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멘트>
방금 전해드린 대로 버지니아 참사를 비롯해서 수많은 총기 관련 사고에도 불구하고 미국인들의 대다수는 총기 규제를 반대하고 있습니다.
특히 70년 만의 첫 연방대법원 심의에서도, 총기 소지 합헌 쪽으로 무게가 실리는 상황이 우리에게는 쉽게 이해되지 않는 대목인데요.
총기 소유의 자유를 헌법으로 보장하는 미국, 또 미국인들에게 과연 총기의 의미는 무엇인지, 이현주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어깨와 손에 총을 들고 밀려드는 사람들. 그 총에 안전장치를 하는 보안 요원들. 미국 최대, 아니, 세계최대라는 총기 쇼장은 이처럼 입구부터 발디딜 틈이 없습니다.
잠실 실내 체육관 6배의 면적에 개장 첫날 벌써 2만명이 몰렸습니다. 전국에서 모인 총기업체만 무려 1700여개, 4천여 판매대에는 각종 총기들로 가득합니다. 먼저 눈에 띄는 건 서부극에서 눈에 익은 총들입니다.
<인터뷰> 총기상: “이 총은 윈체스터 21입니다. 단종된 지 오래죠.” (유명한 총이네요.) “네”
가격이 맞지 않아 아쉬운 듯 돌아서는 손님.
<인터뷰> 총기쇼 방문객: “이 총을 싸게 살순 없죠. 그래도 3,4천 달러면 가능하다고 봅니다.”
그러나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매장을 깊이 들어갈수록 최신 총기들이 곳곳에 쌓여 있습니다.
<인터뷰> 총기 딜러: “여러 사람의 필요에 맞는 권총이죠. 구경도 9~40mm까지 총틀크기도 여성에까지 맞도록 다양화했습니다.”
군용 M-16 소총의 모체가 된 본격 반자동 소총 등 강력한 무기가 이어집니다.
<인터뷰> 총기상: “미군용과 똑같아요. 단, 반자동이죠, 여긴 탄창, 이런 각종 보조 장치도 똑같이 달 수 있고요.”
게다가 야간 조준경 등 첨단 보조 장치까지 곁들여집니다.
<인터뷰> 총기 딜러: “여기를 통해, 밤에도 180~920m까지 볼 수 있죠.”
가격은 2백~6천달러까지 입니다. 이들 사이로 자신의 총을 들고 온 일부 관람객들도 갖가지 판매 조건을 몸과 총에 붙인 채, 매장을 돌고 있습니다.
지금 이 곳에서 보시다시피 미국에는 이미 약 한 사람 당 1자루의 총, 즉, 2억 5천만정의 총이 보급돼 있습니다.
여기에 매년 3백만정의 총이 새로 생산되고 있습니다. 총에 대한 미국인들의 생각을 모르고는 이해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인터뷰> 멀트 슈웹(방문객): (당신에게 총의 의미는요?) “수정헌법 2조를 만든 조상들이 희생해 얻은 자유죠. 내겐 선거권이나 마찬가지로 지켜내야 할 권리라고 봅니다.”
<인터뷰> 톰콘월(방문객): “총기 소유권리는 우리에게 너무나 소중한 의미를 갖죠.”
실제로 최근 실시된 USA Today-갤럽 여론조사에서 미국인의 대다수인 73%가 총기 소유는 국민의 권리로 응답했습니다.
특히, 지난 해 버지니아 텍 사건직후 실시된 갖가지 여론조사에서조차 대다수인 60%가 권총판매 금지에 반대했고 총기사고의 가장 큰 이유로 총기의 자유 보다는, 압도적으로 가정교육과 대중문화의 영향이라고 답했습니다.
서울 대공원 14개가 들어서고도 남을 넓은 면적. 사슴 떼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너머로 2백 명이 동시에 총을 쏠 수 있는 대형 사격대가 보입니다. 사격대만 16개, 미국에서 가장 크다는 사격장입니다. 사슴 사냥철이 지나 사격철로는 비수기인데도 사대에는 인적이 끊이지 않습니다.
