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임 현장] ‘태교열풍’ 춤추고 바느질까지

입력 2007.07.19 (09:20) 수정 2007.07.19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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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아기를 가졌을 때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하면 나중에 그 아기가 컸을 때 영어를 잘 하게 될까요? 사실 그런 막연한 기대를 가지고 태교에 임하는 분들 많죠.

네, 이러다보니 아기가 뱃 속에 있을 때부터 영어나 수학 같은 걸 배우는 엄마들이 많은데요. 부모들의 열성만큼 태교법도 무척 다양해졌습니다.

네, 효과와 정도를 두고 논란도 많은데요, 김학재 기자 나왔습니다.

태교를 둘러싼 변화와 논란에 대해 알아봤다구요?

<리포트>

중국에서는 이미 2천 여년 전부터 태교라는 개념이 생겨났다고 하는데요. 최근에는 과학적이고 다양한 방법들의 태교법들이 끊임없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태교가 임신부의 건강과 태아와의 교감을 위한 것이 아닌 그야말로 태아의 조기교육 개념으로 확대되고 있어 예비 부모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는데요.

자신만의 다양한 태교법을 실천하고 있는 예비 부모들의 이야기를 통해 현실적인 태교 문화와 문제점, 고민들을 들어봤습니다.

흥겨운 음악이 흐르는 강남의 한 벨리댄스 연습실.

배를 드러낸 의상으로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사람들 틈에서 만삭의 배를 드러낸 여성이 눈에 띄는데요.

곧 출산을 앞두고 있는 김주희씨입니다.

임신을 위해 벨리댄스를 시작했던 김씨는 임신 후에도 태교법으로 벨리댄스를 고수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인터뷰> 김주희(서울시 홍제동): "아기를 갖기 위해서 노력을 많이 했는데 그게 안 되고 벨리 댄스를 하고부터 바로 들어서니까 좋더라구요."

흔히 태교를 위해 선택하게 되는 조용한 음악이나 명상 대신 빠른 음악에 배까지 드러낸 채로 몸을 흔드는 벨리 댄스로 태교를 한다고 할 때는 주변의 걱정도 많았다고 하는데요.

엄마가 좋아하는 것을 하는 것이야 말로 좋은 태교라고 생각해 즐겁게 춤을 추는 김주희씨의 모습에 이제는 주변 사람들 역시 벨리댄스 태교의 지지자가 되었다고 합니다.

<인터뷰> 김정희(서울시 돈암동): "처음에는 신기했죠. 처음에는 신기했는데... 나중에 저도 임신을 하더라도 하고 싶어요."

임신 초기에는 남들이 하듯이 평범하게 동화책을 읽거나 요가를 하는 등 기본적인 태교를 답습했었다는 김주희씨. 하지만 다른 태교들보다 벨리 댄스를 출 때 태동이 가장 크게 느껴진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모두가 똑같이 하는 태교에 대한 강박을 떨쳐버렸다고 하는데요.

<인터뷰> 김주희(서울시 홍제동): "제일 행복해요. 춤출 때. (아기도 좋아하는 것 같아요?) 네. 아기도 너무 좋아해요."

무엇보다도 김씨가 벨리 댄스 태교를 고집한데에는 태어날 아기에게 자신이 가장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춤에 대한 감각을 물려주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인터뷰> 김주희(서울시 홍제동): "아기가 잘못될까봐 걱정하는 분들도 계셨는데 그래도 여태까지 그런 적은 없었거든요. 제가 몸치였어요. 그래서 아기는 몸치 안되게 하려고 제가 운동을 시작한 거고."

남편 이경훈씨 역시 아내의 그런 마음을 알기에 벨리 댄스라는 남다른 태교에 대해 크게 반대하지 않았다고 하는데요. 출산일이 가까워질수록 특별한 태교를 쏟은 아기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이경훈(남편): "성격적으로 활달할 것 같아요. 그런 아기가 태어날 것 같습니다."

인천의 한 태교 강좌. 태교에 임하는 여성들의 손에는 자와 펜, 그리고 바늘 등의 도구들이 하나씩 쥐여있는데요.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DIY 태교, 한마디로 아기 용품을 손수 만들면서 태교를 하는 것입니다.

<인터뷰> 한상미(인천시 남촌동): "태교도 되고 엄마가 직접 만든 것을 아기가 만지고 가지고 놀게 되면 더 좋을 것 같아요. 지금으로서는 인내성도 키우는 것 같아서 좋아요."

아기 용품을 만드는 이 태교는 출산 준비와 태교를 함께 할 수 있다는 경제적인 이유와 바느질을 하면서 손을 많이 쓰는 것이 태아의 뇌 발달에도 좋다는 이유 때문에 임신부들이 선호하고 있는데요.

<인터뷰> 김경선(인천시 주안동): "손을 많이 쓰면 아기가 똑똑해진데요. 그래서 일부러 바느질을 시작했거든요."

이렇게 기존 상식을 깨는 태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출판계를 비롯해 태교 시장도 변화하고 있는데요.

