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숭례문 화재 속수무책

입력 2008.02.11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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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국보1호 숭례문이 어젯밤 시작된 불길을 막지 못해 오늘 새벽 무너져 내렸습니다.

소방당국의 미흡한 초기 대처와 관련당국간의 책임 떠넘기기가 화를 키웠다는 비난이 일고 있습니다.

현장에 나가있는 사회팀 공아영 기자 연결합니다.

공 기자!

현재 상황 먼저 살펴볼까요?

가림막 보강공사가 진행중이라고요?

<리포트>

네, 현재 숭례문 주변에선 높이 16미터의 가림막을 바깥쪽으로 넓히는 보강공사가 한창 진행중입니다.

숭례문 복원을 위한 기초공사를 위해 자재를 쌓아놓을 공간을 확보하기 위한 것입니다.

밤이 깊은 지금도 처참하게 변해버린 숭례문을 보기 위해 나온 시민들의 모습이 간간히 눈에 띕니다.

숭례문 정문 앞에는 시민들이 갖다놓은 국화꽃이 놓여있어 이곳을 찾은 사람들이 마음을 숙연하게 하고 있습니다.

<질문 2> 그런데, 소방관들이 불이 나자마자 현장에 도착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데, 초기진화에 실패한 이유가 대체 뭡니까?

<답변 2>

먼저 초기 판단 착오가 큰 원인입니다.

불이 나고 40분 뒤 쯤 소방당국은 불길이 모두 잡혔다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다 꺼진 줄 알았던 불길은 다시 살아났고, 그 뒤로 4시간 반동안 숭례문 1, 2층을 완전히 태워버렸습니다.

전통 건축물의 경우 기와 밑에 흙과 석고로 된 층이 있고 그 밑에 나무로 된 보강재가 있습니다.

바로 이 보강재에 불이 붙고 있었기 때문에 바깥에서 아무리 물을 쏟아부어도 소용이 없었던 겁니다.

뒤늦게 안으로 들어가 불을 끄려 했지만 연기 때문에 발화지점조차 못 찾았습니다.

3시간이 지나서야 기와를 뜯어내고 불을 끄려 했지만 이미 불가능했습니다.

게다가 소방당국은 중요 소방시설인 숭례문의 도면조차 갖고 있지 않았습니다.

<질문 3>화재 진압 책임을 놓고도 소방당국과 문화재청이 엇갈린 주장을 펴고 있죠?

<답변 3>

네, 서로 책임떠넘기기에 급급하다는 비난이 일고 있는데요.

우선 소방방재청의 주장은 불이 난 지 10분 뒤에 문화재청에 화재 사실을 통보했다는 겁니다.

그러나 문화재 청 얘기는 다릅니다. 최초로 방재청으로부터 전화를 받은 것은 한참 뒤였고 화재 통보는 더 늦게 받았다는 것입니다.

소방방재청은 또 화재 30분 쯤 뒤에 숭례문의 진화 방법을 놓고 문화재청과 논의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서울소방 본부장이 문화재 청 관계자와 통화를 해 진화과정에서 있을 문화재 훼손과 관련해 일부를 부숴도 좋다는 협조를 얻었다는 건데요.

그러나 문화재청은 소방당국과 협의 자체가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질문 4> 그런데, 숭례문에 설치된 적외선 감지 경보장치가 불이 나기 전후 네 차례에 걸쳐 울린 것으로 확인됐다고요?

<답변 4>

네, 그렇습니다.

불이 나기 직전 두 차례에 걸쳐 숭례문 2층 누각 기둥에 설치된 적외선 감지장치의 경보가 울렸습니다.

뭔가 움직임이 포착된 것입니다.

또 불이 난 직후 역시 같은 감지장치의 경보가 울렸고 이어 지상에 설치된 장치에서도 움직임이 감지됐습니다.

감지장치의 높이는 1.5미터로 사람이 침입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그러나 모두 4곳에 설치된 무인감시 카메라에 침입자의 흔적은 포착되지 않았습니다.

무인감시 카메라는 숭례문의 앞뒤 출입구 쪽만 비춰 성벽 옆은 사실상 사각지대입니다.

하지만 이 카메라조차 열흘 전 경비업체가 바뀌면서 설치한 것입니다.

게다가 그동안 외부인의 무단 침입으로 경비업체의 출동 횟수가 적지 않았는데도 야간 경비는 두지 않았습니다.

<질문 5> 빈약한 방화 시설도 화를 키웠죠?

<답변 5>

네, 방화시설이라고는 소화기 10대와 상수도 소화전 뿐이었습니다.

화재 감지기도, 스프링클러도 없었습니다.

현행 문화재보호법상 문화재 원형 유지 원칙 때문에 전기로 작동되는 경보 시설 등은 문화재 훼손을 우려해 설치하기가 사실상 어렵고 설치여부에 대한 세부적인 규정도 없습니다.

지난 2005년 낙산사 화재 이후 문화재청은 해인사와 낙산사 등 국보급 사찰 네 곳에 수막 설비와 경보 장치 등 첨단 방재시스템을 설치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숭례문은 도심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방재순위에서는 48위로 한참 뒤로 밀려나 있습니다.

여기에 단청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며 방염제를 기둥과 바닥에만 바른 것도 화를 키웠습니다.

