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새로운 부활 꿈꾼다

입력 2007.12.09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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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12월 둘째 주, 특파원 현장보고입니다.

이번 한 주 세계의 이목이 러시아에 쏠렸습니다. 지난 2일 실시된 국가 두마, 하원 선거에서 여당인 통합러시아당이 압승을 거두면서 푸틴 대통령에 대한 러시아 국민들의 확고한 지지가 재확인됐기 때문인데요.

나라 안팎에서 쏟아지는 부정선거 시비 논란 속에서도 푸틴 대통령은 이른바 강한 러시아 계획에 박차를 가하며 소련 붕괴이후 처음인 지중해상 대규모 군사 훈련을 통해 서방을 겨냥한 세 과시에 나섰습니다.

오늘은 먼저, 날로 강해지고 있는 러시아의 정국을 모스크바 이춘구 특파원을 연결해서 진단해보겠습니다.

<질문 1> 이 특파원, 먼저 이번 러시아 총선 결과를 어떻게 정리할 수 있겠습니까?

<답변 1>

강력한 여당의 등장과 공산당 등 비슷한 색깔의 야당 등 4당 체제로 하원이 운영되게 됐습니다. 국가 전체를 우선시하는 정당들이 득세한 반면, 개인의 인권과 자유를 존중하는 서구식 자유민주주의 정당은 몰락했습니다.

11개 정당이 참여한 이번 총선에서는 여당인 통합러시아당이 64.3%의 득표율로 1위를 차지했습니다. 4백 50석의 의석 가운데 단독 개헌 가능선인 3분의 2를 넘는 3백 15석을 차지할 것으로 보입니다.

공산당은 11.6%의 득표로 2위에 머물렀고, 우익 성향의 자유민주당과 친여 성향의 정의러시아당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반면에 서구적 민주주의를 내세우며 러시아 정부를 비판해온 야블로코당이나 우익세력동맹 등은 의석 배분 기준인 7% 득표 한계선을 넘지 못하며 완패했습니다.

하원 진출에 성공한 당들은 서구적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있다는 분석입니다. 통합러시아당은 `강한 러시아'를 구호로 내걸고 애국주의를 지향하고 있으며, 공산당은 지금도 `공산주의 혁명'이 진행 중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극우주의적인 자유민주당, 좌파 계열의 친여성향인 정의러시아당 모두 초록이 동색이라는 지적입니다.

<질문 2> 결국 이번 총선결과는 푸틴 대통령에 대한 높은 지지가 반영됐다고 볼 수 있겠는데요. 임기 말 푸틴 대통령의 행보, 어떻게 예상할 수 있겠습니까?

<답변 2>

`강력한 여당의 힘'을 바탕으로 선거 직전에 제기된 이른바 `국가 지도자'로의 길을 열어 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국가 지도자'는 이란이나 리비아와 같은 형태를 연상케 합니다.

여당이 제기한 `국가 지도자'는 대통령을 비롯해 행정, 입법, 사법 등 삼권 위에 서서 국정 전반에 걸쳐 국가의 진로를 결정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것으로 돼 있습니다. 러시아 헌법에도 없는 위치가 되는 것입니다. 마치 소련 시절의 당과 정부, 군대가 일치되는 권력체제를 연상케 하는 구상입니다.

이렇게 되면 푸틴 대통령은 내년 5월 퇴임 뒤에도 사실상 최고 권력을 유지하게 되는 것이고 러시아식 민주주의와 주요 산업의 국유화 등 이른바 `푸틴 계획'도 더욱 강력하게 추진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질문 3> 그런데 이번 러시아 총선을 놓고, 나라 안팎에서 부정선거다, 관건선거다 하며 논란이 일고 있던데요. 상황이 어떻습니까?

<답변 3>

미국과 유럽연합 회원국들이 이번 선거에 대한 부정의혹을 제기하며 푸틴 대통령을 압박하고 나섰습니다. 러시아 야당과 인권단체들이 부정, 관권 선거 등을 주장하며 여당을 비난한 데 이어 국제사회까지 동참한 것입니다.

특히 미국 백악관 페리노 대변인은 '부시 대통령이 축하 전화를 하지 않았다' 이렇게 밝혔는데요. 이는 국민의 전폭적 지지를 바탕으로 미국과 맞설 수퍼 파워로 러시아를 부활시키려는 푸틴의 야망에 대한 미국의 불편한 심기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은 국내외에서 제기되는 부정선거 의혹을 일축했습니다. 푸틴 대통령 얘기를 들어보겠습니다.

<인터뷰>푸틴 대통령 : "이번 선거는 대단히 합법적으로 진행됐습니다. 소련식으로 민주주의를 되돌릴 수는 없습니다."

