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대통령 직속 옳은가?

입력 2008.02.03 (08:46) 수정 2008.02.03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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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최근 방송통신위원회를 대통령 직속기구로 설치하는 문제를 두고방송계의 논란이 뜨겁습니다.
방송통신위원회를 둘러싼 논쟁, 이진성 기자와 함께 알아봅니다.

<질문 1> 이기자, 방송통신위원회라면, 지금의 정보통신부 그리고 방송위원회를 합치자는거 아닙니까? 왜 이런 안이 나온 거죠?

<답변 1>

방송과 통신을 둘러싼 환경이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이전에는 방송 영역과 통신 영역이 분리돼 있었지만 지금은 하나로 묶이고 있습니다.

인터넷이 통신인지 방송인지, 휴대전화가 통신기구인지 방송매체인지 불분명한 거죠.

이 때문에 방송과 통신을 하나로 관리할 필요가 있어서 방송통신위원회 신설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그 구성 방식입니다.

50여 개 언론 시민 단체들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한나라당이 추진하는 방송통신위원회법이 방송의 독립성을 크게 위협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녹취> “출범과 함께 당면한 과제로 방송통신위원회의 독립과 함께 투쟁에 즉각 나설 것이다.”

한나라당은 지난달 방송통신위 설립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습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방송과 통신 정책의 수립과 감독은 물론 공영방송의 이사진 추천까지 맡게 한다는 내용입니다.

문제는 이처럼 막강한 권한을 가진 방통위를 독립기구가 아니라 대통령 산하에 두기로 한 조항입니다.

<인터뷰> 정병국(한나라당 의원): “지난번 방송위원회가 독립된 기관으로 있었지만 실질적으로는 이쪽기관 저쪽기관에 치어서 독립성을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다른 부처 다른 기관의 어떤 간섭 이런 부분으로부터 독립시키기 위해서 고육지책으로 헌법체계상 대통령 직속기구로 만든 겁니다.”

이에 대해 방송의 독립성이 침해된다는 반발이 일고 있습니다.

<인터뷰> 최우정 교수: “현행 무소속 독립위원이라는 방송위원회 자체를 정보통신위원회와 합치면서 대통령 소속하에 두고 있습니다. 결국 대통령의 의사에 따라서 방송, 통신, 전파에 관한 모든 정책들이 결정될 수 있다는 겁니다.”

구성 방식도 논란입니다.

한나라당은 상임위원 5명 가운데 둘은 대통령이 직접 임명하고 나머지 셋은 국회가 추천하도록 했습니다.

이럴 경우 3명 이상이 여당 인사로 구성될 수밖에 없습니다.

방송에 대해 여당의 영향력이 커지는 셈입니다.

<인터뷰> 최우정 교수: “5명의 위원 중에서 다수결원칙에 의한다하더라도 항상 3대2가 된다는 거죠. 그러면 기본적으로 다수결 원칙의 전제 조건 중 하나인 다수와 소수의 변경 가능성이란 그런 전제조건이 지켜질 수 없다는 겁니다.”

한나라당은 미국의 연방통신위원회, 즉 FCC의 구성과 운영을 모델로 삼았다고 밝혔습니다.

<인터뷰> 박형준 인수위원: “미국에서도 FCC는 대통령 직속으로 되어있습니다. 그리고 방송통신위가 대통령 직속으로 된다고 해서 대통령이 어떤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그런 조직은 아닙니다.”

하지만 미국의 FCC는 헌법에 근거해 행정부로부터 완전히 독립된 기구로 존재합니다.

또 위원 5명은 대통령이 임명하고 상원이 인준하되, 특정 정당 소속이 3명을 넘지 못하도록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질문 2> 그런데 이 기자, 재작년인가요, 지금 정부에서도 방송통신위원회 법안이 제정되지 않았습니까? 이번에 제출된 방송통신위원회 법안과 이전에 제출된 법안과 어떤 차이가 있나요?

<답변 2>

네, 1년여의 시차를 두고 나온 두 법안은 소속이나 위원 수, 위원의 신분 등 주요 사안에서 흡사합니다.

화면 한번 보실까요?

왼쪽이 지난 2006년 12월 나온 참여정부안, 오른쪽이 지난달 21일 발표된 한나라당 안인데요.

