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멘트>
요즘 말이죠. 이런 도둑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황당한 절도 사건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구경하 기자! 초등학교 식기류를 훔쳐 갔다구요?
얼마 전에는 학교 교문도 뜯어갔다죠? 옮기기도 쉽지 않았을텐데...
<리포트>
스테인리스 가격이 다른 고철에 비해 비싸기 때문인데요.
고물상 등에서 현금을 받고 쉽게 팔 수 있어서 이런 사건이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울산 남구의 한 초등학교입니다.
지난, 4일 이 학교의 조리사 문씨는 별관 1층 급식소를 점검하다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녹취> 문00(D초등학교 조리사): "혹시 (소독기에) 벌레나 해충이 들어갈까 봐서 안전한 상태에서 이렇게 안전하게 점검을 하는데 닫혀있어야 할 문이 열려져 있더라고요. 그래서 이상하다..."
소독기의 문을 열어본 문씨는 황당한 광경에 할 말을 잃고 말았는데요. 식판이 들어 있어야 할 소독기가 텅 비어있었기 때문입니다.
함께 보관돼 있던 젓가락과 숟가락도 감쪽같이 없어졌는데요.
문씨는 아직도 이런 어이없는 상황이 믿겨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녹취> 문00(D초등학교 조리사): "지금도 안 믿겨요. 꿈 속 같아요. 그 다음날 혹시 내가 잘 못 본 것이 아닌가 하고 몇 번을 열어봤다니까요. 혹시 어디다 빼 놓은 게 아닌가... 그렇게 생각했죠. 황당하죠."
도난 사건이 일어난 지 일주일이 넘었지만, 아직 범인의 행적은 오리무중입니다.
학교에는 무인감지기가 설치돼 있지만 범인은 이를 교묘하게 피해 들어와 물건을 훔쳐 갔습니다.
<녹취> 문00(D초등학교 조리사): "문까지 오면 (센서가) 안 잡히는데 반 발자국만 가면 센서가 잡히잖아요. 너무 잘 아는 사람이 가져간 거 같아요."
도둑은 식판 천 사백여 개와 수저 이천 구백여 벌을 훔쳐 갔습니다.
식판 스무 개의 무게는 약 10kg 정도입니다.
훔쳐간 식판과 수저의 무게를 모두 합하면 7백 kg 넘는데요... 어떻게 훔쳐갔는지 의문이 가시질 않습니다.
<인터뷰> 정종기(급식업체 관계자): "짧은 시간에 한 사람이 못 옮기죠. 옮길 수가 없죠. 이해가 안 가는 데요 그 부분은..."
경찰은 아직 범인을 잡지 못하고 있는데요. 스테인리스 가격이 최근 폭등한 점 때문인 것으로 보고 수사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사라진 식판이 어떻게 유통될 수 있는지 고물상을 한 번 찾아가 봤는데요.
시중에서 식판 한 개는 만 이천 원에 팔립니다. 무게는 0.4kg 정도 되는데요. 이곳에선 얼마나 받을 수 있는지 물어봤습니다.
<인터뷰> 최성일(고철상관계자): "무게를 달아보니까 400그램 나오니까 킬로그램으로 따져서 계산을 하면 한 600원 정도 나오죠. 600원..."
구입 가격에 비하면 형편없이 적은 가격입니다.
학부모들도 아주 황당해하고 있었는데요.
아이들이 이용하는 식판에 숟가락 까지 훔쳐간 세태에 마음이 편치 않다고 했습니다.
<인터뷰> 김옥남(학부모): "화가 났죠. 처음에 들었을 때... 정말로 아이들 먹는 것을 뺏어갔다 라는 생각에... 자기 아이 같았으면 그랬을까 그런 생각도 들고..."
<인터뷰> 최옥수(학부모): "황당하고 어이없어서 웃음 밖에 안 나오고... 진짜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그런 생 각을 젊어서 단순하게 생각했는지 모르지만 어이없죠."