러시아 총선은 선거 전부터 여당의 언론매체 독점과 관권동원, 매표 등 부정시비로 얼룩졌습니다. 야권은 대통령 선거 전략과 연계해서 비판의 강도를 더욱 더 높일 것으로 보입니다.

<질문 4> 이제 러시아도 대선 정국으로 돌입하고 있는 데요. 일단, 누가 푸틴 대통령의 후계자로 선택될 것으로 보십니까?

<답변 4>

총선에서 여당이 압승함에 따라 푸틴 대통령이 조종하기 쉬운 인물이 선정될 가능성이 더 높아졌습니다. 후보군에 대한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방부 장관을 지낸 이바노프 제1부총리가 25%, 메드베제프 제1부총리는 24%, 지난 9월 발탁된 주프코프 총리는 20%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습니다.

푸틴 대통령이 지명하는 후계자가 내년 3월 2일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이 유력한 상황입니다. 푸틴 대통령이 `국가 지도자'로서 국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 누가 적합한가 하는 판단에 따라 17일 여당 전당대회에서 후계자가 결정될 전망입니다.

<질문 5> 이번 총선 결과 야권의 세력은 크게 위축됐고 이른바 강한 러시아에 대한 국민적 지지는 더욱 뜨거워지고 있는 것 같은 데요. 향후 정국 어떻게 예상하십니까?

<답변 5>

푸틴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80%대이니까 야권은 아주 어려운 상황입니다. 야권에서는 벌써부터 대선 후보들이 난립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강력한 여당 후보와 대결하기 위해선 야권 후보의 단일화가 절실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정치분석가의 얘기를 들어보겠습니다.

<인터뷰> 시도렌코(카네기 모스크바 센터 정치분석가) : "야권이 힘을 결집시킨다면 여당과 경쟁할 수 있는 야당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이념이나 출신성분, 지지배경 등이 달라 후보 단일화가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러시아는 에너지 자원 수출 등으로 벌어들인 달러로 세계 10대 경제대국의 지위에 올라섰습니다.

