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정부, 대북 식량 지원 ‘딜레마’

입력 2008.05.15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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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북핵 신고 문제의 타결이 임박하고 북미 관계가 급진전되면서 우리 정부가 대북 지원 문제로 고민에 빠졌습니다.
북측의 요청이 있어야 식량을 지원할 수 있다는 정부의 입장에 변화가 있을 것인지 김기흥 기자가 심층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해 대규모 수해를 겪은 북한의 곡물 생산 추정량은 401만톤.

배급량을 줄인다 해도 120만 톤 이상 부족하다는 분석입니다.

이미 아사자가 생겼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고, 급기야 김정일 위원장도 먹는 문제 해결을 강조하고 나섰습니다.

<녹취> 조선중앙TV(어제) : "현실이 인민들의 식량 문제를 해결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고 하며 농장 앞에 나서는 과업을 제시했다."

핵 신고 문제가 가닥을 잡으면서 미국은 조만간 쌀과 밀 등 50만 톤 규모의 대북 식량 지원 계획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이렇게 북미 사이가 급진전되면서 해마다 40~50만 톤 규모의 쌀을 차관 형식으로 지원했던 우리 정부는, 요즘 고민에 빠졌습니다.

미국이 나서는 마당에 우리만 뒷짐지고 있을 순 없는데, 정부 고위 당국자는, 미국의 대북 식량 지원이 이뤄져도 '선 요청 후 지원' 원칙을 고수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세계식량기구, WFP 등 국제 기구가 요청하면 옥수수, 콩 등 몇 만 톤의 지원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과거 정부처럼 북측에 끌려가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북측의 행태를 바로잡겠다는 것입니다.

<인터뷰> 이우영(북한대학원 대학교 교수) : "우리 정부입장에서는 북한쪽 변수도 있지만 국내 정치적인 특히 지지층에 대한, 보수집단에 대한 눈치보기가 필요한대 지금까지 공언한 바를 뒤엎기는 좀 어렵다고 보고 있고요"

그러나, 당장 여당 일부에서도 다른 목소리가 흘러 나오고 있습니다.

<녹취> 안상수(한나라당 원내 대표) : "어떤 이유에서든 여러 조건 따지지 말고 우리 동포를 위하는 인도적 견지에서 식량을 지원할 수 있도록 검토 바란다."

이런 기류를 의식해서인지 김하중 통일부 장관은 오늘, "국민의 뜻을 충분히 고려해 대북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국민의 뜻에 따라 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가 변할 수도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는 대목입니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도 "기회가 되면 북한과 직접 협의할 생각"이라고 거들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남북 대화에 응하기보다 변형된 통미봉남 전술을 구사하며 정부를 압박할 가능성이 큽니다.

당분간 남북간 경색국면은 불가피해 보이지만, 오는 7월 이산가족 금강산 면회소 준공식에서 남북 적십자 총재들이 만날 것으로 예상돼 식량 지원과 남북 관계의 복원에 물꼬를 틀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KBS 뉴스 김기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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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층취재] 정부, 대북 식량 지원 ‘딜레마’
    • 입력 2008-05-15 21: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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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북핵 신고 문제의 타결이 임박하고 북미 관계가 급진전되면서 우리 정부가 대북 지원 문제로 고민에 빠졌습니다. 북측의 요청이 있어야 식량을 지원할 수 있다는 정부의 입장에 변화가 있을 것인지 김기흥 기자가 심층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해 대규모 수해를 겪은 북한의 곡물 생산 추정량은 401만톤. 배급량을 줄인다 해도 120만 톤 이상 부족하다는 분석입니다. 이미 아사자가 생겼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고, 급기야 김정일 위원장도 먹는 문제 해결을 강조하고 나섰습니다. <녹취> 조선중앙TV(어제) : "현실이 인민들의 식량 문제를 해결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고 하며 농장 앞에 나서는 과업을 제시했다." 핵 신고 문제가 가닥을 잡으면서 미국은 조만간 쌀과 밀 등 50만 톤 규모의 대북 식량 지원 계획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이렇게 북미 사이가 급진전되면서 해마다 40~50만 톤 규모의 쌀을 차관 형식으로 지원했던 우리 정부는, 요즘 고민에 빠졌습니다. 미국이 나서는 마당에 우리만 뒷짐지고 있을 순 없는데, 정부 고위 당국자는, 미국의 대북 식량 지원이 이뤄져도 '선 요청 후 지원' 원칙을 고수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세계식량기구, WFP 등 국제 기구가 요청하면 옥수수, 콩 등 몇 만 톤의 지원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과거 정부처럼 북측에 끌려가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북측의 행태를 바로잡겠다는 것입니다. <인터뷰> 이우영(북한대학원 대학교 교수) : "우리 정부입장에서는 북한쪽 변수도 있지만 국내 정치적인 특히 지지층에 대한, 보수집단에 대한 눈치보기가 필요한대 지금까지 공언한 바를 뒤엎기는 좀 어렵다고 보고 있고요" 그러나, 당장 여당 일부에서도 다른 목소리가 흘러 나오고 있습니다. <녹취> 안상수(한나라당 원내 대표) : "어떤 이유에서든 여러 조건 따지지 말고 우리 동포를 위하는 인도적 견지에서 식량을 지원할 수 있도록 검토 바란다." 이런 기류를 의식해서인지 김하중 통일부 장관은 오늘, "국민의 뜻을 충분히 고려해 대북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국민의 뜻에 따라 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가 변할 수도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는 대목입니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도 "기회가 되면 북한과 직접 협의할 생각"이라고 거들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남북 대화에 응하기보다 변형된 통미봉남 전술을 구사하며 정부를 압박할 가능성이 큽니다. 당분간 남북간 경색국면은 불가피해 보이지만, 오는 7월 이산가족 금강산 면회소 준공식에서 남북 적십자 총재들이 만날 것으로 예상돼 식량 지원과 남북 관계의 복원에 물꼬를 틀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KBS 뉴스 김기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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