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동식물의 이상 증식…‘무너지는 생태계’

입력 2007.12.03 (22:29) 수정 2007.12.04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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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최근 농촌은 물론 도심 주변에서도 수십마리의 고라니떼가 자주 눈에 띄고 있습니다.

생태계 교란에 따른 특정 동식물의 이상 증식 현상, 이제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이 문제를 김선영 기자가 심층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도심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도로변, 차를 멈추고 불빛을 비추자 볏단 사이로 고라니가 머리를 내밉니다.

<현장음>"봤어요? 고라니"

인기척에 놀란 또 다른 고라니가 몸을 숨기려 애를 쓰고 있고 수풀 사이 곳곳에서 고라니들의 눈이 번뜩입니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고 있는 또다른 지역, 인기척에 놀란 고라니들이 흩어져 달아나다 숨을 곳을 찾지 못해 갈팡질팡합니다.

심지어 차가 많이 다니는 도심 인근의 도로 바로 옆에서도 이렇게 고라니는 쉽게 눈에 띕니다.

야행성인 고라니가 낮 시간에도 눈에 띌 정도입니다.

국립 환경과학원 조사 결과, 지난 10년 사이 전국의 고라니 서식밀도가 세 배 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문가들은 고라니가 급증한 원인으로 삵쾡이나 늑대 등 상위 포식자가 사라진 점, 그리고 지구 온난화를 꼽습니다.

<인터뷰>김원명(박사/국립환경과학원) : "최근 지구가 온난화되면서 겨울에 폭설이 내리지 않아 고라니의 사망률이 많아 낮아졌습니다."

생태계 교란 사례는 이뿐이 아닙니다.

중부지방에는 엄청난 숫자의 갈색 여치떼가 과수원을 습격해 피해가 잇따랐고,

<현장음> 말벌 떼 : "윙윙윙~"

공격성 강한 말벌 떼가 이상 급증해 인명 피해가 속출했습니다.

농작물을 훼손하고, 주택가까지 내려와 주민들을 위협하는 멧돼지는 공포의 대상이 된 지 오래입니다.

<인터뷰> 이두표(피해 농민) : "한번에 열 마리가 내려온 것도 본적 있다."

특히 야생 동물의 이상 증식은 사람에게도 전염병을 옮기는 이른바 '인수 공통 전염병'에 대한 우려를 높이고 있습니다.

<인터뷰>나기정(교수/충북대학교 수의학과) : "인간과 접촉하는 동물이 늘면서 인수 공통 전염병이 창궐할 우려가 있다."

실제로 지난 겨울 강원도 비무장지대에서는 너구리 수백 마리가 털이 빠지는 피부병에 걸려 떼죽음을 당했습니다.

강원도와 서울에서는 병에 걸린 너구리에 물린 환자가 숨지기도 했습니다.

<인터뷰>권준욱(팀장/질병관리본부) : "세계보건기구는 이미 2003년에 기후 변화에 대한 전염병관리에 철저를 기해야한다고 경고했습니다."

이같은 현상을 막기 위해 외국에서는 이미 개체수가 이상 급증한 야생동물에 대해 대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현장음> 탕!

특히 독일에서는 해마다 야생동물의 개체 수를 조사해 적정선을 넘은 동물에 대해 전문 사냥꾼을 지정해 포획하고 있습니다.

<인터뷰>독일 전문 사냥꾼 : "야생 동물들이 숲과 농작물에 해를 입힌다. 사냥을 안 해서 피해가 생가면 전문 사냥꾼들이 배상해야 한다."

미국도 옐로스톤 국립공원에 사슴떼가 이상 증식하자 천적인 늑대를 방사해 건강한 생태계를 복원했습니다.