서부시대 스타일의 총에서 군용 카빈까지, 미국인들이 흔히 사격장에서 쓰는 총들입니다. 전문가들인 이들은 총기 소유를 권리로 보는 미국인들의 사고 배경을 미국 독립 전쟁 등 역사적 배경에서 찾습니다.
<인터뷰> 로비 로버트(사격 프로그램 국장): “남북 전쟁 때, 우린 상비군이 없어서, 민병대가 엽총, 사냥총을 들고 전쟁에 나서 자유를 얻어냈죠.”
무엇보다 서부개척 시대부터 시작된 전통, 그리고 광활한 지역의 특성상 아직도 자기의 안전은 자기가 책임질 수 밖에 없다는 의식이 강합니다.
<인터뷰> 웨인 아마코스트(사격장 대외 담당): “시민들에게서 총을 뺏으면, 범죄는 급증할 겁니다. 범죄인들은 불법경로로 무기를 확보하니까요.”
이처럼 미국인들에게 총은 자기 방어의 개념이 강하지만 전통에 바탕을 둔 문화의 측면도 적지 않습니다.
바로 옆 다른 사격장에서 클레이 사격 중인 60대 후반의 스튜어트와 젠킨스씨. 총기는 어려서부터 접해온 가족 문화라고 강조합니다.
<인터뷰> 스튜어트(69살): “(총을 다루기 시작한건) 9살부터였죠.” (누가 가르쳤죠?) “큰형이요.
<인터뷰> “난 평생(총을 다뤘어요.)”
어려서부터 시작한 사냥, 사냥을 통해 형성된 가족과 공동체간 문화, 이 모든 것이 총을 아예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게 한다는 겁니다.
<인터뷰> 스튜어드(69세): “총을 빼앗아 간다면, 내 삶의 목적도 없어지는 거죠. 내 나이에 육체적으로 가능한 게 적지만, 사격은 가능하거든요.”
이처럼 총기소유를 권리를 보는 미국인들이지만, 버지니아 텍과 최근 일리노이대 등으로 이어지는 총기 사건 속에서 무려 49%가 총기 규제 강화에 동의했습니다.
총기는 갖되, 안전하게 사용하자는 결론입니다. 그러나 놀라운 건, 이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딱 그만큼인 49%나 된다는 겁니다.
이런 가운데 지난 달 미국 대법원은 권총소지를 금해온 워싱턴 D.C의 조처에 대해 위헌 심의를 시작했습니다. 개인의 총기 소유에 관한 70년만의 위헌 심의입니다.
<인터뷰> 아드리안 휀티(워싱턴 D.C. 시장): “30년 전, 권총은 워싱턴 D.C.에서 급증하는 범죄의 상징물이었습니다.”
<인터뷰> 딕 힐러(총기 찬성론자): “보안요원으로서 나는 권총을 가지고 공무원들을 보호하는데 내 생명을 보호할 가치가 없다는 겁니까?”
미국인들이 총기 소유의 주장 근거로 드는 수정 헌법 2조가 과연 그런 정신을 갖고 있는 것인지 그렇다면, 총기 규제는 어디까지 가능한 지에 대한 첫 판결로 주의를 끌고 있습니다.
미국인에게 지고의 선이라는 종교와 언론의 자유를 규정한 게 수정 헌법 1조이고, 총기 소유의 자유 부분은 바로 그 다음인 2조에 명시돼 있습니다.
대법원은 이미 총기 소유가 합헌이라는 잠정 결론을 내렸습니다. 다만 총기의 규제가 어디까지 돼야 할지를 두고 오는 6월 최종 결론을 내릴 전망입니다.
총에 상하면서도 총을 내려놓지 못해 온 총기 문화, 미국이 처한 딜레마이기도 합니다.