특히 최근에는 영어는 물론 수학, 과학 태교까지 등장해 조기 교육을 넘어 태아 조기 교육까지 열풍처럼 불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효과에 대해서는 임신부들 역시 반신반의하고 있었습니다.

<인터뷰> 고정희(서울시 북가좌동): "요즘에는 영어요가 태교라고 해서 엄마들이 많이 하시는데... 처음에는 저도 한문이랑 영어에 대해서 좀 시도를 해보려고 했는데 그다지 효과를 못 느끼는 것 같아요."

출산한지 2개월 정도 된 윤정민씨 역시 영어 태교를 비롯해 안 해본 것이 없을 만큼 열심히 태교를 했다고 하는데요.

실제로 윤씨의 집에는 태교를 위해 손수 만든 아기 용품들부터 태교 서적과 다양한 교육 자료들로 가득했습니다.

<인터뷰> 윤정민(구리시 인창동): "요즘 엄마들이 워낙에 이런 거에 적극적이다보니까 저만큼 못하는 친구들이 불안해 하기는 하더라구요. 나는 저렇게 못하는데... 그런 건 있어도 너무 극성 아니냐 이러지는 않더라구요."

3개월이 채 되지 않은 아기에게 영어 동화를 들려준다는 윤정민씨. 하지만 아기 용품이 남았던 DIY 태교 말고는 자신이 한 태교의 효과에 대해서 스스로도 자신할 수는 없다고 하는데요.

<인터뷰> 윤정민(구리시 인창동): "이런 아기용품 만들어 주는 것은 하나하나 만들면서 우리 아기가 입는 거니까... 그런 거는 참 좋았어요. 솔직히 영어 동화나 이런 것들은 하면서도 조금 미안한 마음이 없지 않아 있었거든요."

