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식판·교문까지 ‘싹쓸이’

입력 2008.01.14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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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요즘 말이죠. 이런 도둑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황당한 절도 사건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구경하 기자! 초등학교 식기류를 훔쳐 갔다구요?

얼마 전에는 학교 교문도 뜯어갔다죠? 옮기기도 쉽지 않았을텐데...
<리포트>
스테인리스 가격이 다른 고철에 비해 비싸기 때문인데요.
고물상 등에서 현금을 받고 쉽게 팔 수 있어서 이런 사건이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울산 남구의 한 초등학교입니다.
지난, 4일 이 학교의 조리사 문씨는 별관 1층 급식소를 점검하다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녹취> 문00(D초등학교 조리사): "혹시 (소독기에) 벌레나 해충이 들어갈까 봐서 안전한 상태에서 이렇게 안전하게 점검을 하는데 닫혀있어야 할 문이 열려져 있더라고요. 그래서 이상하다..."

소독기의 문을 열어본 문씨는 황당한 광경에 할 말을 잃고 말았는데요. 식판이 들어 있어야 할 소독기가 텅 비어있었기 때문입니다.
함께 보관돼 있던 젓가락과 숟가락도 감쪽같이 없어졌는데요.
문씨는 아직도 이런 어이없는 상황이 믿겨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녹취> 문00(D초등학교 조리사): "지금도 안 믿겨요. 꿈 속 같아요. 그 다음날 혹시 내가 잘 못 본 것이 아닌가 하고 몇 번을 열어봤다니까요. 혹시 어디다 빼 놓은 게 아닌가... 그렇게 생각했죠. 황당하죠."

도난 사건이 일어난 지 일주일이 넘었지만, 아직 범인의 행적은 오리무중입니다.
학교에는 무인감지기가 설치돼 있지만 범인은 이를 교묘하게 피해 들어와 물건을 훔쳐 갔습니다.

<녹취> 문00(D초등학교 조리사): "문까지 오면 (센서가) 안 잡히는데 반 발자국만 가면 센서가 잡히잖아요. 너무 잘 아는 사람이 가져간 거 같아요."

도둑은 식판 천 사백여 개와 수저 이천 구백여 벌을 훔쳐 갔습니다.
식판 스무 개의 무게는 약 10kg 정도입니다.
훔쳐간 식판과 수저의 무게를 모두 합하면 7백 kg 넘는데요... 어떻게 훔쳐갔는지 의문이 가시질 않습니다.

<인터뷰> 정종기(급식업체 관계자): "짧은 시간에 한 사람이 못 옮기죠. 옮길 수가 없죠. 이해가 안 가는 데요 그 부분은..."

경찰은 아직 범인을 잡지 못하고 있는데요. 스테인리스 가격이 최근 폭등한 점 때문인 것으로 보고 수사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사라진 식판이 어떻게 유통될 수 있는지 고물상을 한 번 찾아가 봤는데요.
시중에서 식판 한 개는 만 이천 원에 팔립니다. 무게는 0.4kg 정도 되는데요. 이곳에선 얼마나 받을 수 있는지 물어봤습니다.
<인터뷰> 최성일(고철상관계자): "무게를 달아보니까 400그램 나오니까 킬로그램으로 따져서 계산을 하면 한 600원 정도 나오죠. 600원..."

구입 가격에 비하면 형편없이 적은 가격입니다.
학부모들도 아주 황당해하고 있었는데요.
아이들이 이용하는 식판에 숟가락 까지 훔쳐간 세태에 마음이 편치 않다고 했습니다.

<인터뷰> 김옥남(학부모): "화가 났죠. 처음에 들었을 때... 정말로 아이들 먹는 것을 뺏어갔다 라는 생각에... 자기 아이 같았으면 그랬을까 그런 생각도 들고..."

<인터뷰> 최옥수(학부모): "황당하고 어이없어서 웃음 밖에 안 나오고... 진짜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그런 생 각을 젊어서 단순하게 생각했는지 모르지만 어이없죠."

