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 사람] 소설, ‘현실적 여성상’에 주목하다

입력 2008.04.26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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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요즘 2.30대 젊은 여성의 삶과 사랑을 다룬 소설들이 잇따라 문학상을 수상하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한편에서는 지나치게 상업적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동시대 여성들에게 현실적인 여성상을 제시하며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습니다.

정성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갓 대학을 마친 시골 모범생은 욕망의 도시 뉴욕에서 어떻게 살아남을까?

지옥에서 튀어나온 듯한 상사와 늘씬하고 세련된 직장 동료들...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던 그녀는 좌충우돌하며 성공에 다가섭니다.

전 세계 여성들의 호응을 받은 이 영화의 원작은 20대 여성과 문학을 합친 뜻의 이른바 칙릿 소설입니다.

엄숙주의가 지배해온 국내 문학계에도 칙릿 바람이 불고있습니다.

'시간죽이기'용 읽을거리를 넘어서 문학상 공모전까지 잇따라 휩쓸었습니다.

본격 칙릿을 표방하는 백영옥 씨의 소설... 감각적인 시선으로 여성 현실을 주목해 세계문학상을 거머줬습니다.

<인터뷰> 백영옥(소설 '스타일' 저자) : "우리시대 여자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 어떻게 일하고 어떤 욕망을 가지고 그 욕망 때문에 어떻게 괴로워하는지..."

창비장편소설상을 수상한 서유미 씨의 소설 '쿨하게 한 걸음'도 직장을 그만두고 혼란을 느끼는 30대 여성을 흥미 위주로 수다스럽게 풀어냅니다.

<인터뷰> 서유미(소설 '쿨하게 한 걸음' 저자) : "30대가 그다지 늦지 않았고 아직 많이 젊고 다시 뭔가를 시작해도 좋다라는 위로, 동시대의 한 사람으로서 위로를 주고 싶었습니다."

이 같은 흐름은 이미 정이현 씨의 소설에서 확인됩니다.

여성의 일과 사랑, 도시적 삶의 코드가 젊은 독자들을 중심으로 폭 넓은 공감을 얻으며 25만부나 팔려나갔고 드라마로 만들어졌습니다.

칙릿소설 행진은 일본 소설을 각색해 국내에서 영화로까지 제작됐습니다.

영화 대사 중 '연애는 연애고 결혼은 결혼이지. 싱글이 편하고 자유로울지 모르지만, 가난하기 쉽다. 내가 원하는 걸 이렇게 쉽게 가질 수 있는데~'

<인터뷰> 한기호(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 "여성들이 성공이란 게 힘들다 보니 나만의 행복을 추구하기 시작, 그러면서 그들의 삶을 진정으로 닮은 소설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소비문화를 내세우며 작품성과 대중성 사이에 걸터앉은 이들 작품에 대한 반응은 제각각입니다.

<녹취> 이혜진(독자) : "너무 조장하는 것 같아요. 멋진 몸매. 명품백을 들려고 하면 예뻐져야 하고..."

<녹취> 백지선(독자) : "잔잔한 일상 속에서 어떻게 한 인간이 성장해 나가는지 그런 이야기를 담은 것 같고..."

그러나, 문단에서는 지나치게 상업적이라는 비판이 우세합니다.

<인터뷰> 박진(문학평론가) : "여성을 소비의 주체가 아닌 진정한 주체의 모습으로 그려낼 수 있는 그런 소설들이 많이 나와야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신데렐라나 '된장녀'가 아닌 스스로에게 솔직한, 변화하는 여성상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칙릿 바람'은 앞으로 더 거세질 전망입니다.

KBS 뉴스 정성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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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와 사람] 소설, ‘현실적 여성상’에 주목하다
    • 입력 2008-04-26 21:20:13
    뉴스 9
<앵커 멘트> 요즘 2.30대 젊은 여성의 삶과 사랑을 다룬 소설들이 잇따라 문학상을 수상하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한편에서는 지나치게 상업적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동시대 여성들에게 현실적인 여성상을 제시하며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습니다. 정성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갓 대학을 마친 시골 모범생은 욕망의 도시 뉴욕에서 어떻게 살아남을까? 지옥에서 튀어나온 듯한 상사와 늘씬하고 세련된 직장 동료들...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던 그녀는 좌충우돌하며 성공에 다가섭니다. 전 세계 여성들의 호응을 받은 이 영화의 원작은 20대 여성과 문학을 합친 뜻의 이른바 칙릿 소설입니다. 엄숙주의가 지배해온 국내 문학계에도 칙릿 바람이 불고있습니다. '시간죽이기'용 읽을거리를 넘어서 문학상 공모전까지 잇따라 휩쓸었습니다. 본격 칙릿을 표방하는 백영옥 씨의 소설... 감각적인 시선으로 여성 현실을 주목해 세계문학상을 거머줬습니다. <인터뷰> 백영옥(소설 '스타일' 저자) : "우리시대 여자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 어떻게 일하고 어떤 욕망을 가지고 그 욕망 때문에 어떻게 괴로워하는지..." 창비장편소설상을 수상한 서유미 씨의 소설 '쿨하게 한 걸음'도 직장을 그만두고 혼란을 느끼는 30대 여성을 흥미 위주로 수다스럽게 풀어냅니다. <인터뷰> 서유미(소설 '쿨하게 한 걸음' 저자) : "30대가 그다지 늦지 않았고 아직 많이 젊고 다시 뭔가를 시작해도 좋다라는 위로, 동시대의 한 사람으로서 위로를 주고 싶었습니다." 이 같은 흐름은 이미 정이현 씨의 소설에서 확인됩니다. 여성의 일과 사랑, 도시적 삶의 코드가 젊은 독자들을 중심으로 폭 넓은 공감을 얻으며 25만부나 팔려나갔고 드라마로 만들어졌습니다. 칙릿소설 행진은 일본 소설을 각색해 국내에서 영화로까지 제작됐습니다. 영화 대사 중 '연애는 연애고 결혼은 결혼이지. 싱글이 편하고 자유로울지 모르지만, 가난하기 쉽다. 내가 원하는 걸 이렇게 쉽게 가질 수 있는데~' <인터뷰> 한기호(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 "여성들이 성공이란 게 힘들다 보니 나만의 행복을 추구하기 시작, 그러면서 그들의 삶을 진정으로 닮은 소설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소비문화를 내세우며 작품성과 대중성 사이에 걸터앉은 이들 작품에 대한 반응은 제각각입니다. <녹취> 이혜진(독자) : "너무 조장하는 것 같아요. 멋진 몸매. 명품백을 들려고 하면 예뻐져야 하고..." <녹취> 백지선(독자) : "잔잔한 일상 속에서 어떻게 한 인간이 성장해 나가는지 그런 이야기를 담은 것 같고..." 그러나, 문단에서는 지나치게 상업적이라는 비판이 우세합니다. <인터뷰> 박진(문학평론가) : "여성을 소비의 주체가 아닌 진정한 주체의 모습으로 그려낼 수 있는 그런 소설들이 많이 나와야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신데렐라나 '된장녀'가 아닌 스스로에게 솔직한, 변화하는 여성상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칙릿 바람'은 앞으로 더 거세질 전망입니다. KBS 뉴스 정성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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