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민족주의 광풍

입력 2008.05.04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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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월의 첫 주말 밤, 특파원 현장보고입니다.

티베트 사태 이후 확산되고 있는 중국인들의 빗나간 민족주의 열기가 위험 수위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지난 일요일 서울에서 벌어진 중국 청년들의 폭력 시위를 통해서 세계는 그들의 맹목적 애국주의의 위험성을 실감할 수 있었는데요.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이런 민족주의 광풍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여 국제사회가 심히 우려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베이징 최창근 특파원을 연결해서 자세한 상황 알아보겠습니다.

<질문 1> 최 특파원, 내일 중국에서 대규모 반 서방 시위가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있던데, 어떻습니까?

<답변 1>

내일은 중국판 '3·1운동'이라 할 수 있는 '5·4운동' 기념일입니다. 5·4운동은 1919년 5월4일 베이징 학생들이 일으킨 반제국·반봉건주의 혁명운동으로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반일 시위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는 때입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런 반일 감정이 국적과는 관계없는 배타적 민족주의로 흘러, 티베트 사태를 규탄하는 서방 국가들로 불똥이 튀고 있습니다.

따라서 내일 반서방 시위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에 앞서 노동절 연휴가 시작된 지난 1일 베이징을 비롯해 상하이와 창사 등 주요도시의 카르푸 매장에는 수백 명씩의 시위대가 몰려들어 "까르푸 불매"와 "CNN 반대"를 외쳤습니다.

이들은 중국 경찰의 제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시위를 벌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오는 8일부터 올림픽 기간과 같은 17일 동안 불매 운동을 또 벌일 계획입니다.

<질문 2> 중국의 이런 민족주의 광풍의 도화선은 역시 티베트 사태라고 볼 수 있겠는데 이렇게 확산되는 배경은 뭐라고 보십니까?

<답변 2>

중국 민족주의 열풍에 불을 지핀 것은 지난 3월 14일 일어난 티베트 사태가 계기가 됐습니다.

미국, 유럽 등 서방국가들이 티베트 독립과 중국 인권 문제를 집중 거론하고 베이징 올림픽을 연계시키면서부터입니다.

중국은 올림픽을 통해 중화 민족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려하고 있는데 여기에 제동이 걸린 것입니다.

그러자 '중국인의 힘을 세계에 보여주자'는 메시지가 중국인사이에 급속하게 퍼지게 됐고 애국심을 넘어 중화제일의 민족주의가 확산됐습니다.

이런 확산의 배경에는 중국 정부의 암묵적인 측면 지원이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은 티베트 사태가 일어나고, 서방에서 올림픽 성화 반대 시위가 일어나는 것은 중국이 세계 무대에 화려하게 등장하는 것을 방해하겠다는 서방의 음모 때문이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이런 생각이 CCTV를 비롯한 관영 언론을 통해 국민들에게 전해지면서 민족주의 열기가 한껏 달아오르게 하고 있습니다.

<질문 3> 중국 정부가 암묵적으로 지원하는 측면이 있다고 하셨는데 그러면 이런 열풍을 주도하는 세력은 누구라고 볼 수 있습니까?

<답변 3> 중국의 과열 민족주의는 서울 시위에서도 보듯이 학생 등 젊은 층이 주도하고 있습니다. 최근 중국에서는 '펀칭', 즉 분노한 청년이라는 말이 유행입니다.

서울 뿐 아니라 성화봉송이 이뤄진 각 도시마다 중국인 유학생들이 몰려들었습니다. 10대와 20대의 대학생, 젊은 직장인들이 주축을 이루고 인터넷이나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로 통하는 이른바 '엄지족’들입니다.

약 2억2000만명에 이르는 이들 네티즌들은 1980년 이후 태어나 개성이 강한 이른바 중국의 ‘80후세대’입니다.

중국이 개혁개방을 추진한 이후 30년 동안 경제성장의 혜택을 받으면서 풍요롭게 성장한 세대입니다.

동시에 ‘위대한 중화민족을 부흥시켜야 한다’는 민족주의 교육을 학교에서 철저하게 받은 세대들입니다.

<질문 4> 이번 폭력 시위를 계기로 베이징 올림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국내에서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올림픽이 과연 잘 치러지겠습니까?