어이없는 도난 사건이 이어지면서 급식업체 마다 비상이 걸렸는데요.
대부분의 식기들이 스테인리스로 만들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정종기(급식업체 관계자): "환경호르몬 때문에 학교에서는 거의 스테인리스 제품을 사용하고 있어요. 학생들 위생 문제도 그렇고... 불안하네요. 불안하고 이런 이야기를 들었을 때 더욱 학교 기물에 대한 보안을 신경을 써야겠다고 생각이 드네요."

황당한 도난 사건은 이번 뿐 만이 아닙니다.
지난 해 11월. 울산지역 10여 개 학교에서는 교문이 통째로 없어지는 사건이 연이어 일어났습니다.

역시 스테인리스로 만들어진 교문들만 감쪽같이 사라졌는데요.

높이 1m, 넓이가 10여 미터에 무게만 해도 100kg이 넘는 교문들을 도둑들은 절단기와 용접기를 이용해 순식간에 훔쳐 달아났습니다.

<인터뷰> 황영흔(부산진경찰서 강력2팀): "피의자들이 가장 스테인리스를 쉽게 접할 수 있는 학교 교문을 상대로 범행을 하게 되었으며, 학교 교문이 심야 시간에는 감시도 없고 범행이 용이하기 때문에..."

이들은 교문을 훔쳐 1톤 트럭에 싣고 울산에서 부산으로 이동했는데요. 범행이 발각 될 것을 우려해 부산에 있는 고물상에 훔친 교문을 팔았습니다.

<녹취> 교문매입 고물상: "우린 학교 교문이라고 생각도 못했고, 공장 같은데 그런 문이 많이 있지 않습니까... 그런 문이 흔히 있는 문이거든요. 그렇다 보니 그게 새 제품도 아니고 (물건 이) 들어오니까 모르고 샀는데..."

이들의 절도 행각은 지난 해 12월 중순 결국 꼬리가 잡혔는데요.
초등학교 친구 사이인 피의자 4명이 유흥비를 마련하기 위해 교문을 훔친 것으로 경찰 수사 결과 밝혀졌습니다.

<인터뷰> 황영흔(부산진경찰서 강력2팀): "(고물상에) 3회에 걸쳐 팔았는데 한 200만 원 정도 받아서 일행들 4명이 똑같이 나눠 유흥비에 썼습니다. 아이들 학교 다니는 교문을 뜯어간다는 부분에 대해서 파렴치하다 생각하고 있습니다."

범인은 잡혔지만, 학교 앞 교문은 여전히 비어있는데요.

<녹취> Y중학교 관계자: "저희 학교 교문은 반쪽만 가지고 갔어요. 황당하죠. 교문을 전부 없앴어요. (지금도) 체인만 걸어놨어요."

최근 스테인리스의 가격이 급등하고, 비교적 쉽게 현금화 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이 같은 도난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인터뷰> 황영흔(부산진경찰서 강력2팀): "일반 고철 보다는 스테인리스가 돈이 많이 나가니까 처분할 때도 고물상에서 처분하면 일단 귀중품이 아니기 때문에 범행에 대해서 발각도 안 되고..."

최근 고물상에는 맨홀 뚜껑에서부터 냄비, 촛대, 제수용품 등 갖가지 물품들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들이 훔친 물건인지 아닌지를 확인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인터뷰> 성민제(고철상관계자): "저희 같은 경우는 장물이라고 알 수 있는 것은 아니죠. 다 똑같이 모르고 사는 거죠. 사람들이 처리하고 남은 것을 갖고 왔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저희는 그렇습니까? 그러고 넘어가야죠."

