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평화 협상 ‘첩첩산중’

입력 2007.12.02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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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12월의 첫 특파원 현장보곱니다. 지구촌의 화약고라 불리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분쟁에 종지부를 찍기 위한 협상이 본궤도에 올랐습니다.

두 나라를 비롯해서 50개에 달하는 관련국과 국제기구 등이 참석한 이번 협상은 미국의 중재로 이뤄졌는데요. 일단 내년 말까지 평화협정을 타결하겠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이끌어내 교착상태의 중동평화 논의에 돌파구를 마련했지만 갈 길은 멀고도 험하기만 합니다.

여기서 워싱턴 윤제춘 특파원을 연결해서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리포트>

<질문 1>

윤 특파원, 먼저 이번에 열린 중동평화회의, 어떤 결과가 나왔습니까?

<답변 1>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측간의 평화 협상을 다시 시작한다는 합의가 핵심입니다. 물론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두 나라가 평화롭고 안전하게 공존한다는 이른바 '2개 국가' 목표도 재확인했습니다. 부시 대통령이 발표한 공동선언문의 한 대목 들어보겠습니다.

<인터뷰> 부시(미국 대통령/공동선언문 낭독) : "2개 국가가 평화롭고 안전하게 공존하는 목표를 촉진하기 위해 성실한 양자 협상을 즉각 개시하기로 합의했습니다. 과거 합의에서 언급됐던 모든 핵심 쟁점을 포함하는 평화 협정을 타결 짓기 위한 것 입니다."

적극적인 협상을 통해 내년 말까지 협상을 타결한다는 목표도 제시했습니다.

<질문 2>

말씀하신 그런 내용들의 합의가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십니까?

<답변 2>

지난 2000년 7월 캠프 데이비드 협상이 결렬된 뒤 7년 동안이나 중단됐던 평화협상을 다시 시작하는 것 자체는 큰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구체적인 내용이 빠진 두루뭉술한 합의라는 한계가 있습니다. 결국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60년 전인 지난 1947년 11월 29일 채택된 유엔 결의안 181호를 재확인한 수준에 불과하다는 지적인데요. 당시 유엔은 영국의 위임 통치를 받던 팔레스타인 땅을 유대국가 이스라엘과 아랍국가 팔레스타인으로 분할하는 결의안을 채택했습니다. 결의안에 따라 그 이듬해 이스라엘이 건국되고 이후 전쟁과 협상이 반복됐지만 두 나라의 평화 공존이란 목표는 여전히 요원한 상황입니다.


<질문 3>

두 나라의 평화 공존이 요원하다고 하셨는데, 뭐가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까?

<답변 3>

크게 3가지로 볼 수 있는데 우선 국경선, 즉 영토를 어떻게 나눌 것이냡니다. 유엔 결의안은 팔레스타인 땅의 56%를 이스라엘에게 배분했지만 이스라엘은 그간 전쟁을 통해 현재 80%를 장악하고 있습니다. 팔레스타인은 당연히 영토의 반환을 요구하고 있는데 구체적으론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 지구의 반환입니다. 또 시리아는 골란고원을 돌려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둘째는 수도 예루살렘의 분할, 팔레스타인은 동예루살렘을 수도로 삼고 싶어 합니다. 셋째 이스라엘 건국과 정착 과정에서 쫓겨난 팔레스타인 난민 4백여만 명의 전면 귀환을 보장하라는 주장 입니다.

<질문 4>

그런 상황이라면 이번에 재개된 협상이 그것도 내년 말까지로 시한을 정해놨는데, 실제로 타결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십니까?

<답변 4>

이번엔 이란을 제외한 아랍 국가들이 협상 테이블을 인정하는 모양새인데다 양측 대표들도 적극적입니다. 팔레스타인 압바스 수반과 이스라엘 올메르트 총리의 연설을 들어보겠습니다.

<녹취> 압바스(팔레스타인 수반) : "어떤 합의라도 평화를 위해서는 예루살렘의 운명이 필수적으로 포함돼야 합니다. 우리의 수도로서 동예루살렘이 필요하며 서예루살렘과 교통할 수 있어야 합니다."

