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 폭력과 억지 판치는 사설

입력 2008.02.03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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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신문의 사설은 여론을 형성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논리적인 글 전개로 학생들의 논술 교재로까지 활용이 되고 있는데요.

그런데 최근 이 같은 신문의 사설이 비판이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엄경철 기자와 함께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질문 1> 엄기자, 아무래도 신문 사설의 핵심 덕목이라 하면, 합리적인 근거와 논리적인 글 전개 뭐 이런거 아니겠습니까.

<답변 1>

네, 맞습니다. 그런데 최근 우리 신문의 사설을 보면 반대로 거칠고 공격적인, 감정적 사설이 두드러지게 눈에 많이 띄고 있습니다.

<질문 2> 그래요, 예전에는 신문사설을 보면, 좀 품격있다 이런 느낌이 많았는데, 이젠 감정적이다 이런 느낌이 많이 드는 것 같아요.

<답변 2>

네, 비판을 하더라고, 비판 대상에 대한 예의라고나 할까, 뭐 그런 게 있었는데 요즘 사설에는 거의 노골적으로 비난하듯이 쓰여지고 있습니다.

최근에도 한 사설이 발단이 돼, 싸움을 하듯이, 격렬한 논쟁과 비판이 이어졌는데요.

고려대 교우회와 관련된 사설입니다.

지난달 4일, 이명박 당선인이 이례적으로 사적 모임에 참석했습니다.

출신 학교인 고려대 교우회의 100주년 기념 행사였습니다.

<녹취> 이명박 당선인: “고려대학이라는 이름으로 참 열심히 해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너무 열심히 하면 설치지 않을까 조심스럽기도 했을 겁니다.”

문제는 최근 출간된 ‘고려대 교우회 100년사’에서 언급한 당선인의 일대기였습니다.

<녹취> “이명박은 어찌하여,어떻게, 얼마나 그토록 혹독하게 가난의 아픈 세월을 보냈는지… 하늘이 내린 시련은 가도 가도 끝이 없었다… 우리는 이명박에게 고대에서 무엇을 배웠냐고 물었다. 그는 첫 마디로 민족을 배웠다고 했다. 이어지는 다음 말, 자유. 정의. 진리의 고대정신을 배웠다고도 했다…고려대학교가 1세기 만에 길러낸 거대한 인간,CEO의 CEO 아닌가!”

한겨레는 즉각 ‘고대 교우회의 빗나간 동문 사랑’이라는 사설을 통해 고려대 교우회를 맹비난했습니다.

<녹취> “교우회 100년사에 실린 명비어천가는 압권이었다. 치졸하기 짝이 없는 문장은 한오라기 지성의 흔적마저 지워 버렸다. 광신적 찬양과 선동이 넘치던 그 자리의 주인공은 이 당선이었다. 패밀리의 일원으로 그가 느낀 건 자부심일까 두려움일까”

고려대 교우회를 ‘서양 마피아에나 어울리는 패밀리 호칭’을 붙이면서 패거리 문화를 질타했습니다.

그러자 한국일보의 강병태 논설위원은 칼럼을 통해 한겨레를 더 원색적으로 비난했습니다.

<녹취> “신문의 기본을 내팽개치고 짓밟은 난동, 난설이다…나는 원조 패밀리라는 TK 출신에 고려대를 나왔다…거대한 사회집단을 협소한 패밀리, 패거리 틀에 얽어 넣는 것은 도착이고 착란이다…수구 찌라시를 욕하다 선동 삐라로 전락하는 것은 보기 딱하다.”

사설과 칼럼을 통한 생산적 비판과 논쟁이 아닌 말싸움, 감정 싸움으로 번진 모습입니다.

<질문 3> 엄기자, 앞에 소개한 사설을 보니까 굉장히 거친 말투 뭐 이런 것 때문에 문제가 되는 거군요.

