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고교 야구대회, ‘승부 조작’ 판친다

입력 2007.08.21 (22:49) 수정 2007.08.21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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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스포츠 정신이 살아있어야 할 고등학교 야구 대회에서 고의로 져주는 등의 승부조작이 여전한 것으로 KBS 취재결과 확인됐습니다. 오죽하면 노히트 노런과 같은 대기록조차 푸대접을 받겠습니까? 김도환 기자가 심층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올 시즌 고교야구에서는 벌써 세 차례나 노히트 노런 기록이 달성됐습니다.

한 시즌에 세 번이나 대기록이 나온 것은 우리 고교야구 역사상 처음이지만, 이상하게 세 명의 투수 모두 프로구단의 지명을 받지 못했습니다.

<인터뷰> 정성주(LG 스카우트팀 과장): "상대 타자들이 너무 못 친 거지. 얘들이 잘 던진 것이 아닙니다."

역사적인 기록이 별다른 평가를 받지 못하는 이유는 학생 야구의 져주기 관행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실제로 져주기 사례는 대회 때마다 쉽게 찾을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올 시즌 있었던 모 대회의 16강전입니다.

앞서 열린 대회에서 이미 4강에 들었던 강팀이, 약체로 평가받던 팀에 콜드게임 패를 당하는 동안, 팀의 에이스 투수는 경기 내내 외야수를 보고 있습니다.

투수 자신은 마운드에 서고 싶었지만, 감독의 지시로 던질 수 없었다고 말합니다.

<녹취> OOO(고등학교 투수): "던지고 싶었죠. 당연히. 다음 황금사자기를 잘해 보자고 해서 져 줬죠."

전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올렸던 팀이 상대팀에게 승부를 양보하는 게 관행이라고까지 말합니다.

<녹취> OOO(학부모): "애기 들어보니까 이번 시합에서는 감독끼리 이야기해서 이번에는 우리가 8강 가야 하니까 져 주기로 했다."

올 시즌 각종 고교 대회에서는 전국에서 우승팀과 준우승팀들이 골고루 나왔습니다.

하지만, 한 번 우승 한 팀은 이상하게도 차기 대회에 불참하거나 1, 2회전에서 탈락한 경우가 많습니다.

학기중 3회 이상 대회 출전을 금지하는 규정이 있다고 하지만, 상당수 대회가 나눠먹기식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주장을 뒷받침합니다.

이에 대해 현장의 지도자들은 8강 제도 등 대입시와 맞물려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고 말합니다.

<녹취> OOO(고등학교 코치): "애들이 이제 대학교를 가야 야구할 수 있는 길이 열리지 않습니까? 8강 제도에 묶여 있기 때문에 어떻게 하든 그 팀도 우리 팀도 마찬가지로 8강에 들어야 하는 생각밖에 없습니다."

이런 가운데 지난 7월 한 대회에선 석연치 않은 판정 끝에, 특정 학교에 몰수 게임이 선언돼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성적을 내지 못했던 학교가 심판을 매수해 승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녹취> OOO(학부모): "4강 이상 들거나 우승을 하면 당연히 심판비라는 명목으로 돈을 협회 갖다 줍니다. 작게는 몇 십만 원부터 많게는 50만 원, 공식적으로 학부형들한테 대 놓고 거둡니다."

해당 야구협회는 이 경기의 승부조작 사실을 부인하면서도, 당시 심판들의 진술서를 받아, 징계 수위를 논의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구경백(대한 야구협회 홍보이사): "부산에서 자료가 올라오는 대로 상벌위원회를 열어 징계를 검토하고 있다."

짜여 진 각본 때문에 뛰고 싶어도 뛰지 못하는 학생선수들!

떳떳하지 못한 승부를 강요하는 어른들!

