거나 어떤 일정한 직업을 가질 수도 없습니다.
그저 UN에서 지급해주는 생필품으로 하루하루 무료한 일상을 보낼 뿐입니다.
"땡땡땡" 난민촌에서 유일하게 생명력이 살아숨쉬는 공간은 학교입니다.
영어 수업 따라하는 모습 부탄으로 돌아갈지, 계속 네팔에서 살아갈지, 아니면 미국, 제3의 나라로 가야할지, 자신들의 운명을 알지 못하는 난민촌 아이들에겐 ‘영어’가 필수입니다.
그러나 난민촌에서 태어나 부탄을 가본 적도 없는 아이들이지만 돌아가고 싶은 나라는 부모의 고향, 부탄이었습니다.
<인터뷰> 케임 프라사더 아차려(난민촌어린이) : "미국은 우리나라가 아니고 부탄이 우리나라에요. 왜냐하면 우리 부모님은 부탄에서 태어났지 미국에서 태어난 게 아니거든요."
아이들에게 더 큰 절망은 미래가 없다는 사실입니다.
직업이 없는 난민촌에서 생활하다 보니 아이들이 알고 있는 직업은 선생님, 난민 2세들이 가질 수 있는 유일한 직업인 셈입니다.
<인터뷰> 텍 바하도르 구룽(쿠루나바리) : "아이들은 자기가 봐 온 사람 중에 제일 높은 사람처럼 되고 싶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선생님을 가장 최고의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공부를 모두 마친 뒤에 자신들이 어떤 사람이 될지 모르고 있는 게 현실이죠."
이처럼 미래도 희망도 없이 살아가는 부탄 난민에 대해 미 국무부는 최근 전원 수용의사를 밝혔습니다.
그러나 난민촌의 반응은 냉랭합니다.
<인터뷰> 마노지 쿠루 라이(쿠루나바리 난민 캠프 대표) : "미국에 가서도 미국 사람들이 우리에게 어떤 일을 시키는지, 어디에서 살 수 있게 해주는 지, 그리고 영어를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어떻게 해 줄 것인 지 모릅니다. 이 모든 문제가 해결되어야만 우리는 미국에 갈 수 있습니다."
조상 땅에서도, 자신들이 태어난 땅에서도 모두 버림받은 부탄 난민들.
이주를 허용한 미국 마저 마땅치 않아 하는 이들의 15년 난민 생활의 끝이 보이질 않고 있습니다. KBS뉴스 기현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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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07-06-25 07:42:50
- 수정2007-06-25 09:3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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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 땅인 네팔에서 난민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19세기 부탄으로 이주했던 네팔계 로트샴파스족은 부탄 국교인 불교로 개종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난 1990년 부탄에서 쫓겨났습니다.
네팔의 후손이지만 네팔 정부에서도 받아 주지 않아 벌써 15년째 난민촌에서 생활하고 있는데요.
이 갈 곳 없는 난민들을 최근 미국 정부가 나서 미국으로 이주시키겠다고 나섰습니다만 난민촌의 분위기는 그리 밝지 않아 보입니다
기현정 순회 특파원이 태어난 땅 ‘부탄’과 조상 땅 ‘네팔’에서 모두 버림받은 부탄 난민들을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에서 600킬로미터 떨어진 자파 지역.
줄지어 늘어서 식수를 받아내고 연료가 부족해 태양열을 이용해 물 끊이는 일로 하루를 시작하는 난민촌입니다.
카르까바하두르 구룽 씨가 아들, 며느리 손녀까지 모두 열다섯 식구와 함께 지내는 집입니다.
네팔 후손이지만 선대부터 부탄에서 살았던 구룽 씨는 지난 93년 전 재산을 빼앗긴 채 부탄에서 쫓겨났습니다.
네팔어를 사용하고 부탄 국교인 불교로 개종하지 않았다는 이유였습니다.
<인터뷰> 카르까바하두르 구룽 : "우리는 할아버지도 부탄에서 태어나고 나도 부탄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태어나 자라던 우리 아이들도 도망올 때 데리고 나왔습니다."
곧 돌아갈 수 있을 것만 같았던 고향땅을 떠나온지 벌써 15년, 구룽 씨는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손녀들과 함께 고향에 돌아갈 날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원래 네팔 후손이지만 19세기에 부탄에 이주해 살다가 종교, 문화 차이로 강제로 쫓겨난 민족, 구룽 씨 가족은 로트샴파스족입니다.
부탄 왕실은 처음엔 로트샴파스족에게 시민권에다 정부 관직 자리까지 내주며 포용정책을 썼습니다.
그러나 로트샴파스족이 부탄 인구의 절반 가까이 차지할 정도로 급격히 늘어나자, 위기의식을 느낀 부탄 왕실은 인종청소정책을 펴기 시작했습니다.
1990년부터 부탄에서 쫓겨나기 시작한 로트샴파스족은 모두 12만 명.
이들은 네팔 정부에서도 받아주지 않아 난민촌 7곳에 분산수용돼 있습니다.
이곳 난민촌에서 생활하는 부탄 난민들은 농사를 짓거나 어떤 일정한 직업을 가질 수도 없습니다.
그저 UN에서 지급해주는 생필품으로 하루하루 무료한 일상을 보낼 뿐입니다.
"땡땡땡" 난민촌에서 유일하게 생명력이 살아숨쉬는 공간은 학교입니다.
영어 수업 따라하는 모습 부탄으로 돌아갈지, 계속 네팔에서 살아갈지, 아니면 미국, 제3의 나라로 가야할지, 자신들의 운명을 알지 못하는 난민촌 아이들에겐 ‘영어’가 필수입니다.
그러나 난민촌에서 태어나 부탄을 가본 적도 없는 아이들이지만 돌아가고 싶은 나라는 부모의 고향, 부탄이었습니다.
<인터뷰> 케임 프라사더 아차려(난민촌어린이) : "미국은 우리나라가 아니고 부탄이 우리나라에요. 왜냐하면 우리 부모님은 부탄에서 태어났지 미국에서 태어난 게 아니거든요."
아이들에게 더 큰 절망은 미래가 없다는 사실입니다.
직업이 없는 난민촌에서 생활하다 보니 아이들이 알고 있는 직업은 선생님, 난민 2세들이 가질 수 있는 유일한 직업인 셈입니다.
<인터뷰> 텍 바하도르 구룽(쿠루나바리) : "아이들은 자기가 봐 온 사람 중에 제일 높은 사람처럼 되고 싶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선생님을 가장 최고의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공부를 모두 마친 뒤에 자신들이 어떤 사람이 될지 모르고 있는 게 현실이죠."
이처럼 미래도 희망도 없이 살아가는 부탄 난민에 대해 미 국무부는 최근 전원 수용의사를 밝혔습니다.
그러나 난민촌의 반응은 냉랭합니다.
<인터뷰> 마노지 쿠루 라이(쿠루나바리 난민 캠프 대표) : "미국에 가서도 미국 사람들이 우리에게 어떤 일을 시키는지, 어디에서 살 수 있게 해주는 지, 그리고 영어를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어떻게 해 줄 것인 지 모릅니다. 이 모든 문제가 해결되어야만 우리는 미국에 갈 수 있습니다."
조상 땅에서도, 자신들이 태어난 땅에서도 모두 버림받은 부탄 난민들.
이주를 허용한 미국 마저 마땅치 않아 하는 이들의 15년 난민 생활의 끝이 보이질 않고 있습니다. KBS뉴스 기현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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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현정 기자 thisis2u@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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