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후 오늘] “고발은 짧고, 고통은 길다”

입력 2007.12.04 (20:48) 수정 2007.12.04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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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요즘 세계적인 기업 삼성이 전 법무팀장의 각종 비리 폭로로 곤욕을 치르고 있죠.

이제는 우리 사회에서도 내부고발자, 또는 내부 공익제보자라는 단어가 그리 낯설지 않은데요.

그렇다면 고발 이후 고발자들의 삶은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윤 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해 여름, 관람객 천3백만명을 불러 모은 이 괴물은, 한강에 독극물을 흘려보낸 미군부대의 범죄에서 모티브를 얻은 작품이었습니다.

폐쇄된 군부대 안에서 일어난 일이었지만, 내부고발자가 있었기에 범죄사실이 외부에 알려질 수 있었습니다.

비정규직이었던 고발자는 그 뒤 주한미군과 재계약을 하지 못해 일자리를 잃었습니다.

왕따 이메일 사건으로 세상에 알려진 정국정 씨.

LG 전자에 다니던 1996년, 자재팀에서 컴퓨터 부품을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에 구매하는 걸 보고, 이를 회사 감사실에 알렸습니다.

하지만 그는 칭찬을 받기는 커녕 승진에서 연거푸 탈락했고, 그의 직장상사는 동료들에게 '왕따 이메일'을 보내기까지 했습니다.

<녹취> 정국정(LG전자 해고자) : "정국정 대리에게 업무협조하지 마라, PC 도 사용 못하게 해라..."

예기치 않은 상황에 우울증에 걸린 정씨는 3주간의 입원치료까지 받아야 했지만 회사는 2000년 2월, 명예훼손과 상사지시불이행 등의 사유로 그를 해고했습니다.

그후 지금까지 정씨는 복직을 위한 긴 싸움을 벌이고 있습니다.

<인터뷰> 정국정(LG전자 해고자) : "회사가 잘못한 것 아니냐, 그 하나 밝히 는 게 뭐 그리 어렵냐 이거죠. 그게 포기 가 돼야 하는데, 포기가 안되는 겁니다."

7년 동안 회사와 국가 등을 상대로 한 소송만 열댓 건, 그는 결혼계획을 접고 다른 직장 구하는 것도 팽개친 채 복직에 모든 걸 걸고 있습니다.

자신의 선택에 후회는 없을까?

<인터뷰> 정국정(LG전자 해고자) : "내가 지금 현재 생활하는 모습이 아닌데, 절대 저는 반대합니다. 내부고발 절대 해 선 안된다고..."

대기업 KT의 간부로 남 부러울 것 없는 생활을 하던 여상근 씨는 지난해 6월 파면됐습니다.

거액을 들인 사업의 부당성을 내부 감사실에 제기했다 받아들여지지 않자 국가청렴위원회에 고발한 것이 문제가 됐습니다.

파면의 사유는 회사의 명예를 떨어뜨리고 기업정보를 유출했다는 것.

당시 고발내용은 고속철도가 지나가면 주변 전화통화에 잡음이 생긴다며, KT가 잡음 방지 사업에 600억원을 투입했는데, 그 잡음이 법정 기준치보다 작아 사업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거대기업 KT를 상대로 한 싸움, 여 씨는 자신의 주장을 입증할 논문을 쓰고 있고 이달말엔 그 첫논문이 국내 한 전문지에 실릴 예정입니다.

<인터뷰> 여상근(KT 해고자) : "대기업 주장은 멋지게 포장, 각색돼 뿌려 지는데, 한 개인의 목소리는 묻혀 버리잖 아요. 앞으로 논문 두 편, 세 편 계속 나 갑니다. 쉽습니다, 저는."

괜한 정의감 때문에 노후가 불안해진 것 아니냐는 기자의 농담에 대한 정씨의 대답.

<인터뷰> 여상근(KT 해고자) : "다음에 또 이런 어려움 당하면서 이런 신 고하실 거냐고. 하지요. 타고난 성격인 데, 불의를 보고 못 참는 게 제 성격입니다."

<인터뷰> 박흥식(중앙대 행정학과 교수) : "아직도 여러 번 그런 사건을 겪을 거예 요. 우리는 피하지 못해요. 피할 수가 없 어요. 왜냐하면 사회가 진보하는 선상 위 에 있는 것이어서. 우리가 후퇴하지 않는 이상은, 이런 시행 착오를 더 거치면서..."

