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추적] 투기꾼만 받는 특별분양권

입력 2008.04.04 (22:00) 수정 2008.04.04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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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철거민에게 주는 아파트 특별분양권, 폐지를 앞두고 서울 시내 곳곳에서 투기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공무원들이 뒤를 봐주고 있다는 의혹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김준범 기자가 현장추적으로 고발합니다.

<리포트>

도로 확장 공사가 예정된 서울 수유동의 주택가, 철거가 시작되면 96세대, 4백여 명은 집을 잃게 됩니다.

예전 같으면 모두 특별분양권, 이른바 딱지를 받을 수 있었지만, 이젠 임대주택 입주권과 약간의 이사 비용뿐입니다.

오는 18일, 철거민 특별분양 제도가 없어지기 때문입니다.

그 전에 보상계획이 확정되면 딱지를 받을 수 있겠지만, 구청은 차일피일 미루고 있습니다.

<인터뷰> 윤재준(빨래골 주민 대책위 대표): "임대아파트 가라. 내 땅 가져가면서. 나 보고 세 살이 하라고? 나 그건 안 해요. 죽고 말지."
이렇게 도시계획으로 집을 잃는 철거민들이 딱지를 새로 받기는 사실상 힘들어졌습니다.

그러나 시세 차익을 노리고 미리 입주한 이들은 사정이 달랐습니다.

오는 7월 철거 예정인 다세대 주택 여섯 동입니다.

그런데 사업 계획이 나오기 1년 전인 2005년, 주인이 6명에서 갑자기 40명이 됐습니다.

한 가구가 40제곱미터만 넘으면 똑같이 받을 수 있는 85제곱미터 특별분양권이 순식간에 6장에서 40장으로 는 겁니다.

그나마 실제 사는 경우도 없습니다.

<녹취> 세입자: (40세대 들어온 분들은 여기 사는 분들인가요?) "아니죠. 주민들은 하나도 없는거죠."

시세 차익을 노린, 투기꾼들의 전형적인 쪼개기입니다.

<인터뷰> 안동필(주민): "36집? 지금은 또 늘었데. 그래서 우리가 세금 낭비한다고 구청에도 많이 가고 그랬어요."

그런데도 관할 구청은 곧 보상 계획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입니다.

<녹취> 동대문구청 관계자(지난 1월 사업설명회): "지금 하면 4월 17일 이전까지 보상 공고는 나갈 수 있습니다."

계획 확정을 18일 뒤로 미루면 특별분양권 대신 임대주택 입주권만 보상해주면 돼, 예산이 절반 가까이 줄어드는데도 사업을 밀어붙이는 겁니다.

그러나 취재가 시작되자, 황급히 말을 바꿉니다.

<녹취> 동대문구청 관계자: "날짜를 박아서 보상 계획 공고 나간다는 건 주민들이 잘못 알고 있는 겁니다."

이곳 역시 한 건물 주인이 9명인데도, 서둘러 보상 계획을 확정하려다 구의회에 제동이 걸렸습니다.

<인터뷰> 변녹진(서대문구 의원): "정보가 새나가고, 거기에 모종의 세력들이 개입돼서 행정 재산이 계획되고 시설이 만들어지는 것에 대해서 굉장히 안타깝게 생각하고요."

특별분양권 폐지를 앞두고 막차를 타려는 투기 세력.

무리해서라도 시세차익을 보장해주려는 지자체.

정작 집 한 채가 아쉬운 서민들만 임대아파트로 나앉게 생겼습니다.

현장추적, 김준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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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추적] 투기꾼만 받는 특별분양권
    • 입력 2008-04-04 21:26:08
    • 수정2008-04-04 22: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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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철거민에게 주는 아파트 특별분양권, 폐지를 앞두고 서울 시내 곳곳에서 투기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공무원들이 뒤를 봐주고 있다는 의혹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김준범 기자가 현장추적으로 고발합니다. <리포트> 도로 확장 공사가 예정된 서울 수유동의 주택가, 철거가 시작되면 96세대, 4백여 명은 집을 잃게 됩니다. 예전 같으면 모두 특별분양권, 이른바 딱지를 받을 수 있었지만, 이젠 임대주택 입주권과 약간의 이사 비용뿐입니다. 오는 18일, 철거민 특별분양 제도가 없어지기 때문입니다. 그 전에 보상계획이 확정되면 딱지를 받을 수 있겠지만, 구청은 차일피일 미루고 있습니다. <인터뷰> 윤재준(빨래골 주민 대책위 대표): "임대아파트 가라. 내 땅 가져가면서. 나 보고 세 살이 하라고? 나 그건 안 해요. 죽고 말지." 이렇게 도시계획으로 집을 잃는 철거민들이 딱지를 새로 받기는 사실상 힘들어졌습니다. 그러나 시세 차익을 노리고 미리 입주한 이들은 사정이 달랐습니다. 오는 7월 철거 예정인 다세대 주택 여섯 동입니다. 그런데 사업 계획이 나오기 1년 전인 2005년, 주인이 6명에서 갑자기 40명이 됐습니다. 한 가구가 40제곱미터만 넘으면 똑같이 받을 수 있는 85제곱미터 특별분양권이 순식간에 6장에서 40장으로 는 겁니다. 그나마 실제 사는 경우도 없습니다. <녹취> 세입자: (40세대 들어온 분들은 여기 사는 분들인가요?) "아니죠. 주민들은 하나도 없는거죠." 시세 차익을 노린, 투기꾼들의 전형적인 쪼개기입니다. <인터뷰> 안동필(주민): "36집? 지금은 또 늘었데. 그래서 우리가 세금 낭비한다고 구청에도 많이 가고 그랬어요." 그런데도 관할 구청은 곧 보상 계획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입니다. <녹취> 동대문구청 관계자(지난 1월 사업설명회): "지금 하면 4월 17일 이전까지 보상 공고는 나갈 수 있습니다." 계획 확정을 18일 뒤로 미루면 특별분양권 대신 임대주택 입주권만 보상해주면 돼, 예산이 절반 가까이 줄어드는데도 사업을 밀어붙이는 겁니다. 그러나 취재가 시작되자, 황급히 말을 바꿉니다. <녹취> 동대문구청 관계자: "날짜를 박아서 보상 계획 공고 나간다는 건 주민들이 잘못 알고 있는 겁니다." 이곳 역시 한 건물 주인이 9명인데도, 서둘러 보상 계획을 확정하려다 구의회에 제동이 걸렸습니다. <인터뷰> 변녹진(서대문구 의원): "정보가 새나가고, 거기에 모종의 세력들이 개입돼서 행정 재산이 계획되고 시설이 만들어지는 것에 대해서 굉장히 안타깝게 생각하고요." 특별분양권 폐지를 앞두고 막차를 타려는 투기 세력. 무리해서라도 시세차익을 보장해주려는 지자체. 정작 집 한 채가 아쉬운 서민들만 임대아파트로 나앉게 생겼습니다. 현장추적, 김준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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