학교 교문에 식판까지 훔쳐가는 황당한 절도사건들.대부분의 학교에서 경비와 순찰을 강화하고 있는데요.
다음엔 또 어떤 물건들이 사라질 지... 돈이 되는 것이라면 학교 교문이건 식판이건 닥치는 대로 훔쳐가는 세태가 씁쓸하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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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8-01-14 08:2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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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요즘 말이죠. 이런 도둑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황당한 절도 사건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구경하 기자! 초등학교 식기류를 훔쳐 갔다구요? 얼마 전에는 학교 교문도 뜯어갔다죠? 옮기기도 쉽지 않았을텐데... <리포트> 스테인리스 가격이 다른 고철에 비해 비싸기 때문인데요. 고물상 등에서 현금을 받고 쉽게 팔 수 있어서 이런 사건이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울산 남구의 한 초등학교입니다. 지난, 4일 이 학교의 조리사 문씨는 별관 1층 급식소를 점검하다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녹취> 문00(D초등학교 조리사): "혹시 (소독기에) 벌레나 해충이 들어갈까 봐서 안전한 상태에서 이렇게 안전하게 점검을 하는데 닫혀있어야 할 문이 열려져 있더라고요. 그래서 이상하다..." 소독기의 문을 열어본 문씨는 황당한 광경에 할 말을 잃고 말았는데요. 식판이 들어 있어야 할 소독기가 텅 비어있었기 때문입니다. 함께 보관돼 있던 젓가락과 숟가락도 감쪽같이 없어졌는데요. 문씨는 아직도 이런 어이없는 상황이 믿겨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녹취> 문00(D초등학교 조리사): "지금도 안 믿겨요. 꿈 속 같아요. 그 다음날 혹시 내가 잘 못 본 것이 아닌가 하고 몇 번을 열어봤다니까요. 혹시 어디다 빼 놓은 게 아닌가... 그렇게 생각했죠. 황당하죠." 도난 사건이 일어난 지 일주일이 넘었지만, 아직 범인의 행적은 오리무중입니다. 학교에는 무인감지기가 설치돼 있지만 범인은 이를 교묘하게 피해 들어와 물건을 훔쳐 갔습니다. <녹취> 문00(D초등학교 조리사): "문까지 오면 (센서가) 안 잡히는데 반 발자국만 가면 센서가 잡히잖아요. 너무 잘 아는 사람이 가져간 거 같아요." 도둑은 식판 천 사백여 개와 수저 이천 구백여 벌을 훔쳐 갔습니다. 식판 스무 개의 무게는 약 10kg 정도입니다. 훔쳐간 식판과 수저의 무게를 모두 합하면 7백 kg 넘는데요... 어떻게 훔쳐갔는지 의문이 가시질 않습니다. <인터뷰> 정종기(급식업체 관계자): "짧은 시간에 한 사람이 못 옮기죠. 옮길 수가 없죠. 이해가 안 가는 데요 그 부분은..." 경찰은 아직 범인을 잡지 못하고 있는데요. 스테인리스 가격이 최근 폭등한 점 때문인 것으로 보고 수사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사라진 식판이 어떻게 유통될 수 있는지 고물상을 한 번 찾아가 봤는데요. 시중에서 식판 한 개는 만 이천 원에 팔립니다. 무게는 0.4kg 정도 되는데요. 이곳에선 얼마나 받을 수 있는지 물어봤습니다. <인터뷰> 최성일(고철상관계자): "무게를 달아보니까 400그램 나오니까 킬로그램으로 따져서 계산을 하면 한 600원 정도 나오죠. 600원..." 구입 가격에 비하면 형편없이 적은 가격입니다. 학부모들도 아주 황당해하고 있었는데요. 아이들이 이용하는 식판에 숟가락 까지 훔쳐간 세태에 마음이 편치 않다고 했습니다. <인터뷰> 김옥남(학부모): "화가 났죠. 처음에 들었을 때... 