미국의 동유럽 미사일 방어망 설치를 비롯해 이란에 대한 제재, 코소보 독립 반대 등 사안마다 서방과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세계 각국은 소련 붕괴 이후 처음으로 최근 지중해에서까지 대규모 해상 훈련에 나서고 있는 `러시아의 부활'을 경계하면서 러시아 정국의 향배에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모스크바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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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시아, 새로운 부활 꿈꾼다
    • 입력 2007-12-09 09:52:04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12월 둘째 주, 특파원 현장보고입니다. 이번 한 주 세계의 이목이 러시아에 쏠렸습니다. 지난 2일 실시된 국가 두마, 하원 선거에서 여당인 통합러시아당이 압승을 거두면서 푸틴 대통령에 대한 러시아 국민들의 확고한 지지가 재확인됐기 때문인데요. 나라 안팎에서 쏟아지는 부정선거 시비 논란 속에서도 푸틴 대통령은 이른바 강한 러시아 계획에 박차를 가하며 소련 붕괴이후 처음인 지중해상 대규모 군사 훈련을 통해 서방을 겨냥한 세 과시에 나섰습니다. 오늘은 먼저, 날로 강해지고 있는 러시아의 정국을 모스크바 이춘구 특파원을 연결해서 진단해보겠습니다. <질문 1> 이 특파원, 먼저 이번 러시아 총선 결과를 어떻게 정리할 수 있겠습니까? <답변 1> 강력한 여당의 등장과 공산당 등 비슷한 색깔의 야당 등 4당 체제로 하원이 운영되게 됐습니다. 국가 전체를 우선시하는 정당들이 득세한 반면, 개인의 인권과 자유를 존중하는 서구식 자유민주주의 정당은 몰락했습니다. 11개 정당이 참여한 이번 총선에서는 여당인 통합러시아당이 64.3%의 득표율로 1위를 차지했습니다. 4백 50석의 의석 가운데 단독 개헌 가능선인 3분의 2를 넘는 3백 15석을 차지할 것으로 보입니다. 공산당은 11.6%의 득표로 2위에 머물렀고, 우익 성향의 자유민주당과 친여 성향의 정의러시아당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반면에 서구적 민주주의를 내세우며 러시아 정부를 비판해온 야블로코당이나 우익세력동맹 등은 의석 배분 기준인 7% 득표 한계선을 넘지 못하며 완패했습니다. 하원 진출에 성공한 당들은 서구적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있다는 분석입니다. 통합러시아당은 `강한 러시아'를 구호로 내걸고 애국주의를 지향하고 있으며, 공산당은 지금도 `공산주의 혁명'이 진행 중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극우주의적인 자유민주당, 좌파 계열의 친여성향인 정의러시아당 모두 초록이 동색이라는 지적입니다. <질문 2> 결국 이번 총선결과는 푸틴 대통령에 대한 높은 지지가 반영됐다고 볼 수 있겠는데요. 임기 말 푸틴 대통령의 행보, 어떻게 예상할 수 있겠습니까? <답변 2> `강력한 여당의 힘'을 바탕으로 선거 직전에 제기된 이른바 `국가 지도자'로의 길을 열어 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국가 지도자'는 이란이나 리비아와 같은 형태를 연상케 합니다. 여당이 제기한 `국가 지도자'는 대통령을 비롯해 행정, 입법, 사법 등 삼권 위에 서서 국정 전반에 걸쳐 국가의 진로를 결정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것으로 돼 있습니다. 러시아 헌법에도 없는 위치가 되는 것입니다. 마치 소련 시절의 당과 정부, 군대가 일치되는 권력체제를 연상케 하는 구상입니다. 이렇게 되면 푸틴 대통령은 내년 5월 퇴임 뒤에도 사실상 최고 권력을 유지하게 되는 것이고 러시아식 민주주의와 주요 산업의 국유화 등 이른바 `푸틴 계획'도 더욱 강력하게 추진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질문 3> 그런데 이번 러시아 총선을 놓고, 나라 안팎에서 부정선거다, 관건선거다 하며 논란이 일고 있던데요. 상황이 어떻습니까? <답변 3> 미국과 유럽연합 회원국들이 이번 선거에 대한 부정의혹을 제기하며 푸틴 대통령을 압박하고 나섰습니다. 러시아 야당과 인권단체들이 부정, 관권 선거 등을 주장하며 여당을 비난한 데 이어 국제사회까지 동참한 것입니다. 특히 미국 백악관 페리노 대변인은 '부시 대통령이 축하 전화를 하지 않았다' 이렇게 밝혔는데요. 이는 국민의 전폭적 지지를 바탕으로 미국과 맞설 수퍼 파워로 러시아를 부활시키려는 푸틴의 야망에 대한 미국의 불편한 심기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은 국내외에서 제기되는 부정선거 의혹을 일축했습니다. 푸틴 대통령 얘기를 들어보겠습니다. <인터뷰>푸틴 대통령 : "이번 선거는 대단히 합법적으로 진행됐습니다. 소련식으로 민주주의를 되돌릴 수는 없습니다." 러시아 총선은 선거 전부터 여당의 언론매체 독점과 관권동원, 매표 등 부정시비로 얼룩졌습니다. 야권은 대통령 선거 전략과 연계해서 비판의 강도를 더욱 더 높일 것으로 보입니다. <질문 4> 이제 러시아도 대선 정국으로 돌입하고 있는 데요. 일단, 누가 푸틴 대통령의 후계자로 선택될 것으로 보십니까? <답변 4> 총선에서 여당이 압승함에 따라 푸틴 대통령이 조종하기 쉬운 인물이 선정될 가능성이 더 높아졌습니다. 후보군에 대한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방부 장관을 지낸 이바노프 제1부총리가 25%, 메드베제프 제1부총리는 24%, 지난 9월 발탁된 주프코프 총리는 20%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습니다. 푸틴 대통령이 지명하는 후계자가 내년 3월 2일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이 유력한 상황입니다. 푸틴 대통령이 `국가 지도자'로서 국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 누가 적합한가 하는 판단에 따라 17일 여당 전당대회에서 후계자가 결정될 전망입니다. <질문 5> 이번 총선 결과 야권의 세력은 크게 위축됐고 이른바 강한 러시아에 대한 국민적 지지는 더욱 뜨거워지고 있는 것 같은 데요. 향후 정국 어떻게 예상하십니까? <답변 5> 푸틴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80%대이니까 야권은 아주 어려운 상황입니다. 야권에서는 벌써부터 대선 후보들이 난립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강력한 여당 후보와 대결하기 위해선 야권 후보의 단일화가 절실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정치분석가의 얘기를 들어보겠습니다. <인터뷰> 시도렌코(카네기 모스크바 센터 정치분석가) : "야권이 힘을 결집시킨다면 여당과 경쟁할 수 있는 야당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이념이나 출신성분, 지지배경 등이 달라 후보 단일화가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러시아는 에너지 자원 수출 등으로 벌어들인 달러로 세계 10대 경제대국의 지위에 올라섰습니다. 미국의 동유럽 미사일 방어망 설치를 비롯해 이란에 대한 제재, 코소보 독립 반대 등 사안마다 서방과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세계 각국은 소련 붕괴 이후 처음으로 최근 지중해에서까지 대규모 해상 훈련에 나서고 있는 `러시아의 부활'을 경계하면서 러시아 정국의 향배에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모스크바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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