KBS 뉴스 윤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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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후 오늘] “고발은 짧고, 고통은 길다”
    • 입력 2007-12-04 20:24:39
    • 수정2007-12-04 21:29:39
    뉴스타임
<앵커 멘트> 요즘 세계적인 기업 삼성이 전 법무팀장의 각종 비리 폭로로 곤욕을 치르고 있죠. 이제는 우리 사회에서도 내부고발자, 또는 내부 공익제보자라는 단어가 그리 낯설지 않은데요. 그렇다면 고발 이후 고발자들의 삶은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윤 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해 여름, 관람객 천3백만명을 불러 모은 이 괴물은, 한강에 독극물을 흘려보낸 미군부대의 범죄에서 모티브를 얻은 작품이었습니다. 폐쇄된 군부대 안에서 일어난 일이었지만, 내부고발자가 있었기에 범죄사실이 외부에 알려질 수 있었습니다. 비정규직이었던 고발자는 그 뒤 주한미군과 재계약을 하지 못해 일자리를 잃었습니다. 왕따 이메일 사건으로 세상에 알려진 정국정 씨. LG 전자에 다니던 1996년, 자재팀에서 컴퓨터 부품을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에 구매하는 걸 보고, 이를 회사 감사실에 알렸습니다. 하지만 그는 칭찬을 받기는 커녕 승진에서 연거푸 탈락했고, 그의 직장상사는 동료들에게 '왕따 이메일'을 보내기까지 했습니다. <녹취> 정국정(LG전자 해고자) : "정국정 대리에게 업무협조하지 마라, PC 도 사용 못하게 해라..." 예기치 않은 상황에 우울증에 걸린 정씨는 3주간의 입원치료까지 받아야 했지만 회사는 2000년 2월, 명예훼손과 상사지시불이행 등의 사유로 그를 해고했습니다. 그후 지금까지 정씨는 복직을 위한 긴 싸움을 벌이고 있습니다. <인터뷰> 정국정(LG전자 해고자) : "회사가 잘못한 것 아니냐, 그 하나 밝히 는 게 뭐 그리 어렵냐 이거죠. 그게 포기 가 돼야 하는데, 포기가 안되는 겁니다." 7년 동안 회사와 국가 등을 상대로 한 소송만 열댓 건, 그는 결혼계획을 접고 다른 직장 구하는 것도 팽개친 채 복직에 모든 걸 걸고 있습니다. 자신의 선택에 후회는 없을까? <인터뷰> 정국정(LG전자 해고자) : "내가 지금 현재 생활하는 모습이 아닌데, 절대 저는 반대합니다. 내부고발 절대 해 선 안된다고..." 대기업 KT의 간부로 남 부러울 것 없는 생활을 하던 여상근 씨는 지난해 6월 파면됐습니다. 거액을 들인 사업의 부당성을 내부 감사실에 제기했다 받아들여지지 않자 국가청렴위원회에 고발한 것이 문제가 됐습니다. 파면의 사유는 회사의 명예를 떨어뜨리고 기업정보를 유출했다는 것. 당시 고발내용은 고속철도가 지나가면 주변 전화통화에 잡음이 생긴다며, KT가 잡음 방지 사업에 600억원을 투입했는데, 그 잡음이 법정 기준치보다 작아 사업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거대기업 KT를 상대로 한 싸움, 여 씨는 자신의 주장을 입증할 논문을 쓰고 있고 이달말엔 그 첫논문이 국내 한 전문지에 실릴 예정입니다. <인터뷰> 여상근(KT 해고자) : "대기업 주장은 멋지게 포장, 각색돼 뿌려 지는데, 한 개인의 목소리는 묻혀 버리잖 아요. 앞으로 논문 두 편, 세 편 계속 나 갑니다. 쉽습니다, 저는." 괜한 정의감 때문에 노후가 불안해진 것 아니냐는 기자의 농담에 대한 정씨의 대답. <인터뷰> 여상근(KT 해고자) : "다음에 또 이런 어려움 당하면서 이런 신 고하실 거냐고. 하지요. 타고난 성격인 데, 불의를 보고 못 참는 게 제 성격입니다." <인터뷰> 박흥식(중앙대 행정학과 교수) : "아직도 여러 번 그런 사건을 겪을 거예 요. 우리는 피하지 못해요. 피할 수가 없 어요. 왜냐하면 사회가 진보하는 선상 위 에 있는 것이어서. 우리가 후퇴하지 않는 이상은, 이런 시행 착오를 더 거치면서..." KBS 뉴스 윤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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