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임 현장] 낙태 허용은 어디까지…

입력 2008.03.18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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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낙태문제가 또 다시 떠오르고 있습니다. 현재 낙태는 엄격한 5가지 사유만 빼곤 엄연한 불법 인데요.

하지만 현실은 우리나라 기혼여성 열 명중 네 명이 낙태를 경험했을 정도로 암암리에 빈번하게 행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낙태의 허용 범위를 넓히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겁니다.

이 문제가 이번에 어떻게 해서 다시 도마위에 오르게 된 거죠? 구체적으로 좀 알아볼까요?

<리포트>

네, 현 사회에 맞는 낙태규정을 새로 만들어야한다는 의견이 나와 종교계와 여성단체의 찬반양론이 뜨겁다고 합니다. 기존의 낙태허용범위 안에 사회경제적 사유를 포함하느냐, 마느냐의 문제인데요. 이 사회경제적 사유는 무엇인지 각 단체의 입장은 어떠한지, 낙태문제 해결을 위한 여러 단체의 의견을 들어봤습니다.

서울의 한 종교단체에서는 한 달에 한 번 특별한 모임을 갖습니다. 낙태를 경험한 여성들을 모아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인데요, 이들의 경우 낙태 이후 오랜 기간 죄책감에 시달리는 일이 많았다고 합니다.

<인터뷰> 홍○○(주부/음성변조) : "죄를 짓는다는 생각이죠. 저도 한 번 그런(낙태를 한) 일이 있었는데 지금까지도 미안하고 생명을 죽였다는 죄책감 같은 게 있고 그냥 마음속으로 죄를 빌고 싶고. 다시 또 좋은 곳에 태어나기를 바라고 그런 마음이죠."

2005년 국내 한 연구기관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한해 이뤄지는 낙태는 34만여 건에 이른다고 하는데요. 한해 출생건수의 70%를 웃도는 수치입니다.

이런 현실을 반영해 정부에서도 지난달, 현 실정에 맞는 낙태 규정을 찾기 위한 공청회를 열었는데요. 낙태와 관련해 국내 대학병원에서 진행된 연구 용역 결과를 토대로 우리 현 실정에 맞는 낙태 규정을 찾아보기 위한 자리였습니다.

<인터뷰> 김소윤(연세대 의과대학 조교수) : "무조건 법으로 금지해놓고 개인적으로 불법을 저지르면서 낙태를 하게 하지 말고 낙태를 하려는 개인을 도와줄 수 있는 절차를 만들어주고, 그래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일 경우에는 할 수 있게 허용해 주는 게 필요하다는 것이 연구진에서 내렸던 결론이었고요."

이날 공청회 이후, 낙태를 둘러싼 사회 찬반양론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는데요. 낙태 허용범위가 가장 큰 화두였다고 합니다.

종교계에서는 오래 전부터 낙태를 반대해오고 있죠?! 태아는 신이 내려주신 하나의 생명으로 성인과 동등한 생명권리가 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인터뷰> 김완석(천주교 서울 대교구 신부) : "개인에 따라서 조금 다를 수가 있지만 한 생명을 인위적인 방법으로 이렇게 함께 살 수 없게 만들었다 하는 것에 대한 죄책감이 굉장히 큰 것 같아요."

현행법에서도 낙태는 엄연히 불법입니다. 다만 전염성 질환과 유전적 질환이 있는 경우, 강간이나 준강간에 의한 임신일 경우 등, 5가지 사유에서만 낙태를 허용하고 있는데요. 이 법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윤상(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 : "성폭행으로 인한 임신 때문에 낙태를 하기 위해서 그런 병원을 찾았는데 성폭행임을 입증하지 않으면 낙태 시술을 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굉장히 어려움에 처한 경우가 있었습니다. (입증하려면) 낙태 시기는 이미 놓쳐버리는 것이죠. 재판이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다분히 특수한 경우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큰 틀에서 본다면 임산부가 출산할 수 있는 상황을 고려해 미혼 임신, 경제적 여건, 임신 의도 등도 낙태 허용 범위 안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논리인데요.

<인터뷰> 이윤상(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 : "낙태를 허용하고 있는 법을 가지는 나라라고 해서 낙태가 많이 일어나고 낙태를 엄격히 규제하는 나라라고 해서 낙태가 일어나지 않고 하지 않습니다. 이런 법 개정에 의해서 낙태천국이 된다. 낙태가 만연해진다고 생각하지는 않고..."

낙태를 줄여야 한다는 큰 원칙에는 모두들 동의하면서도, 법 개정 방향에 대해서는 입장에 따라서 저마다 의견이 다른데요, 그 만큼 문제 해결을 위한 의견 접근이 쉽지 않은 것도 현실입니다.

<인터뷰> 박정우(천주교 서울 대교부 신부) : "사회·경제적 이유들... 더 이상 자녀를 낳지 않으려고, 경제적 이유로, 미혼이기 때문에 그런 것을 합법화해주자고 한다면 낙태를 전면적으로 합법화하자는 얘기고 사실 그것은 말이 안 되죠."

<인터뷰> 고광덕(대한산부인과 의사회 회장) : "결정 내리기가 상당히 어렵습니다. 의료인들은 어떤 사회적 합의가 있을 때 그것에 따라서 하려는 것뿐이죠. 의사들도 의견이 분분합니다."