<답변 4>

서방에선 성화봉송 과정에서 보여준 중국인들의 피해의식과 잠재된 폭력성은 올림픽 기간중에도 어떤 형태로던 나타날 것이라며 이를 우려하고 있습니다.

최근 베이징은 강도 높은 대 테러 훈련이 실시돼 축제 분위기보다는 긴장감이 팽배한 상황입니다.

중국의 배타적 민족주의는 올림픽이 다가올수록 더욱 기승을 부릴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따라 중국이 이런 태도를 버리지 않는다면 베이징 올림픽이 중국만의 안방잔치에 그칠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점차 힘을 얻고 있습니다.

현재 중국지도부가 가장 걱정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최근 들어 중국 정부가 ‘이성적 애국주의’를 강조하며 진정에 나선 것도 이 때문입니다.

<질문 5> 이번에 확인됐듯이 중국의 민족주의 열풍이 위험수위에 도달해있는데요. 한.중 관계 발전, 나아가 중국이 세계 국가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가 아니겠습니까?

<답변 5>

그렇습니다. 중국이 마지못해 우리에게 사과를 했지만 때와 방법에서 큰나라로서의 풍모를 잃었다는 지적입니다. 오히려 처음부터 사과함으로써 그동안 티베트문제와 관련해 부정적으로 확산됐던 이미지를 씻어버릴 좋은 기회를 놓쳐버렸습니다.

올림픽만 잘 치르면 된다는 좁은 생각에서 벗어나 개방과 자유라는 올림픽정신을 구현할 새로운 인식이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이번에도 확인됐듯이 중국이 국제사회로부터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과격한 시위와 민족주의는 초강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에 대한 이미지와 신뢰를 훼손하고 있습니다.

다국적 기업이 영업활동에 위협을 느끼고 이웃나라 수도에서 폭력시위가 일어나는 사태는 중국이 스스로 위협론을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습니다.

중국이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국가로서 활동하기 위해서는 비뚤어진 '중화사상'을 애국심으로 착각한 잘못된 민족주의에서 벗어나야 할 것입니다.