방금 전해드린 대로 버지니아 참사를 비롯해서 수많은 총기 관련 사고에도 불구하고 미국인들의 대다수는 총기 규제를 반대하고 있습니다.
특히 70년 만의 첫 연방대법원 심의에서도, 총기 소지 합헌 쪽으로 무게가 실리는 상황이 우리에게는 쉽게 이해되지 않는 대목인데요.
총기 소유의 자유를 헌법으로 보장하는 미국, 또 미국인들에게 과연 총기의 의미는 무엇인지, 이현주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어깨와 손에 총을 들고 밀려드는 사람들. 그 총에 안전장치를 하는 보안 요원들. 미국 최대, 아니, 세계최대라는 총기 쇼장은 이처럼 입구부터 발디딜 틈이 없습니다.
잠실 실내 체육관 6배의 면적에 개장 첫날 벌써 2만명이 몰렸습니다. 전국에서 모인 총기업체만 무려 1700여개, 4천여 판매대에는 각종 총기들로 가득합니다. 먼저 눈에 띄는 건 서부극에서 눈에 익은 총들입니다.
<인터뷰> 총기상: “이 총은 윈체스터 21입니다. 단종된 지 오래죠.” (유명한 총이네요.) “네”
가격이 맞지 않아 아쉬운 듯 돌아서는 손님.
<인터뷰> 총기쇼 방문객: “이 총을 싸게 살순 없죠. 그래도 3,4천 달러면 가능하다고 봅니다.”
그러나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매장을 깊이 들어갈수록 최신 총기들이 곳곳에 쌓여 있습니다.
<인터뷰> 총기 딜러: “여러 사람의 필요에 맞는 권총이죠. 구경도 9~40mm까지 총틀크기도 여성에까지 맞도록 다양화했습니다.”
군용 M-16 소총의 모체가 된 본격 반자동 소총 등 강력한 무기가 이어집니다.
<인터뷰> 총기상: “미군용과 똑같아요. 단, 반자동이죠, 여긴 탄창, 이런 각종 보조 장치도 똑같이 달 수 있고요.”
게다가 야간 조준경 등 첨단 보조 장치까지 곁들여집니다.
<인터뷰> 총기 딜러: “여기를 통해, 밤에도 180~920m까지 볼 수 있죠.”
가격은 2백~6천달러까지 입니다. 이들 사이로 자신의 총을 들고 온 일부 관람객들도 갖가지 판매 조건을 몸과 총에 붙인 채, 매장을 돌고 있습니다.
지금 이 곳에서 보시다시피 미국에는 이미 약 한 사람 당 1자루의 총, 즉, 2억 5천만정의 총이 보급돼 있습니다.
여기에 매년 3백만정의 총이 새로 생산되고 있습니다. 총에 대한 미국인들의 생각을 모르고는 이해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인터뷰> 멀트 슈웹(방문객): (당신에게 총의 의미는요?) “수정헌법 2조를 만든 조상들이 희생해 얻은 자유죠. 내겐 선거권이나 마찬가지로 지켜내야 할 권리라고 봅니다.”
<인터뷰> 톰콘월(방문객): “총기 소유권리는 우리에게 너무나 소중한 의미를 갖죠.”
실제로 최근 실시된 USA Today-갤럽 여론조사에서 미국인의 대다수인 73%가 총기 소유는 국민의 권리로 응답했습니다.
특히, 지난 해 버지니아 텍 사건직후 실시된 갖가지 여론조사에서조차 대다수인 60%가 권총판매 금지에 반대했고 총기사고의 가장 큰 이유로 총기의 자유 보다는, 압도적으로 가정교육과 대중문화의 영향이라고 답했습니다.
서울 대공원 14개가 들어서고도 남을 넓은 면적. 사슴 떼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너머로 2백 명이 동시에 총을 쏠 수 있는 대형 사격대가 보입니다. 사격대만 16개, 미국에서 가장 크다는 사격장입니다. 사슴 사냥철이 지나 사격철로는 비수기인데도 사대에는 인적이 끊이지 않습니다.
