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어이없는 ‘묻지마 살인’…유가족 통곡

입력 2008.04.30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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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나흘 전 강원도 양구에서 일어난 여고생 피살사건의 현장검증이 어제 있었습니다 이유없이 숨진 여학생의 가족은 통곡했습니다.

양지우 기자! 충격적인 사건에 시민들도 분을 감추지 못했죠?

<리포트>


네, 누구든 죽이고 싶어서 흉기를 들고 공원에 앉아있었다..여고생을 살해한 피의자 가 경찰조사에서 한 말인데요... 사건의 충격이 큰 만큼 많은 분들이 나와서 현장검증을 지켜봤습니다.

피의자가 당시 범행 과정을 재연하는 모습을 보면서 분을 삭이지 못하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특히 어제 현장검증에는 피해 여학생의 가족들도 찾아와 당시 범행과정을 지켜봤는데요... 분하고 원통함을 호소하며 오열해 보는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강원도 양구군 서천변 레포츠 공원입니다. 며칠 전 18살 여고생이 무참히 살해된 곳입니다. 당시 범행현장에서 붙잡힌 이씨..현장검증을 위해 다시 범행 현장에 나타 났는데요...운동을 하던 여고생에게 달려들어 살해하던 과정을 경찰 앞에서 재연했 습니다.

<녹취> 김00 피해학생 어머니 : "미안해. 너무 미안하다. 엄마도 죽고 싶다. 어떻게 하면 좋겠니..세상에..."

현장검증에는 김 양의 가족들이 찾아와 억울한 딸의 죽음을 하소연하기도 했습니다.

<녹취> 김00 피해학생 외삼촌 : "아이가 눈도 못 감고 죽었어요. 눈을 몇 번을 쓸어 내렸는데도 눈이 안 감기더라고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그대로 화장하고 갔어요."

잔혹한 범죄를 재연하는 피의자를 보며 현장검증을 지켜보던 많은 사람들은 남의 일 같지 않은 분위기였습니다.

<녹취> 이00 이웃주민 : "어떤 말도 안 나와요. 너무 기가 막히고, 너무 황당해서...어떤 말로도 이 상황을 표현 할 수가 없을 것 같아요. 처음에는 거짓말인줄 알았어요. 저 사람도 사람이라고 얼굴을 가려놨나요?"

<녹취>최00 이웃주민 : "저녁에는 될 수 있으면 안 나가요. 겁나서... 딱히 누구를 겨냥해서 한 것도 아니라서 더 무섭고요. 아이들이고 여고생이고 무서워서... (지금은) 어른들도 거의 운동하러 안가는 걸로 알고 있어요."

피의자 이 씨는 범행 30분 전인 지난 26일 저녁 8시쯤 인근의 한 잡화점에서 범행 에 사용할 흉기를 구입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당시 흉기를 구입하는 피의자의 모 습이 가게 안에 설치된 cctv에 잡혔는데요.

<녹취> 박○○(잡화점 주인) : "약간 이상하더라고요. (가게에 들어와서) 칼을 보는 거야. 내가 '뭐하는 거야' 그랬더니 칼을 팔라고 그래. '카터 칼 사러왔어?' 그러니까 '아 그거 말고요' 이러는 거야. 가라고 했지. 그래서 갔지. 아마 그 날(범행 당일)도 내가 있었으면 안 팔았을 지도 모르지."

흉기를 구입한 이 씨는 곧바로 인근의 레포츠 공원 산책로 벤치에 앉아 범행대상을 물색합니다. 30분 뒤인 8시 35분쯤 친구와 함께 운동을 하던 김 양을 보게 되고 두 여학생을 15m가량 뒤따라 갔습니다.

그리고 바로 김 양을 붙잡고 흉기를 휘두르기 시작했는데요. 함께 있던 여학생은 급히 경찰에 신고하고 자신의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녹취> 김00 피해학생 친구 아버지 : "저희 딸 연락받고, (친구) 살려달라는 연락 받고 오면서... (현장에서) 범인은 도망갈 생각을 안 하고 경찰을 기다리고 있었어요. 범인은...제 딸한테도 “112에 신고를 해라. 네 친구가 죽는다.” 벤치에 앉아서 제 딸한테도 그렇게 얘기를 하고..."

이 씨는 범행을 저지르고 난 뒤에도 달아나지 않고 피가 묻은 옷을 입은 채 벤치에 앉아 있었는데요.

심영호 양구경찰서 현장에 가보니까 용의자가 머리를 숙이고 의자에 앉아있더라고요. 뛰어 갔으니까 아마 소리가 굉장히 컸을 거예요. (그런데도 도망가지 않고) 다가서니까 용의자가 살기 싫어서 내가 그랬다는 식으로 두세 번 반복적으로 얘기했습니다.

현장검증이 끝난 뒤 피해 여학생 가족들이 피의자 이 씨의 집을 찾아가기도 했습니 다.