<답변 3>

네, 이게 사설 맞나, 사설을 이렇게 써도 되나 싶을 정도로 공격적이고 자극적인 어휘, 사설 또 어찌 보면 상스럽다고 할 정도의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특히 신문이 정치 권력과 대립, 충돌을 빚을 경우 자극적인 사설이 그대로 실리고 있습니다.

지난해 십이월 중순, 정부는 경찰청, 국방부 기자실 등을 잇따라 폐쇄했습니다.

그러자 조선일보는 곧바로 ‘언론을 향한 증오심의 마지막 발작’이라는 사설로 분노를 여과 없이 노출시켰습니다.

<녹취> “이 정권 5년의 언론정책은 편집광적 증오와 편집광적 호의의 극단을 시계추처럼 오갔다…최고권력자의 중도를 모르는 집착은 광적 추종자들을 양산해냈다. 홍보처장과 양정철 청와대 홍보비서관을 위시한 사냥개 인간들이 그들이다.”

동아일보도 자극적인 단어를 쏟아냈습니다.

<녹취> “한국의 민주언론사를 유린한 망나니로 기록될 양 비서관은 이 정권이 부르짖던 이른바 언론 개혁의 가면을 스스로 벗은 인간이다.”

사설의 공격적인 성향은 그 제목에서도 확연하게 드러납니다.

‘마지막 발작’, ‘머리카락 보일라 꼭꼭 숨어라’, ‘노무현이 끝이기를’, ‘반통일적 궤변’, ‘폭력 교육부’, ‘인민재판’, ‘대통령의 선거 발언, 이제 묵살하자,’처럼 제목부터 자극적이고 선동적입니다.

<인터뷰> 남재일 박사(한국언론재단연구위원): “한국 신문이 제목을 통해서 강하게 주관을 개입하는 전통은 좀 더 시야를 밖으로 돌려보면 한국언론이 정치에 개입하는 강도가 미국이나 영국이나 이런 해외신문들에 비해 강하기 때문에 비롯되는 현상이라고 볼 수 있죠.”

그러나 이런 사설은 비판 대상의 반발을 부르는 악순환에 빠지게 됩니다.

<녹취> 천호선(청와대 대변인): “차마 그 표현을 입으로 옮기는 것조차 어려운 일이다. 사냥개인가, 강아지 권력자라 했습니다. 심각한 언어 폭력이자 인권유린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이런 악순환은 사설의 설득 기능이 떨어지는 역효과로 이어집니다.

<인터뷰> 남영신(국어문화운동본부 회장): “자기편에 대해서는 대단히 만족감을 줄 수 있을 거예요. 희열감을 줄 수도 있고, 때려부수고 싶은데 부숴주니까 아주 즐거울 수 있을 거예요. 반면 그 신문사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에겐 적개심을 불러일으키죠.”

<질문 4> 마지막 발작이다, 사냥개다 굉장히 거친 표현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그런데 이런 사설을 보면, 아무래도 글을 쓴 사람의 개인적인 감정을 그대로 드러냈다, 이렇게 보이네요.

<답변 4>

네, 논리나 이성보다는 글쓴이의 감정이 앞선 그런 사설들이 최근 많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바로 수필 같은 사설이라 일컬어지는 그런 경우입니다.

지난해 신문 사설을 분석한 국어문화운동본부가 수필 같은 사설이라고 지적한 글들을 보시죠.

<녹취> “이처럼 위선적인 정권이 또 있을까? 그러고도 언론만 공격한다. 제 눈의 대들보는 못 보고 남의 눈의 티만 보는 정권이여!”

<녹취> “억울할 수는 있지만 후회는 없다. 이제 눈물을 씻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눈은 앞으로도 해마다 내릴 것이다.”

<녹취> “법과 원칙을 지켜달라는 말조차 서글프다. 우리는 이번에 보지 말아야 할 현대차 노사의 치부를 고스란히 목격했다. 현대차의 앞날이 정말 걱정스럽다.”