서부시대 스타일의 총에서 군용 카빈까지, 미국인들이 흔히 사격장에서 쓰는 총들입니다. 전문가들인 이들은 총기 소유를 권리로 보는 미국인들의 사고 배경을 미국 독립 전쟁 등 역사적 배경에서 찾습니다.
<인터뷰> 로비 로버트(사격 프로그램 국장): “남북 전쟁 때, 우린 상비군이 없어서, 민병대가 엽총, 사냥총을 들고 전쟁에 나서 자유를 얻어냈죠.”
무엇보다 서부개척 시대부터 시작된 전통, 그리고 광활한 지역의 특성상 아직도 자기의 안전은 자기가 책임질 수 밖에 없다는 의식이 강합니다.
<인터뷰> 웨인 아마코스트(사격장 대외 담당): “시민들에게서 총을 뺏으면, 범죄는 급증할 겁니다. 범죄인들은 불법경로로 무기를 확보하니까요.”
이처럼 미국인들에게 총은 자기 방어의 개념이 강하지만 전통에 바탕을 둔 문화의 측면도 적지 않습니다.
바로 옆 다른 사격장에서 클레이 사격 중인 60대 후반의 스튜어트와 젠킨스씨. 총기는 어려서부터 접해온 가족 문화라고 강조합니다.
<인터뷰> 스튜어트(69살): “(총을 다루기 시작한건) 9살부터였죠.” (누가 가르쳤죠?) “큰형이요.
<인터뷰> “난 평생(총을 다뤘어요.)”
어려서부터 시작한 사냥, 사냥을 통해 형성된 가족과 공동체간 문화, 이 모든 것이 총을 아예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게 한다는 겁니다.
<인터뷰> 스튜어드(69세): “총을 빼앗아 간다면, 내 삶의 목적도 없어지는 거죠. 내 나이에 육체적으로 가능한 게 적지만, 사격은 가능하거든요.”
이처럼 총기소유를 권리를 보는 미국인들이지만, 버지니아 텍과 최근 일리노이대 등으로 이어지는 총기 사건 속에서 무려 49%가 총기 규제 강화에 동의했습니다.
총기는 갖되, 안전하게 사용하자는 결론입니다. 그러나 놀라운 건, 이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딱 그만큼인 49%나 된다는 겁니다.
이런 가운데 지난 달 미국 대법원은 권총소지를 금해온 워싱턴 D.C의 조처에 대해 위헌 심의를 시작했습니다. 개인의 총기 소유에 관한 70년만의 위헌 심의입니다.
<인터뷰> 아드리안 휀티(워싱턴 D.C. 시장): “30년 전, 권총은 워싱턴 D.C.에서 급증하는 범죄의 상징물이었습니다.”
<인터뷰> 딕 힐러(총기 찬성론자): “보안요원으로서 나는 권총을 가지고 공무원들을 보호하는데 내 생명을 보호할 가치가 없다는 겁니까?”
미국인들이 총기 소유의 주장 근거로 드는 수정 헌법 2조가 과연 그런 정신을 갖고 있는 것인지 그렇다면, 총기 규제는 어디까지 가능한 지에 대한 첫 판결로 주의를 끌고 있습니다.
미국인에게 지고의 선이라는 종교와 언론의 자유를 규정한 게 수정 헌법 1조이고, 총기 소유의 자유 부분은 바로 그 다음인 2조에 명시돼 있습니다.
대법원은 이미 총기 소유가 합헌이라는 잠정 결론을 내렸습니다. 다만 총기의 규제가 어디까지 돼야 할지를 두고 오는 6월 최종 결론을 내릴 전망입니다.
총에 상하면서도 총을 내려놓지 못해 온 총기 문화, 미국이 처한 딜레마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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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지니아 참사 1년, 총기의 의미는?
