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멘트>
오는 2010년 아프리카에서는 처음으로 월드컵이 열리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이 심각한 전력난을 겪고 있습니다. 급속한 경제 성장으로 전력 수요는 크게 늘어났지만 발전소 건설을 미뤄온 바람에 전기가 모자라서 일상생활은 물론 경제 활동에도 큰 지장을 받고 있는데요. 금광채굴이 수시로 중단되면서 국제 금값이 치솟고 있고, 발등에 불이 떨어진 월드컵 준비도 차질을 빚고 있습니다.
김개형 순회 특파원이 밀착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경제도시 요하네스버그. 시내의 교차로 신호등이 모두 꺼져있습니다. 신호가 없다보니 차량들이 서로 엉기고, 충돌 직전에 멈춰 서는 위험천만한 장면이 연출됩니다. 전기가 끊긴 음식점에서 식탁마다 양초 2~3개를 켜놓고 식사를 하고 있습니다. 음식을 주문한 뒤 갑자기 전기가 나갔기 때문입니다. 주방에서도 양초를 켜놓고 음식을 만듭니다.
<인터뷰> 마포냐(쇼핑몰 직원) : "한 번에 보통 2시간 전기가 끊깁니다. 그리고 1시간 정도 전기가 들어왔다가 다시 2시간 끊깁니다. 상황이 나쁠 때는 전기가 나갔다 들어왔다하는 게 6번 반복됩니다."
가정집은 물론 은행과 병원 등 공공 기관의 업무가 마비되고 공장의 기계도 멈춰서는 등 남아공은 전력 부족으로 인한 예고 없는 정전에 직격탄을 맞고 있습니다.
전력 부족 현상에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는 곳이 금광입니다. 일부 금광은 작업시간 단축에 나섰고 수천 명의 직원을 해고시킨 금광도 있습니다. 3~4 킬로미터 아래 지하 갱도에서 금을 캐는 금광은 전기가 끊길 경우 안전에 치명적인 결과를 낳습니다. 금광 7곳을 운영하는 남아공 최대 금 생산 기업은 급작스런 정전 통보에 황급히 광부들을 철수시켰고 최대 2주간 문을 닫았습니다.
지난 1,2월에 입은 생산 피해만 20만 온스, 2억 달러에 달합니다. 비상 발전기를 돌리고 전기 사용을 최대한으로 줄여도 추가 피해는 불가피합니다.
<인터뷰> 알랜 파인(앙골라골드 아산티 대외협력 국장) : "광산을 며칠 간 닫고 다시 채굴이 가능하도록 하는 데 오래 걸리기 때문에 피해가 컸습니다. 평소 사용량의 90% 수준이 전력을 공급 받으면 올해 추가로 20만 온스의 금 생산 차질이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남아공 주요 금광 기업의 생산량은 지난해 4분기 4% 안팎 줄어들었습니다. 최대 금 생산국, 남아공의 금 생산 차질은 국제 금값을 폭등시켰습니다. 달러화 가치 하락으로 상승 추세에 있는 국제 금값을 자극해 1온스에 천 달러, 사상 최고치로 끌어올렸습니다. 반면 잦은 정전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는 곳도 있습니다. 비상시에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기를 만드는 이 회사는 밀려드는 주문에 24시간 공장을 돌리고 있습니다.
<인터뷰> 케빈 도날드슨(발전기 생산기업 부장) : "1월 첫째, 둘째 주에는 하루에 970번의 문의 전화가 왔습니다. 1분에 두 번 정도입니다. 판매량이 엄청나게 증가했고 서비스 수요도 크게 늘어났습니다."
10여 년 전만해도 남아공은 전기가 남아돌아 주변국에 전기를 싼 값으로 수출하는 계약을 맺었고 지금도 수출하고 있습니다. 전기 요금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낮은 남아공에서 전기가 부족해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1월부텁니다. 지난 4년간 5%대의 경제 성장을 기록하면서 전력 수요가 급격히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10월에는 전력 수요량이 공급량을 넘어서면서 급속히 사정이 악화됐습니다. 지금은 수요량이 공급량을 20% 초과하는 상황입니다.
