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추적] 공무원 산업 시찰이 ‘가족 여행(?)’

입력 2007.11.02 (22:21) 수정 2007.11.02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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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대다수 자치단체가 실시하고 있는 공무원 산업시찰이 실제로는 관광 일색인 것,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닙니다.

아무리 관행이라고 하지만 이제는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요?

황현택 기자가 현장추적으로 고발합니다.


<리포트>

제주국제공항 입국장입니다.

한 여행사 직원이 대전시청이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서 있습니다.

평일인데도 배우자를 동반한 시청 공무원 등 산업시찰단 80명이 들어섭니다.

3시간 후, 이번엔 노부모를 동반한 공무원 등 40명이 나타납니다.

산업시찰, 어떤 내용인 지 이들을 태운 버스를 따라가 봤습니다.

먼저 부부 동반 공무원들.

용두암과 민속자연사박물관, 신비의 도로 등을 돌아다닙니다.

이들의 2박3일 일정표입니다.

제주도 내 명승지와 감귤 농장 등 주요 관광지를 모두 아우르고 있습니다.

얼핏봐도 시정 개선에 도움이 될 만한 일정은 보이지 않습니다.

외유가 아니냐고 묻자 한 공무원은 황당한 반응을 보입니다.

<녹취> 대전시 공무원: "10월에 제주도가 수해를 겪었잖아요. 그런 것을 떠나서 여기도 광의의 산업으로 포함돼 있는 거고. 그런 제주도를 도와주기 위해서..."

숙소는 제주 시내의 특1급 호텔.

<녹취> 호텔 관계자: "주중으로 하시면 보통 2인1실이 디럭스 트윈 객실이라고 2인 기준으로 12만원, 14만원..."

책정된 예산은 모두 3천만 원.

지난해에도 75명이 이런 산업시찰을 다녀왔습니다.

지난 1997년부터 11년째 이어져 온 관행입니다.

<녹취> 대전시 공무원: "(전부터) 많이 다니는데 언론이 자꾸 뭐라고 하니까... 그래도 다니죠."

노부모 동반 공무원들도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배를 타고 우도 관광에 나섭니다.

이들 일정표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100% 단순 관광, 이런 산업시찰이 1년에 2차례 이뤄집니다.

한번에 예산이 천3백여만 원 들었습니다.

<녹취> 대전시 공무원: "공무원 가족들, 시에서 부모님들을 위해서 관광시켜주는 거예요."
대전시의 평균 재정자립도는 52.7%로 전국 평균에도 못 미칩니다. 그만큼 살림이 열악하는 얘기입니다.

대전시 측은 그러나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인터뷰> 박용재(대전시청 인사 담당): "표창을 받은 분들에 대해서는 다시 한번 마음을 새롭게 해서 열심히 하라는 격려 차원이 될 수 있습니다."

세금이 제대로 쓰였는 지 따지는 국정감사 기간 중에 떠난 무늬만 산업시찰.

1년에 전국 공무원 수만 명이 이런 명목으로 제주를 찾고 있습니다.

현장추적, 황현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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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추적] 공무원 산업 시찰이 ‘가족 여행(?)’
    • 입력 2007-11-02 21:14:25
    • 수정2007-11-02 22:3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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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대다수 자치단체가 실시하고 있는 공무원 산업시찰이 실제로는 관광 일색인 것,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닙니다. 아무리 관행이라고 하지만 이제는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요? 황현택 기자가 현장추적으로 고발합니다. <리포트> 제주국제공항 입국장입니다. 한 여행사 직원이 대전시청이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서 있습니다. 평일인데도 배우자를 동반한 시청 공무원 등 산업시찰단 80명이 들어섭니다. 3시간 후, 이번엔 노부모를 동반한 공무원 등 40명이 나타납니다. 산업시찰, 어떤 내용인 지 이들을 태운 버스를 따라가 봤습니다. 먼저 부부 동반 공무원들. 용두암과 민속자연사박물관, 신비의 도로 등을 돌아다닙니다. 이들의 2박3일 일정표입니다. 제주도 내 명승지와 감귤 농장 등 주요 관광지를 모두 아우르고 있습니다. 얼핏봐도 시정 개선에 도움이 될 만한 일정은 보이지 않습니다. 외유가 아니냐고 묻자 한 공무원은 황당한 반응을 보입니다. <녹취> 대전시 공무원: "10월에 제주도가 수해를 겪었잖아요. 그런 것을 떠나서 여기도 광의의 산업으로 포함돼 있는 거고. 그런 제주도를 도와주기 위해서..." 숙소는 제주 시내의 특1급 호텔. <녹취> 호텔 관계자: "주중으로 하시면 보통 2인1실이 디럭스 트윈 객실이라고 2인 기준으로 12만원, 14만원..." 책정된 예산은 모두 3천만 원. 지난해에도 75명이 이런 산업시찰을 다녀왔습니다. 지난 1997년부터 11년째 이어져 온 관행입니다. <녹취> 대전시 공무원: "(전부터) 많이 다니는데 언론이 자꾸 뭐라고 하니까... 그래도 다니죠." 노부모 동반 공무원들도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배를 타고 우도 관광에 나섭니다. 이들 일정표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100% 단순 관광, 이런 산업시찰이 1년에 2차례 이뤄집니다. 한번에 예산이 천3백여만 원 들었습니다. <녹취> 대전시 공무원: "공무원 가족들, 시에서 부모님들을 위해서 관광시켜주는 거예요." 대전시의 평균 재정자립도는 52.7%로 전국 평균에도 못 미칩니다. 그만큼 살림이 열악하는 얘기입니다. 대전시 측은 그러나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인터뷰> 박용재(대전시청 인사 담당): "표창을 받은 분들에 대해서는 다시 한번 마음을 새롭게 해서 열심히 하라는 격려 차원이 될 수 있습니다." 세금이 제대로 쓰였는 지 따지는 국정감사 기간 중에 떠난 무늬만 산업시찰. 1년에 전국 공무원 수만 명이 이런 명목으로 제주를 찾고 있습니다. 현장추적, 황현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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