<현장음>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현장음> "그렇게 빌면 아이가 살아 돌아온대?"

<현장음> "무슨 말로도 표현할 수 없고 그저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어떻게... 어떻게..."

<현장음> "아이가 눈도 못 감고 죽었어요."

<현장음> "왜 우십니까? 살려달라는 아이를..."

<현장음> "우리 앞에서 울지 마세요."

사건이 나기 이틀 ?에도 이곳에서는 비슷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운동을 하고 있던 40대 주부들에게 한 남자가 달려들었던 사건인데요....당시 위협을 느낀 주부들이 급히 몸을 피해 경찰에 신고했지만 범인을 잡지는 못했습니다.

<녹취> 피해여성 : "그 남자는 벤치에 앉아 있었고 우리는 그 뒤쪽으로 걸어가고 있었고, 그러다가 그 남자가 일어나서 우리 쪽으로 왔고... 난 벌떡 일어나서 덤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래서 뛰었고... 그냥 죽여 버린다는 말을 하더라고, 많이도 아니고 그냥 딱 한 마디 하더라고요."

경찰은 현재 피의자 이씨가 이 사건을 저지른 것인지 당시 행적과 옷차림 등을 조 사하며 범행여부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이 씨는 이미 이번 달 경찰에서 조사 받은 적이 있다고 합니다.

<녹취> 양구경찰서 관계자 : "4월 17일인데요. (어떤 상황이었죠?) 차에 락카칠을 한 거예요. 군청에 주차돼 있는 차에...문화체육회관 유리창을 그날 깼다고 합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게 아니고...(그냥 깼다고 하고) (그 당시에는 왜 처벌이 되지 않았나요?) 피해자들이 처벌을 원하지 않고 합의를 해줘서 불구속 수사 처리됐습니다."

<녹취> 이웅혁(경찰대 경찰행정학 교수) : "자기가 기분이 나쁘다는 이유로 전혀 일면식이 없는 모르는 사람에게 범행을 가한 가장 극단적인 이상 범죄 유형에 속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범죄의 심각성은 상대방이 얼마큼의 아픔을 느끼는가에 대한 공감이 없이 저질러집니다. 따라서 상당히 잔혹한 모습을 띨 수 있다는 것을 특징으로 꼽을 수 있고요..."