‘남의 눈의 티만 보는 정권이여’ 같은 감탄사나, ‘눈물을 씻고 일상으로’, ‘서글프다, 걱정스럽다’ 같은 문장으로 이성과 논리가 아닌 감성에 호소하고 있습니다.

<녹취> 전규찬9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사실의 전달과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쓰기 방식이 오히려 대중과 통하지 않더라, 오히려 그것보다는 자극적, 감성적인 수사가 훨씬 더 대중에게 소구할 수 있고, 대중의 욕구나 욕망을 긁어줄 수 있고, 그래서 자기 언어의 발언력을 높여주더라…”

일방적인 주장이나 추측을 내세워 사태를 단정짓는 사설도 문제입니다.

<녹취> “정부는 예나 지금이나 회사의 불법에는 관대하고 노조의 불법엔 엄격하다…노조의 요구에 경청할 만큼 어리석은 기업은 없기 때문이다.”

근거도 제시하지 않고, 정부가 노조의 불법에만 엄격하다고 단정짓고 기업은 노조의 요구를 경청하지 않는다는 일방적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녹취> “패자는 선거법 때문에 몸을 움직이지 못 할 뿐 마음은 당을 멀리 떠나 있을 것이다.”

이 사설에선 마치 독심술로 패자의 마음을 들여다보듯 추측으로 결론을 내리고 있습니다.

<인터뷰> 남영신(국어문화운동본부 회장): “사설은 그런 글이 아니죠. 공적인 글이기 때문에 대단히 논리적이고 적어도 그런 주장을 할 땐 반드시 타당한 근거를 제시해야죠. 학계에서 조사된 근거, 여론 조사, 합리적 근거를 제시해야죠.”

<인터뷰> 김종찬 전 논설위원: “이런 사설들 행태에 대해 비판하는 사람이 없다는 겁니다. 사설을 평가하는 장치가 많지 않습니다. 그리고 언론학자들은 이런 문제를 건들지 않습니다. 왜냐면 전면적 충돌이고 따지고 본다면 칼럼 자체도 실제로 성역화 되어있죠.”

<질문 5> 지금 보니까 소개하는 사설들을 보면서 논술 공부를 하면 좋은 성적을 받기는 않을 거 같은데요,

<답변 5>

네, 학교에서 교육적 가치가 있나 하는 우려와 비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NIE라고 하죠, 신문활용교육이라고 해서, 학교에서 신문 기사나 사설을 논술 교육 자료로 사용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사설을 읽지 말도록 권유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오히려 해가 된다는 말인데요.

<인터뷰> 남영신(국어문화운동본부 회장): “아이들에게 교육적 효과가 없겠구나, 오히려 아이들이 격한 표현을 즐겨 쓰겠죠. 이렇게 표현해도 되는구나. 그래서 언어환경을 오염시킬 수 있구요.”

<인터뷰> 최인영 교사(전국국어교사모임): “가장 큰 문제는 사설이란 것이 신문사의 입장을 대변할 수밖에 없다는 그 문제가 가장 큰 것 같습니다. 논설문을 쓴다는 건 자기 주장을 세우는 과정인데 그런 점에서 신문사의 입장을 대변할 수 밖에 없는 사설은 논설문 교재로는 적절하지 않다고 봅니다.”

<질문 6> 엄기자, 신문들이 이렇게 거칠게 반응할 수 밖에 없는 현실에도 문제가 있다는 말도 있는 거 같아요?

<답변 6>

네, 그런 주장도 있습니다. 특히 현실 정치에서 오가는 언어가 워낙 격렬해서 이렇게 거친 사설이 나온다, 특히 대통령과 권력자들의 거친 발언에 더 큰 원인이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일리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사설이 품격을 잃고, 거칠고 공격적으로 써도 된다, 이게 정당화될 수는 없다는 것도 분명한 사실인 것 같습니다.