방통위는 둘 다 대통령 소속이고 위원장의 임명도 대통령이 합니다.

위원 수도 5명으로 같은데, 다만 참여정부안이 위원 5명 모두를 대통령이 추천하는 반면 한나라당 안은 대통령이 2명을 국회가 3명을 추천하도록 한다는 점이 다릅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여당이 운영의 주도권을 쥘 수 있다는 점에서 본질적인 차이는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정치권은 처한 상황이 바뀌자 찬성과 반대 입장이 서로 엇갈리면서 말을 바꾸고 있습니다.

2년 전 참여정부가 방통위 안을 입법 예고했을 때 한나라당은 방송의 독립성을 뒤흔든다고 강하게 비난했습니다.

<녹취> 이재웅(한나라당 방통융합위 위원장): “정책의 효율성도 놓치게 되고, 그 다음에 또 위원회의 방송에 관한 독립성이나 공정성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는, 그런 조직 체계의 안이 되고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지난달 21일, 한나라당이 방통위 설립법안을 제출하자 이번엔 통합신당 쪽에서 불만을 쏟아냈습니다.

<녹취> 김효석 원내대표 연설: “방송통신위원회의 대통령 직속 기관화에 대해서도 재검토되어야 합니다. 정부조직 전체를 뒤흔드는 문제를 국회에 던져놓고 단 며칠 만에 손도 대지 말고 통과시켜 달라고 하는 것은 국회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질문 3> 그러니까 비슷한 법안을 추진했던 사람은이제 반대를 하고 예전에 반대를 했던 사람은 비슷한 법안을 이제 와서 추진하고, 뭐 이렇게 되는 거죠. 그렇다면 언론의 보도태도는 어떻습니까?

<답변 3>

일부 신문 역시 입장이 바뀌었습니다. 반대하던 신문이 찬성으로 논조를 바꿨습니다.

이번 한나라당의 방통위 안을 가장 호의적인 논조로 전한 신문은 중앙일보입니다.

중앙일보는 방통위가 대통령 직속 기구로 신설되지만 정치적 독립성은 훼손하지 않을 것이라는 인수위 주장을 잇따라 전했습니다.

<녹취> “박형준 인수위 기획조정분과위원은 방통위는 합의제로 운영되므로 대통령 직속이라고 해서 대통령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조직이 아니다고 말했다.”

조선과 동아는 인수위 주장을 단순 전달하거나 방통위 독립성 논란을 정치권 공방 수준으로 다루는데 그쳤습니다

신문들의 이런 보도 태도는 지난 2006년 말, 참여정부가 방통위 설립법안을 내놓았을 때와는 사뭇 대조적입니다.

당시, 이들 신문들은 참여 정부가 방통위를 통해 방송을 장악하려 한다면서 호되게 비판했습니다.

<녹취> “이 정권이 미디어융합시대에 맞춘 방송통신 산업정책 수립, 방송과 각종 뉴미디어에 대한 인·허가와 공정성 감시·규제, 공영방송 사장·이사진 선임 권한까지 갖는 방송통신위를 어떻게든 손에 틀어쥐겠다는 의도는 무엇일까. 미친 듯이 날뛰던 광란의 탄핵방송 시절을 떠올리면 절로 답이 나온다.”

집권당이 누구냐에 따라서 방통위에 대한 신문들의 입장이 달라진 셈입니다.

일부 신문은 특히 이번 방통위를 통해 신문방송의 겸영 허용을 강하게 희망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문효선 위원장: “신문방송겸영을 통해서 미디어 시장의 여론독과점을 추구하면서 미디어 시장 전반을 장악하겠다. 그래서 시장자유, 규제완화를 적극 옹호하고 그들의 이익에 따라서 그들의 보도 태도가 바뀌는 것은 언론으로서 중립성의 의무, 객관성의 의무를 현저히 위반한 게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듭니다.”

비슷한 법안을 두고서도 1년 사이에 입장이 달라지는 신문들, 하지만 왜 입장이 바뀌었는지는 아무런 설명이 없습니다.

