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장애인 복지 막는 저작권

입력 2008.04.19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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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요즘 시각장애인들은 컴퓨터를 이용한 음성으로 문서나 책 내용을 접합니다.

예전보다 편리하게 많은 양의 정보를 접할 수 있어서 매우 유용한 서비스인데요.

그런데, 저작권 문제로 이 서비스를 더 이상 이용할 수 없게 됐다고 합니다.

김현경 기자가 자세히 전합니다.

<리포트>

부산의 한 시각 장애인 복지관입니다.

시각 장애인들이 컴퓨터를 통해 독서 삼매경에 빠져있습니다.

요즘 시각 장애인들은 이처럼 컴퓨터 음성 정보 프로그램을 활용해 책을 이해합니다.

책 내용이 파일로 처리된 이른바 텍스트 파일만 입력하면 자동으로 음성을 들려줍니다.

별도 녹음이 필요없어 빠른 시간 안에 많은 최신 도서를 접할 수 있습니다.

<인터뷰>이미옥(시각 장애인): "시도 많이 듣고 요즘에는 대조영 다운 받아서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편리하게 활용할 수있다보니 장애인들은 재밌는 책에 빠져 때론 밤을 지새기도 했습니다.

<인터뷰>장옥희(시각 장애인): "삼한지 읽었습니다. 김정산씨가 쓴 삼한지, 8권까지 읽었고 9권은 너무 내용이 가슴 아플 것 같아 차마 읽지 못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시각 장애인들에게 난데없이 내용 증명이 날아들었습니다.

발신자는 한 대형 출판사, 텍스트 파일을 삭제하지 않으면 저작권 위반으로 소송까지 불사할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시각 장애인만 접근할 수 있던 프로그램의 텍스트 파일이 외부로 유출된 게 발단이었습니다.

<녹취>출판사 관계자: "점자 도서관이라고 출처가 나온 파일이 있었거든요. 저작권에 위배가 되니까 내려달라고 공문을 돌렸었어요."

결국 시각 장애인들의 벗이었던 전자도서관은 문을 닫았습니다.

게다가 전국의 시각 장애인 복지관으로 소문이 번지며 상당수 음성정보가 사라졌습니다.

<녹취>시각장애인 복지관 관계자: "똑같은 사건에 휘말릴 수 있기 때문에 전자도서 제작을 꺼리거나 기존의 파일도 지우게 됐습니다."

제때 손질 못한 저작권법 때문입니다. 저작권법 제 33조, 저작물을 무단 복제하거나 배포 사용할 경우 불법이지만 예외적으로 시각 장애인에게는 학습권 보장을 위해 인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시각장애인들의 전용 기록 방식이란 문구가 문제입니다.

그런데 이 전용 기록 방식에 점자책이나 점자 파일처럼 시각장애인만 쓰는 방식은 들어가지만 요즘 많이 쓰는 텍스트 파일은 안된다는 것입니다.

현재 법대로라면 실제 소송으로 이어질 경우 시각장애인들에게 불리하게 적용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법이 디지털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바람에 시각장애인들이 막다른 길로 내몰리고 있는 셈입니다.

<인터뷰>배금자(변호사): "전용기록방식으로 명기하지 말고 이를 시각장애인이라는 주체로 법의 틀을 바꿔서 어떤 텍스트 파일도 이용할 수 있도록 저작권법을 바꿔야 합니다."

형사는 물론 민사 소송까지 할 수있다는 통지서의 내용, 그렇잖아도 사회에서 제대로 보호받지 못해 씁쓸한 장애인들의 가슴을 또한번 멍들게 했습니다.

<인터뷰>장옥희(시각 장애인): "어디에서 이런 정보를 얻겠습니까. 앞으로도 대학공부도 하고 싶은데 이런 자유가 주어지지 않으면 할 수 없잖아요."

KBS 뉴스 김현경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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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층취재] 장애인 복지 막는 저작권
    • 입력 2008-04-19 21: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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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요즘 시각장애인들은 컴퓨터를 이용한 음성으로 문서나 책 내용을 접합니다. 예전보다 편리하게 많은 양의 정보를 접할 수 있어서 매우 유용한 서비스인데요. 그런데, 저작권 문제로 이 서비스를 더 이상 이용할 수 없게 됐다고 합니다. 김현경 기자가 자세히 전합니다. <리포트> 부산의 한 시각 장애인 복지관입니다. 시각 장애인들이 컴퓨터를 통해 독서 삼매경에 빠져있습니다. 요즘 시각 장애인들은 이처럼 컴퓨터 음성 정보 프로그램을 활용해 책을 이해합니다. 책 내용이 파일로 처리된 이른바 텍스트 파일만 입력하면 자동으로 음성을 들려줍니다. 별도 녹음이 필요없어 빠른 시간 안에 많은 최신 도서를 접할 수 있습니다. <인터뷰>이미옥(시각 장애인): "시도 많이 듣고 요즘에는 대조영 다운 받아서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편리하게 활용할 수있다보니 장애인들은 재밌는 책에 빠져 때론 밤을 지새기도 했습니다. <인터뷰>장옥희(시각 장애인): "삼한지 읽었습니다. 김정산씨가 쓴 삼한지, 8권까지 읽었고 9권은 너무 내용이 가슴 아플 것 같아 차마 읽지 못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시각 장애인들에게 난데없이 내용 증명이 날아들었습니다. 발신자는 한 대형 출판사, 텍스트 파일을 삭제하지 않으면 저작권 위반으로 소송까지 불사할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시각 장애인만 접근할 수 있던 프로그램의 텍스트 파일이 외부로 유출된 게 발단이었습니다. <녹취>출판사 관계자: "점자 도서관이라고 출처가 나온 파일이 있었거든요. 저작권에 위배가 되니까 내려달라고 공문을 돌렸었어요." 결국 시각 장애인들의 벗이었던 전자도서관은 문을 닫았습니다. 게다가 전국의 시각 장애인 복지관으로 소문이 번지며 상당수 음성정보가 사라졌습니다. <녹취>시각장애인 복지관 관계자: "똑같은 사건에 휘말릴 수 있기 때문에 전자도서 제작을 꺼리거나 기존의 파일도 지우게 됐습니다." 제때 손질 못한 저작권법 때문입니다. 저작권법 제 33조, 저작물을 무단 복제하거나 배포 사용할 경우 불법이지만 예외적으로 시각 장애인에게는 학습권 보장을 위해 인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시각장애인들의 전용 기록 방식이란 문구가 문제입니다. 그런데 이 전용 기록 방식에 점자책이나 점자 파일처럼 시각장애인만 쓰는 방식은 들어가지만 요즘 많이 쓰는 텍스트 파일은 안된다는 것입니다. 현재 법대로라면 실제 소송으로 이어질 경우 시각장애인들에게 불리하게 적용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법이 디지털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바람에 시각장애인들이 막다른 길로 내몰리고 있는 셈입니다. <인터뷰>배금자(변호사): "전용기록방식으로 명기하지 말고 이를 시각장애인이라는 주체로 법의 틀을 바꿔서 어떤 텍스트 파일도 이용할 수 있도록 저작권법을 바꿔야 합니다." 형사는 물론 민사 소송까지 할 수있다는 통지서의 내용, 그렇잖아도 사회에서 제대로 보호받지 못해 씁쓸한 장애인들의 가슴을 또한번 멍들게 했습니다. <인터뷰>장옥희(시각 장애인): "어디에서 이런 정보를 얻겠습니까. 앞으로도 대학공부도 하고 싶은데 이런 자유가 주어지지 않으면 할 수 없잖아요." KBS 뉴스 김현경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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