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임 현장] 결혼 우울증에 시달리는 예비 신부들

입력 2007.08.31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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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인생에 있어 자신에게 꼭 맞는 반려자를 만나는 것 만큼 중요한 게 또 있을까 하는 말씀들을 많이 하는데요.

그만큼 결혼은 인륜지대사죠?

아마 가장 중요한 결정 중 하나일 거에요.

그래서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데, 그렇게 해도 확신을 갖지 못하고 결혼 직전에 우울해 하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특히 신부들의 경우가 더 심한 것 같아요.

네, 김지영 기자! 아무래도 남성들 보다는 여성들이 그런 경우가 많은 것 같긴 한데, 결혼을 앞두고 우울해하는 예비 신부들이 많다고요?

<리포트>

네, 결혼날짜를 잡고 우울증에 시달렸다는 예비신부들은 대부분 무기력증이나, 불안감, 불면증 등을 호소했는데요.

심할 경우, 결혼 뒤 가정생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만큼 치료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결혼을 앞두고 우울증에 시달리는 예비신부들을 만나봤습니다.

오는 11월 초 결혼을 앞두고 있는 30살 예비신부 박 씨의 웨딩촬영 현장, 여기까지 오는데는 우여곡절이 많았다는데요.

박 씨는 지난 7월, 상견례를 마치고 결혼 날짜를 잡은 뒤 심한 무기력증에 빠졌습니다.

<녹취> 박○○(11월 결혼) : “밥도 먹기 싫고 괜히 어지럽고 제 증상을 말하자면 아무것도 하기 싫은 거 일도 하기 싫고 친구들 만나는 것도 싫고 진짜 텔레비전 보는 것도 싫고 얘기하는 것도 싫고 그냥 혼자 가만히 있는 거 아무것도 하기 싫었어요.”

결혼 날짜가 다가오면서 자신보다 3살이 어리고 술까지 좋아하는 남편에 대한 확신까지 무너지면서 심각한 우울증을 경험했다는데요.

<녹취> 박○○(11월 결혼) : “감정의 기복이 굉장히 심해지죠. 이 사람의 한마디 말로 인해서 진짜로 기분이 굉장히 좋았다가 또 한마디 말로 인해서 (기분이) 가라앉고 진짜 결혼을 해야 되나...격하게 짜증이 나고 우울할 때는 그냥 집에서 혼자 문 닫아놓고 돼지처럼 먹고 그러다 지쳐 쓰러져 자고...”

전세자금 대출까지 받으며 결혼하는 것도 박 씨를 우울하게 만들었는데요.

이런 과정을 지켜본 박 씨의 친구는 결혼을 만류하고 싶었다고 말합니다.

<녹취> 김○○(박 모 씨 친구) : “저 만나서 술도 많이 먹고, 많이 울고...저는 그런 걸 보니까 결혼을 차라리 안 했으면 좋겠다 생각을 했죠.”

유 모씨는 다음달 9일 결혼합니다.

하지만 유 씨는 결혼을 없던 일로 하고 싶다고 하소연하는데요.

<녹취> 유○○(9월 결혼) : “막상 결혼을 결정하고 나니까 예전보다 나한테 더 못하는 게 아닌가 싶고, (결혼이) 평생이 걸린 문제잖아요.”

스물여덟이라는 자신의 나이가 결혼하기엔 아직 이른 것 같고, 7살이나 많은 남편의 나이도 부담스럽다고 말합니다.

<녹취> 유○○(9월 결혼) : “나이 차이가 좀 있으니까 손해 보는 느낌도 들고요 좀 기다리다 보면 집도 더 잘 살고 더 잘해주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그런 생각 하다 보면 마음이 많이 우울해지는 것 같아요.”

불면증으로 직장까지 그만뒀다는 유 씨의 눈은 벌겋게 충혈되어 있었습니다.

이렇게 결혼 전에 겪는 우울증으로 병원을 찾는 예비 신부들도 적지 않다는데요.

<녹취> 윤○○ : “잠도 못 자고 얼굴에 문제도 많이 생기고 신경도 너무 많이 써서 두통도 생기고 힘들다 보니까 아무래도 병원 가서 치료를.”

대개는 결혼 전 겪는 통과의례처럼 생각하면서 넘기는 경우도 많지만 심한 경우 치료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인터뷰> 김병호(한의사) :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는 건 그 스트레스 때문에 내 몸의 신진대사 기능이 원활하게 안 된다는 거예요. 그러면기운이 자꾸 떨어져서 사람이 우울해 질 수밖에 없죠.”

이같은 스트레스와 심한 우울증은 파경까지 이어지기도 하는데요.

취재진은 이번 달에 결혼할 예정이었지만 신부의 우울증으로 결혼을 취소하고 각자의 길을 가게 됐다는 한 모씨와 이메일을 주고 받을 수 있었습니다.

한 씨는 결혼이 깨진 뒤 충격으로 언어상실과 기억장애까지 겪고 있는데요.

그러면서도 한 씨는 신부의 우울증을 이해하지 못해 극단적으로 대했고, 따뜻하게 포용해주지 못했다며 자책했습니다.