화가 난다고 아무런 이유도 없이 운동하던 여고생을 잔인하게 살해한 사건. 더 이 상 무고한 사람이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불특정 다수를 향해 저지르는 범죄에 대한 보다 단호한 처벌이 있어야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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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어이없는 ‘묻지마 살인’…유가족 통곡
    • 입력 2008-04-30 08:3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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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나흘 전 강원도 양구에서 일어난 여고생 피살사건의 현장검증이 어제 있었습니다 이유없이 숨진 여학생의 가족은 통곡했습니다. 양지우 기자! 충격적인 사건에 시민들도 분을 감추지 못했죠? <리포트> 네, 누구든 죽이고 싶어서 흉기를 들고 공원에 앉아있었다..여고생을 살해한 피의자 가 경찰조사에서 한 말인데요... 사건의 충격이 큰 만큼 많은 분들이 나와서 현장검증을 지켜봤습니다. 피의자가 당시 범행 과정을 재연하는 모습을 보면서 분을 삭이지 못하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특히 어제 현장검증에는 피해 여학생의 가족들도 찾아와 당시 범행과정을 지켜봤는데요... 분하고 원통함을 호소하며 오열해 보는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강원도 양구군 서천변 레포츠 공원입니다. 며칠 전 18살 여고생이 무참히 살해된 곳입니다. 당시 범행현장에서 붙잡힌 이씨..현장검증을 위해 다시 범행 현장에 나타 났는데요...운동을 하던 여고생에게 달려들어 살해하던 과정을 경찰 앞에서 재연했 습니다. <녹취> 김00 피해학생 어머니 : "미안해. 너무 미안하다. 엄마도 죽고 싶다. 어떻게 하면 좋겠니..세상에..." 현장검증에는 김 양의 가족들이 찾아와 억울한 딸의 죽음을 하소연하기도 했습니다. <녹취> 김00 피해학생 외삼촌 : "아이가 눈도 못 감고 죽었어요. 눈을 몇 번을 쓸어 내렸는데도 눈이 안 감기더라고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그대로 화장하고 갔어요." 잔혹한 범죄를 재연하는 피의자를 보며 현장검증을 지켜보던 많은 사람들은 남의 일 같지 않은 분위기였습니다. <녹취> 이00 이웃주민 : "어떤 말도 안 나와요. 너무 기가 막히고, 너무 황당해서...어떤 말로도 이 상황을 표현 할 수가 없을 것 같아요. 처음에는 거짓말인줄 알았어요. 저 사람도 사람이라고 얼굴을 가려놨나요?" <녹취>최00 이웃주민 : "저녁에는 될 수 있으면 안 나가요. 겁나서... 딱히 누구를 겨냥해서 한 것도 아니라서 더 무섭고요. 아이들이고 여고생이고 무서워서... (지금은) 어른들도 거의 운동하러 안가는 걸로 알고 있어요." 피의자 이 씨는 범행 30분 전인 지난 26일 저녁 8시쯤 인근의 한 잡화점에서 범행 에 사용할 흉기를 구입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당시 흉기를 구입하는 피의자의 모 습이 가게 안에 설치된 cctv에 잡혔는데요. <녹취> 박○○(잡화점 주인) : "약간 이상하더라고요. (가게에 들어와서) 칼을 보는 거야. 내가 '뭐하는 거야' 그랬더니 칼을 팔라고 그래. '카터 칼 사러왔어?' 그러니까 '아 그거 말고요' 이러는 거야. 가라고 했지. 그래서 갔지. 아마 그 날(범행 당일)도 내가 있었으면 안 팔았을 지도 모르지." 흉기를 구입한 이 씨는 곧바로 인근의 레포츠 공원 산책로 벤치에 앉아 범행대상을 물색합니다. 30분 뒤인 8시 35분쯤 친구와 함께 운동을 하던 김 양을 보게 되고 두 여학생을 15m가량 뒤따라 갔습니다. 그리고 바로 김 양을 붙잡고 흉기를 휘두르기 시작했는데요. 함께 있던 여학생은 급히 경찰에 신고하고 자신의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녹취> 김00 피해학생 친구 아버지 : "저희 딸 연락받고, (친구) 살려달라는 연락 받고 오면서... (현장에서) 범인은 도망갈 생각을 안 하고 경찰을 기다리고 있었어요. 범인은...제 딸한테도 “112에 신고를 해라. 네 친구가 죽는다.” 벤치에 앉아서 제 딸한테도 그렇게 얘기를 하고..." 이 씨는 범행을 저지르고 난 뒤에도 달아나지 않고 피가 묻은 옷을 입은 채 벤치에 앉아 있었는데요. 심영호 양구경찰서 현장에 가보니까 용의자가 머리를 숙이고 의자에 앉아있더라고요. 뛰어 갔으니까 아마 소리가 굉장히 컸을 거예요. (그런데도 도망가지 않고) 다가서니까 용의자가 살기 싫어서 내가 그랬다는 식으로 두세 번 반복적으로 얘기했습니다. 현장검증이 끝난 뒤 피해 여학생 가족들이 피의자 이 씨의 집을 찾아가기도 했습니 다. <현장음>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현장음> "그렇게 빌면 아이가 살아 돌아온대?" <현장음> "무슨 말로도 표현할 수 없고 그저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어떻게... 어떻게..." <현장음> "아이가 눈도 못 감고 죽었어요." <현장음> "왜 우십니까? 살려달라는 아이를..." <현장음> "우리 앞에서 울지 마세요." 사건이 나기 이틀 ?에도 이곳에서는 비슷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운동을 하고 있던 40대 주부들에게 한 남자가 달려들었던 사건인데요....당시 위협을 느낀 주부들이 급히 몸을 피해 경찰에 신고했지만 범인을 잡지는 못했습니다. <녹취> 피해여성 : "그 남자는 벤치에 앉아 있었고 우리는 그 뒤쪽으로 걸어가고 있었고, 그러다가 그 남자가 일어나서 우리 쪽으로 왔고... 난 벌떡 일어나서 덤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래서 뛰었고... 그냥 죽여 버린다는 말을 하더라고, 많이도 아니고 그냥 딱 한 마디 하더라고요." 경찰은 현재 피의자 이씨가 이 사건을 저지른 것인지 당시 행적과 옷차림 등을 조 사하며 범행여부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이 씨는 이미 이번 달 경찰에서 조사 받은 적이 있다고 합니다. <녹취> 양구경찰서 관계자 : "4월 17일인데요. (어떤 상황이었죠?) 차에 락카칠을 한 거예요. 군청에 주차돼 있는 차에...문화체육회관 유리창을 그날 깼다고 합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게 아니고...(그냥 깼다고 하고) (그 당시에는 왜 처벌이 되지 않았나요?) 피해자들이 처벌을 원하지 않고 합의를 해줘서 불구속 수사 처리됐습니다." <녹취> 이웅혁(경찰대 경찰행정학 교수) : "자기가 기분이 나쁘다는 이유로 전혀 일면식이 없는 모르는 사람에게 범행을 가한 가장 극단적인 이상 범죄 유형에 속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범죄의 심각성은 상대방이 얼마큼의 아픔을 느끼는가에 대한 공감이 없이 저질러집니다. 따라서 상당히 잔혹한 모습을 띨 수 있다는 것을 특징으로 꼽을 수 있고요..." 화가 난다고 아무런 이유도 없이 운동하던 여고생을 잔인하게 살해한 사건. 더 이 상 무고한 사람이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불특정 다수를 향해 저지르는 범죄에 대한 보다 단호한 처벌이 있어야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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