지구 온난화와 서식 환경의 변화 등으로 점차 현실화되고 있는 특정 동식물의 이상 증식과 생태계 교란, 이제 국내에서도 생태계를 지키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해지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선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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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층취재] 동식물의 이상 증식…‘무너지는 생태계’
    • 입력 2007-12-03 21:30:01
    • 수정2007-12-04 07: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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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최근 농촌은 물론 도심 주변에서도 수십마리의 고라니떼가 자주 눈에 띄고 있습니다. 생태계 교란에 따른 특정 동식물의 이상 증식 현상, 이제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이 문제를 김선영 기자가 심층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도심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도로변, 차를 멈추고 불빛을 비추자 볏단 사이로 고라니가 머리를 내밉니다. <현장음>"봤어요? 고라니" 인기척에 놀란 또 다른 고라니가 몸을 숨기려 애를 쓰고 있고 수풀 사이 곳곳에서 고라니들의 눈이 번뜩입니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고 있는 또다른 지역, 인기척에 놀란 고라니들이 흩어져 달아나다 숨을 곳을 찾지 못해 갈팡질팡합니다. 심지어 차가 많이 다니는 도심 인근의 도로 바로 옆에서도 이렇게 고라니는 쉽게 눈에 띕니다. 야행성인 고라니가 낮 시간에도 눈에 띌 정도입니다. 국립 환경과학원 조사 결과, 지난 10년 사이 전국의 고라니 서식밀도가 세 배 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문가들은 고라니가 급증한 원인으로 삵쾡이나 늑대 등 상위 포식자가 사라진 점, 그리고 지구 온난화를 꼽습니다. <인터뷰>김원명(박사/국립환경과학원) : "최근 지구가 온난화되면서 겨울에 폭설이 내리지 않아 고라니의 사망률이 많아 낮아졌습니다." 생태계 교란 사례는 이뿐이 아닙니다. 중부지방에는 엄청난 숫자의 갈색 여치떼가 과수원을 습격해 피해가 잇따랐고, <현장음> 말벌 떼 : "윙윙윙~" 공격성 강한 말벌 떼가 이상 급증해 인명 피해가 속출했습니다. 농작물을 훼손하고, 주택가까지 내려와 주민들을 위협하는 멧돼지는 공포의 대상이 된 지 오래입니다. <인터뷰> 이두표(피해 농민) : "한번에 열 마리가 내려온 것도 본적 있다." 특히 야생 동물의 이상 증식은 사람에게도 전염병을 옮기는 이른바 '인수 공통 전염병'에 대한 우려를 높이고 있습니다. <인터뷰>나기정(교수/충북대학교 수의학과) : "인간과 접촉하는 동물이 늘면서 인수 공통 전염병이 창궐할 우려가 있다." 실제로 지난 겨울 강원도 비무장지대에서는 너구리 수백 마리가 털이 빠지는 피부병에 걸려 떼죽음을 당했습니다. 강원도와 서울에서는 병에 걸린 너구리에 물린 환자가 숨지기도 했습니다. <인터뷰>권준욱(팀장/질병관리본부) : "세계보건기구는 이미 2003년에 기후 변화에 대한 전염병관리에 철저를 기해야한다고 경고했습니다." 이같은 현상을 막기 위해 외국에서는 이미 개체수가 이상 급증한 야생동물에 대해 대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현장음> 탕! 특히 독일에서는 해마다 야생동물의 개체 수를 조사해 적정선을 넘은 동물에 대해 전문 사냥꾼을 지정해 포획하고 있습니다. <인터뷰>독일 전문 사냥꾼 : "야생 동물들이 숲과 농작물에 해를 입힌다. 사냥을 안 해서 피해가 생가면 전문 사냥꾼들이 배상해야 한다." 미국도 옐로스톤 국립공원에 사슴떼가 이상 증식하자 천적인 늑대를 방사해 건강한 생태계를 복원했습니다. 지구 온난화와 서식 환경의 변화 등으로 점차 현실화되고 있는 특정 동식물의 이상 증식과 생태계 교란, 이제 국내에서도 생태계를 지키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해지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선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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