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혼자사는 할머니만 노린 연쇄 강도 ‘공포’

입력 2008.02.22 (09:20) 수정 2008.02.22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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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제주도에서 최근 할머니들만을 노린 강도사건이 지난 20여 일간 다섯 건이나 발생했습니다.

정지주 기자, 그런데 경찰이 쫓던 유력한 용의자가 숨진 채 발견됐다구요?

<리포트>

네, 경찰의 추적을 비웃기라도 하듯 평화롭던 농촌마을을 순식간에 공포에 빠뜨렸는데요, 5건의 사건 모두 마을과 마을 사이 거리가 최대 10킬로미터 도 채 안 되는 곳에서 일어났습니다.

경찰이 용의자를 공개수배 한 뒤에도 강도 사건이 연이어 터졌는데요, 피해자들이 모두 사실상 저항력이 없는 할머니들이었기 때문입니다.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의 한 작은 마을입니다. 얼마 전 혼자 사는 69살 차 모 할머니 집에 강도가 들었습니다.

이때가 새벽 3시쯤이었는데요, 강도는 창문을 부수고 들어와 다짜고짜 차 씨를 폭행하면서 가진 돈을 내놓으라고 위협했습니다.

<인터뷰>차 씨의 조카 : “마스크 쓰고, 장갑 끼고, 모자를 써버리니까 눈만 보이고... 돈만 내놔라 하니까 처음에는 돈이 없다고 한 모양입니다. 그러니까 막 몸을 발로 차버리고...”

강도는 차 씨를 묶은 다음 집안을 뒤져 현금 6만원을 빼앗았습니다. 그리고는 느긋하게 부엌에 있는 술까지 가져다 마셨다고 하는데요, 불안에 떠는 차 씨에게 신고하면 보복 하겠다며 협박을 했다고 합니다.

<인터뷰>차 씨의 친척 : “(강도가) 지금 신고를 하면 사람을 죽인 것도 아니고, 절도밖에 아니니까 언젠가는 할머니하고 나하고 마주친다, 그때 오면 내가 보복할 테니까 할머니 알아서 하시오 하면서...”

그런데 차 씨 할머니가 강도를 당하기 전, 이미 인근마을에서는 비슷한 강도사건이 3건이나 있었습니다.

지난 달 28일 밤에는 71살 오 모씨 집에서... 일주일 후인 이달 4일 새벽에는 옆 동네 한 할머니가 강도피해를 입었는데요, 지난 10일에는 다시 양 모씨 집에서, 사흘 후에는 또 차모 할머니까지... 보름동안 10킬로미터도 채 안 떨어진 마을에서 4건 이나 연쇄 강도 사건이 발생한 겁니다.

<인터뷰>마을주민 : “우리 안덕면 역사 이래 금년 2008년도에 처음으로 일어난 사건이어서 경악을 금치 못하고, 하루 속히 범인을 빨리 검거해서...”

<인터뷰>마을주민 : “솔직히 살 떨릴 정도로 무섭죠. 만약에 어느 순간에 갑자기 (강도가) 들어와 버리면 여자끼리만 있어도 무섭잖아요. 어떻게 하지 못하니까.”

취재진은 피해를 입은 한 할머니 댁을 찾아가 봤는데요. 며느리와 시어머니, 친정어머니가 함께 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세 분 모두 취재진조차 믿지 못하겠다며 불안해했습니다.

<인터뷰>양 씨의 시어머니 : “지금 이런 일을 닥쳐놓고 보니까 누굴 봐도 우리가 마음을 놓을 수 없습니다. 이해해 주십시오.”

양씨네 가족은 강도의 모습이나 말투가 전혀 낯설었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이상하게도 강도가 양씨네 집안 사정을 훤히 알고 있는 느낌을 받았다고 합니다.

<인터뷰> 양 씨의 시어머니 : “(며느리가) 여기서 시끄럽게 하면 바깥 집 할머니 할아버지가 나와서 알게 될 테니까 제발 나가달라고 사정을 했대요, 사정을 하니깐 (강도가) ‘바깥 집엔 할머니밖에 안 사는데?’ 그러더래요.”