엄경철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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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언어 폭력과 억지 판치는 사설
    • 입력 2008-02-03 08: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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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신문의 사설은 여론을 형성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논리적인 글 전개로 학생들의 논술 교재로까지 활용이 되고 있는데요. 그런데 최근 이 같은 신문의 사설이 비판이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엄경철 기자와 함께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질문 1> 엄기자, 아무래도 신문 사설의 핵심 덕목이라 하면, 합리적인 근거와 논리적인 글 전개 뭐 이런거 아니겠습니까. <답변 1> 네, 맞습니다. 그런데 최근 우리 신문의 사설을 보면 반대로 거칠고 공격적인, 감정적 사설이 두드러지게 눈에 많이 띄고 있습니다. <질문 2> 그래요, 예전에는 신문사설을 보면, 좀 품격있다 이런 느낌이 많았는데, 이젠 감정적이다 이런 느낌이 많이 드는 것 같아요. <답변 2> 네, 비판을 하더라고, 비판 대상에 대한 예의라고나 할까, 뭐 그런 게 있었는데 요즘 사설에는 거의 노골적으로 비난하듯이 쓰여지고 있습니다. 최근에도 한 사설이 발단이 돼, 싸움을 하듯이, 격렬한 논쟁과 비판이 이어졌는데요. 고려대 교우회와 관련된 사설입니다. 지난달 4일, 이명박 당선인이 이례적으로 사적 모임에 참석했습니다. 출신 학교인 고려대 교우회의 100주년 기념 행사였습니다. <녹취> 이명박 당선인: “고려대학이라는 이름으로 참 열심히 해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너무 열심히 하면 설치지 않을까 조심스럽기도 했을 겁니다.” 문제는 최근 출간된 ‘고려대 교우회 100년사’에서 언급한 당선인의 일대기였습니다. <녹취> “이명박은 어찌하여,어떻게, 얼마나 그토록 혹독하게 가난의 아픈 세월을 보냈는지… 하늘이 내린 시련은 가도 가도 끝이 없었다… 우리는 이명박에게 고대에서 무엇을 배웠냐고 물었다. 그는 첫 마디로 민족을 배웠다고 했다. 이어지는 다음 말, 자유. 정의. 진리의 고대정신을 배웠다고도 했다…고려대학교가 1세기 만에 길러낸 거대한 인간,CEO의 CEO 아닌가!” 한겨레는 즉각 ‘고대 교우회의 빗나간 동문 사랑’이라는 사설을 통해 고려대 교우회를 맹비난했습니다. <녹취> “교우회 100년사에 실린 명비어천가는 압권이었다. 치졸하기 짝이 없는 문장은 한오라기 지성의 흔적마저 지워 버렸다. 광신적 찬양과 선동이 넘치던 그 자리의 주인공은 이 당선이었다. 패밀리의 일원으로 그가 느낀 건 자부심일까 두려움일까” 고려대 교우회를 ‘서양 마피아에나 어울리는 패밀리 호칭’을 붙이면서 패거리 문화를 질타했습니다. 그러자 한국일보의 강병태 논설위원은 칼럼을 통해 한겨레를 더 원색적으로 비난했습니다. <녹취> “신문의 기본을 내팽개치고 짓밟은 난동, 난설이다…나는 원조 패밀리라는 TK 출신에 고려대를 나왔다…거대한 사회집단을 협소한 패밀리, 패거리 틀에 얽어 넣는 것은 도착이고 착란이다…수구 찌라시를 욕하다 선동 삐라로 전락하는 것은 보기 딱하다.” 