어이없는 도난 사건이 이어지면서 급식업체 마다 비상이 걸렸는데요.
대부분의 식기들이 스테인리스로 만들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정종기(급식업체 관계자): "환경호르몬 때문에 학교에서는 거의 스테인리스 제품을 사용하고 있어요. 학생들 위생 문제도 그렇고... 불안하네요. 불안하고 이런 이야기를 들었을 때 더욱 학교 기물에 대한 보안을 신경을 써야겠다고 생각이 드네요."
황당한 도난 사건은 이번 뿐 만이 아닙니다.
지난 해 11월. 울산지역 10여 개 학교에서는 교문이 통째로 없어지는 사건이 연이어 일어났습니다.
역시 스테인리스로 만들어진 교문들만 감쪽같이 사라졌는데요.
높이 1m, 넓이가 10여 미터에 무게만 해도 100kg이 넘는 교문들을 도둑들은 절단기와 용접기를 이용해 순식간에 훔쳐 달아났습니다.
<인터뷰> 황영흔(부산진경찰서 강력2팀): "피의자들이 가장 스테인리스를 쉽게 접할 수 있는 학교 교문을 상대로 범행을 하게 되었으며, 학교 교문이 심야 시간에는 감시도 없고 범행이 용이하기 때문에..."
이들은 교문을 훔쳐 1톤 트럭에 싣고 울산에서 부산으로 이동했는데요. 범행이 발각 될 것을 우려해 부산에 있는 고물상에 훔친 교문을 팔았습니다.
<녹취> 교문매입 고물상: "우린 학교 교문이라고 생각도 못했고, 공장 같은데 그런 문이 많이 있지 않습니까... 그런 문이 흔히 있는 문이거든요. 그렇다 보니 그게 새 제품도 아니고 (물건 이) 들어오니까 모르고 샀는데..."
이들의 절도 행각은 지난 해 12월 중순 결국 꼬리가 잡혔는데요.
초등학교 친구 사이인 피의자 4명이 유흥비를 마련하기 위해 교문을 훔친 것으로 경찰 수사 결과 밝혀졌습니다.
<인터뷰> 황영흔(부산진경찰서 강력2팀): "(고물상에) 3회에 걸쳐 팔았는데 한 200만 원 정도 받아서 일행들 4명이 똑같이 나눠 유흥비에 썼습니다. 아이들 학교 다니는 교문을 뜯어간다는 부분에 대해서 파렴치하다 생각하고 있습니다."
범인은 잡혔지만, 학교 앞 교문은 여전히 비어있는데요.
<녹취> Y중학교 관계자: "저희 학교 교문은 반쪽만 가지고 갔어요. 황당하죠. 교문을 전부 없앴어요. (지금도) 체인만 걸어놨어요."
최근 스테인리스의 가격이 급등하고, 비교적 쉽게 현금화 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이 같은 도난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인터뷰> 황영흔(부산진경찰서 강력2팀): "일반 고철 보다는 스테인리스가 돈이 많이 나가니까 처분할 때도 고물상에서 처분하면 일단 귀중품이 아니기 때문에 범행에 대해서 발각도 안 되고..."
최근 고물상에는 맨홀 뚜껑에서부터 냄비, 촛대, 제수용품 등 갖가지 물품들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들이 훔친 물건인지 아닌지를 확인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인터뷰> 성민제(고철상관계자): "저희 같은 경우는 장물이라고 알 수 있는 것은 아니죠. 다 똑같이 모르고 사는 거죠. 사람들이 처리하고 남은 것을 갖고 왔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저희는 그렇습니까? 그러고 넘어가야죠."
학교 교문에 식판까지 훔쳐가는 황당한 절도사건들.대부분의 학교에서 경비와 순찰을 강화하고 있는데요.
다음엔 또 어떤 물건들이 사라질 지... 돈이 되는 것이라면 학교 교문이건 식판이건 닥치는 대로 훔쳐가는 세태가 씁쓸하기만 합니다.