그런데, 강도는 이미 범행을 통해 빼앗은 현금카드로 돈을 인출하다 현금지급기 카메라에 얼굴이 찍힌 상태였습니다. 경찰은 이를 토대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러는 사이 인근 마을양씨와 차 씨까지 강도피해를 입었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경찰은 지난 14일 공개수사를 결정하고, 강도 용의자의 사진을 넣은 전단지를 배포 했습니다. 마을 주민들도 청년회를 중심으로 자체 방범 활동에 나섰습니다.

<인터뷰>마을청년회 : “혼자사시는 할머니 분들 집에 문단속 같은 거 잘 돼 있나 확인하고 있습니다. 여기는 폐허거든요. 이런 곳에 (강도가) 은신할 수도 있으니까 수색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공개수사에도 불구하고, 지난 18일, 안덕면과 인접한 서귀포시 색달동에서 동일범으로 추정되는 강도사건이 또 일어났습니다. 이번에도 혼자 사는 할머니가 표적이었습니다.

<인터뷰>이웃주민 : “여기서 넘어졌어요. 여기에 막대기 짚고 있었는데, 넘어지고, 도둑놈 왔다, 도둑놈 왔다 하면서 경찰서에 연락해 달라 이런 말만 하더라고.”

옆집 할아버지는 평소 거동도 불편한 현씨 할머니가 심한 폭행을 당한 채로 보조기구에 몸을 의지하며 자신을 찾아왔다고 말했습니다.

<인터뷰>이웃주민 : “여기가 이만큼 붓고, 손도 묶여 있더라고요. 납작한 줄 있잖아요. 이렇게 묶여 있더라고. 발도 묶고, 여기도 퉁퉁 붓고... 놀랐어요. 저는. 할머니가 새까매요.”

그때가 저녁 6시 반쯤이었다고 하는데요, 동네 집집마다 불이 훤히 켜져 있을 시간이었는데도 강도는 어떻게 알았는지 이번에도 혼자 사는 현 씨 할머니 집에 들어가 현 씨를 때리고 현금 30만원을 빼앗아 달아났습니다.

<인터뷰>이웃주민 : “돈 달라고 때린 모양이야. 발로 차고 하니까 (할머니가) 앞주머니에 있던 30만원을 (주니까) 돈 가져가라고 하면서 살려달라고 빈 모양이에요.”

이렇게 경찰의 추적을 따돌린 연쇄강도사건은 18일 색달동사건까지 20여일 만에 5건으로 늘었습니다.

그러던 중 그제였죠, 지난 20일 서귀포시 남원읍의 한 과수원 창고에서 한 남자가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는데요, 바로 경찰이 유력한 용의자로 쫓고 있던 53살 김 모 씨였습니다.

<인터뷰>과수원 주인 : “과수원 창고에 밀감상자 정리하다가 어제(19일) 오후 4시까지 작업하다가 내려오고 오늘 아침에는 늦게 간다는 게 11시 좀 지나서 밭에 갔는데... (창고 안에) 불을 피운 흔적이 있어요. 밀감상자 하나를 뜯어가지고...”

수사 결과 김 씨는 몇 년 전까지 농촌마을을 돌며 개를 사들이거나 오래된 물건들을 구입해 파는 일을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어느 노인이 혼자 사는지 같은 지역 사정에 밝았던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습니다.

<인터뷰>이웃주민(음성변조) : “개장수 했다 하더라고요. 몇 년 전에 보니까. 나중에는 보니까 골동품 장사 한다고 하더라고. 집에는 잘 안 살았어요. 밤에만 잠깐 자러오고, 낮에는 별로 안 보여요.”

이번 사건으로 시내에서 떨어진 농촌마을의 치안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차가 다니는 큰 길을 제외하면, 마을 내 골목에는 가로등도 뜸해 또 다른 범죄에 취약한 실정입니다.

하지만 경찰 순찰차량이 외진 곳까지 오는 경우는 거의 없어 전적으로 마을 청년들의 방범활동에 의지해야 하는 형편입니다.

<인터뷰>마을 청년회 : “보시다시피 (청년회원들이) 연령대가 20대 30대 초반 들인데, 다들 자기 직장들이 있는데, 그걸 감수해서 (방범활동) 하는 거기 때문에 좀 아쉬운 점이 많죠.”