한 씨는 파경을 맞고서야 자신이 사랑하는 한 여자로써 신부를 바라보는 것이 부족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김원(서울 백병원 신경정신과 교수) : “결혼이라는 것이 큰 변화이기 때문에 그 변화를 대처하는 데 있어 서로 도와야 한다는 점이죠. 그런 것이 잘 안된다면 전문가와 상담을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서로 다른 인생을 살아온 남녀가 만나 제 2의 인생을 펼쳐가는 결혼!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서로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확신, 그리고 결혼을 준비하는 성숙된 자세가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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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타임 현장] 결혼 우울증에 시달리는 예비 신부들
    • 입력 2007-08-31 08:42:06
    아침뉴스타임
<앵커 멘트> 인생에 있어 자신에게 꼭 맞는 반려자를 만나는 것 만큼 중요한 게 또 있을까 하는 말씀들을 많이 하는데요. 그만큼 결혼은 인륜지대사죠? 아마 가장 중요한 결정 중 하나일 거에요. 그래서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데, 그렇게 해도 확신을 갖지 못하고 결혼 직전에 우울해 하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특히 신부들의 경우가 더 심한 것 같아요. 네, 김지영 기자! 아무래도 남성들 보다는 여성들이 그런 경우가 많은 것 같긴 한데, 결혼을 앞두고 우울해하는 예비 신부들이 많다고요? <리포트> 네, 결혼날짜를 잡고 우울증에 시달렸다는 예비신부들은 대부분 무기력증이나, 불안감, 불면증 등을 호소했는데요. 심할 경우, 결혼 뒤 가정생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만큼 치료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결혼을 앞두고 우울증에 시달리는 예비신부들을 만나봤습니다. 오는 11월 초 결혼을 앞두고 있는 30살 예비신부 박 씨의 웨딩촬영 현장, 여기까지 오는데는 우여곡절이 많았다는데요. 박 씨는 지난 7월, 상견례를 마치고 결혼 날짜를 잡은 뒤 심한 무기력증에 빠졌습니다. <녹취> 박○○(11월 결혼) : “밥도 먹기 싫고 괜히 어지럽고 제 증상을 말하자면 아무것도 하기 싫은 거 일도 하기 싫고 친구들 만나는 것도 싫고 진짜 텔레비전 보는 것도 싫고 얘기하는 것도 싫고 그냥 혼자 가만히 있는 거 아무것도 하기 싫었어요.” 결혼 날짜가 다가오면서 자신보다 3살이 어리고 술까지 좋아하는 남편에 대한 확신까지 무너지면서 심각한 우울증을 경험했다는데요. <녹취> 박○○(11월 결혼) : “감정의 기복이 굉장히 심해지죠. 이 사람의 한마디 말로 인해서 진짜로 기분이 굉장히 좋았다가 또 한마디 말로 인해서 (기분이) 가라앉고 진짜 결혼을 해야 되나...격하게 짜증이 나고 우울할 때는 그냥 집에서 혼자 문 닫아놓고 돼지처럼 먹고 그러다 지쳐 쓰러져 자고...” 전세자금 대출까지 받으며 결혼하는 것도 박 씨를 우울하게 만들었는데요. 이런 과정을 지켜본 박 씨의 친구는 결혼을 만류하고 싶었다고 말합니다. <녹취> 김○○(박 모 씨 친구) : “저 만나서 술도 많이 먹고, 많이 울고...저는 그런 걸 보니까 결혼을 차라리 안 했으면 좋겠다 생각을 했죠.” 유 모씨는 다음달 9일 결혼합니다. 하지만 유 씨는 결혼을 없던 일로 하고 싶다고 하소연하는데요. <녹취> 유○○(9월 결혼) : “막상 결혼을 결정하고 나니까 예전보다 나한테 더 못하는 게 아닌가 싶고, (결혼이) 평생이 걸린 문제잖아요.” 스물여덟이라는 자신의 나이가 결혼하기엔 아직 이른 것 같고, 7살이나 많은 남편의 나이도 부담스럽다고 말합니다. <녹취> 유○○(9월 결혼) : “나이 차이가 좀 있으니까 손해 보는 느낌도 들고요 좀 기다리다 보면 집도 더 잘 살고 더 잘해주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그런 생각 하다 보면 마음이 많이 우울해지는 것 같아요.” 불면증으로 직장까지 그만뒀다는 유 씨의 눈은 벌겋게 충혈되어 있었습니다. 이렇게 결혼 전에 겪는 우울증으로 병원을 찾는 예비 신부들도 적지 않다는데요. <녹취> 윤○○ : “잠도 못 자고 얼굴에 문제도 많이 생기고 신경도 너무 많이 써서 두통도 생기고 힘들다 보니까 아무래도 병원 가서 치료를.” 대개는 결혼 전 겪는 통과의례처럼 생각하면서 넘기는 경우도 많지만 심한 경우 치료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인터뷰> 김병호(한의사) :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는 건 그 스트레스 때문에 내 몸의 신진대사 기능이 원활하게 안 된다는 거예요. 그러면기운이 자꾸 떨어져서 사람이 우울해 질 수밖에 없죠.” 이같은 스트레스와 심한 우울증은 파경까지 이어지기도 하는데요. 취재진은 이번 달에 결혼할 예정이었지만 신부의 우울증으로 결혼을 취소하고 각자의 길을 가게 됐다는 한 모씨와 이메일을 주고 받을 수 있었습니다. 한 씨는 결혼이 깨진 뒤 충격으로 언어상실과 기억장애까지 겪고 있는데요. 그러면서도 한 씨는 신부의 우울증을 이해하지 못해 극단적으로 대했고, 따뜻하게 포용해주지 못했다며 자책했습니다. 한 씨는 파경을 맞고서야 자신이 사랑하는 한 여자로써 신부를 바라보는 것이 부족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김원(서울 백병원 신경정신과 교수) : “결혼이라는 것이 큰 변화이기 때문에 그 변화를 대처하는 데 있어 서로 도와야 한다는 점이죠. 그런 것이 잘 안된다면 전문가와 상담을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서로 다른 인생을 살아온 남녀가 만나 제 2의 인생을 펼쳐가는 결혼!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서로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확신, 그리고 결혼을 준비하는 성숙된 자세가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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