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인] 네베살롬 주민들, 평화의 씨를 뿌린다

입력 2008.05.11 (10:51) 수정 2008.05.11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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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이스라엘이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올해로 건국 60주년을 맞았습니다.

유대력으로 지난 8일이 이스라엘에는 건국 기념일입니다만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이 날을 '재앙의 날'로 부르고 있는데요.

60년간의 유혈보복전은 여전히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지만 그나마 다행이라면 상호 공존을 위한 노력이 시도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두 민족이 함께 어울려 평화의 싹을 키우는, 작지만 소중한 실험의 현장을 정창준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올리브 나무의 고장 빌라인 마을, 도로가 만들어지고 철조망이 생기면서 마을이 두 동강이 났습니다.

생계 터전이었던 철조망 건너편은 이제 그저 바라볼 수 밖에 없는 땅이 됐습니다.

이스라엘측이 유대인 정착촌을 보호하고 팔레스타인 테러리스트의 유입을 차단하겠다며 사실상 분리장벽을 만든 것입니다.

<녹취> 아베달라 아부 라마(빌라인 주민) : "우리는 군인들에게 이 땅은 우리 땅이고 필요한 땅이며, 일하러 그 곳에 가고싶다고 말하고 이 곳에 분리장벽과 유대인 정착촌을 짓는 것은 불법이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빌라인 마을 사람들이 철조망위에서 팔레스타인 깃발을 흔듭니다.

팔레스타인인이 땅의 주인이라며 땅을 돌려달라고 하소연합니다.

접근불가를 알리는 이스라엘 군의 경고방송이 흘러나오고 군이 시위대 해산을 준비합니다.

최루탄이 발사되고 때때로 고무탄 조준사격도 이뤄집니다.

돌멩이를 던져보지만 역부족입니다.

매주 금요일이면 빌라인 마을 주민들은 이렇게 시위를 벌입니다.

이스라엘에 빼앗긴 땅에 항의하는 최소한의 방법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땅을 빼앗긴 울분에 이들에게 평화는 먼 얘기로 들립니다.

<녹취> 아흐마드(빌라인 주민) : "이스라엘인들은 탐욕스럽습니다. 그들은 땅을 원하고 집을 원하고 뭐든 소유하려합니다. 어떻게 그들과 평화를 얘기하겠습니까?"

초등학교의 야외 활동입니다.

환한 웃음은 폭음과 함께 갑자기 공포로 돌변합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역 무장세력이 쏜 로켓이 학교 마당에 떨어진 것입니다.

<인터뷰> 사손 사우라(스테롯 마을 주민) : "학생들은 로켓 경보가 울리면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대피를 합니다. 그러다 다시 공부하기 시작하면 또 경보가 울립니다. 정말 난장판입니다. 이렇게 살 수는 없어요."


주민들은 하나둘 마을을 떠납니다.

대부분 생계가 막막해 떠날 수 없는 주민들만 남았습니다. 이색 강철판이 눈에 띕니다.

로켓공격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하루 대여섯 발의 로켓공격은 예사라고 주민들은 말합니다.

1년 전 로켓이 집으로 떨어진 요시 탐싯씨 가족, 아내는 파편이 온 몸에 박혀 3개월간 의식불명상태를 겪었습니다.

지금도 외출은 공포로 다가옵니다.

<인터뷰> 요시 탐싯(로켓 피해자) : "나가기가 너무 무서워요. 몇주동안 계속 로켓이 떨어져 무서워서 밖에 못나갑니다."


이렇다보니 시내는 인적이 드뭅니다.

꼭 필요한 일이 아니면 바깥출입을 삼가기 때문입니다.

곳곳엔 대피소가 설치돼 있습니다.

주민의 생명을 지키는유일한 안전시설입니다.

스데롯 사람들에게 10초에 의미는 무엇일까요 사이렌이 울리면 10초안에 대피하라 스테롯 사람들은 10초를 넘기면 로켓 희생자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10초는 곧 생명을 담보할 수 있는 한계치인 것입니다.

