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표류하는 ‘장애인 교육법’

입력 2008.01.24 (21:50) 수정 2008.01.24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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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장애인이 교육받을 권리를 담은 장애인 교육특별법이 오는 5월에 발효되지만 별로 달라지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시행령에 미흡한 점이 너무 많다는게 장애인의 하소연입니다.

김성주 기자가 심층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장애인인 길희진씨는 오늘도 전동휠체어를 타고 먼길을 떠납니다.

며칠째 내린 눈이 얼어붙어 곳곳에 만들어진 빙판길.

오늘따라 휠체어 운전이 무척 조심스럽습니다.

가끔씩 지나가는 차들도 길씨에겐 두려운 존잽니다.

<인터뷰> 길희진(뇌병변 1급 장애인) : "(인도에)차가 있어서 제가 이동하기도 불편하고..."

입주건물에서 쫓겨나, 벌써 23일째 길거리 수업중인 노들장애인 야학.

발전기를 돌릴 기름값까지 떨어질 위기에 처하면서 수업도 중단하고 모금공연 준비에 한창입니다.

<인터뷰> 배덕민(뇌병변 1급 장애인) : "사람들이 많이 오고 모금도 잘 됐으면..."

<인터뷰> 박경석(노들장애인 야학 교장) : "우리 학생들 같이 함께 공부할 수 있는 공간, 안정적으로 만날수 있는 장소를 원하는거죠."

문제는 장애인 야학생들의 이런 고충이 앞으로도 계속될 수 밖에 없다는 겁니다.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에 따라 오는 5월부턴 장애인 야학도 공식교육 기관으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껏 논의중인 시행령에선 지원책과 관련해 '공공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라고만 규정돼 교사 인건비와 통학 수단 등은 기대할 수 없는 실정입니다.

<인터뷰> 김민성(민들레 야학 이사) : "기대치 만큼의 지원은 없을 것이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을 것 같습니다."

지금도 초등학교에선 50%가 넘는 장애인 특수학급 설치비율이 중학교에선 31%, 그리고 고등학교로 가면 17% 대로 떨어지는 실정입니다.

이 때문에 장애인 학생들은 상급학교로 진학할 때 마다 거주지 주변에선 적당한 학교를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더 배우고 싶다면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먼곳에 있는 학교에 다녀야 한다는 겁니다.

이마저도 힘든 중증장애인들은 야학말고는 배울 곳이 없는 상황인데 아직 시행령 초안에는 해결 방안이 없습니다.

<녹취> 교육인적자원부 관계자 : "법이 5월 26일날 발효되니까 그전에 하면 됩니다. 미리 한다고 법이 미리 발효되는것이 아니니까..."

장애인 3명에 1명씩, 만여 명의 특수교사 고용을 시행령에 명시해 달라고 교육부에 요구하며 44일째 천막농성을 벌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인터뷰> 김기룡(전국장애인교육권연대) : "시간만 지나면 시행령을 만드는 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안일한 생각이죠."

어렵게 만든 법이 실속없는 법이 되지 않도록 교육 주체들의 의견을 더 세밀하게 조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KBS 뉴스 김성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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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층취재] 표류하는 ‘장애인 교육법’
    • 입력 2008-01-24 21:30:24
    • 수정2008-01-24 22: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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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장애인이 교육받을 권리를 담은 장애인 교육특별법이 오는 5월에 발효되지만 별로 달라지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시행령에 미흡한 점이 너무 많다는게 장애인의 하소연입니다. 김성주 기자가 심층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장애인인 길희진씨는 오늘도 전동휠체어를 타고 먼길을 떠납니다. 며칠째 내린 눈이 얼어붙어 곳곳에 만들어진 빙판길. 오늘따라 휠체어 운전이 무척 조심스럽습니다. 가끔씩 지나가는 차들도 길씨에겐 두려운 존잽니다. <인터뷰> 길희진(뇌병변 1급 장애인) : "(인도에)차가 있어서 제가 이동하기도 불편하고..." 입주건물에서 쫓겨나, 벌써 23일째 길거리 수업중인 노들장애인 야학. 발전기를 돌릴 기름값까지 떨어질 위기에 처하면서 수업도 중단하고 모금공연 준비에 한창입니다. <인터뷰> 배덕민(뇌병변 1급 장애인) : "사람들이 많이 오고 모금도 잘 됐으면..." <인터뷰> 박경석(노들장애인 야학 교장) : "우리 학생들 같이 함께 공부할 수 있는 공간, 안정적으로 만날수 있는 장소를 원하는거죠." 문제는 장애인 야학생들의 이런 고충이 앞으로도 계속될 수 밖에 없다는 겁니다.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에 따라 오는 5월부턴 장애인 야학도 공식교육 기관으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껏 논의중인 시행령에선 지원책과 관련해 '공공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라고만 규정돼 교사 인건비와 통학 수단 등은 기대할 수 없는 실정입니다. <인터뷰> 김민성(민들레 야학 이사) : "기대치 만큼의 지원은 없을 것이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을 것 같습니다." 지금도 초등학교에선 50%가 넘는 장애인 특수학급 설치비율이 중학교에선 31%, 그리고 고등학교로 가면 17% 대로 떨어지는 실정입니다. 이 때문에 장애인 학생들은 상급학교로 진학할 때 마다 거주지 주변에선 적당한 학교를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더 배우고 싶다면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먼곳에 있는 학교에 다녀야 한다는 겁니다. 이마저도 힘든 중증장애인들은 야학말고는 배울 곳이 없는 상황인데 아직 시행령 초안에는 해결 방안이 없습니다. <녹취> 교육인적자원부 관계자 : "법이 5월 26일날 발효되니까 그전에 하면 됩니다. 미리 한다고 법이 미리 발효되는것이 아니니까..." 장애인 3명에 1명씩, 만여 명의 특수교사 고용을 시행령에 명시해 달라고 교육부에 요구하며 44일째 천막농성을 벌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인터뷰> 김기룡(전국장애인교육권연대) : "시간만 지나면 시행령을 만드는 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안일한 생각이죠." 어렵게 만든 법이 실속없는 법이 되지 않도록 교육 주체들의 의견을 더 세밀하게 조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KBS 뉴스 김성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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