제주 농촌 연쇄강도 사건 용의자는 가족과 떨어져 혼자 사는 힘없는 할머니들을 노렸습니다. 농촌 마을의 방범시설 확충하고, 이웃이나 가족들의 더 많은 관심과 왕래도 있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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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8-02-22 08:28:13
    • 수정2008-02-22 09: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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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제주도에서 최근 할머니들만을 노린 강도사건이 지난 20여 일간 다섯 건이나 발생했습니다. 정지주 기자, 그런데 경찰이 쫓던 유력한 용의자가 숨진 채 발견됐다구요? <리포트> 네, 경찰의 추적을 비웃기라도 하듯 평화롭던 농촌마을을 순식간에 공포에 빠뜨렸는데요, 5건의 사건 모두 마을과 마을 사이 거리가 최대 10킬로미터 도 채 안 되는 곳에서 일어났습니다. 경찰이 용의자를 공개수배 한 뒤에도 강도 사건이 연이어 터졌는데요, 피해자들이 모두 사실상 저항력이 없는 할머니들이었기 때문입니다.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의 한 작은 마을입니다. 얼마 전 혼자 사는 69살 차 모 할머니 집에 강도가 들었습니다. 이때가 새벽 3시쯤이었는데요, 강도는 창문을 부수고 들어와 다짜고짜 차 씨를 폭행하면서 가진 돈을 내놓으라고 위협했습니다. <인터뷰>차 씨의 조카 : “마스크 쓰고, 장갑 끼고, 모자를 써버리니까 눈만 보이고... 돈만 내놔라 하니까 처음에는 돈이 없다고 한 모양입니다. 그러니까 막 몸을 발로 차버리고...” 강도는 차 씨를 묶은 다음 집안을 뒤져 현금 6만원을 빼앗았습니다. 그리고는 느긋하게 부엌에 있는 술까지 가져다 마셨다고 하는데요, 불안에 떠는 차 씨에게 신고하면 보복 하겠다며 협박을 했다고 합니다. <인터뷰>차 씨의 친척 : “(강도가) 지금 신고를 하면 사람을 죽인 것도 아니고, 절도밖에 아니니까 언젠가는 할머니하고 나하고 마주친다, 그때 오면 내가 보복할 테니까 할머니 알아서 하시오 하면서...” 그런데 차 씨 할머니가 강도를 당하기 전, 이미 인근마을에서는 비슷한 강도사건이 3건이나 있었습니다. 지난 달 28일 밤에는 71살 오 모씨 집에서... 일주일 후인 이달 4일 새벽에는 옆 동네 한 할머니가 강도피해를 입었는데요, 지난 10일에는 다시 양 모씨 집에서, 사흘 후에는 또 차모 할머니까지... 보름동안 10킬로미터도 채 안 떨어진 마을에서 4건 이나 연쇄 강도 사건이 발생한 겁니다. <인터뷰>마을주민 : “우리 안덕면 역사 이래 금년 2008년도에 처음으로 일어난 사건이어서 경악을 금치 못하고, 하루 속히 범인을 빨리 검거해서...” <인터뷰>마을주민 : “솔직히 살 떨릴 정도로 무섭죠. 만약에 어느 순간에 갑자기 (강도가) 들어와 버리면 여자끼리만 있어도 무섭잖아요. 어떻게 하지 못하니까.” 취재진은 피해를 입은 한 할머니 댁을 찾아가 봤는데요. 며느리와 시어머니, 친정어머니가 함께 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세 분 모두 취재진조차 믿지 못하겠다며 불안해했습니다. <인터뷰>양 씨의 시어머니 : “지금 이런 일을 닥쳐놓고 보니까 누굴 봐도 우리가 마음을 놓을 수 없습니다. 이해해 주십시오.” 양씨네 가족은 강도의 모습이나 말투가 전혀 낯설었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이상하게도 강도가 양씨네 집안 사정을 훤히 알고 있는 느낌을 받았다고 합니다. <인터뷰> 양 씨의 시어머니 : “(며느리가) 여기서 시끄럽게 하면 바깥 집 할머니 할아버지가 나와서 알게 될 테니까 제발 나가달라고 사정을 했대요, 사정을 하니깐 (강도가) ‘바깥 집엔 할머니밖에 안 사는데?’ 그러더래요.” 그런데, 강도는 이미 범행을 통해 빼앗은 현금카드로 돈을 인출하다 현금지급기 카메라에 얼굴이 찍힌 상태였습니다. 