대피소 근처에서만 불안감속에 아이들을 놀게하는 현실, 복수심이 자연스럽게 가슴에 자리합니다.

<인터뷰> 아디프 가프(스테롯 마을 주민) : "4살 된 제 아이가 크면 군인이 돼 가자에 들어가 아랍인들을 죽이겠다고 말합니다. 제가 아무 얘기도 안했는데도 아이가 보고 느끼고 말하는 것입니다."

불가능해 보이는 평화. 하지만 희망의 싹이 자라고 있습니다.

조그만 언덕마을에 유대인과 아랍인 50 가정이 모여 삽니다.

초등학교 1학년 수학 시간. 선생님이 두 분입니다. 한 분은 아랍인, 한 분은 유대인입니다.

학생들도 유대인과 아랍인이 반반씩 섞여 있습니다. 아랍어와 히브리어 동시 수업이 이뤄집니다.

<인터뷰> 야스민 앨칼락(교사) : "아이들이 서로 상대 언어를 읽어주면서 존중하게되고 두 언어를 알게됨으로써 문화뿐만아니라 이해의 폭이 높아지고, 가까워집니다."

특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무력충돌이 일어날 때엔 학생들이 동요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며, 대화와 토론을 유도합니다.

<인터뷰> 암아르 다우드(교장) : "이곳은 대화로 해결책을 모색합니다. 이스라엘 정부는 무력을 사용해 실패했다고 볼 수 있죠. 모든이들이 대화를 택하기를 권합니다."

자연스럽게 서로 팔짱을 끼는 학생들, 종교적, 민족적인 차이는 더 이상 장애가 되지 않습니다.

학생들은 함께 어울려 살아갈 수 있음을 깨달으면서 평화의 전도사들이 돼 가고 있습니다.

<인터뷰> 시반(팔레스타인 학생) : "두 종교가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됐고 아랍인과 유대인이 현실적으로 정말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됐어요."

<인터뷰> 예일(유대인 학생) : "유대인과 아랍인간의 전쟁에 대해 배웠고 그것에 대해 각자 생각을 터놓고 대화하고 토론합니다. 서로 조절해가는 것이죠."

네베살롬 평화마을은 30여 년 전 한 수도사의 노력으로 터전이 마련됐습니다.

현재 50여 가정에 불과하지만 5백여 명의 입주 대기자가 생기면서 마을을 넓히려는 계획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이 마을에는 사원도 교회도 없습니다.

기도를 원하는 사람은 침묵의 집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바닥 위엔 의자와 양탄자가 전부입니다.

마음속으로만 신과 교통하는 곳입니다.

다른 종교를 존중하기 위해 종교색을 밖으로 드러내서는 안됩니다.

<인터뷰> 리타 보울로스(네베살롬 주민) : "모든 사람들을 위한 만국 공통어는 침묵입니다. 어떤 종교를 가졌든 사람들은 이곳에서 함께 머물며 말없이 마음속으로 기도할 수 있어요."

결혼식과 장례식은 물론 라마단과 유대인 부림절과 같은 종교행사까지도 함께 참여하면서 서로에 대한 이해를 높입니다.

<인터뷰> 아흐마드 히자리(네베살롬 주민) : "다르다는 것은 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 다르기때문에 서로 배우게되고, 많이 알게되고,서로 격려해 줄 수도 있죠."

이스라엘 건국 60주년. 유혈보복전 아래 민간인의 희생은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폭력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신념아래 함께 어울려 평화를 모색하는 네베살롬 마을의 실험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모두에게 잔잔하면서도 강한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습니다.

<앵커 멘트> 미얀마의 백만이 넘는 사이클론 이재민들이 기아와 전염병 위험에 그대로 노출돼 있습니다. 지난해 민주화 요구가 좌절된 데 이어서 또 다시 이런 대재앙에 직면한 미얀마 인들의 사정이 참으로 딱하기만 합니다.

