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지하공간도 난개발

입력 2007.09.04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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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오늘 심층취재에서는 지하공간의 난개발 문제를 짚어보겠습니다.

지하공간에 각종 시설물이 무질서하게 매설되고 있는 것을 언제까지 그대로 두고봐야 할까요?

최영철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다음달 완공을 앞둔 서울 중앙우체국 건설 현장입니다.

그런데 3년 전 공사를 시작할 당시 땅속에서 통신 공동구가 발견됐습니다.

통신 공동구가 도면과 달리 1.5미터 정도 공사구간에 들어와 있던 것.

자칫 훼손됐더라면 주변 한국은행을 포함해 명동 일대에 통신 대란이 올 수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결국 시공사는 석 달 동안 13억 원의 공사비를 더 들여가며 통신구의 구조 부분만 정교하게 잘라낸 뒤 기초공사를 마무리 할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윤대중(현장 공사관계자) : "도면과 달리 땅 속에 뭐가 묻혀 있는지 알 수가 없어 도심 공사에 어려움이 많죠."

지난 7월 착공식을 가진 강남순환도시고속도로.

지상에는 더 이상 길을 닦을 땅이 없어서 대부분 구간을 땅 속에 만들기로 했지만, 이 마저도 쉽지 않습니다.

지하에 무질서하게 매설돼 있는 각종 시설물 때문입니다.

서울 양재동 구간의 경우 먼저 땅 속에 자리잡은 전력구가 걸림돌이 됐습니다.

지름 10미터 정도의 터널을 뚫기 위해 전력구를 옮겨보려 했지만, 그 비용이 수백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습니다.

하는 수 없이 전력구를 피해 터널을 뚫은 뒤 겹치는 구간을 보강하는 정도에서 설계를 마무리했습니다.

또 이 전력구 때문에 앞으로 들어설 신분당선도 지하 43미터 밑으로 내려가게 됐습니다.

<녹취>서울시 도시고속도로 설계담당 : "(전력구)같은 게 있으니까 규정을 만족시키면서 그것을 피해 가는게 설계할 때 어려운 부분이었죠."

혹시 도면과 다른 곳에 전력구가 묻혀 있을 경우 생기게 될 단전 사고 위험도 도사리고 있습니다.

특히 전력구나 통신구 같은 지하 시설물들은 그동안 신고만 하면 어느 곳이든 만들 수 있어서 지하 공간의 난개발을 부추겼습니다.

<인터뷰>박현찬(시정연 박사) : "마스터 플랜 같은 것도 없었을 뿐 아니라 어떤 시설물을 우선해야하는지도 없어서 그런 일들이 발생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직도 지하 공간을 총체적으로 관장하는 법규조차 없습니다.

건물 지하층은 건축법, 도로 지하는 도로법, 나머지는 소방법 등이 개별적으로 지하 공간을 다루고 있을 뿐입니다.

지하 공간을 체계적으로 개발하는 계획과 제도 정비가 시급합니다.

얕은 곳은 지하 통로로 쓰고 그 바로 밑은 주차장, 더 깊은 곳은 공공시설을 배치하는 등 깊이에 따라 들어설 수 있는 시설을 규정하는 것부터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인터뷰>김영옥(세종대 교수) : "지상과 지하를 연계하는 통합적인 공간계획 뿐 아니라 관리 주체간에도 효율적으로 관리할 기구도 필요하리라 봅니다."

현재 서울시는 지하공간 종합기본계획을 수립하고 5곳의 지하광장 개발계획도 세웠습니다.

이와 함께 서울 시내에는 지하철 9호선이 지나기 위한 터널이 오늘도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KBS 뉴스 최영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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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층취재] 지하공간도 난개발
    • 입력 2007-09-04 21: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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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오늘 심층취재에서는 지하공간의 난개발 문제를 짚어보겠습니다. 지하공간에 각종 시설물이 무질서하게 매설되고 있는 것을 언제까지 그대로 두고봐야 할까요? 최영철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다음달 완공을 앞둔 서울 중앙우체국 건설 현장입니다. 그런데 3년 전 공사를 시작할 당시 땅속에서 통신 공동구가 발견됐습니다. 통신 공동구가 도면과 달리 1.5미터 정도 공사구간에 들어와 있던 것. 자칫 훼손됐더라면 주변 한국은행을 포함해 명동 일대에 통신 대란이 올 수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결국 시공사는 석 달 동안 13억 원의 공사비를 더 들여가며 통신구의 구조 부분만 정교하게 잘라낸 뒤 기초공사를 마무리 할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윤대중(현장 공사관계자) : "도면과 달리 땅 속에 뭐가 묻혀 있는지 알 수가 없어 도심 공사에 어려움이 많죠." 지난 7월 착공식을 가진 강남순환도시고속도로. 지상에는 더 이상 길을 닦을 땅이 없어서 대부분 구간을 땅 속에 만들기로 했지만, 이 마저도 쉽지 않습니다. 지하에 무질서하게 매설돼 있는 각종 시설물 때문입니다. 서울 양재동 구간의 경우 먼저 땅 속에 자리잡은 전력구가 걸림돌이 됐습니다. 지름 10미터 정도의 터널을 뚫기 위해 전력구를 옮겨보려 했지만, 그 비용이 수백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습니다. 하는 수 없이 전력구를 피해 터널을 뚫은 뒤 겹치는 구간을 보강하는 정도에서 설계를 마무리했습니다. 또 이 전력구 때문에 앞으로 들어설 신분당선도 지하 43미터 밑으로 내려가게 됐습니다. <녹취>서울시 도시고속도로 설계담당 : "(전력구)같은 게 있으니까 규정을 만족시키면서 그것을 피해 가는게 설계할 때 어려운 부분이었죠." 혹시 도면과 다른 곳에 전력구가 묻혀 있을 경우 생기게 될 단전 사고 위험도 도사리고 있습니다. 특히 전력구나 통신구 같은 지하 시설물들은 그동안 신고만 하면 어느 곳이든 만들 수 있어서 지하 공간의 난개발을 부추겼습니다. <인터뷰>박현찬(시정연 박사) : "마스터 플랜 같은 것도 없었을 뿐 아니라 어떤 시설물을 우선해야하는지도 없어서 그런 일들이 발생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직도 지하 공간을 총체적으로 관장하는 법규조차 없습니다. 건물 지하층은 건축법, 도로 지하는 도로법, 나머지는 소방법 등이 개별적으로 지하 공간을 다루고 있을 뿐입니다. 지하 공간을 체계적으로 개발하는 계획과 제도 정비가 시급합니다. 얕은 곳은 지하 통로로 쓰고 그 바로 밑은 주차장, 더 깊은 곳은 공공시설을 배치하는 등 깊이에 따라 들어설 수 있는 시설을 규정하는 것부터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인터뷰>김영옥(세종대 교수) : "지상과 지하를 연계하는 통합적인 공간계획 뿐 아니라 관리 주체간에도 효율적으로 관리할 기구도 필요하리라 봅니다." 현재 서울시는 지하공간 종합기본계획을 수립하고 5곳의 지하광장 개발계획도 세웠습니다. 이와 함께 서울 시내에는 지하철 9호선이 지나기 위한 터널이 오늘도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KBS 뉴스 최영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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