정치권이나 신문 모두 겉으로는 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말하면서도 속내로는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미디어 포커스 오늘 순서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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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송’, 대통령 직속 옳은가?
    • 입력 2008-02-03 08:13:51
    • 수정2008-02-03 09: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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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최근 방송통신위원회를 대통령 직속기구로 설치하는 문제를 두고방송계의 논란이 뜨겁습니다. 방송통신위원회를 둘러싼 논쟁, 이진성 기자와 함께 알아봅니다. <질문 1> 이기자, 방송통신위원회라면, 지금의 정보통신부 그리고 방송위원회를 합치자는거 아닙니까? 왜 이런 안이 나온 거죠? <답변 1> 방송과 통신을 둘러싼 환경이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이전에는 방송 영역과 통신 영역이 분리돼 있었지만 지금은 하나로 묶이고 있습니다. 인터넷이 통신인지 방송인지, 휴대전화가 통신기구인지 방송매체인지 불분명한 거죠. 이 때문에 방송과 통신을 하나로 관리할 필요가 있어서 방송통신위원회 신설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그 구성 방식입니다. 50여 개 언론 시민 단체들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한나라당이 추진하는 방송통신위원회법이 방송의 독립성을 크게 위협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녹취> “출범과 함께 당면한 과제로 방송통신위원회의 독립과 함께 투쟁에 즉각 나설 것이다.” 한나라당은 지난달 방송통신위 설립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습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방송과 통신 정책의 수립과 감독은 물론 공영방송의 이사진 추천까지 맡게 한다는 내용입니다. 문제는 이처럼 막강한 권한을 가진 방통위를 독립기구가 아니라 대통령 산하에 두기로 한 조항입니다. <인터뷰> 정병국(한나라당 의원): “지난번 방송위원회가 독립된 기관으로 있었지만 실질적으로는 이쪽기관 저쪽기관에 치어서 독립성을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다른 부처 다른 기관의 어떤 간섭 이런 부분으로부터 독립시키기 위해서 고육지책으로 헌법체계상 대통령 직속기구로 만든 겁니다.” 이에 대해 방송의 독립성이 침해된다는 반발이 일고 있습니다. <인터뷰> 최우정 교수: “현행 무소속 독립위원이라는 방송위원회 자체를 정보통신위원회와 합치면서 대통령 소속하에 두고 있습니다. 결국 대통령의 의사에 따라서 방송, 통신, 전파에 관한 모든 정책들이 결정될 수 있다는 겁니다.” 구성 방식도 논란입니다. 한나라당은 상임위원 5명 가운데 둘은 대통령이 직접 임명하고 나머지 셋은 국회가 추천하도록 했습니다. 이럴 경우 3명 이상이 여당 인사로 구성될 수밖에 없습니다. 방송에 대해 여당의 영향력이 커지는 셈입니다. <인터뷰> 최우정 교수: “5명의 위원 중에서 다수결원칙에 의한다하더라도 항상 3대2가 된다는 거죠. 그러면 기본적으로 다수결 원칙의 전제 조건 중 하나인 다수와 소수의 변경 가능성이란 그런 전제조건이 지켜질 수 없다는 겁니다.” 한나라당은 미국의 연방통신위원회, 즉 FCC의 구성과 운영을 모델로 삼았다고 밝혔습니다. <인터뷰> 박형준 인수위원: “미국에서도 FCC는 대통령 직속으로 되어있습니다. 그리고 방송통신위가 대통령 직속으로 된다고 해서 대통령이 어떤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그런 조직은 아닙니다.” 하지만 미국의 FCC는 헌법에 근거해 행정부로부터 완전히 독립된 기구로 존재합니다. 또 위원 5명은 대통령이 임명하고 상원이 인준하되, 특정 정당 소속이 3명을 넘지 못하도록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질문 2> 그런데 이 기자, 재작년인가요, 지금 정부에서도 방송통신위원회 법안이 제정되지 않았습니까? 