요즘 말이죠. 이런 도둑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황당한 절도 사건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구경하 기자! 초등학교 식기류를 훔쳐 갔다구요?
얼마 전에는 학교 교문도 뜯어갔다죠? 옮기기도 쉽지 않았을텐데...
<리포트>
스테인리스 가격이 다른 고철에 비해 비싸기 때문인데요.
고물상 등에서 현금을 받고 쉽게 팔 수 있어서 이런 사건이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울산 남구의 한 초등학교입니다.
지난, 4일 이 학교의 조리사 문씨는 별관 1층 급식소를 점검하다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녹취> 문00(D초등학교 조리사): "혹시 (소독기에) 벌레나 해충이 들어갈까 봐서 안전한 상태에서 이렇게 안전하게 점검을 하는데 닫혀있어야 할 문이 열려져 있더라고요. 그래서 이상하다..."
소독기의 문을 열어본 문씨는 황당한 광경에 할 말을 잃고 말았는데요. 식판이 들어 있어야 할 소독기가 텅 비어있었기 때문입니다.
함께 보관돼 있던 젓가락과 숟가락도 감쪽같이 없어졌는데요.
문씨는 아직도 이런 어이없는 상황이 믿겨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녹취> 문00(D초등학교 조리사): "지금도 안 믿겨요. 꿈 속 같아요. 그 다음날 혹시 내가 잘 못 본 것이 아닌가 하고 몇 번을 열어봤다니까요. 혹시 어디다 빼 놓은 게 아닌가... 그렇게 생각했죠. 황당하죠."
도난 사건이 일어난 지 일주일이 넘었지만, 아직 범인의 행적은 오리무중입니다.
학교에는 무인감지기가 설치돼 있지만 범인은 이를 교묘하게 피해 들어와 물건을 훔쳐 갔습니다.
<녹취> 문00(D초등학교 조리사): "문까지 오면 (센서가) 안 잡히는데 반 발자국만 가면 센서가 잡히잖아요. 너무 잘 아는 사람이 가져간 거 같아요."
도둑은 식판 천 사백여 개와 수저 이천 구백여 벌을 훔쳐 갔습니다.
식판 스무 개의 무게는 약 10kg 정도입니다.
훔쳐간 식판과 수저의 무게를 모두 합하면 7백 kg 넘는데요... 어떻게 훔쳐갔는지 의문이 가시질 않습니다.
<인터뷰> 정종기(급식업체 관계자): "짧은 시간에 한 사람이 못 옮기죠. 옮길 수가 없죠. 이해가 안 가는 데요 그 부분은..."
경찰은 아직 범인을 잡지 못하고 있는데요. 스테인리스 가격이 최근 폭등한 점 때문인 것으로 보고 수사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사라진 식판이 어떻게 유통될 수 있는지 고물상을 한 번 찾아가 봤는데요.
시중에서 식판 한 개는 만 이천 원에 팔립니다. 무게는 0.4kg 정도 되는데요. 이곳에선 얼마나 받을 수 있는지 물어봤습니다.
<인터뷰> 최성일(고철상관계자): "무게를 달아보니까 400그램 나오니까 킬로그램으로 따져서 계산을 하면 한 600원 정도 나오죠. 600원..."
구입 가격에 비하면 형편없이 적은 가격입니다.
학부모들도 아주 황당해하고 있었는데요.
아이들이 이용하는 식판에 숟가락 까지 훔쳐간 세태에 마음이 편치 않다고 했습니다.
<인터뷰> 김옥남(학부모): "화가 났죠. 처음에 들었을 때... 정말로 아이들 먹는 것을 뺏어갔다 라는 생각에... 자기 아이 같았으면 그랬을까 그런 생각도 들고..."
<인터뷰> 최옥수(학부모): "황당하고 어이없어서 웃음 밖에 안 나오고... 진짜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그런 생 각을 젊어서 단순하게 생각했는지 모르지만 어이없죠."
어이없는 도난 사건이 이어지면서 급식업체 마다 비상이 걸렸는데요.