이렇게 정정당당하지 못한 풍토가 한창 꿈을 키워갈 학생 야구의 내일을 어둡게 만들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도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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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층취재] 고교 야구대회, ‘승부 조작’ 판친다
    • 입력 2007-08-21 21:14:51
    • 수정2007-08-21 22:5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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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스포츠 정신이 살아있어야 할 고등학교 야구 대회에서 고의로 져주는 등의 승부조작이 여전한 것으로 KBS 취재결과 확인됐습니다. 오죽하면 노히트 노런과 같은 대기록조차 푸대접을 받겠습니까? 김도환 기자가 심층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올 시즌 고교야구에서는 벌써 세 차례나 노히트 노런 기록이 달성됐습니다. 한 시즌에 세 번이나 대기록이 나온 것은 우리 고교야구 역사상 처음이지만, 이상하게 세 명의 투수 모두 프로구단의 지명을 받지 못했습니다. <인터뷰> 정성주(LG 스카우트팀 과장): "상대 타자들이 너무 못 친 거지. 얘들이 잘 던진 것이 아닙니다." 역사적인 기록이 별다른 평가를 받지 못하는 이유는 학생 야구의 져주기 관행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실제로 져주기 사례는 대회 때마다 쉽게 찾을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올 시즌 있었던 모 대회의 16강전입니다. 앞서 열린 대회에서 이미 4강에 들었던 강팀이, 약체로 평가받던 팀에 콜드게임 패를 당하는 동안, 팀의 에이스 투수는 경기 내내 외야수를 보고 있습니다. 투수 자신은 마운드에 서고 싶었지만, 감독의 지시로 던질 수 없었다고 말합니다. <녹취> OOO(고등학교 투수): "던지고 싶었죠. 당연히. 다음 황금사자기를 잘해 보자고 해서 져 줬죠." 전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올렸던 팀이 상대팀에게 승부를 양보하는 게 관행이라고까지 말합니다. <녹취> OOO(학부모): "애기 들어보니까 이번 시합에서는 감독끼리 이야기해서 이번에는 우리가 8강 가야 하니까 져 주기로 했다." 올 시즌 각종 고교 대회에서는 전국에서 우승팀과 준우승팀들이 골고루 나왔습니다. 하지만, 한 번 우승 한 팀은 이상하게도 차기 대회에 불참하거나 1, 2회전에서 탈락한 경우가 많습니다. 학기중 3회 이상 대회 출전을 금지하는 규정이 있다고 하지만, 상당수 대회가 나눠먹기식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주장을 뒷받침합니다. 이에 대해 현장의 지도자들은 8강 제도 등 대입시와 맞물려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고 말합니다. <녹취> OOO(고등학교 코치): "애들이 이제 대학교를 가야 야구할 수 있는 길이 열리지 않습니까? 8강 제도에 묶여 있기 때문에 어떻게 하든 그 팀도 우리 팀도 마찬가지로 8강에 들어야 하는 생각밖에 없습니다." 이런 가운데 지난 7월 한 대회에선 석연치 않은 판정 끝에, 특정 학교에 몰수 게임이 선언돼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성적을 내지 못했던 학교가 심판을 매수해 승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녹취> OOO(학부모): "4강 이상 들거나 우승을 하면 당연히 심판비라는 명목으로 돈을 협회 갖다 줍니다. 작게는 몇 십만 원부터 많게는 50만 원, 공식적으로 학부형들한테 대 놓고 거둡니다." 해당 야구협회는 이 경기의 승부조작 사실을 부인하면서도, 당시 심판들의 진술서를 받아, 징계 수위를 논의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구경백(대한 야구협회 홍보이사): "부산에서 자료가 올라오는 대로 상벌위원회를 열어 징계를 검토하고 있다." 짜여 진 각본 때문에 뛰고 싶어도 뛰지 못하는 학생선수들! 떳떳하지 못한 승부를 강요하는 어른들! 이렇게 정정당당하지 못한 풍토가 한창 꿈을 키워갈 학생 야구의 내일을 어둡게 만들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도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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