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북이 함께하는 ‘애네깬 광복절’

입력 2007.08.15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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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일제 시대, 나라 잃은 설움을 안고 쿠바와 멕시코등으로 이주했다 끝내 돌아오지 못한, 이른바 애네깬의 후예들도 그곳에서 광복절을 기념했습니다.

현지를 찾은 남,북 청소년들과 애네깬의 후예들이 함께 한 시간, 이철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카리브해의 보석같은 나라 쿠바! 아직 우리와 외교 관계가 없는 4개 나라 가운데 하나입니다.

새터민 출신 청소년과 국내에서 자란 청소년 16명이 함께 쿠바를 찾았습니다.

<인터뷰> 곽태호(고등학생): "쿠바라는 나라에 대해서는 책에서 사회주의 국가라는 거 그런거 읽어본 거 말고는 없어요."

<인터뷰> 최원일(새터민 출신 고등학생): "조상들이 살았다는 건 모르겠는데요. 북한에 있을 때 우리가 알고 있기로 쿠바에 우리 북한 사람이 있다고..."

80여 년 전 쿠바에 정착한 애네깬 조상들의 발자취를 찾아 나섭니다.

한인 후손들과의 첫 만남...

한인 1세대들이 모여 살았던 엘 볼로를 먼저 찾았습니다.

고된 생활에서도 독립 운동 자금을 모아 조국에 보냈다는 이야기에 숙연해집니다.

<인터뷰> 빠뜨리샤(한인 후손 3세): "한국의 애국자인 김구 선생님 책을 아버지와 당시 한인들이 어두운 전등불 아래에서 읽으며 소중하게 다뤘다고 들었다."

쿠바에 이어 찾은 곳은 1905년 한국을 떠난 한인 1세대들이 첫 발을 디딘 멕시코 메리다.

뜨거운 태양 아래 무성한 애네깬 잎사귀는 나일론이 발명되기 전만해도 선박용 밧줄 등에 쓰이던 중남미 생계 산업이었습니다.

<인터뷰> 윤소천(대학생): "그분들이 정말 이 날씨에서 오랜시간 고생하시면서 독립자금까지 마련하실 정도로 열성을 지니셨다는 생각을 하니까 가슴이 숙연해지고..."

<인터뷰> 야밀리 킴(멕시코 한인 후손 4세): "이렇게 힘든 일을 극복하고 더 나은 상황으로 나아 간 것에 대해 그들이 굉장히 자랑스럽다."

이 지역 후손들의 광복절 기념식, 메리다 시가 속한 유카탄 주 지사까지 참석했습니다.

고국은 자신들을 잊었을지 몰라도 지금도 한국은 영원한 어머니의 나라입니다.

<인터뷰> 세이디 올센(메리다 후손 학생회장): "메리다에 왔던 선조들은 항상 한국에 돌아갈 날을 꿈꿨고 독립이 돼 한국에 돌아가기 위해 많은 도움을 보냈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광복절 기념식이 매우 중요하다."

고국 손님에게 뽐내는 국악 한마당. 독학으로 닦은 실력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입니다.

한국 청소년들의 태권도 시범, 그리고 후손들과 함께 어우러진 우정의 무대까지...

자신의 뿌리를 잊지 않으려는 후손들의 노력에 남과 북 출신의 청소년들까지 함께 한, 어느해 보다 뜻 깊은 광복절입니다.

멕시코 메리다에서 KBS 뉴스 이철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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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과 북이 함께하는 ‘애네깬 광복절’
    • 입력 2007-08-15 21:32:39
    뉴스 9
<앵커 멘트> 일제 시대, 나라 잃은 설움을 안고 쿠바와 멕시코등으로 이주했다 끝내 돌아오지 못한, 이른바 애네깬의 후예들도 그곳에서 광복절을 기념했습니다. 현지를 찾은 남,북 청소년들과 애네깬의 후예들이 함께 한 시간, 이철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카리브해의 보석같은 나라 쿠바! 아직 우리와 외교 관계가 없는 4개 나라 가운데 하나입니다. 새터민 출신 청소년과 국내에서 자란 청소년 16명이 함께 쿠바를 찾았습니다. <인터뷰> 곽태호(고등학생): "쿠바라는 나라에 대해서는 책에서 사회주의 국가라는 거 그런거 읽어본 거 말고는 없어요." <인터뷰> 최원일(새터민 출신 고등학생): "조상들이 살았다는 건 모르겠는데요. 북한에 있을 때 우리가 알고 있기로 쿠바에 우리 북한 사람이 있다고..." 80여 년 전 쿠바에 정착한 애네깬 조상들의 발자취를 찾아 나섭니다. 한인 후손들과의 첫 만남... 한인 1세대들이 모여 살았던 엘 볼로를 먼저 찾았습니다. 고된 생활에서도 독립 운동 자금을 모아 조국에 보냈다는 이야기에 숙연해집니다. <인터뷰> 빠뜨리샤(한인 후손 3세): "한국의 애국자인 김구 선생님 책을 아버지와 당시 한인들이 어두운 전등불 아래에서 읽으며 소중하게 다뤘다고 들었다." 쿠바에 이어 찾은 곳은 1905년 한국을 떠난 한인 1세대들이 첫 발을 디딘 멕시코 메리다. 뜨거운 태양 아래 무성한 애네깬 잎사귀는 나일론이 발명되기 전만해도 선박용 밧줄 등에 쓰이던 중남미 생계 산업이었습니다. <인터뷰> 윤소천(대학생): "그분들이 정말 이 날씨에서 오랜시간 고생하시면서 독립자금까지 마련하실 정도로 열성을 지니셨다는 생각을 하니까 가슴이 숙연해지고..." <인터뷰> 야밀리 킴(멕시코 한인 후손 4세): "이렇게 힘든 일을 극복하고 더 나은 상황으로 나아 간 것에 대해 그들이 굉장히 자랑스럽다." 이 지역 후손들의 광복절 기념식, 메리다 시가 속한 유카탄 주 지사까지 참석했습니다. 고국은 자신들을 잊었을지 몰라도 지금도 한국은 영원한 어머니의 나라입니다. <인터뷰> 세이디 올센(메리다 후손 학생회장): "메리다에 왔던 선조들은 항상 한국에 돌아갈 날을 꿈꿨고 독립이 돼 한국에 돌아가기 위해 많은 도움을 보냈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광복절 기념식이 매우 중요하다." 고국 손님에게 뽐내는 국악 한마당. 독학으로 닦은 실력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입니다. 한국 청소년들의 태권도 시범, 그리고 후손들과 함께 어우러진 우정의 무대까지... 자신의 뿌리를 잊지 않으려는 후손들의 노력에 남과 북 출신의 청소년들까지 함께 한, 어느해 보다 뜻 깊은 광복절입니다. 멕시코 메리다에서 KBS 뉴스 이철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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