대부분의 식기들이 스테인리스로 만들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정종기(급식업체 관계자): "환경호르몬 때문에 학교에서는 거의 스테인리스 제품을 사용하고 있어요. 학생들 위생 문제도 그렇고... 불안하네요. 불안하고 이런 이야기를 들었을 때 더욱 학교 기물에 대한 보안을 신경을 써야겠다고 생각이 드네요."
황당한 도난 사건은 이번 뿐 만이 아닙니다.
지난 해 11월. 울산지역 10여 개 학교에서는 교문이 통째로 없어지는 사건이 연이어 일어났습니다.
역시 스테인리스로 만들어진 교문들만 감쪽같이 사라졌는데요.
높이 1m, 넓이가 10여 미터에 무게만 해도 100kg이 넘는 교문들을 도둑들은 절단기와 용접기를 이용해 순식간에 훔쳐 달아났습니다.
<인터뷰> 황영흔(부산진경찰서 강력2팀): "피의자들이 가장 스테인리스를 쉽게 접할 수 있는 학교 교문을 상대로 범행을 하게 되었으며, 학교 교문이 심야 시간에는 감시도 없고 범행이 용이하기 때문에..."
이들은 교문을 훔쳐 1톤 트럭에 싣고 울산에서 부산으로 이동했는데요. 범행이 발각 될 것을 우려해 부산에 있는 고물상에 훔친 교문을 팔았습니다.
<녹취> 교문매입 고물상: "우린 학교 교문이라고 생각도 못했고, 공장 같은데 그런 문이 많이 있지 않습니까... 그런 문이 흔히 있는 문이거든요. 그렇다 보니 그게 새 제품도 아니고 (물건 이) 들어오니까 모르고 샀는데..."
이들의 절도 행각은 지난 해 12월 중순 결국 꼬리가 잡혔는데요.
초등학교 친구 사이인 피의자 4명이 유흥비를 마련하기 위해 교문을 훔친 것으로 경찰 수사 결과 밝혀졌습니다.
<인터뷰> 황영흔(부산진경찰서 강력2팀): "(고물상에) 3회에 걸쳐 팔았는데 한 200만 원 정도 받아서 일행들 4명이 똑같이 나눠 유흥비에 썼습니다. 아이들 학교 다니는 교문을 뜯어간다는 부분에 대해서 파렴치하다 생각하고 있습니다."
범인은 잡혔지만, 학교 앞 교문은 여전히 비어있는데요.
<녹취> Y중학교 관계자: "저희 학교 교문은 반쪽만 가지고 갔어요. 황당하죠. 교문을 전부 없앴어요. (지금도) 체인만 걸어놨어요."
최근 스테인리스의 가격이 급등하고, 비교적 쉽게 현금화 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이 같은 도난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인터뷰> 황영흔(부산진경찰서 강력2팀): "일반 고철 보다는 스테인리스가 돈이 많이 나가니까 처분할 때도 고물상에서 처분하면 일단 귀중품이 아니기 때문에 범행에 대해서 발각도 안 되고..."
최근 고물상에는 맨홀 뚜껑에서부터 냄비, 촛대, 제수용품 등 갖가지 물품들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들이 훔친 물건인지 아닌지를 확인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인터뷰> 성민제(고철상관계자): "저희 같은 경우는 장물이라고 알 수 있는 것은 아니죠. 다 똑같이 모르고 사는 거죠. 사람들이 처리하고 남은 것을 갖고 왔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저희는 그렇습니까? 그러고 넘어가야죠."
학교 교문에 식판까지 훔쳐가는 황당한 절도사건들.대부분의 학교에서 경비와 순찰을 강화하고 있는데요.
다음엔 또 어떤 물건들이 사라질 지... 돈이 되는 것이라면 학교 교문이건 식판이건 닥치는 대로 훔쳐가는 세태가 씁쓸하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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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 따라잡기] 식판·교문까지 ‘싹쓸이’
-
- 입력 2008-01-14 08:29:42
<앵커 멘트>
요즘 말이죠. 이런 도둑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황당한 절도 사건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구경하 기자! 초등학교 식기류를 훔쳐 갔다구요?