-
- 입력 2008-04-20 07:40:37

<앵커 멘트>
방금 전해드린 대로 버지니아 참사를 비롯해서 수많은 총기 관련 사고에도 불구하고 미국인들의 대다수는 총기 규제를 반대하고 있습니다.
특히 70년 만의 첫 연방대법원 심의에서도, 총기 소지 합헌 쪽으로 무게가 실리는 상황이 우리에게는 쉽게 이해되지 않는 대목인데요.
총기 소유의 자유를 헌법으로 보장하는 미국, 또 미국인들에게 과연 총기의 의미는 무엇인지, 이현주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어깨와 손에 총을 들고 밀려드는 사람들. 그 총에 안전장치를 하는 보안 요원들. 미국 최대, 아니, 세계최대라는 총기 쇼장은 이처럼 입구부터 발디딜 틈이 없습니다.
잠실 실내 체육관 6배의 면적에 개장 첫날 벌써 2만명이 몰렸습니다. 전국에서 모인 총기업체만 무려 1700여개, 4천여 판매대에는 각종 총기들로 가득합니다. 먼저 눈에 띄는 건 서부극에서 눈에 익은 총들입니다.
<인터뷰> 총기상: “이 총은 윈체스터 21입니다. 단종된 지 오래죠.” (유명한 총이네요.) “네”
가격이 맞지 않아 아쉬운 듯 돌아서는 손님.
<인터뷰> 총기쇼 방문객: “이 총을 싸게 살순 없죠. 그래도 3,4천 달러면 가능하다고 봅니다.”
그러나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매장을 깊이 들어갈수록 최신 총기들이 곳곳에 쌓여 있습니다.
<인터뷰> 총기 딜러: “여러 사람의 필요에 맞는 권총이죠. 구경도 9~40mm까지 총틀크기도 여성에까지 맞도록 다양화했습니다.”
군용 M-16 소총의 모체가 된 본격 반자동 소총 등 강력한 무기가 이어집니다.
<인터뷰> 총기상: “미군용과 똑같아요. 단, 반자동이죠, 여긴 탄창, 이런 각종 보조 장치도 똑같이 달 수 있고요.”
게다가 야간 조준경 등 첨단 보조 장치까지 곁들여집니다.
<인터뷰> 총기 딜러: “여기를 통해, 밤에도 180~920m까지 볼 수 있죠.”
가격은 2백~6천달러까지 입니다. 이들 사이로 자신의 총을 들고 온 일부 관람객들도 갖가지 판매 조건을 몸과 총에 붙인 채, 매장을 돌고 있습니다.
지금 이 곳에서 보시다시피 미국에는 이미 약 한 사람 당 1자루의 총, 즉, 2억 5천만정의 총이 보급돼 있습니다.
여기에 매년 3백만정의 총이 새로 생산되고 있습니다. 총에 대한 미국인들의 생각을 모르고는 이해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인터뷰> 멀트 슈웹(방문객): (당신에게 총의 의미는요?) “수정헌법 2조를 만든 조상들이 희생해 얻은 자유죠. 내겐 선거권이나 마찬가지로 지켜내야 할 권리라고 봅니다.”
<인터뷰> 톰콘월(방문객): “총기 소유권리는 우리에게 너무나 소중한 의미를 갖죠.”
실제로 최근 실시된 USA Today-갤럽 여론조사에서 미국인의 대다수인 73%가 총기 소유는 국민의 권리로 응답했습니다.
특히, 지난 해 버지니아 텍 사건직후 실시된 갖가지 여론조사에서조차 대다수인 60%가 권총판매 금지에 반대했고 총기사고의 가장 큰 이유로 총기의 자유 보다는, 압도적으로 가정교육과 대중문화의 영향이라고 답했습니다.
서울 대공원 14개가 들어서고도 남을 넓은 면적. 사슴 떼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너머로 2백 명이 동시에 총을 쏠 수 있는 대형 사격대가 보입니다. 사격대만 16개, 미국에서 가장 크다는 사격장입니다. 사슴 사냥철이 지나 사격철로는 비수기인데도 사대에는 인적이 끊이지 않습니다.
