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문신 놀이’ 주의보

입력 2008.05.20 (09:11) 수정 2008.05.20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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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10대 청소년들 사이에서 문신 놀이가 유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자기 몸에 스스로 상처를 내서 글자나 문양을 새겨 넣는다고 하는데요.

전문적인 기술이 있는 것도 아니고, 위생적으로도 문제가 많기 때문에 심각한 피부 질환을 일으킬 수도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학생들 사이에서 문신이 유행하고 있다죠?

스스로 문신을 한 청소년 대부분이 호기심에 하게 됐다고 말하는데요. 멋있어 보이려고, 또 친구들과 유대감을 갖기 위해 직접 문신을 한다고 말합니다.

문신을 하면 지우기가 쉽지 않을 텐데, 후회하는 청소년들이 많다죠?

<리포트>

네, 대부분의 청소년들이 바로 후회를 한다고 합니다. 일단 문신을 하면 주변의 시선이 곱지 않고, 학업과 취업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기 때문이라는데요.

문신 제거 시술을 받으려 해도 피부 조직이 심하게 손상돼서 제거 자체가 어려운 경우도 있고, 수백만 원에 달하는 수술비를 감당할 수 없어 아예 시술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경기도의 한 청소년 쉼터입니다. 이 쉼터에 있는 열여덟 살 김모양의 왼쪽 손가락에는 한자로 왕(王)자가 새겨져있습니다. 3년 전, 김양이 직접 새겨 넣은 문신입니다.

<인터뷰> 김00 : "그냥 호기심? 문신한 언니들이 있었는데요. 뒤에 해마도 있고, 골반 쪽에 이상한 그림 같은 것 그리고... 바늘하고 먹물하고 실하고."

하지만 김양은 문신을 하자마자 바로 후회를 했다고 하는데요. 문신을 한 뒤 자신을 대하는 주변 사람들의 태도가 확연히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또 앞으로 학교를 다니고 취업을 하는 데에도 문제가 생길까 걱정이 된다고 합니다.

<인터뷰> 김00 : "나이도 나이대로 먹었으니까 창피한 거에요. 내가 왜 했을까. 막 후회가 돼요. 제가 왜 했나 싶고요. 사람들이 어, 이거 문신했네? 그러면서 그럴 때마다 괜히 기분이 나빠져서 두꺼운 반지로 가리고 다니고."

고민을 하던 김양은 지난해, 문신 제거 수술을 받기 위해 한 성형외과를 찾아가 상담을 받았습니다.

문신을 제거하는 데 드는 비용은 무려 5백여만 원. 비용이 부담되지만 문신을 지울 수만 있다면 바랄 것이 없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김00 : "(문신을 없애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없어지잖아요. 제 인생의 오점이. 가장 원하는 게 이게 없어져서 다른 사람들처럼 이렇게 손 내놓고 다니고..."

같은 쉼터에 있는 열여섯 살 이모양도 지난해 여름, 자신의 왼쪽 팔목에 직접 문신을 새겨 넣었습니다. 학교에서 친구가 하는 것을 보고 남자친구의 이름 앞 글자를 새긴 것인데요.

하지만 지금은 하루라도 빨리 문신을 지우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인터뷰> 이00 : "이상하게 생각해요. 어떤 아줌마는 정신병원 가보라고 하고요. 어떤 사람들은 자기 딸이랑 못 놀게 하고요. (문신을 지우면) 여름에 보통 아이들처럼 옷 입고 다니고, 어른들한테 이상한 말도 안 듣고, 이상한 눈초리도 안 받고요."

최근 10대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자신이 직접 자기 몸에 문신을 새겨 넣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주변 친구들이 하는 것을 보고 충동적으로 따라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요. 고등학교 3학년의 이 여학생 역시 마찬가지의 경웁니다.

<인터뷰> 오00 : "3개월 전에 여기(청소년 쉼터) 애들이 하는 거 보고... 아이들이 먹물을 사가지고 왔어요. 문신을 하는 것을 계속 구경하다가 저도 할까, 해서 해봤어요. 하면 폼 난다고. 그렇게들 많이 하던데."
문신을 한지 한 달도 안돼서 바로 후회를 했다는 이 여학생은 얼마 전, 청소년 쉼터의 소개로 무료 문신 제거 시술을 받았습니다.

이렇게 수술을 받아도 문신이 완전히 없어지는 데는 무려 2년이 걸린다고 합니다.

<인터뷰> 오00 : "(문신을 안 했더라면) 그런 생각 했어요. 괜히 고생한다고. 문신을 해서. 문신 지우는 게 더 고생이었어요. 할 때는 그런 생각을 못했어요."

한편, 일부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친구들끼리의 결속력을 다지기 위해 서로 문신을 해주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대부분이 문신을 한 것을 후회한다고 합니다.

<인터뷰> 고등학생 : "친구들끼리 우정 유지하려고 그런 식으로 하는 사람들도 있고, 그냥 자기가 돋보이려고, 멋있어 보이려고 그러는 사람들도 있고..."