정말로 아이들 먹는 것을 뺏어갔다 라는 생각에... 자기 아이 같았으면 그랬을까 그런 생각도 들고..." <인터뷰> 최옥수(학부모): "황당하고 어이없어서 웃음 밖에 안 나오고... 진짜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그런 생 각을 젊어서 단순하게 생각했는지 모르지만 어이없죠." 어이없는 도난 사건이 이어지면서 급식업체 마다 비상이 걸렸는데요. 대부분의 식기들이 스테인리스로 만들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정종기(급식업체 관계자): "환경호르몬 때문에 학교에서는 거의 스테인리스 제품을 사용하고 있어요. 학생들 위생 문제도 그렇고... 불안하네요. 불안하고 이런 이야기를 들었을 때 더욱 학교 기물에 대한 보안을 신경을 써야겠다고 생각이 드네요." 황당한 도난 사건은 이번 뿐 만이 아닙니다. 지난 해 11월. 울산지역 10여 개 학교에서는 교문이 통째로 없어지는 사건이 연이어 일어났습니다. 역시 스테인리스로 만들어진 교문들만 감쪽같이 사라졌는데요. 높이 1m, 넓이가 10여 미터에 무게만 해도 100kg이 넘는 교문들을 도둑들은 절단기와 용접기를 이용해 순식간에 훔쳐 달아났습니다. <인터뷰> 황영흔(부산진경찰서 강력2팀): "피의자들이 가장 스테인리스를 쉽게 접할 수 있는 학교 교문을 상대로 범행을 하게 되었으며, 학교 교문이 심야 시간에는 감시도 없고 범행이 용이하기 때문에..." 이들은 교문을 훔쳐 1톤 트럭에 싣고 울산에서 부산으로 이동했는데요. 범행이 발각 될 것을 우려해 부산에 있는 고물상에 훔친 교문을 팔았습니다. <녹취> 교문매입 고물상: "우린 학교 교문이라고 생각도 못했고, 공장 같은데 그런 문이 많이 있지 않습니까... 그런 문이 흔히 있는 문이거든요. 그렇다 보니 그게 새 제품도 아니고 (물건 이) 들어오니까 모르고 샀는데..." 이들의 절도 행각은 지난 해 12월 중순 결국 꼬리가 잡혔는데요. 초등학교 친구 사이인 피의자 4명이 유흥비를 마련하기 위해 교문을 훔친 것으로 경찰 수사 결과 밝혀졌습니다. <인터뷰> 황영흔(부산진경찰서 강력2팀): "(고물상에) 3회에 걸쳐 팔았는데 한 200만 원 정도 받아서 일행들 4명이 똑같이 나눠 유흥비에 썼습니다. 아이들 학교 다니는 교문을 뜯어간다는 부분에 대해서 파렴치하다 생각하고 있습니다." 범인은 잡혔지만, 학교 앞 교문은 여전히 비어있는데요. <녹취> Y중학교 관계자: "저희 학교 교문은 반쪽만 가지고 갔어요. 황당하죠. 교문을 전부 없앴어요. (지금도) 체인만 걸어놨어요." 최근 스테인리스의 가격이 급등하고, 비교적 쉽게 현금화 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이 같은 도난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인터뷰> 황영흔(부산진경찰서 강력2팀): "일반 고철 보다는 스테인리스가 돈이 많이 나가니까 처분할 때도 고물상에서 처분하면 일단 귀중품이 아니기 때문에 범행에 대해서 발각도 안 되고..." 최근 고물상에는 맨홀 뚜껑에서부터 냄비, 촛대, 제수용품 등 갖가지 물품들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들이 훔친 물건인지 아닌지를 확인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인터뷰> 성민제(고철상관계자): "저희 같은 경우는 장물이라고 알 수 있는 것은 아니죠. 다 똑같이 모르고 사는 거죠. 사람들이 처리하고 남은 것을 갖고 왔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저희는 그렇습니까? 그러고 넘어가야죠." 학교 교문에 식판까지 훔쳐가는 황당한 절도사건들.대부분의 학교에서 경비와 순찰을 강화하고 있는데요. 다음엔 또 어떤 물건들이 사라질 지... 돈이 되는 것이라면 학교 교문이건 식판이건 닥치는 대로 훔쳐가는 세태가 씁쓸하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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