얼마 전에는 학교 교문도 뜯어갔다죠? 옮기기도 쉽지 않았을텐데...
<리포트>
스테인리스 가격이 다른 고철에 비해 비싸기 때문인데요.
고물상 등에서 현금을 받고 쉽게 팔 수 있어서 이런 사건이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울산 남구의 한 초등학교입니다.
지난, 4일 이 학교의 조리사 문씨는 별관 1층 급식소를 점검하다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녹취> 문00(D초등학교 조리사): "혹시 (소독기에) 벌레나 해충이 들어갈까 봐서 안전한 상태에서 이렇게 안전하게 점검을 하는데 닫혀있어야 할 문이 열려져 있더라고요. 그래서 이상하다..."
소독기의 문을 열어본 문씨는 황당한 광경에 할 말을 잃고 말았는데요. 식판이 들어 있어야 할 소독기가 텅 비어있었기 때문입니다.
함께 보관돼 있던 젓가락과 숟가락도 감쪽같이 없어졌는데요.
문씨는 아직도 이런 어이없는 상황이 믿겨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녹취> 문00(D초등학교 조리사): "지금도 안 믿겨요. 꿈 속 같아요. 그 다음날 혹시 내가 잘 못 본 것이 아닌가 하고 몇 번을 열어봤다니까요. 혹시 어디다 빼 놓은 게 아닌가... 그렇게 생각했죠. 황당하죠."
도난 사건이 일어난 지 일주일이 넘었지만, 아직 범인의 행적은 오리무중입니다.
학교에는 무인감지기가 설치돼 있지만 범인은 이를 교묘하게 피해 들어와 물건을 훔쳐 갔습니다.
<녹취> 문00(D초등학교 조리사): "문까지 오면 (센서가) 안 잡히는데 반 발자국만 가면 센서가 잡히잖아요. 너무 잘 아는 사람이 가져간 거 같아요."
도둑은 식판 천 사백여 개와 수저 이천 구백여 벌을 훔쳐 갔습니다.
식판 스무 개의 무게는 약 10kg 정도입니다.
훔쳐간 식판과 수저의 무게를 모두 합하면 7백 kg 넘는데요... 어떻게 훔쳐갔는지 의문이 가시질 않습니다.
<인터뷰> 정종기(급식업체 관계자): "짧은 시간에 한 사람이 못 옮기죠. 옮길 수가 없죠. 이해가 안 가는 데요 그 부분은..."
경찰은 아직 범인을 잡지 못하고 있는데요. 스테인리스 가격이 최근 폭등한 점 때문인 것으로 보고 수사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사라진 식판이 어떻게 유통될 수 있는지 고물상을 한 번 찾아가 봤는데요.
시중에서 식판 한 개는 만 이천 원에 팔립니다. 무게는 0.4kg 정도 되는데요. 이곳에선 얼마나 받을 수 있는지 물어봤습니다.
<인터뷰> 최성일(고철상관계자): "무게를 달아보니까 400그램 나오니까 킬로그램으로 따져서 계산을 하면 한 600원 정도 나오죠. 600원..."
구입 가격에 비하면 형편없이 적은 가격입니다.
학부모들도 아주 황당해하고 있었는데요.
아이들이 이용하는 식판에 숟가락 까지 훔쳐간 세태에 마음이 편치 않다고 했습니다.
<인터뷰> 김옥남(학부모): "화가 났죠. 처음에 들었을 때... 정말로 아이들 먹는 것을 뺏어갔다 라는 생각에... 자기 아이 같았으면 그랬을까 그런 생각도 들고..."
<인터뷰> 최옥수(학부모): "황당하고 어이없어서 웃음 밖에 안 나오고... 진짜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그런 생 각을 젊어서 단순하게 생각했는지 모르지만 어이없죠."
