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추적] 지뢰밭 속여 파는 ‘기획부동산’

입력 2007.07.30 (22:18)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좋은 땅이 있으니까 사두라.

이런 전화 받아본 분들, 많으시죠.

이른바 '기획부동산' 업체들이 이젠 휴전선 근처 지뢰밭까지 팔아치우고 있습니다.

현장추적, 김승조 기자가 고발합니다.

<리포트>

서울 강남에 있는 한 기획부동산 업체 사무실.

전화를 받고 찾아왔다고 하자 곧 개발에 들어가는 땅이 있다며 투기를 부추깁니다.

<녹취> 기획부동산 업체 직원 : "가서 보시면 확실히 '야' 할 정도로 입이 딱 벌어져요. 서울 삼성동에 있는 (기획부동산) 사무실들이 개발 행위 정보 없이는 못하죠, 솔직히."

이들이 지난해 실제로 팔았던 땅입니다.

휴전선 근처의 군 작전지역 안에 있습니다.

이 지역은 확인되지 않은 지뢰가 묻혀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일반인들은 출입이 엄격히 통제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토지 측량조차 사실상 불가능한 곳입니다.

기획부동산 업체 측은 이곳에 신도시가 들어선다며 1제곱미터에 5만 5천 원씩에 팔았습니다.

공시지가의 150배에 가까운 가격입니다.

하지만 땅을 산 사람들은 대부분 큰돈을 번다는 생각에 실제 땅은 보지도 않고 구매계약을 맺었습니다.

<녹취> 토지 구입자 : "개성공단 있잖아요. 그런데 '이제 개성 쪽이 아니고 우리 쪽 철원에 산업단지가 들어선다' 그래서, 그 사람들이 와서 '평화의 도시를 세운다'라는 얘기를 했어요."

3만 6천 제곱미터에 이르는 이 땅은 현재 57명이 공동 소유자로 돼 있습니다.

업체 측이 가분할도까지 만들어 구매자들에게 땅을 팔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군청 측은 측량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분할 등기를 해주기가 어렵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강원도 철원군청 지적계장 : "인허가를 받고 국방부와 협의해서 지뢰를 제거해서 사업을 한다면 가능하겠지만 지금 시점에서 개발을 하겠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봐야죠."

취재가 시작되자 업체 측은 자신들도 현지 부동산 업자들한테 속았을 뿐이라며 개별등기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기획부동산 업체 사장 : "이 땅을 살 때 저희가 속은 것은 사실입니다. 미확인 지뢰밭이고 측량이 안 되는 것을 알았다면 이 땅을 손님들한테 팔지도 않았을 것이고..."

현재 영업 중인 기획부동산 업체는 서울 강남에만 2백여 곳, 이제는 민통선 안에 있는 지뢰밭까지 투기 대상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현장추적 김승조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현장추적] 지뢰밭 속여 파는 ‘기획부동산’
    • 입력 2007-07-30 21:31:06
    뉴스 9
<앵커 멘트> 좋은 땅이 있으니까 사두라. 이런 전화 받아본 분들, 많으시죠. 이른바 '기획부동산' 업체들이 이젠 휴전선 근처 지뢰밭까지 팔아치우고 있습니다. 현장추적, 김승조 기자가 고발합니다. <리포트> 서울 강남에 있는 한 기획부동산 업체 사무실. 전화를 받고 찾아왔다고 하자 곧 개발에 들어가는 땅이 있다며 투기를 부추깁니다. <녹취> 기획부동산 업체 직원 : "가서 보시면 확실히 '야' 할 정도로 입이 딱 벌어져요. 서울 삼성동에 있는 (기획부동산) 사무실들이 개발 행위 정보 없이는 못하죠, 솔직히." 이들이 지난해 실제로 팔았던 땅입니다. 휴전선 근처의 군 작전지역 안에 있습니다. 이 지역은 확인되지 않은 지뢰가 묻혀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일반인들은 출입이 엄격히 통제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토지 측량조차 사실상 불가능한 곳입니다. 기획부동산 업체 측은 이곳에 신도시가 들어선다며 1제곱미터에 5만 5천 원씩에 팔았습니다. 공시지가의 150배에 가까운 가격입니다. 하지만 땅을 산 사람들은 대부분 큰돈을 번다는 생각에 실제 땅은 보지도 않고 구매계약을 맺었습니다. <녹취> 토지 구입자 : "개성공단 있잖아요. 그런데 '이제 개성 쪽이 아니고 우리 쪽 철원에 산업단지가 들어선다' 그래서, 그 사람들이 와서 '평화의 도시를 세운다'라는 얘기를 했어요." 3만 6천 제곱미터에 이르는 이 땅은 현재 57명이 공동 소유자로 돼 있습니다. 업체 측이 가분할도까지 만들어 구매자들에게 땅을 팔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군청 측은 측량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분할 등기를 해주기가 어렵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강원도 철원군청 지적계장 : "인허가를 받고 국방부와 협의해서 지뢰를 제거해서 사업을 한다면 가능하겠지만 지금 시점에서 개발을 하겠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봐야죠." 취재가 시작되자 업체 측은 자신들도 현지 부동산 업자들한테 속았을 뿐이라며 개별등기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기획부동산 업체 사장 : "이 땅을 살 때 저희가 속은 것은 사실입니다. 미확인 지뢰밭이고 측량이 안 되는 것을 알았다면 이 땅을 손님들한테 팔지도 않았을 것이고..." 현재 영업 중인 기획부동산 업체는 서울 강남에만 2백여 곳, 이제는 민통선 안에 있는 지뢰밭까지 투기 대상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현장추적 김승조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2024 파리 올림픽 배너 이미지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