미얀마 군정이 이번만큼은 국제사회에 빗장을 활짝 열어야 할 것입니다. 특파원 현장보고, 오늘 순서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여러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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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8-05-11 10:10:20
    • 수정2008-05-11 11:13:09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이스라엘이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올해로 건국 60주년을 맞았습니다. 유대력으로 지난 8일이 이스라엘에는 건국 기념일입니다만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이 날을 '재앙의 날'로 부르고 있는데요. 60년간의 유혈보복전은 여전히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지만 그나마 다행이라면 상호 공존을 위한 노력이 시도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두 민족이 함께 어울려 평화의 싹을 키우는, 작지만 소중한 실험의 현장을 정창준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올리브 나무의 고장 빌라인 마을, 도로가 만들어지고 철조망이 생기면서 마을이 두 동강이 났습니다. 생계 터전이었던 철조망 건너편은 이제 그저 바라볼 수 밖에 없는 땅이 됐습니다. 이스라엘측이 유대인 정착촌을 보호하고 팔레스타인 테러리스트의 유입을 차단하겠다며 사실상 분리장벽을 만든 것입니다. <녹취> 아베달라 아부 라마(빌라인 주민) : "우리는 군인들에게 이 땅은 우리 땅이고 필요한 땅이며, 일하러 그 곳에 가고싶다고 말하고 이 곳에 분리장벽과 유대인 정착촌을 짓는 것은 불법이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빌라인 마을 사람들이 철조망위에서 팔레스타인 깃발을 흔듭니다. 팔레스타인인이 땅의 주인이라며 땅을 돌려달라고 하소연합니다. 접근불가를 알리는 이스라엘 군의 경고방송이 흘러나오고 군이 시위대 해산을 준비합니다. 최루탄이 발사되고 때때로 고무탄 조준사격도 이뤄집니다. 돌멩이를 던져보지만 역부족입니다. 매주 금요일이면 빌라인 마을 주민들은 이렇게 시위를 벌입니다. 이스라엘에 빼앗긴 땅에 항의하는 최소한의 방법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땅을 빼앗긴 울분에 이들에게 평화는 먼 얘기로 들립니다. <녹취> 아흐마드(빌라인 주민) : "이스라엘인들은 탐욕스럽습니다. 그들은 땅을 원하고 집을 원하고 뭐든 소유하려합니다. 어떻게 그들과 평화를 얘기하겠습니까?" 초등학교의 야외 활동입니다. 환한 웃음은 폭음과 함께 갑자기 공포로 돌변합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역 무장세력이 쏜 로켓이 학교 마당에 떨어진 것입니다. <인터뷰> 사손 사우라(스테롯 마을 주민) : "학생들은 로켓 경보가 울리면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대피를 합니다. 그러다 다시 공부하기 시작하면 또 경보가 울립니다. 정말 난장판입니다. 이렇게 살 수는 없어요." 주민들은 하나둘 마을을 떠납니다. 대부분 생계가 막막해 떠날 수 없는 주민들만 남았습니다. 이색 강철판이 눈에 띕니다. 로켓공격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하루 대여섯 발의 로켓공격은 예사라고 주민들은 말합니다. 1년 전 로켓이 집으로 떨어진 요시 탐싯씨 가족, 아내는 파편이 온 몸에 박혀 3개월간 의식불명상태를 겪었습니다. 지금도 외출은 공포로 다가옵니다. <인터뷰> 요시 탐싯(로켓 피해자) : "나가기가 너무 무서워요. 몇주동안 계속 로켓이 떨어져 무서워서 밖에 못나갑니다." 이렇다보니 시내는 인적이 드뭅니다. 꼭 필요한 일이 아니면 바깥출입을 삼가기 때문입니다. 곳곳엔 대피소가 설치돼 있습니다. 주민의 생명을 지키는유일한 안전시설입니다. 스데롯 사람들에게 10초에 의미는 무엇일까요 사이렌이 울리면 10초안에 대피하라 스테롯 사람들은 10초를 넘기면 로켓 희생자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10초는 곧 생명을 담보할 수 있는 한계치인 것입니다. 