합리적인 사고방식이나 복지정책 등 우리보다 앞섰다는 선진국의 경우도 낙태는 쉽게 결론짓기 어려운 사회 문제가 되고 있기는 마찬가지인데요, 현대사회의 가치를 반영하되 인간의 생명과 관련된 만큼 더 많은 고민과 보다 조심스런 접근이 필요해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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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8-03-18 08:3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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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낙태문제가 또 다시 떠오르고 있습니다. 현재 낙태는 엄격한 5가지 사유만 빼곤 엄연한 불법 인데요. 하지만 현실은 우리나라 기혼여성 열 명중 네 명이 낙태를 경험했을 정도로 암암리에 빈번하게 행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낙태의 허용 범위를 넓히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겁니다. 이 문제가 이번에 어떻게 해서 다시 도마위에 오르게 된 거죠? 구체적으로 좀 알아볼까요? <리포트> 네, 현 사회에 맞는 낙태규정을 새로 만들어야한다는 의견이 나와 종교계와 여성단체의 찬반양론이 뜨겁다고 합니다. 기존의 낙태허용범위 안에 사회경제적 사유를 포함하느냐, 마느냐의 문제인데요. 이 사회경제적 사유는 무엇인지 각 단체의 입장은 어떠한지, 낙태문제 해결을 위한 여러 단체의 의견을 들어봤습니다. 서울의 한 종교단체에서는 한 달에 한 번 특별한 모임을 갖습니다. 낙태를 경험한 여성들을 모아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인데요, 이들의 경우 낙태 이후 오랜 기간 죄책감에 시달리는 일이 많았다고 합니다. <인터뷰> 홍○○(주부/음성변조) : "죄를 짓는다는 생각이죠. 저도 한 번 그런(낙태를 한) 일이 있었는데 지금까지도 미안하고 생명을 죽였다는 죄책감 같은 게 있고 그냥 마음속으로 죄를 빌고 싶고. 다시 또 좋은 곳에 태어나기를 바라고 그런 마음이죠." 2005년 국내 한 연구기관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한해 이뤄지는 낙태는 34만여 건에 이른다고 하는데요. 한해 출생건수의 70%를 웃도는 수치입니다. 이런 현실을 반영해 정부에서도 지난달, 현 실정에 맞는 낙태 규정을 찾기 위한 공청회를 열었는데요. 낙태와 관련해 국내 대학병원에서 진행된 연구 용역 결과를 토대로 우리 현 실정에 맞는 낙태 규정을 찾아보기 위한 자리였습니다. <인터뷰> 김소윤(연세대 의과대학 조교수) : "무조건 법으로 금지해놓고 개인적으로 불법을 저지르면서 낙태를 하게 하지 말고 낙태를 하려는 개인을 도와줄 수 있는 절차를 만들어주고, 그래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일 경우에는 할 수 있게 허용해 주는 게 필요하다는 것이 연구진에서 내렸던 결론이었고요." 이날 공청회 이후, 낙태를 둘러싼 사회 찬반양론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는데요. 낙태 허용범위가 가장 큰 화두였다고 합니다. 종교계에서는 오래 전부터 낙태를 반대해오고 있죠?! 태아는 신이 내려주신 하나의 생명으로 성인과 동등한 생명권리가 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인터뷰> 김완석(천주교 서울 대교구 신부) : "개인에 따라서 조금 다를 수가 있지만 한 생명을 인위적인 방법으로 이렇게 함께 살 수 없게 만들었다 하는 것에 대한 죄책감이 굉장히 큰 것 같아요." 현행법에서도 낙태는 엄연히 불법입니다. 다만 전염성 질환과 유전적 질환이 있는 경우, 강간이나 준강간에 의한 임신일 경우 등, 5가지 사유에서만 낙태를 허용하고 있는데요. 이 법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윤상(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 : "성폭행으로 인한 임신 때문에 낙태를 하기 위해서 그런 병원을 찾았는데 성폭행임을 입증하지 않으면 낙태 시술을 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굉장히 어려움에 처한 경우가 있었습니다. (입증하려면) 낙태 시기는 이미 놓쳐버리는 것이죠. 재판이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다분히 특수한 경우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큰 틀에서 본다면 임산부가 출산할 수 있는 상황을 고려해 미혼 임신, 경제적 여건, 임신 의도 등도 낙태 허용 범위 안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논리인데요. <인터뷰> 이윤상(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 : "낙태를 허용하고 있는 법을 가지는 나라라고 해서 낙태가 많이 일어나고 낙태를 엄격히 규제하는 나라라고 해서 낙태가 일어나지 않고 하지 않습니다. 이런 법 개정에 의해서 낙태천국이 된다. 낙태가 만연해진다고 생각하지는 않고..." 낙태를 줄여야 한다는 큰 원칙에는 모두들 동의하면서도, 법 개정 방향에 대해서는 입장에 따라서 저마다 의견이 다른데요, 그 만큼 문제 해결을 위한 의견 접근이 쉽지 않은 것도 현실입니다. <인터뷰> 박정우(천주교 서울 대교부 신부) : "사회·경제적 이유들... 더 이상 자녀를 낳지 않으려고, 경제적 이유로, 미혼이기 때문에 그런 것을 합법화해주자고 한다면 낙태를 전면적으로 합법화하자는 얘기고 사실 그것은 말이 안 되죠." <인터뷰> 고광덕(대한산부인과 의사회 회장) : "결정 내리기가 상당히 어렵습니다. 의료인들은 어떤 사회적 합의가 있을 때 그것에 따라서 하려는 것뿐이죠. 의사들도 의견이 분분합니다." 합리적인 사고방식이나 복지정책 등 우리보다 앞섰다는 선진국의 경우도 낙태는 쉽게 결론짓기 어려운 사회 문제가 되고 있기는 마찬가지인데요, 현대사회의 가치를 반영하되 인간의 생명과 관련된 만큼 더 많은 고민과 보다 조심스런 접근이 필요해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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