사설과 칼럼을 통한 생산적 비판과 논쟁이 아닌 말싸움, 감정 싸움으로 번진 모습입니다. <질문 3> 엄기자, 앞에 소개한 사설을 보니까 굉장히 거친 말투 뭐 이런 것 때문에 문제가 되는 거군요. <답변 3> 네, 이게 사설 맞나, 사설을 이렇게 써도 되나 싶을 정도로 공격적이고 자극적인 어휘, 사설 또 어찌 보면 상스럽다고 할 정도의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특히 신문이 정치 권력과 대립, 충돌을 빚을 경우 자극적인 사설이 그대로 실리고 있습니다. 지난해 십이월 중순, 정부는 경찰청, 국방부 기자실 등을 잇따라 폐쇄했습니다. 그러자 조선일보는 곧바로 ‘언론을 향한 증오심의 마지막 발작’이라는 사설로 분노를 여과 없이 노출시켰습니다. <녹취> “이 정권 5년의 언론정책은 편집광적 증오와 편집광적 호의의 극단을 시계추처럼 오갔다…최고권력자의 중도를 모르는 집착은 광적 추종자들을 양산해냈다. 홍보처장과 양정철 청와대 홍보비서관을 위시한 사냥개 인간들이 그들이다.” 동아일보도 자극적인 단어를 쏟아냈습니다. <녹취> “한국의 민주언론사를 유린한 망나니로 기록될 양 비서관은 이 정권이 부르짖던 이른바 언론 개혁의 가면을 스스로 벗은 인간이다.” 사설의 공격적인 성향은 그 제목에서도 확연하게 드러납니다. ‘마지막 발작’, ‘머리카락 보일라 꼭꼭 숨어라’, ‘노무현이 끝이기를’, ‘반통일적 궤변’, ‘폭력 교육부’, ‘인민재판’, ‘대통령의 선거 발언, 이제 묵살하자,’처럼 제목부터 자극적이고 선동적입니다. <인터뷰> 남재일 박사(한국언론재단연구위원): “한국 신문이 제목을 통해서 강하게 주관을 개입하는 전통은 좀 더 시야를 밖으로 돌려보면 한국언론이 정치에 개입하는 강도가 미국이나 영국이나 이런 해외신문들에 비해 강하기 때문에 비롯되는 현상이라고 볼 수 있죠.” 그러나 이런 사설은 비판 대상의 반발을 부르는 악순환에 빠지게 됩니다. <녹취> 천호선(청와대 대변인): “차마 그 표현을 입으로 옮기는 것조차 어려운 일이다. 사냥개인가, 강아지 권력자라 했습니다. 심각한 언어 폭력이자 인권유린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이런 악순환은 사설의 설득 기능이 떨어지는 역효과로 이어집니다. <인터뷰> 남영신(국어문화운동본부 회장): “자기편에 대해서는 대단히 만족감을 줄 수 있을 거예요. 희열감을 줄 수도 있고, 때려부수고 싶은데 부숴주니까 아주 즐거울 수 있을 거예요. 반면 그 신문사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에겐 적개심을 불러일으키죠.” <질문 4> 마지막 발작이다, 사냥개다 굉장히 거친 표현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그런데 이런 사설을 보면, 아무래도 글을 쓴 사람의 개인적인 감정을 그대로 드러냈다, 이렇게 보이네요. <답변 4> 네, 논리나 이성보다는 글쓴이의 감정이 앞선 그런 사설들이 최근 많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바로 수필 같은 사설이라 일컬어지는 그런 경우입니다. 지난해 신문 사설을 분석한 국어문화운동본부가 수필 같은 사설이라고 지적한 글들을 보시죠. <녹취> “이처럼 위선적인 정권이 또 있을까? 그러고도 언론만 공격한다. 제 눈의 대들보는 못 보고 남의 눈의 티만 보는 정권이여!” <녹취> “억울할 수는 있지만 후회는 없다. 이제 눈물을 씻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눈은 앞으로도 해마다 내릴 것이다.” <녹취> “법과 원칙을 지켜달라는 말조차 서글프다. 우리는 이번에 보지 말아야 할 현대차 노사의 치부를 고스란히 목격했다. 