서부시대 스타일의 총에서 군용 카빈까지, 미국인들이 흔히 사격장에서 쓰는 총들입니다. 전문가들인 이들은 총기 소유를 권리로 보는 미국인들의 사고 배경을 미국 독립 전쟁 등 역사적 배경에서 찾습니다.
<인터뷰> 로비 로버트(사격 프로그램 국장): “남북 전쟁 때, 우린 상비군이 없어서, 민병대가 엽총, 사냥총을 들고 전쟁에 나서 자유를 얻어냈죠.”
무엇보다 서부개척 시대부터 시작된 전통, 그리고 광활한 지역의 특성상 아직도 자기의 안전은 자기가 책임질 수 밖에 없다는 의식이 강합니다.
<인터뷰> 웨인 아마코스트(사격장 대외 담당): “시민들에게서 총을 뺏으면, 범죄는 급증할 겁니다. 범죄인들은 불법경로로 무기를 확보하니까요.”
이처럼 미국인들에게 총은 자기 방어의 개념이 강하지만 전통에 바탕을 둔 문화의 측면도 적지 않습니다.
바로 옆 다른 사격장에서 클레이 사격 중인 60대 후반의 스튜어트와 젠킨스씨. 총기는 어려서부터 접해온 가족 문화라고 강조합니다.
<인터뷰> 스튜어트(69살): “(총을 다루기 시작한건) 9살부터였죠.” (누가 가르쳤죠?) “큰형이요.
<인터뷰> “난 평생(총을 다뤘어요.)”
어려서부터 시작한 사냥, 사냥을 통해 형성된 가족과 공동체간 문화, 이 모든 것이 총을 아예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게 한다는 겁니다.
<인터뷰> 스튜어드(69세): “총을 빼앗아 간다면, 내 삶의 목적도 없어지는 거죠. 내 나이에 육체적으로 가능한 게 적지만, 사격은 가능하거든요.”
이처럼 총기소유를 권리를 보는 미국인들이지만, 버지니아 텍과 최근 일리노이대 등으로 이어지는 총기 사건 속에서 무려 49%가 총기 규제 강화에 동의했습니다.
총기는 갖되, 안전하게 사용하자는 결론입니다. 그러나 놀라운 건, 이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딱 그만큼인 49%나 된다는 겁니다.
이런 가운데 지난 달 미국 대법원은 권총소지를 금해온 워싱턴 D.C의 조처에 대해 위헌 심의를 시작했습니다. 개인의 총기 소유에 관한 70년만의 위헌 심의입니다.
<인터뷰> 아드리안 휀티(워싱턴 D.C. 시장): “30년 전, 권총은 워싱턴 D.C.에서 급증하는 범죄의 상징물이었습니다.”
<인터뷰> 딕 힐러(총기 찬성론자): “보안요원으로서 나는 권총을 가지고 공무원들을 보호하는데 내 생명을 보호할 가치가 없다는 겁니까?”
미국인들이 총기 소유의 주장 근거로 드는 수정 헌법 2조가 과연 그런 정신을 갖고 있는 것인지 그렇다면, 총기 규제는 어디까지 가능한 지에 대한 첫 판결로 주의를 끌고 있습니다.
미국인에게 지고의 선이라는 종교와 언론의 자유를 규정한 게 수정 헌법 1조이고, 총기 소유의 자유 부분은 바로 그 다음인 2조에 명시돼 있습니다.
대법원은 이미 총기 소유가 합헌이라는 잠정 결론을 내렸습니다. 다만 총기의 규제가 어디까지 돼야 할지를 두고 오는 6월 최종 결론을 내릴 전망입니다.
총에 상하면서도 총을 내려놓지 못해 온 총기 문화, 미국이 처한 딜레마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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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 기자 goodsa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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