대피소 근처에서만 불안감속에 아이들을 놀게하는 현실, 복수심이 자연스럽게 가슴에 자리합니다. <인터뷰> 아디프 가프(스테롯 마을 주민) : "4살 된 제 아이가 크면 군인이 돼 가자에 들어가 아랍인들을 죽이겠다고 말합니다. 제가 아무 얘기도 안했는데도 아이가 보고 느끼고 말하는 것입니다." 불가능해 보이는 평화. 하지만 희망의 싹이 자라고 있습니다. 조그만 언덕마을에 유대인과 아랍인 50 가정이 모여 삽니다. 초등학교 1학년 수학 시간. 선생님이 두 분입니다. 한 분은 아랍인, 한 분은 유대인입니다. 학생들도 유대인과 아랍인이 반반씩 섞여 있습니다. 아랍어와 히브리어 동시 수업이 이뤄집니다. <인터뷰> 야스민 앨칼락(교사) : "아이들이 서로 상대 언어를 읽어주면서 존중하게되고 두 언어를 알게됨으로써 문화뿐만아니라 이해의 폭이 높아지고, 가까워집니다." 특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무력충돌이 일어날 때엔 학생들이 동요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며, 대화와 토론을 유도합니다. <인터뷰> 암아르 다우드(교장) : "이곳은 대화로 해결책을 모색합니다. 이스라엘 정부는 무력을 사용해 실패했다고 볼 수 있죠. 모든이들이 대화를 택하기를 권합니다." 자연스럽게 서로 팔짱을 끼는 학생들, 종교적, 민족적인 차이는 더 이상 장애가 되지 않습니다. 학생들은 함께 어울려 살아갈 수 있음을 깨달으면서 평화의 전도사들이 돼 가고 있습니다. <인터뷰> 시반(팔레스타인 학생) : "두 종교가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됐고 아랍인과 유대인이 현실적으로 정말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됐어요." <인터뷰> 예일(유대인 학생) : "유대인과 아랍인간의 전쟁에 대해 배웠고 그것에 대해 각자 생각을 터놓고 대화하고 토론합니다. 서로 조절해가는 것이죠." 네베살롬 평화마을은 30여 년 전 한 수도사의 노력으로 터전이 마련됐습니다. 현재 50여 가정에 불과하지만 5백여 명의 입주 대기자가 생기면서 마을을 넓히려는 계획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이 마을에는 사원도 교회도 없습니다. 기도를 원하는 사람은 침묵의 집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바닥 위엔 의자와 양탄자가 전부입니다. 마음속으로만 신과 교통하는 곳입니다. 다른 종교를 존중하기 위해 종교색을 밖으로 드러내서는 안됩니다. <인터뷰> 리타 보울로스(네베살롬 주민) : "모든 사람들을 위한 만국 공통어는 침묵입니다. 어떤 종교를 가졌든 사람들은 이곳에서 함께 머물며 말없이 마음속으로 기도할 수 있어요." 결혼식과 장례식은 물론 라마단과 유대인 부림절과 같은 종교행사까지도 함께 참여하면서 서로에 대한 이해를 높입니다. <인터뷰> 아흐마드 히자리(네베살롬 주민) : "다르다는 것은 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 다르기때문에 서로 배우게되고, 많이 알게되고,서로 격려해 줄 수도 있죠." 이스라엘 건국 60주년. 유혈보복전 아래 민간인의 희생은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폭력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신념아래 함께 어울려 평화를 모색하는 네베살롬 마을의 실험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모두에게 잔잔하면서도 강한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습니다. <앵커 멘트> 미얀마의 백만이 넘는 사이클론 이재민들이 기아와 전염병 위험에 그대로 노출돼 있습니다. 지난해 민주화 요구가 좌절된 데 이어서 또 다시 이런 대재앙에 직면한 미얀마 인들의 사정이 참으로 딱하기만 합니다. 미얀마 군정이 이번만큼은 국제사회에 빗장을 활짝 열어야 할 것입니다. 특파원 현장보고, 오늘 순서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여러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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