이번에 제출된 방송통신위원회 법안과 이전에 제출된 법안과 어떤 차이가 있나요? <답변 2> 네, 1년여의 시차를 두고 나온 두 법안은 소속이나 위원 수, 위원의 신분 등 주요 사안에서 흡사합니다. 화면 한번 보실까요? 왼쪽이 지난 2006년 12월 나온 참여정부안, 오른쪽이 지난달 21일 발표된 한나라당 안인데요. 방통위는 둘 다 대통령 소속이고 위원장의 임명도 대통령이 합니다. 위원 수도 5명으로 같은데, 다만 참여정부안이 위원 5명 모두를 대통령이 추천하는 반면 한나라당 안은 대통령이 2명을 국회가 3명을 추천하도록 한다는 점이 다릅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여당이 운영의 주도권을 쥘 수 있다는 점에서 본질적인 차이는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정치권은 처한 상황이 바뀌자 찬성과 반대 입장이 서로 엇갈리면서 말을 바꾸고 있습니다. 2년 전 참여정부가 방통위 안을 입법 예고했을 때 한나라당은 방송의 독립성을 뒤흔든다고 강하게 비난했습니다. <녹취> 이재웅(한나라당 방통융합위 위원장): “정책의 효율성도 놓치게 되고, 그 다음에 또 위원회의 방송에 관한 독립성이나 공정성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는, 그런 조직 체계의 안이 되고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지난달 21일, 한나라당이 방통위 설립법안을 제출하자 이번엔 통합신당 쪽에서 불만을 쏟아냈습니다. <녹취> 김효석 원내대표 연설: “방송통신위원회의 대통령 직속 기관화에 대해서도 재검토되어야 합니다. 정부조직 전체를 뒤흔드는 문제를 국회에 던져놓고 단 며칠 만에 손도 대지 말고 통과시켜 달라고 하는 것은 국회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질문 3> 그러니까 비슷한 법안을 추진했던 사람은이제 반대를 하고 예전에 반대를 했던 사람은 비슷한 법안을 이제 와서 추진하고, 뭐 이렇게 되는 거죠. 그렇다면 언론의 보도태도는 어떻습니까? <답변 3> 일부 신문 역시 입장이 바뀌었습니다. 반대하던 신문이 찬성으로 논조를 바꿨습니다. 이번 한나라당의 방통위 안을 가장 호의적인 논조로 전한 신문은 중앙일보입니다. 중앙일보는 방통위가 대통령 직속 기구로 신설되지만 정치적 독립성은 훼손하지 않을 것이라는 인수위 주장을 잇따라 전했습니다. <녹취> “박형준 인수위 기획조정분과위원은 방통위는 합의제로 운영되므로 대통령 직속이라고 해서 대통령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조직이 아니다고 말했다.” 조선과 동아는 인수위 주장을 단순 전달하거나 방통위 독립성 논란을 정치권 공방 수준으로 다루는데 그쳤습니다 신문들의 이런 보도 태도는 지난 2006년 말, 참여정부가 방통위 설립법안을 내놓았을 때와는 사뭇 대조적입니다. 당시, 이들 신문들은 참여 정부가 방통위를 통해 방송을 장악하려 한다면서 호되게 비판했습니다. <녹취> “이 정권이 미디어융합시대에 맞춘 방송통신 산업정책 수립, 방송과 각종 뉴미디어에 대한 인·허가와 공정성 감시·규제, 공영방송 사장·이사진 선임 권한까지 갖는 방송통신위를 어떻게든 손에 틀어쥐겠다는 의도는 무엇일까. 미친 듯이 날뛰던 광란의 탄핵방송 시절을 떠올리면 절로 답이 나온다.” 집권당이 누구냐에 따라서 방통위에 대한 신문들의 입장이 달라진 셈입니다. 일부 신문은 특히 이번 방통위를 통해 신문방송의 겸영 허용을 강하게 희망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문효선 위원장: “신문방송겸영을 통해서 미디어 시장의 여론독과점을 추구하면서 미디어 시장 전반을 장악하겠다. 그래서 시장자유, 규제완화를 적극 옹호하고 그들의 이익에 따라서 그들의 보도 태도가 바뀌는 것은 언론으로서 중립성의 의무, 객관성의 의무를 현저히 위반한 게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듭니다.” 비슷한 법안을 두고서도 1년 사이에 입장이 달라지는 신문들, 하지만 왜 입장이 바뀌었는지는 아무런 설명이 없습니다. 정치권이나 신문 모두 겉으로는 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말하면서도 속내로는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미디어 포커스 오늘 순서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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