이처럼 임신과 태교에 대해 엄청난 관심과 투자가 늘어나고 있지만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무분별한 태교는 오히려 태아의 안정된 성장을 방해할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인터뷰> 김창규(산부인과 전문의): "뱃속의 태아는 임신 5개월 때 태아의 청각세포가 발달하기 때문에 그 전에는 뱃속에서 들을 수가 없어요. 과잉적인 무분별한 태교는 오히려 배속의 태아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태어날 아기를 위해 사랑과 정성을 쏟는다는 점에서 태교는 없어서는 안 될 과정입니다. 하지만 지금의 태교가 산모의 안정과 영양을 우선시하기보다 태아에게 어떤 자극을 줘서 지능을 높이거나 교육 성과를 거두려는 형태로 인식되고 있지는 않는지 생각해 볼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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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7-07-19 08:36:21
    • 수정2007-07-19 18:3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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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아기를 가졌을 때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하면 나중에 그 아기가 컸을 때 영어를 잘 하게 될까요? 사실 그런 막연한 기대를 가지고 태교에 임하는 분들 많죠. 네, 이러다보니 아기가 뱃 속에 있을 때부터 영어나 수학 같은 걸 배우는 엄마들이 많은데요. 부모들의 열성만큼 태교법도 무척 다양해졌습니다. 네, 효과와 정도를 두고 논란도 많은데요, 김학재 기자 나왔습니다. 태교를 둘러싼 변화와 논란에 대해 알아봤다구요? <리포트> 중국에서는 이미 2천 여년 전부터 태교라는 개념이 생겨났다고 하는데요. 최근에는 과학적이고 다양한 방법들의 태교법들이 끊임없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태교가 임신부의 건강과 태아와의 교감을 위한 것이 아닌 그야말로 태아의 조기교육 개념으로 확대되고 있어 예비 부모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는데요. 자신만의 다양한 태교법을 실천하고 있는 예비 부모들의 이야기를 통해 현실적인 태교 문화와 문제점, 고민들을 들어봤습니다. 흥겨운 음악이 흐르는 강남의 한 벨리댄스 연습실. 배를 드러낸 의상으로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사람들 틈에서 만삭의 배를 드러낸 여성이 눈에 띄는데요. 곧 출산을 앞두고 있는 김주희씨입니다. 임신을 위해 벨리댄스를 시작했던 김씨는 임신 후에도 태교법으로 벨리댄스를 고수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인터뷰> 김주희(서울시 홍제동): "아기를 갖기 위해서 노력을 많이 했는데 그게 안 되고 벨리 댄스를 하고부터 바로 들어서니까 좋더라구요." 흔히 태교를 위해 선택하게 되는 조용한 음악이나 명상 대신 빠른 음악에 배까지 드러낸 채로 몸을 흔드는 벨리 댄스로 태교를 한다고 할 때는 주변의 걱정도 많았다고 하는데요. 엄마가 좋아하는 것을 하는 것이야 말로 좋은 태교라고 생각해 즐겁게 춤을 추는 김주희씨의 모습에 이제는 주변 사람들 역시 벨리댄스 태교의 지지자가 되었다고 합니다. <인터뷰> 김정희(서울시 돈암동): "처음에는 신기했죠. 처음에는 신기했는데... 나중에 저도 임신을 하더라도 하고 싶어요." 임신 초기에는 남들이 하듯이 평범하게 동화책을 읽거나 요가를 하는 등 기본적인 태교를 답습했었다는 김주희씨. 하지만 다른 태교들보다 벨리 댄스를 출 때 태동이 가장 크게 느껴진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모두가 똑같이 하는 태교에 대한 강박을 떨쳐버렸다고 하는데요. <인터뷰> 김주희(서울시 홍제동): "제일 행복해요. 춤출 때. (아기도 좋아하는 것 같아요?) 네. 아기도 너무 좋아해요." 무엇보다도 김씨가 벨리 댄스 태교를 고집한데에는 태어날 아기에게 자신이 가장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춤에 대한 감각을 물려주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인터뷰> 김주희(서울시 홍제동): "아기가 잘못될까봐 걱정하는 분들도 계셨는데 그래도 여태까지 그런 적은 없었거든요. 제가 몸치였어요. 그래서 아기는 몸치 안되게 하려고 제가 운동을 시작한 거고." 남편 이경훈씨 역시 아내의 그런 마음을 알기에 벨리 댄스라는 남다른 태교에 대해 크게 반대하지 않았다고 하는데요. 출산일이 가까워질수록 특별한 태교를 쏟은 아기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이경훈(남편): "성격적으로 활달할 것 같아요. 그런 아기가 태어날 것 같습니다." 인천의 한 태교 강좌. 태교에 임하는 여성들의 손에는 자와 펜, 그리고 바늘 등의 도구들이 하나씩 쥐여있는데요.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DIY 태교, 한마디로 아기 용품을 손수 만들면서 태교를 하는 것입니다. <인터뷰> 한상미(인천시 남촌동): "태교도 되고 엄마가 직접 만든 것을 아기가 만지고 가지고 놀게 되면 더 좋을 것 같아요. 지금으로서는 인내성도 키우는 것 같아서 좋아요." 아기 용품을 만드는 이 태교는 출산 준비와 태교를 함께 할 수 있다는 경제적인 이유와 바느질을 하면서 손을 많이 쓰는 것이 태아의 뇌 발달에도 좋다는 이유 때문에 임신부들이 선호하고 있는데요. <인터뷰> 김경선(인천시 주안동): "손을 많이 쓰면 아기가 똑똑해진데요. 그래서 일부러 바느질을 시작했거든요." 이렇게 기존 상식을 깨는 태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출판계를 비롯해 태교 시장도 변화하고 있는데요. 특히 최근에는 영어는 물론 수학, 과학 태교까지 등장해 조기 교육을 넘어 태아 조기 교육까지 열풍처럼 불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효과에 대해서는 임신부들 역시 반신반의하고 있었습니다. <인터뷰> 고정희(서울시 북가좌동): "요즘에는 영어요가 태교라고 해서 엄마들이 많이 하시는데... 처음에는 저도 한문이랑 영어에 대해서 좀 시도를 해보려고 했는데 그다지 효과를 못 느끼는 것 같아요." 출산한지 2개월 정도 된 윤정민씨 역시 영어 태교를 비롯해 안 해본 것이 없을 만큼 열심히 태교를 했다고 하는데요. 실제로 윤씨의 집에는 태교를 위해 손수 만든 아기 용품들부터 태교 서적과 다양한 교육 자료들로 가득했습니다. <인터뷰> 윤정민(구리시 인창동): "요즘 엄마들이 워낙에 이런 거에 적극적이다보니까 저만큼 못하는 친구들이 불안해 하기는 하더라구요. 나는 저렇게 못하는데... 그런 건 있어도 너무 극성 아니냐 이러지는 않더라구요." 3개월이 채 되지 않은 아기에게 영어 동화를 들려준다는 윤정민씨. 하지만 아기 용품이 남았던 DIY 태교 말고는 자신이 한 태교의 효과에 대해서 스스로도 자신할 수는 없다고 하는데요. <인터뷰> 윤정민(구리시 인창동): "이런 아기용품 만들어 주는 것은 하나하나 만들면서 우리 아기가 입는 거니까... 그런 거는 참 좋았어요. 솔직히 영어 동화나 이런 것들은 하면서도 조금 미안한 마음이 없지 않아 있었거든요." 이처럼 임신과 태교에 대해 엄청난 관심과 투자가 늘어나고 있지만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무분별한 태교는 오히려 태아의 안정된 성장을 방해할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인터뷰> 김창규(산부인과 전문의): "뱃속의 태아는 임신 5개월 때 태아의 청각세포가 발달하기 때문에 그 전에는 뱃속에서 들을 수가 없어요. 과잉적인 무분별한 태교는 오히려 배속의 태아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태어날 아기를 위해 사랑과 정성을 쏟는다는 점에서 태교는 없어서는 안 될 과정입니다. 하지만 지금의 태교가 산모의 안정과 영양을 우선시하기보다 태아에게 어떤 자극을 줘서 지능을 높이거나 교육 성과를 거두려는 형태로 인식되고 있지는 않는지 생각해 볼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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