<인터뷰> 중학생 : "주변에 거의 10명 중에 7명 정도는 한 명 하면 또 한 명 따라하고 그렇게... 이쁘다, 뭔가 있어 보이고, 멋있는데..."

쉽게 지워지지 않는 문신은 청소년들의 몸과 마음을 위축시키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시선에 스스로를 부끄러워하고,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면서 평생 마음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게 되는 것입니다.

<인터뷰> 오수생 회장 (한국청소년쉼터협의회) : "지울 수 없는 상처가 된다. 지울 수 없는 상처가 되니까 그것이 자기를 보강해주고 자기를 건강하게 만들고, 자기를 힘 있는 것으로 만들어주는 게 아니니까 얻는 것보다는 잃는 것이 더 많다. 그래서 제발 문신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싶고..."

게다가 전문적인 기술과 지식 없이 제대로 소독되지 않은 도구를 사용해 문신을 하게 되면 종양이 생기거나 심각한 피부 질환을 유발할 수도 있다고 하는데요.

전문가들은 이럴 경우, 문신 제거 시술을 한다 해도 완전히 제거하기가 어렵고 그 비용도 청소년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말합니다.

<인터뷰> 이민석 원장 (000 성형외과) : "비전문가가 문신을 한 경우, 침투 깊이가 굉장히 깊고 색소를 입히면서 정상적인 조직을 굉장히 많이 파괴했기 때문에 100명 중 80명은 현실적으로 레이저 시술만으로는 완전하게 제거하기가 힘듭니다. 피부 이식 시술이나 외과적 절제 수술이 필요한 경우도 많죠."