<인터뷰> 스티브 레논(남아공 전력공사 경영 국장) : "남아공의 전기 수요는 지난 10년 간 거의 2배로 뛰었습니다. 하지만 전력 발전소는 늘어나지 않아서 문제가 생긴 것입니다. 80년대부터 전기의 초과 공급이 있어서 남았던 전력으로 오랜 기간 버텨왔습니다."
남아공의 전력난은 지난 90년대 말 학계 등에서 이미 예측한 것입니다. 지난 98년 남아공 정부가 민간 부문에 발전소 건설을 넘긴 뒤부터 발전소가 지어지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윌리 크론제(위트워트샌드대학 교수) : "2007년 쯤 전기난이 있을 것이라고 정부에 이야기했지만 정부는 예측을 믿지 않았고 단지 흥미로운 이야기라고만 했을 뿐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남아공의 전력난이 적어도 6년은 더 계속된다는 것입니다. 오는 2014년이 돼야 새로운 발전소가 완공되기 때문입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지자 남아공 전력공사는 오래되고 낡은 발전소를 긴급히 수리해 발전 용량을 늘리는 한편 전기 수입에 나섰습니다. 전력 수요가 큰 기업에게 평소 사용량의 90% 수준으로 공급하는 등 전력 통제에 나섰습니다. 동시에 로드 세딩, 즉 전기 수급조절 제도도 도입했습니다.
로드세딩은 한 블록의 전기 공급을 일정시간 중단함으로써 나머지 블록의 전기 공급을 원활하게 하는 것입니다. 한꺼번에 전기 수요가 몰리면서 과부하로 전기 공급 시스템이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입니다.
남아공에서는 오는 2010년 월드컵 축구 대회가 열립니다. 월드컵 경기장을 짓는 공사가 한창 진행 중입니다. 대회 준비에 전력난으로 인한 차질이 없다는 것이 남아공 축구 협회의 공식입장입니다. 그러나 국제 사회뿐 아니라 남아공 내에서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인터뷰> 데이비드(시민) : "정말 기대가 높지만 걱정도 많이 됩니다. 남아공 전력공사가 어떤 노력을 하던 남아공이 월드컵 축구대회를 개최할 준비가 돼있는 지 모르겠습니다."
남아공은 10년 전에 예측된 전력난을 대비하지 않았습니다. 그 대가로 그동안 이룩한 경제 성장을 갉아먹게 될 지도 모르는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미래를 대비하지 않고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저렴한 전기를 써온 대가를 남아공은 지금 혹독하게 치르고 있습니다.
오는 2010년 아프리카에서는 처음으로 월드컵이 열리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이 심각한 전력난을 겪고 있습니다. 급속한 경제 성장으로 전력 수요는 크게 늘어났지만 발전소 건설을 미뤄온 바람에 전기가 모자라서 일상생활은 물론 경제 활동에도 큰 지장을 받고 있는데요. 금광채굴이 수시로 중단되면서 국제 금값이 치솟고 있고, 발등에 불이 떨어진 월드컵 준비도 차질을 빚고 있습니다.
김개형 순회 특파원이 밀착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경제도시 요하네스버그. 시내의 교차로 신호등이 모두 꺼져있습니다. 신호가 없다보니 차량들이 서로 엉기고, 충돌 직전에 멈춰 서는 위험천만한 장면이 연출됩니다. 전기가 끊긴 음식점에서 식탁마다 양초 2~3개를 켜놓고 식사를 하고 있습니다. 음식을 주문한 뒤 갑자기 전기가 나갔기 때문입니다. 주방에서도 양초를 켜놓고 음식을 만듭니다.
<인터뷰> 마포냐(쇼핑몰 직원) : "한 번에 보통 2시간 전기가 끊깁니다. 그리고 1시간 정도 전기가 들어왔다가 다시 2시간 끊깁니다. 상황이 나쁠 때는 전기가 나갔다 들어왔다하는 게 6번 반복됩니다."