지금까지 베이징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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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민족주의 광풍
    • 입력 2008-05-04 10:10:41
    특파원 현장보고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월의 첫 주말 밤, 특파원 현장보고입니다. 티베트 사태 이후 확산되고 있는 중국인들의 빗나간 민족주의 열기가 위험 수위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지난 일요일 서울에서 벌어진 중국 청년들의 폭력 시위를 통해서 세계는 그들의 맹목적 애국주의의 위험성을 실감할 수 있었는데요.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이런 민족주의 광풍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여 국제사회가 심히 우려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베이징 최창근 특파원을 연결해서 자세한 상황 알아보겠습니다. <질문 1> 최 특파원, 내일 중국에서 대규모 반 서방 시위가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있던데, 어떻습니까? <답변 1> 내일은 중국판 '3·1운동'이라 할 수 있는 '5·4운동' 기념일입니다. 5·4운동은 1919년 5월4일 베이징 학생들이 일으킨 반제국·반봉건주의 혁명운동으로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반일 시위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는 때입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런 반일 감정이 국적과는 관계없는 배타적 민족주의로 흘러, 티베트 사태를 규탄하는 서방 국가들로 불똥이 튀고 있습니다. 따라서 내일 반서방 시위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에 앞서 노동절 연휴가 시작된 지난 1일 베이징을 비롯해 상하이와 창사 등 주요도시의 카르푸 매장에는 수백 명씩의 시위대가 몰려들어 "까르푸 불매"와 "CNN 반대"를 외쳤습니다. 이들은 중국 경찰의 제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시위를 벌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오는 8일부터 올림픽 기간과 같은 17일 동안 불매 운동을 또 벌일 계획입니다. <질문 2> 중국의 이런 민족주의 광풍의 도화선은 역시 티베트 사태라고 볼 수 있겠는데 이렇게 확산되는 배경은 뭐라고 보십니까? <답변 2> 중국 민족주의 열풍에 불을 지핀 것은 지난 3월 14일 일어난 티베트 사태가 계기가 됐습니다. 미국, 유럽 등 서방국가들이 티베트 독립과 중국 인권 문제를 집중 거론하고 베이징 올림픽을 연계시키면서부터입니다. 중국은 올림픽을 통해 중화 민족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려하고 있는데 여기에 제동이 걸린 것입니다. 그러자 '중국인의 힘을 세계에 보여주자'는 메시지가 중국인사이에 급속하게 퍼지게 됐고 애국심을 넘어 중화제일의 민족주의가 확산됐습니다. 이런 확산의 배경에는 중국 정부의 암묵적인 측면 지원이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은 티베트 사태가 일어나고, 서방에서 올림픽 성화 반대 시위가 일어나는 것은 중국이 세계 무대에 화려하게 등장하는 것을 방해하겠다는 서방의 음모 때문이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이런 생각이 CCTV를 비롯한 관영 언론을 통해 국민들에게 전해지면서 민족주의 열기가 한껏 달아오르게 하고 있습니다. <질문 3> 중국 정부가 암묵적으로 지원하는 측면이 있다고 하셨는데 그러면 이런 열풍을 주도하는 세력은 누구라고 볼 수 있습니까? <답변 3> 중국의 과열 민족주의는 서울 시위에서도 보듯이 학생 등 젊은 층이 주도하고 있습니다. 최근 중국에서는 '펀칭', 즉 분노한 청년이라는 말이 유행입니다. 서울 뿐 아니라 성화봉송이 이뤄진 각 도시마다 중국인 유학생들이 몰려들었습니다. 10대와 20대의 대학생, 젊은 직장인들이 주축을 이루고 인터넷이나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로 통하는 이른바 '엄지족’들입니다. 약 2억2000만명에 이르는 이들 네티즌들은 1980년 이후 태어나 개성이 강한 이른바 중국의 ‘80후세대’입니다. 중국이 개혁개방을 추진한 이후 30년 동안 경제성장의 혜택을 받으면서 풍요롭게 성장한 세대입니다. 동시에 ‘위대한 중화민족을 부흥시켜야 한다’는 민족주의 교육을 학교에서 철저하게 받은 세대들입니다. <질문 4> 이번 폭력 시위를 계기로 베이징 올림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국내에서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올림픽이 과연 잘 치러지겠습니까? <답변 4> 서방에선 성화봉송 과정에서 보여준 중국인들의 피해의식과 잠재된 폭력성은 올림픽 기간중에도 어떤 형태로던 나타날 것이라며 이를 우려하고 있습니다. 최근 베이징은 강도 높은 대 테러 훈련이 실시돼 축제 분위기보다는 긴장감이 팽배한 상황입니다. 중국의 배타적 민족주의는 올림픽이 다가올수록 더욱 기승을 부릴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따라 중국이 이런 태도를 버리지 않는다면 베이징 올림픽이 중국만의 안방잔치에 그칠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점차 힘을 얻고 있습니다. 현재 중국지도부가 가장 걱정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최근 들어 중국 정부가 ‘이성적 애국주의’를 강조하며 진정에 나선 것도 이 때문입니다. <질문 5> 이번에 확인됐듯이 중국의 민족주의 열풍이 위험수위에 도달해있는데요. 한.중 관계 발전, 나아가 중국이 세계 국가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가 아니겠습니까? <답변 5> 그렇습니다. 중국이 마지못해 우리에게 사과를 했지만 때와 방법에서 큰나라로서의 풍모를 잃었다는 지적입니다. 오히려 처음부터 사과함으로써 그동안 티베트문제와 관련해 부정적으로 확산됐던 이미지를 씻어버릴 좋은 기회를 놓쳐버렸습니다. 올림픽만 잘 치르면 된다는 좁은 생각에서 벗어나 개방과 자유라는 올림픽정신을 구현할 새로운 인식이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이번에도 확인됐듯이 중국이 국제사회로부터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과격한 시위와 민족주의는 초강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에 대한 이미지와 신뢰를 훼손하고 있습니다. 다국적 기업이 영업활동에 위협을 느끼고 이웃나라 수도에서 폭력시위가 일어나는 사태는 중국이 스스로 위협론을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습니다. 중국이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국가로서 활동하기 위해서는 비뚤어진 '중화사상'을 애국심으로 착각한 잘못된 민족주의에서 벗어나야 할 것입니다. 지금까지 베이징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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