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고려인들 “내 조국은 카자흐스탄”

입력 2007.09.15 (22:01) 수정 2007.09.16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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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카자흐스탄에 뿌리를 내린 고려인들.

성공한 소수민족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정체성의 혼란 속에서 이들의조국은 점점 잊혀져가고 있습니다.

이영석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카자흐스탄 남부의 시골 마을 우슈토베.

70년 전 스탈린에 의해 강제 이주된 고려인들이 기차를 타고 처음 도착한 곳입니다.

8살 때 일이지만 노수라 할머니에게 당시 기억은 어제 일처럼 또렷합니다.

<인터뷰> 노수라(78살 고려인) : "우리 여기 올 적에 짐승처럼, 짐승 싣고 다니는 그런 데다 막 싣고 왔어. 원도(연해주)서 들어올때 한 달씩 먹을 거 쌌거든 근데 짐을 다 버리고 왔어 아무 것도 없이."

고려인 집단 거주지이던 우슈토베엔 이제 고려인 가정이 오륙십 호에 불과합니다.

한때 이곳 우슈토베에서는 수많은 고려인들이 모여 살며 우리 말과 우리 풍습을 이어갔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대부분의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찾아 알마티 등 대도시로 떠났고 소수의 노인들만이 남아 마을을 지키고 있습니다.

고려인 3.4세 젊은이들에게 강제 이주는 이미 지나간 일일 뿐입니다.

이제 모국어를 할 줄 아는 젊은이는 찾아 보기 힘듭니다.

<인터뷰> 율리야(고려인 4세) : "한국어 공부를 조금 했지만 잘 못합니다."

고려인과의 결혼을 당연시하던 결혼관도 점차 변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인 발렌티나(고려인협회 사무총장) : "부모말 듣습니까, 좋아하는 사람 만나서 연애하고 결혼하지. 우리가 어쩌겠습니까. 어쩌지 못합니다."

대학에서 한국어를 전공하고 2년 동안 한국에서 공부한 한 넬리 씨.

일자리를 구해 한국에서 살 기회가 있었지만 결국 다시 카자흐스탄으로 돌아왔습니다.

<인터뷰>한 넬리(고려인 4세) : "여기서 태어났기 때문에,여기서 자라서 사고방식도 카자흐스탄 사고방식 비슷해요. 그래서 여기서 (살기로) 선택했어요."

강제 이주 70년 만에 특유의 근면함으로 성공한 고려인 사회.

하지만 젊은 고려인들 사이에선 점차 조국에 대한 정체성이 희박해지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영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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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젊은 고려인들 “내 조국은 카자흐스탄”
    • 입력 2007-09-15 21:23:14
    • 수정2007-09-16 13:3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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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카자흐스탄에 뿌리를 내린 고려인들. 성공한 소수민족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정체성의 혼란 속에서 이들의조국은 점점 잊혀져가고 있습니다. 이영석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카자흐스탄 남부의 시골 마을 우슈토베. 70년 전 스탈린에 의해 강제 이주된 고려인들이 기차를 타고 처음 도착한 곳입니다. 8살 때 일이지만 노수라 할머니에게 당시 기억은 어제 일처럼 또렷합니다. <인터뷰> 노수라(78살 고려인) : "우리 여기 올 적에 짐승처럼, 짐승 싣고 다니는 그런 데다 막 싣고 왔어. 원도(연해주)서 들어올때 한 달씩 먹을 거 쌌거든 근데 짐을 다 버리고 왔어 아무 것도 없이." 고려인 집단 거주지이던 우슈토베엔 이제 고려인 가정이 오륙십 호에 불과합니다. 한때 이곳 우슈토베에서는 수많은 고려인들이 모여 살며 우리 말과 우리 풍습을 이어갔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대부분의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찾아 알마티 등 대도시로 떠났고 소수의 노인들만이 남아 마을을 지키고 있습니다. 고려인 3.4세 젊은이들에게 강제 이주는 이미 지나간 일일 뿐입니다. 이제 모국어를 할 줄 아는 젊은이는 찾아 보기 힘듭니다. <인터뷰> 율리야(고려인 4세) : "한국어 공부를 조금 했지만 잘 못합니다." 고려인과의 결혼을 당연시하던 결혼관도 점차 변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인 발렌티나(고려인협회 사무총장) : "부모말 듣습니까, 좋아하는 사람 만나서 연애하고 결혼하지. 우리가 어쩌겠습니까. 어쩌지 못합니다." 대학에서 한국어를 전공하고 2년 동안 한국에서 공부한 한 넬리 씨. 일자리를 구해 한국에서 살 기회가 있었지만 결국 다시 카자흐스탄으로 돌아왔습니다. <인터뷰>한 넬리(고려인 4세) : "여기서 태어났기 때문에,여기서 자라서 사고방식도 카자흐스탄 사고방식 비슷해요. 그래서 여기서 (살기로) 선택했어요." 강제 이주 70년 만에 특유의 근면함으로 성공한 고려인 사회. 하지만 젊은 고려인들 사이에선 점차 조국에 대한 정체성이 희박해지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영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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