<녹취> 올메르트(이스라엘 총리) : "모든 핵심 쟁점을 다룰 것 입니다. 중동의 현실이 크게 달라질 게 분명합니다. 우리 모두에게 대단히 어려운 과정이 될 것이지만 피할 수 없는 것 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들 양측 지도자의 국내 정치적 기반이 취약해 협상을 주도적으로 이끌기 어려울 것이란 점입니다. 올메르트 총리는 지난해 레바논 헤즈볼라와의 전쟁에서 사실상 패배했다는 평가와 함께 여러 비리 의혹으로 지도력이 훼손된 상황입니다. 이스라엘 내 강경파들은 동서 예루살렘의 분할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압바스 수반의 입지는 더욱 좁습니다. 총선에서 승리한 강경파 하마스와 결별해 사실상 반쪽 수반이나 다름없습니다. 하마스는 압바스 수반을 팔레스타인 대표로 인정하는 것 조차 거부하는 상황 입니다.

<인터뷰> 사미 아부주리(하마스 대변인) : "애나폴리스 선언은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사이의 협상 개시 선언일 뿐 합의의 선언이 아닙니다. 이것 자체가 애나폴리스 회의의 실패를 극명하게 입증하고 있습니다."


<질문 5>

그러면 앞으로 협상은 어떻게 진행될 예정입니까?

<답변 5>

양측은 대표단장이 참여하는 운영위원회를 만들어 협상 진행을 총괄한다는 구상입니다. 첫 운영위원회 회의가 오는 12일 열립니다. 올메르트 총리와 압바스 수반은 격주로 회의를 하며 협상을 독려한다는 계획입니다. 이런 일정이 차질 없이 진행될지도 미지수입니다. 공동선언문에 따르면 지난 2003년에 채택된 로드맵을 이행하도록 되어 있는데, 1단계에 팔레스타인측의 무장 공격 중단이 담겨 있습니다.

하마스 등 강경파들이 여기에 순응하지 않을 것은 불을 보듯 뻔한데요. 유혈 충돌의 소용돌이로 치달을 위험이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 이번 중동평화 협상을 부시 대통령이 임기 1년을 남기고 급조했다는 점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60년 동안 해결 못한 것을 1년 안에 타결 짓겠다는 것 자체가 처음부터 불가능한 목표가 아니냐는 지적입니다.