가정집은 물론 은행과 병원 등 공공 기관의 업무가 마비되고 공장의 기계도 멈춰서는 등 남아공은 전력 부족으로 인한 예고 없는 정전에 직격탄을 맞고 있습니다.
전력 부족 현상에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는 곳이 금광입니다. 일부 금광은 작업시간 단축에 나섰고 수천 명의 직원을 해고시킨 금광도 있습니다. 3~4 킬로미터 아래 지하 갱도에서 금을 캐는 금광은 전기가 끊길 경우 안전에 치명적인 결과를 낳습니다. 금광 7곳을 운영하는 남아공 최대 금 생산 기업은 급작스런 정전 통보에 황급히 광부들을 철수시켰고 최대 2주간 문을 닫았습니다.
지난 1,2월에 입은 생산 피해만 20만 온스, 2억 달러에 달합니다. 비상 발전기를 돌리고 전기 사용을 최대한으로 줄여도 추가 피해는 불가피합니다.
<인터뷰> 알랜 파인(앙골라골드 아산티 대외협력 국장) : "광산을 며칠 간 닫고 다시 채굴이 가능하도록 하는 데 오래 걸리기 때문에 피해가 컸습니다. 평소 사용량의 90% 수준이 전력을 공급 받으면 올해 추가로 20만 온스의 금 생산 차질이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남아공 주요 금광 기업의 생산량은 지난해 4분기 4% 안팎 줄어들었습니다. 최대 금 생산국, 남아공의 금 생산 차질은 국제 금값을 폭등시켰습니다. 달러화 가치 하락으로 상승 추세에 있는 국제 금값을 자극해 1온스에 천 달러, 사상 최고치로 끌어올렸습니다. 반면 잦은 정전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는 곳도 있습니다. 비상시에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기를 만드는 이 회사는 밀려드는 주문에 24시간 공장을 돌리고 있습니다.
<인터뷰> 케빈 도날드슨(발전기 생산기업 부장) : "1월 첫째, 둘째 주에는 하루에 970번의 문의 전화가 왔습니다. 1분에 두 번 정도입니다. 판매량이 엄청나게 증가했고 서비스 수요도 크게 늘어났습니다."
10여 년 전만해도 남아공은 전기가 남아돌아 주변국에 전기를 싼 값으로 수출하는 계약을 맺었고 지금도 수출하고 있습니다. 전기 요금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낮은 남아공에서 전기가 부족해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1월부텁니다. 지난 4년간 5%대의 경제 성장을 기록하면서 전력 수요가 급격히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10월에는 전력 수요량이 공급량을 넘어서면서 급속히 사정이 악화됐습니다. 지금은 수요량이 공급량을 20% 초과하는 상황입니다.
<인터뷰> 스티브 레논(남아공 전력공사 경영 국장) : "남아공의 전기 수요는 지난 10년 간 거의 2배로 뛰었습니다. 하지만 전력 발전소는 늘어나지 않아서 문제가 생긴 것입니다. 80년대부터 전기의 초과 공급이 있어서 남았던 전력으로 오랜 기간 버텨왔습니다."
남아공의 전력난은 지난 90년대 말 학계 등에서 이미 예측한 것입니다. 지난 98년 남아공 정부가 민간 부문에 발전소 건설을 넘긴 뒤부터 발전소가 지어지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윌리 크론제(위트워트샌드대학 교수) : "2007년 쯤 전기난이 있을 것이라고 정부에 이야기했지만 정부는 예측을 믿지 않았고 단지 흥미로운 이야기라고만 했을 뿐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남아공의 전력난이 적어도 6년은 더 계속된다는 것입니다. 오는 2014년이 돼야 새로운 발전소가 완공되기 때문입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지자 남아공 전력공사는 오래되고 낡은 발전소를 긴급히 수리해 발전 용량을 늘리는 한편 전기 수입에 나섰습니다. 전력 수요가 큰 기업에게 평소 사용량의 90% 수준으로 공급하는 등 전력 통제에 나섰습니다. 동시에 로드 세딩, 즉 전기 수급조절 제도도 도입했습니다.