경찰은 이를 토대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러는 사이 인근 마을양씨와 차 씨까지 강도피해를 입었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경찰은 지난 14일 공개수사를 결정하고, 강도 용의자의 사진을 넣은 전단지를 배포 했습니다. 마을 주민들도 청년회를 중심으로 자체 방범 활동에 나섰습니다. <인터뷰>마을청년회 : “혼자사시는 할머니 분들 집에 문단속 같은 거 잘 돼 있나 확인하고 있습니다. 여기는 폐허거든요. 이런 곳에 (강도가) 은신할 수도 있으니까 수색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공개수사에도 불구하고, 지난 18일, 안덕면과 인접한 서귀포시 색달동에서 동일범으로 추정되는 강도사건이 또 일어났습니다. 이번에도 혼자 사는 할머니가 표적이었습니다. <인터뷰>이웃주민 : “여기서 넘어졌어요. 여기에 막대기 짚고 있었는데, 넘어지고, 도둑놈 왔다, 도둑놈 왔다 하면서 경찰서에 연락해 달라 이런 말만 하더라고.” 옆집 할아버지는 평소 거동도 불편한 현씨 할머니가 심한 폭행을 당한 채로 보조기구에 몸을 의지하며 자신을 찾아왔다고 말했습니다. <인터뷰>이웃주민 : “여기가 이만큼 붓고, 손도 묶여 있더라고요. 납작한 줄 있잖아요. 이렇게 묶여 있더라고. 발도 묶고, 여기도 퉁퉁 붓고... 놀랐어요. 저는. 할머니가 새까매요.” 그때가 저녁 6시 반쯤이었다고 하는데요, 동네 집집마다 불이 훤히 켜져 있을 시간이었는데도 강도는 어떻게 알았는지 이번에도 혼자 사는 현 씨 할머니 집에 들어가 현 씨를 때리고 현금 30만원을 빼앗아 달아났습니다. <인터뷰>이웃주민 : “돈 달라고 때린 모양이야. 발로 차고 하니까 (할머니가) 앞주머니에 있던 30만원을 (주니까) 돈 가져가라고 하면서 살려달라고 빈 모양이에요.” 이렇게 경찰의 추적을 따돌린 연쇄강도사건은 18일 색달동사건까지 20여일 만에 5건으로 늘었습니다. 그러던 중 그제였죠, 지난 20일 서귀포시 남원읍의 한 과수원 창고에서 한 남자가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는데요, 바로 경찰이 유력한 용의자로 쫓고 있던 53살 김 모 씨였습니다. <인터뷰>과수원 주인 : “과수원 창고에 밀감상자 정리하다가 어제(19일) 오후 4시까지 작업하다가 내려오고 오늘 아침에는 늦게 간다는 게 11시 좀 지나서 밭에 갔는데... (창고 안에) 불을 피운 흔적이 있어요. 밀감상자 하나를 뜯어가지고...” 수사 결과 김 씨는 몇 년 전까지 농촌마을을 돌며 개를 사들이거나 오래된 물건들을 구입해 파는 일을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어느 노인이 혼자 사는지 같은 지역 사정에 밝았던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습니다. <인터뷰>이웃주민(음성변조) : “개장수 했다 하더라고요. 몇 년 전에 보니까. 나중에는 보니까 골동품 장사 한다고 하더라고. 집에는 잘 안 살았어요. 밤에만 잠깐 자러오고, 낮에는 별로 안 보여요.” 이번 사건으로 시내에서 떨어진 농촌마을의 치안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차가 다니는 큰 길을 제외하면, 마을 내 골목에는 가로등도 뜸해 또 다른 범죄에 취약한 실정입니다. 하지만 경찰 순찰차량이 외진 곳까지 오는 경우는 거의 없어 전적으로 마을 청년들의 방범활동에 의지해야 하는 형편입니다. <인터뷰>마을 청년회 : “보시다시피 (청년회원들이) 연령대가 20대 30대 초반 들인데, 다들 자기 직장들이 있는데, 그걸 감수해서 (방범활동) 하는 거기 때문에 좀 아쉬운 점이 많죠.” 제주 농촌 연쇄강도 사건 용의자는 가족과 떨어져 혼자 사는 힘없는 할머니들을 노렸습니다. 농촌 마을의 방범시설 확충하고, 이웃이나 가족들의 더 많은 관심과 왕래도 있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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