어이없는 도난 사건이 이어지면서 급식업체 마다 비상이 걸렸는데요.
대부분의 식기들이 스테인리스로 만들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정종기(급식업체 관계자): "환경호르몬 때문에 학교에서는 거의 스테인리스 제품을 사용하고 있어요. 학생들 위생 문제도 그렇고... 불안하네요. 불안하고 이런 이야기를 들었을 때 더욱 학교 기물에 대한 보안을 신경을 써야겠다고 생각이 드네요."
황당한 도난 사건은 이번 뿐 만이 아닙니다.
지난 해 11월. 울산지역 10여 개 학교에서는 교문이 통째로 없어지는 사건이 연이어 일어났습니다.
역시 스테인리스로 만들어진 교문들만 감쪽같이 사라졌는데요.
높이 1m, 넓이가 10여 미터에 무게만 해도 100kg이 넘는 교문들을 도둑들은 절단기와 용접기를 이용해 순식간에 훔쳐 달아났습니다.
<인터뷰> 황영흔(부산진경찰서 강력2팀): "피의자들이 가장 스테인리스를 쉽게 접할 수 있는 학교 교문을 상대로 범행을 하게 되었으며, 학교 교문이 심야 시간에는 감시도 없고 범행이 용이하기 때문에..."
이들은 교문을 훔쳐 1톤 트럭에 싣고 울산에서 부산으로 이동했는데요. 범행이 발각 될 것을 우려해 부산에 있는 고물상에 훔친 교문을 팔았습니다.
<녹취> 교문매입 고물상: "우린 학교 교문이라고 생각도 못했고, 공장 같은데 그런 문이 많이 있지 않습니까... 그런 문이 흔히 있는 문이거든요. 그렇다 보니 그게 새 제품도 아니고 (물건 이) 들어오니까 모르고 샀는데..."
이들의 절도 행각은 지난 해 12월 중순 결국 꼬리가 잡혔는데요.
초등학교 친구 사이인 피의자 4명이 유흥비를 마련하기 위해 교문을 훔친 것으로 경찰 수사 결과 밝혀졌습니다.
<인터뷰> 황영흔(부산진경찰서 강력2팀): "(고물상에) 3회에 걸쳐 팔았는데 한 200만 원 정도 받아서 일행들 4명이 똑같이 나눠 유흥비에 썼습니다. 아이들 학교 다니는 교문을 뜯어간다는 부분에 대해서 파렴치하다 생각하고 있습니다."
범인은 잡혔지만, 학교 앞 교문은 여전히 비어있는데요.
<녹취> Y중학교 관계자: "저희 학교 교문은 반쪽만 가지고 갔어요. 황당하죠. 교문을 전부 없앴어요. (지금도) 체인만 걸어놨어요."
최근 스테인리스의 가격이 급등하고, 비교적 쉽게 현금화 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이 같은 도난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인터뷰> 황영흔(부산진경찰서 강력2팀): "일반 고철 보다는 스테인리스가 돈이 많이 나가니까 처분할 때도 고물상에서 처분하면 일단 귀중품이 아니기 때문에 범행에 대해서 발각도 안 되고..."
최근 고물상에는 맨홀 뚜껑에서부터 냄비, 촛대, 제수용품 등 갖가지 물품들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들이 훔친 물건인지 아닌지를 확인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인터뷰> 성민제(고철상관계자): "저희 같은 경우는 장물이라고 알 수 있는 것은 아니죠. 다 똑같이 모르고 사는 거죠. 사람들이 처리하고 남은 것을 갖고 왔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저희는 그렇습니까? 그러고 넘어가야죠."
학교 교문에 식판까지 훔쳐가는 황당한 절도사건들.대부분의 학교에서 경비와 순찰을 강화하고 있는데요.
다음엔 또 어떤 물건들이 사라질 지... 돈이 되는 것이라면 학교 교문이건 식판이건 닥치는 대로 훔쳐가는 세태가 씁쓸하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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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경하 기자 isegoria@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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