로드세딩은 한 블록의 전기 공급을 일정시간 중단함으로써 나머지 블록의 전기 공급을 원활하게 하는 것입니다. 한꺼번에 전기 수요가 몰리면서 과부하로 전기 공급 시스템이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입니다.
남아공에서는 오는 2010년 월드컵 축구 대회가 열립니다. 월드컵 경기장을 짓는 공사가 한창 진행 중입니다. 대회 준비에 전력난으로 인한 차질이 없다는 것이 남아공 축구 협회의 공식입장입니다. 그러나 국제 사회뿐 아니라 남아공 내에서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인터뷰> 데이비드(시민) : "정말 기대가 높지만 걱정도 많이 됩니다. 남아공 전력공사가 어떤 노력을 하던 남아공이 월드컵 축구대회를 개최할 준비가 돼있는 지 모르겠습니다."
남아공은 10년 전에 예측된 전력난을 대비하지 않았습니다. 그 대가로 그동안 이룩한 경제 성장을 갉아먹게 될 지도 모르는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미래를 대비하지 않고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저렴한 전기를 써온 대가를 남아공은 지금 혹독하게 치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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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력난에 고민하는 남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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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08-04-27 07:56:17

<앵커 멘트>
오는 2010년 아프리카에서는 처음으로 월드컵이 열리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이 심각한 전력난을 겪고 있습니다. 급속한 경제 성장으로 전력 수요는 크게 늘어났지만 발전소 건설을 미뤄온 바람에 전기가 모자라서 일상생활은 물론 경제 활동에도 큰 지장을 받고 있는데요. 금광채굴이 수시로 중단되면서 국제 금값이 치솟고 있고, 발등에 불이 떨어진 월드컵 준비도 차질을 빚고 있습니다.
김개형 순회 특파원이 밀착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경제도시 요하네스버그. 시내의 교차로 신호등이 모두 꺼져있습니다. 신호가 없다보니 차량들이 서로 엉기고, 충돌 직전에 멈춰 서는 위험천만한 장면이 연출됩니다. 전기가 끊긴 음식점에서 식탁마다 양초 2~3개를 켜놓고 식사를 하고 있습니다. 음식을 주문한 뒤 갑자기 전기가 나갔기 때문입니다. 주방에서도 양초를 켜놓고 음식을 만듭니다.
<인터뷰> 마포냐(쇼핑몰 직원) : "한 번에 보통 2시간 전기가 끊깁니다. 그리고 1시간 정도 전기가 들어왔다가 다시 2시간 끊깁니다. 상황이 나쁠 때는 전기가 나갔다 들어왔다하는 게 6번 반복됩니다."
가정집은 물론 은행과 병원 등 공공 기관의 업무가 마비되고 공장의 기계도 멈춰서는 등 남아공은 전력 부족으로 인한 예고 없는 정전에 직격탄을 맞고 있습니다.
전력 부족 현상에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는 곳이 금광입니다. 일부 금광은 작업시간 단축에 나섰고 수천 명의 직원을 해고시킨 금광도 있습니다. 3~4 킬로미터 아래 지하 갱도에서 금을 캐는 금광은 전기가 끊길 경우 안전에 치명적인 결과를 낳습니다. 금광 7곳을 운영하는 남아공 최대 금 생산 기업은 급작스런 정전 통보에 황급히 광부들을 철수시켰고 최대 2주간 문을 닫았습니다.
지난 1,2월에 입은 생산 피해만 20만 온스, 2억 달러에 달합니다. 비상 발전기를 돌리고 전기 사용을 최대한으로 줄여도 추가 피해는 불가피합니다.