지금까지 숭례문 화재현장에서 KBS 뉴스 공아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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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현장] 숭례문 화재 속수무책
    • 입력 2008-02-11 22:5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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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국보1호 숭례문이 어젯밤 시작된 불길을 막지 못해 오늘 새벽 무너져 내렸습니다. 소방당국의 미흡한 초기 대처와 관련당국간의 책임 떠넘기기가 화를 키웠다는 비난이 일고 있습니다. 현장에 나가있는 사회팀 공아영 기자 연결합니다. 공 기자! 현재 상황 먼저 살펴볼까요? 가림막 보강공사가 진행중이라고요? <리포트> 네, 현재 숭례문 주변에선 높이 16미터의 가림막을 바깥쪽으로 넓히는 보강공사가 한창 진행중입니다. 숭례문 복원을 위한 기초공사를 위해 자재를 쌓아놓을 공간을 확보하기 위한 것입니다. 밤이 깊은 지금도 처참하게 변해버린 숭례문을 보기 위해 나온 시민들의 모습이 간간히 눈에 띕니다. 숭례문 정문 앞에는 시민들이 갖다놓은 국화꽃이 놓여있어 이곳을 찾은 사람들이 마음을 숙연하게 하고 있습니다. <질문 2> 그런데, 소방관들이 불이 나자마자 현장에 도착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데, 초기진화에 실패한 이유가 대체 뭡니까? <답변 2> 먼저 초기 판단 착오가 큰 원인입니다. 불이 나고 40분 뒤 쯤 소방당국은 불길이 모두 잡혔다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다 꺼진 줄 알았던 불길은 다시 살아났고, 그 뒤로 4시간 반동안 숭례문 1, 2층을 완전히 태워버렸습니다. 전통 건축물의 경우 기와 밑에 흙과 석고로 된 층이 있고 그 밑에 나무로 된 보강재가 있습니다. 바로 이 보강재에 불이 붙고 있었기 때문에 바깥에서 아무리 물을 쏟아부어도 소용이 없었던 겁니다. 뒤늦게 안으로 들어가 불을 끄려 했지만 연기 때문에 발화지점조차 못 찾았습니다. 3시간이 지나서야 기와를 뜯어내고 불을 끄려 했지만 이미 불가능했습니다. 게다가 소방당국은 중요 소방시설인 숭례문의 도면조차 갖고 있지 않았습니다. <질문 3>화재 진압 책임을 놓고도 소방당국과 문화재청이 엇갈린 주장을 펴고 있죠? <답변 3> 네, 서로 책임떠넘기기에 급급하다는 비난이 일고 있는데요. 우선 소방방재청의 주장은 불이 난 지 10분 뒤에 문화재청에 화재 사실을 통보했다는 겁니다. 그러나 문화재 청 얘기는 다릅니다. 최초로 방재청으로부터 전화를 받은 것은 한참 뒤였고 화재 통보는 더 늦게 받았다는 것입니다. 소방방재청은 또 화재 30분 쯤 뒤에 숭례문의 진화 방법을 놓고 문화재청과 논의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서울소방 본부장이 문화재 청 관계자와 통화를 해 진화과정에서 있을 문화재 훼손과 관련해 일부를 부숴도 좋다는 협조를 얻었다는 건데요. 그러나 문화재청은 소방당국과 협의 자체가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질문 4> 그런데, 숭례문에 설치된 적외선 감지 경보장치가 불이 나기 전후 네 차례에 걸쳐 울린 것으로 확인됐다고요? <답변 4> 네, 그렇습니다. 불이 나기 직전 두 차례에 걸쳐 숭례문 2층 누각 기둥에 설치된 적외선 감지장치의 경보가 울렸습니다. 뭔가 움직임이 포착된 것입니다. 또 불이 난 직후 역시 같은 감지장치의 경보가 울렸고 이어 지상에 설치된 장치에서도 움직임이 감지됐습니다. 감지장치의 높이는 1.5미터로 사람이 침입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그러나 모두 4곳에 설치된 무인감시 카메라에 침입자의 흔적은 포착되지 않았습니다. 무인감시 카메라는 숭례문의 앞뒤 출입구 쪽만 비춰 성벽 옆은 사실상 사각지대입니다. 하지만 이 카메라조차 열흘 전 경비업체가 바뀌면서 설치한 것입니다. 게다가 그동안 외부인의 무단 침입으로 경비업체의 출동 횟수가 적지 않았는데도 야간 경비는 두지 않았습니다. <질문 5> 빈약한 방화 시설도 화를 키웠죠? <답변 5> 네, 방화시설이라고는 소화기 10대와 상수도 소화전 뿐이었습니다. 화재 감지기도, 스프링클러도 없었습니다. 현행 문화재보호법상 문화재 원형 유지 원칙 때문에 전기로 작동되는 경보 시설 등은 문화재 훼손을 우려해 설치하기가 사실상 어렵고 설치여부에 대한 세부적인 규정도 없습니다. 지난 2005년 낙산사 화재 이후 문화재청은 해인사와 낙산사 등 국보급 사찰 네 곳에 수막 설비와 경보 장치 등 첨단 방재시스템을 설치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숭례문은 도심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방재순위에서는 48위로 한참 뒤로 밀려나 있습니다. 여기에 단청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며 방염제를 기둥과 바닥에만 바른 것도 화를 키웠습니다. 지금까지 숭례문 화재현장에서 KBS 뉴스 공아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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