현대차의 앞날이 정말 걱정스럽다.” ‘남의 눈의 티만 보는 정권이여’ 같은 감탄사나, ‘눈물을 씻고 일상으로’, ‘서글프다, 걱정스럽다’ 같은 문장으로 이성과 논리가 아닌 감성에 호소하고 있습니다. <녹취> 전규찬9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사실의 전달과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쓰기 방식이 오히려 대중과 통하지 않더라, 오히려 그것보다는 자극적, 감성적인 수사가 훨씬 더 대중에게 소구할 수 있고, 대중의 욕구나 욕망을 긁어줄 수 있고, 그래서 자기 언어의 발언력을 높여주더라…” 일방적인 주장이나 추측을 내세워 사태를 단정짓는 사설도 문제입니다. <녹취> “정부는 예나 지금이나 회사의 불법에는 관대하고 노조의 불법엔 엄격하다…노조의 요구에 경청할 만큼 어리석은 기업은 없기 때문이다.” 근거도 제시하지 않고, 정부가 노조의 불법에만 엄격하다고 단정짓고 기업은 노조의 요구를 경청하지 않는다는 일방적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녹취> “패자는 선거법 때문에 몸을 움직이지 못 할 뿐 마음은 당을 멀리 떠나 있을 것이다.” 이 사설에선 마치 독심술로 패자의 마음을 들여다보듯 추측으로 결론을 내리고 있습니다. <인터뷰> 남영신(국어문화운동본부 회장): “사설은 그런 글이 아니죠. 공적인 글이기 때문에 대단히 논리적이고 적어도 그런 주장을 할 땐 반드시 타당한 근거를 제시해야죠. 학계에서 조사된 근거, 여론 조사, 합리적 근거를 제시해야죠.” <인터뷰> 김종찬 전 논설위원: “이런 사설들 행태에 대해 비판하는 사람이 없다는 겁니다. 사설을 평가하는 장치가 많지 않습니다. 그리고 언론학자들은 이런 문제를 건들지 않습니다. 왜냐면 전면적 충돌이고 따지고 본다면 칼럼 자체도 실제로 성역화 되어있죠.” <질문 5> 지금 보니까 소개하는 사설들을 보면서 논술 공부를 하면 좋은 성적을 받기는 않을 거 같은데요, <답변 5> 네, 학교에서 교육적 가치가 있나 하는 우려와 비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NIE라고 하죠, 신문활용교육이라고 해서, 학교에서 신문 기사나 사설을 논술 교육 자료로 사용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사설을 읽지 말도록 권유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오히려 해가 된다는 말인데요. <인터뷰> 남영신(국어문화운동본부 회장): “아이들에게 교육적 효과가 없겠구나, 오히려 아이들이 격한 표현을 즐겨 쓰겠죠. 이렇게 표현해도 되는구나. 그래서 언어환경을 오염시킬 수 있구요.” <인터뷰> 최인영 교사(전국국어교사모임): “가장 큰 문제는 사설이란 것이 신문사의 입장을 대변할 수밖에 없다는 그 문제가 가장 큰 것 같습니다. 논설문을 쓴다는 건 자기 주장을 세우는 과정인데 그런 점에서 신문사의 입장을 대변할 수 밖에 없는 사설은 논설문 교재로는 적절하지 않다고 봅니다.” <질문 6> 엄기자, 신문들이 이렇게 거칠게 반응할 수 밖에 없는 현실에도 문제가 있다는 말도 있는 거 같아요? <답변 6> 네, 그런 주장도 있습니다. 특히 현실 정치에서 오가는 언어가 워낙 격렬해서 이렇게 거친 사설이 나온다, 특히 대통령과 권력자들의 거친 발언에 더 큰 원인이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일리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사설이 품격을 잃고, 거칠고 공격적으로 써도 된다, 이게 정당화될 수는 없다는 것도 분명한 사실인 것 같습니다. 엄경철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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