<인터뷰> 알랜 파인(앙골라골드 아산티 대외협력 국장) : "광산을 며칠 간 닫고 다시 채굴이 가능하도록 하는 데 오래 걸리기 때문에 피해가 컸습니다. 평소 사용량의 90% 수준이 전력을 공급 받으면 올해 추가로 20만 온스의 금 생산 차질이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남아공 주요 금광 기업의 생산량은 지난해 4분기 4% 안팎 줄어들었습니다. 최대 금 생산국, 남아공의 금 생산 차질은 국제 금값을 폭등시켰습니다. 달러화 가치 하락으로 상승 추세에 있는 국제 금값을 자극해 1온스에 천 달러, 사상 최고치로 끌어올렸습니다. 반면 잦은 정전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는 곳도 있습니다. 비상시에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기를 만드는 이 회사는 밀려드는 주문에 24시간 공장을 돌리고 있습니다.
<인터뷰> 케빈 도날드슨(발전기 생산기업 부장) : "1월 첫째, 둘째 주에는 하루에 970번의 문의 전화가 왔습니다. 1분에 두 번 정도입니다. 판매량이 엄청나게 증가했고 서비스 수요도 크게 늘어났습니다."
10여 년 전만해도 남아공은 전기가 남아돌아 주변국에 전기를 싼 값으로 수출하는 계약을 맺었고 지금도 수출하고 있습니다. 전기 요금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낮은 남아공에서 전기가 부족해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1월부텁니다. 지난 4년간 5%대의 경제 성장을 기록하면서 전력 수요가 급격히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10월에는 전력 수요량이 공급량을 넘어서면서 급속히 사정이 악화됐습니다. 지금은 수요량이 공급량을 20% 초과하는 상황입니다.
<인터뷰> 스티브 레논(남아공 전력공사 경영 국장) : "남아공의 전기 수요는 지난 10년 간 거의 2배로 뛰었습니다. 하지만 전력 발전소는 늘어나지 않아서 문제가 생긴 것입니다. 80년대부터 전기의 초과 공급이 있어서 남았던 전력으로 오랜 기간 버텨왔습니다."
남아공의 전력난은 지난 90년대 말 학계 등에서 이미 예측한 것입니다. 지난 98년 남아공 정부가 민간 부문에 발전소 건설을 넘긴 뒤부터 발전소가 지어지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윌리 크론제(위트워트샌드대학 교수) : "2007년 쯤 전기난이 있을 것이라고 정부에 이야기했지만 정부는 예측을 믿지 않았고 단지 흥미로운 이야기라고만 했을 뿐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남아공의 전력난이 적어도 6년은 더 계속된다는 것입니다. 오는 2014년이 돼야 새로운 발전소가 완공되기 때문입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지자 남아공 전력공사는 오래되고 낡은 발전소를 긴급히 수리해 발전 용량을 늘리는 한편 전기 수입에 나섰습니다. 전력 수요가 큰 기업에게 평소 사용량의 90% 수준으로 공급하는 등 전력 통제에 나섰습니다. 동시에 로드 세딩, 즉 전기 수급조절 제도도 도입했습니다.
로드세딩은 한 블록의 전기 공급을 일정시간 중단함으로써 나머지 블록의 전기 공급을 원활하게 하는 것입니다. 한꺼번에 전기 수요가 몰리면서 과부하로 전기 공급 시스템이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입니다.
남아공에서는 오는 2010년 월드컵 축구 대회가 열립니다. 월드컵 경기장을 짓는 공사가 한창 진행 중입니다. 대회 준비에 전력난으로 인한 차질이 없다는 것이 남아공 축구 협회의 공식입장입니다. 그러나 국제 사회뿐 아니라 남아공 내에서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인터뷰> 데이비드(시민) : "정말 기대가 높지만 걱정도 많이 됩니다. 남아공 전력공사가 어떤 노력을 하던 남아공이 월드컵 축구대회를 개최할 준비가 돼있는 지 모르겠습니다."
남아공은 10년 전에 예측된 전력난을 대비하지 않았습니다. 그 대가로 그동안 이룩한 경제 성장을 갉아먹게 될 지도 모르는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미래를 대비하지 않고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저렴한 전기를 써온 대가를 남아공은 지금 혹독하게 치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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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개형 기자 thenews@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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