지금까지 워싱턴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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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동 평화 협상 ‘첩첩산중’
    • 입력 2007-12-02 08:08:40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12월의 첫 특파원 현장보곱니다. 지구촌의 화약고라 불리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분쟁에 종지부를 찍기 위한 협상이 본궤도에 올랐습니다. 두 나라를 비롯해서 50개에 달하는 관련국과 국제기구 등이 참석한 이번 협상은 미국의 중재로 이뤄졌는데요. 일단 내년 말까지 평화협정을 타결하겠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이끌어내 교착상태의 중동평화 논의에 돌파구를 마련했지만 갈 길은 멀고도 험하기만 합니다. 여기서 워싱턴 윤제춘 특파원을 연결해서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리포트> <질문 1> 윤 특파원, 먼저 이번에 열린 중동평화회의, 어떤 결과가 나왔습니까? <답변 1>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측간의 평화 협상을 다시 시작한다는 합의가 핵심입니다. 물론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두 나라가 평화롭고 안전하게 공존한다는 이른바 '2개 국가' 목표도 재확인했습니다. 부시 대통령이 발표한 공동선언문의 한 대목 들어보겠습니다. <인터뷰> 부시(미국 대통령/공동선언문 낭독) : "2개 국가가 평화롭고 안전하게 공존하는 목표를 촉진하기 위해 성실한 양자 협상을 즉각 개시하기로 합의했습니다. 과거 합의에서 언급됐던 모든 핵심 쟁점을 포함하는 평화 협정을 타결 짓기 위한 것 입니다." 적극적인 협상을 통해 내년 말까지 협상을 타결한다는 목표도 제시했습니다. <질문 2> 말씀하신 그런 내용들의 합의가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십니까? <답변 2> 지난 2000년 7월 캠프 데이비드 협상이 결렬된 뒤 7년 동안이나 중단됐던 평화협상을 다시 시작하는 것 자체는 큰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구체적인 내용이 빠진 두루뭉술한 합의라는 한계가 있습니다. 결국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60년 전인 지난 1947년 11월 29일 채택된 유엔 결의안 181호를 재확인한 수준에 불과하다는 지적인데요. 당시 유엔은 영국의 위임 통치를 받던 팔레스타인 땅을 유대국가 이스라엘과 아랍국가 팔레스타인으로 분할하는 결의안을 채택했습니다. 결의안에 따라 그 이듬해 이스라엘이 건국되고 이후 전쟁과 협상이 반복됐지만 두 나라의 평화 공존이란 목표는 여전히 요원한 상황입니다. <질문 3> 두 나라의 평화 공존이 요원하다고 하셨는데, 뭐가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까? <답변 3> 크게 3가지로 볼 수 있는데 우선 국경선, 즉 영토를 어떻게 나눌 것이냡니다. 유엔 결의안은 팔레스타인 땅의 56%를 이스라엘에게 배분했지만 이스라엘은 그간 전쟁을 통해 현재 80%를 장악하고 있습니다. 팔레스타인은 당연히 영토의 반환을 요구하고 있는데 구체적으론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 지구의 반환입니다. 또 시리아는 골란고원을 돌려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둘째는 수도 예루살렘의 분할, 팔레스타인은 동예루살렘을 수도로 삼고 싶어 합니다. 셋째 이스라엘 건국과 정착 과정에서 쫓겨난 팔레스타인 난민 4백여만 명의 전면 귀환을 보장하라는 주장 입니다. <질문 4> 그런 상황이라면 이번에 재개된 협상이 그것도 내년 말까지로 시한을 정해놨는데, 실제로 타결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십니까? <답변 4> 이번엔 이란을 제외한 아랍 국가들이 협상 테이블을 인정하는 모양새인데다 양측 대표들도 적극적입니다. 팔레스타인 압바스 수반과 이스라엘 올메르트 총리의 연설을 들어보겠습니다. <녹취> 압바스(팔레스타인 수반) : "어떤 합의라도 평화를 위해서는 예루살렘의 운명이 필수적으로 포함돼야 합니다. 우리의 수도로서 동예루살렘이 필요하며 서예루살렘과 교통할 수 있어야 합니다." <녹취> 올메르트(이스라엘 총리) : "모든 핵심 쟁점을 다룰 것 입니다. 중동의 현실이 크게 달라질 게 분명합니다. 우리 모두에게 대단히 어려운 과정이 될 것이지만 피할 수 없는 것 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들 양측 지도자의 국내 정치적 기반이 취약해 협상을 주도적으로 이끌기 어려울 것이란 점입니다. 올메르트 총리는 지난해 레바논 헤즈볼라와의 전쟁에서 사실상 패배했다는 평가와 함께 여러 비리 의혹으로 지도력이 훼손된 상황입니다. 이스라엘 내 강경파들은 동서 예루살렘의 분할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압바스 수반의 입지는 더욱 좁습니다. 총선에서 승리한 강경파 하마스와 결별해 사실상 반쪽 수반이나 다름없습니다. 하마스는 압바스 수반을 팔레스타인 대표로 인정하는 것 조차 거부하는 상황 입니다. <인터뷰> 사미 아부주리(하마스 대변인) : "애나폴리스 선언은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사이의 협상 개시 선언일 뿐 합의의 선언이 아닙니다. 이것 자체가 애나폴리스 회의의 실패를 극명하게 입증하고 있습니다." <질문 5> 그러면 앞으로 협상은 어떻게 진행될 예정입니까? <답변 5> 양측은 대표단장이 참여하는 운영위원회를 만들어 협상 진행을 총괄한다는 구상입니다. 첫 운영위원회 회의가 오는 12일 열립니다. 올메르트 총리와 압바스 수반은 격주로 회의를 하며 협상을 독려한다는 계획입니다. 이런 일정이 차질 없이 진행될지도 미지수입니다. 공동선언문에 따르면 지난 2003년에 채택된 로드맵을 이행하도록 되어 있는데, 1단계에 팔레스타인측의 무장 공격 중단이 담겨 있습니다. 하마스 등 강경파들이 여기에 순응하지 않을 것은 불을 보듯 뻔한데요. 유혈 충돌의 소용돌이로 치달을 위험이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 이번 중동평화 협상을 부시 대통령이 임기 1년을 남기고 급조했다는 점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60년 동안 해결 못한 것을 1년 안에 타결 짓겠다는 것 자체가 처음부터 불가능한 목표가 아니냐는 지적입니다. 지금까지 워싱턴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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