문신 전문가들은 일단 문신을 하게 되면 제거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고, 아직은 사회적으로 문신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기 때문에 신중하게 생각하고 결정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장영재(타투이스트 / 문신전문가) : "우선 위생적인 부분도 무척 중요하게 생각을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본인이 문신을 받고 후회를 하지 않을 만한 문신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을 해요. 문신 같은 경우 받고 나서 너무 섣부른 생각이라든가 잘못된 생각들, 친구들끼리 했던 문신 때문에 많은 후회를 하세요. 평생을 두고 후회를 하시는 분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한국 청소년 쉼터 협의회에서는 지난해 11월부터 한 성형외과의 지원을 받아 무료로 문신을 없애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문신 제거를 원하는 청소년들이 너무 많고, 수술이 한 두 차례에 끝나지 않기 때문에 더 많은 의료진들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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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10대 청소년들 사이에서 문신 놀이가 유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자기 몸에 스스로 상처를 내서 글자나 문양을 새겨 넣는다고 하는데요. 전문적인 기술이 있는 것도 아니고, 위생적으로도 문제가 많기 때문에 심각한 피부 질환을 일으킬 수도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학생들 사이에서 문신이 유행하고 있다죠? 스스로 문신을 한 청소년 대부분이 호기심에 하게 됐다고 말하는데요. 멋있어 보이려고, 또 친구들과 유대감을 갖기 위해 직접 문신을 한다고 말합니다. 문신을 하면 지우기가 쉽지 않을 텐데, 후회하는 청소년들이 많다죠? <리포트> 네, 대부분의 청소년들이 바로 후회를 한다고 합니다. 일단 문신을 하면 주변의 시선이 곱지 않고, 학업과 취업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기 때문이라는데요. 문신 제거 시술을 받으려 해도 피부 조직이 심하게 손상돼서 제거 자체가 어려운 경우도 있고, 수백만 원에 달하는 수술비를 감당할 수 없어 아예 시술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경기도의 한 청소년 쉼터입니다. 이 쉼터에 있는 열여덟 살 김모양의 왼쪽 손가락에는 한자로 왕(王)자가 새겨져있습니다. 3년 전, 김양이 직접 새겨 넣은 문신입니다. <인터뷰> 김00 : "그냥 호기심? 문신한 언니들이 있었는데요. 뒤에 해마도 있고, 골반 쪽에 이상한 그림 같은 것 그리고... 바늘하고 먹물하고 실하고." 하지만 김양은 문신을 하자마자 바로 후회를 했다고 하는데요. 문신을 한 뒤 자신을 대하는 주변 사람들의 태도가 확연히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또 앞으로 학교를 다니고 취업을 하는 데에도 문제가 생길까 걱정이 된다고 합니다. <인터뷰> 김00 : "나이도 나이대로 먹었으니까 창피한 거에요. 내가 왜 했을까. 막 후회가 돼요. 제가 왜 했나 싶고요. 사람들이 어, 이거 문신했네? 그러면서 그럴 때마다 괜히 기분이 나빠져서 두꺼운 반지로 가리고 다니고." 고민을 하던 김양은 지난해, 문신 제거 수술을 받기 위해 한 성형외과를 찾아가 상담을 받았습니다. 문신을 제거하는 데 드는 비용은 무려 5백여만 원. 비용이 부담되지만 문신을 지울 수만 있다면 바랄 것이 없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김00 : "(문신을 없애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없어지잖아요. 제 인생의 오점이. 가장 원하는 게 이게 없어져서 다른 사람들처럼 이렇게 손 내놓고 다니고..." 같은 쉼터에 있는 열여섯 살 이모양도 지난해 여름, 자신의 왼쪽 팔목에 직접 문신을 새겨 넣었습니다. 학교에서 친구가 하는 것을 보고 남자친구의 이름 앞 글자를 새긴 것인데요. 하지만 지금은 하루라도 빨리 문신을 지우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인터뷰> 이00 : "이상하게 생각해요. 어떤 아줌마는 정신병원 가보라고 하고요. 어떤 사람들은 자기 딸이랑 못 놀게 하고요. (문신을 지우면) 여름에 보통 아이들처럼 옷 입고 다니고, 어른들한테 이상한 말도 안 듣고, 이상한 눈초리도 안 받고요." 최근 10대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자신이 직접 자기 몸에 문신을 새겨 넣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주변 친구들이 하는 것을 보고 충동적으로 따라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요. 고등학교 3학년의 이 여학생 역시 마찬가지의 경웁니다. <인터뷰> 오00 : "3개월 전에 여기(청소년 쉼터) 애들이 하는 거 보고... 아이들이 먹물을 사가지고 왔어요. 문신을 하는 것을 계속 구경하다가 저도 할까, 해서 해봤어요. 하면 폼 난다고. 그렇게들 많이 하던데." 문신을 한지 한 달도 안돼서 바로 후회를 했다는 이 여학생은 얼마 전, 청소년 쉼터의 소개로 무료 문신 제거 시술을 받았습니다. 이렇게 수술을 받아도 문신이 완전히 없어지는 데는 무려 2년이 걸린다고 합니다. <인터뷰> 오00 : "(문신을 안 했더라면) 그런 생각 했어요. 괜히 고생한다고. 문신을 해서. 문신 지우는 게 더 고생이었어요. 할 때는 그런 생각을 못했어요." 한편, 일부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친구들끼리의 결속력을 다지기 위해 서로 문신을 해주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대부분이 문신을 한 것을 후회한다고 합니다. <인터뷰> 고등학생 : "친구들끼리 우정 유지하려고 그런 식으로 하는 사람들도 있고, 그냥 자기가 돋보이려고, 멋있어 보이려고 그러는 사람들도 있고..." <인터뷰> 중학생 : "주변에 거의 10명 중에 7명 정도는 한 명 하면 또 한 명 따라하고 그렇게... 이쁘다, 뭔가 있어 보이고, 멋있는데..." 쉽게 지워지지 않는 문신은 청소년들의 몸과 마음을 위축시키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시선에 스스로를 부끄러워하고,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면서 평생 마음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게 되는 것입니다. <인터뷰> 오수생 회장 (한국청소년쉼터협의회) : "지울 수 없는 상처가 된다. 지울 수 없는 상처가 되니까 그것이 자기를 보강해주고 자기를 건강하게 만들고, 자기를 힘 있는 것으로 만들어주는 게 아니니까 얻는 것보다는 잃는 것이 더 많다. 그래서 제발 문신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싶고..." 게다가 전문적인 기술과 지식 없이 제대로 소독되지 않은 도구를 사용해 문신을 하게 되면 종양이 생기거나 심각한 피부 질환을 유발할 수도 있다고 하는데요. 전문가들은 이럴 경우, 문신 제거 시술을 한다 해도 완전히 제거하기가 어렵고 그 비용도 청소년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말합니다. <인터뷰> 이민석 원장 (000 성형외과) : "비전문가가 문신을 한 경우, 침투 깊이가 굉장히 깊고 색소를 입히면서 정상적인 조직을 굉장히 많이 파괴했기 때문에 100명 중 80명은 현실적으로 레이저 시술만으로는 완전하게 제거하기가 힘듭니다. 피부 이식 시술이나 외과적 절제 수술이 필요한 경우도 많죠." 문신 전문가들은 일단 문신을 하게 되면 제거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고, 아직은 사회적으로 문신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기 때문에 신중하게 생각하고 결정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장영재(타투이스트 / 문신전문가) : "우선 위생적인 부분도 무척 중요하게 생각을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본인이 문신을 받고 후회를 하지 않을 만한 문신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을 해요. 문신 같은 경우 받고 나서 너무 섣부른 생각이라든가 잘못된 생각들, 친구들끼리 했던 문신 때문에 많은 후회를 하세요. 평생을 두고 후회를 하시는 분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한국 청소년 쉼터 협의회에서는 지난해 11월부터 한 성형외과의 지원을 받아 무료로 문신을 없애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문신 제거를 원하는 청소년들이 너무 많고, 수술이 한 두 차례에 끝나지 않기 때문에 더 많은 의료진들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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