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정권 바뀌면 교과서도 수정

입력 2008.05.21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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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최근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의 교과서 좌향좌 발언 이후에 교과서 수정 논쟁이 격화되고 있습니다.
정권이 바뀌면 교과서도 꼭 바뀌어야 하는지 또 바꾼다면 어떤 절차에 따라야 하는지 유광석 기자가 생각해봤습니다.

<리포트>

새 정부 출범 한 달 뒤인 지난 3월 말.

대한상공회의소가 교육과학기술부에 교과서 수정을 요구했습니다.

초중고 경제.사회.국사.근현대사 교과서 60종을 모두 분석한 뒤 내놓은 수정 대목은 모두 337건에 이릅니다.

'경제안정 면에서 계획경제가 시장경제보다 우위'라는 표현은 편향적 시각이라며 삭제를 요구했습니다.

<인터뷰> 이현석 (대한상공회의소 조사1본부장): "반시장적이고 반기업적인 내용들이 많이 들어있어서 앞으로 우리 사회를 이끌어 나갈 학생들한테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수정 요구는 역사 교과서에까지 이어져 친미 논란을 불러오기도 했습니다.

우리 민족이 자주독립국가 수립 능력을 가졌는지도 의문이다, 미국의 대한 경제원조는 생명줄과 같은 것이었다는 등의 견해를 밝혔기 때문입니다.

뉴라이트 계열의 교과서 포럼도 비슷한 시기 '한국근현대사'를 대안 교과서라는 이름으로 발간했습니다.

일제시대의 근대화 성과를 기술하기도 해, 식민지배를 정당화했다는 논란이 일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14일 김도연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한 보수원로 단체 모임에서 '지금의 역사교과서가 다소 좌향좌돼 있다'며 수정 의사를 밝혔습니다.

파장은 큽니다.

검정 교과서 저작자나 발행자에게 수정을 지시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교육부 수장의 입에서 나온 말이기 때문입니다.

교과서를 정치적으로 통제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경계의 목소리가 당장 터져나왔습니다.

<인터뷰> 이신철 (아시아 역사연대 운영위원장): "장관이 일부의 불만이 있다고 해서 그것을 받아서 교과서를 평가를 하고 고치겠다고 발언하는 것은 지극히 맞지 않는다."

교과서는 해마다 각계의 의견을 수렴한뒤 저작자 협의를 거쳐 조금씩 수정되고 있지만 이처럼 정부가 특정 입장을 밝힌 것은 매우 드문일입니다.

과거에도 정권 교체에 따른 교과서 대폭 수정이 있었습니다.

김대중 정권 출범 뒤 과거 군사정권을 미화하는 표현들이 사라졌습니다.

그러나 당시에는 민주화가 상당히 진행되고 학계의 연구 검토도 뒷받침돼 사회적 혼란은 덜했습니다.

그러나 이번엔 학자들의 견해가 상당히 비판적입니다.

학문적 검증을 통한 수정 절차를 무시하고 있다는 이유에섭니다.

<인터뷰> 권내현 (고려대 역사교육과 교수): "교과서 내용을 이데올로기적으로 먼저 규정내린 뒤에 그것에 맞게 교과서 내용을 수정하거나 교과를 간섭하고 통제하겠다는 의지로 받아들여져서 상당히 우려스럽다."

교과서는 지식의 표준입니다.

그만큼 학계의 충분한 연구와 합의가 있어야 교과서의 권위도 유지될 수 있습니다.

특정 정권의 역사관이 투영돼서는 안되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KBS 뉴스 유광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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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층취재] 정권 바뀌면 교과서도 수정
    • 입력 2008-05-21 21: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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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최근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의 교과서 좌향좌 발언 이후에 교과서 수정 논쟁이 격화되고 있습니다. 정권이 바뀌면 교과서도 꼭 바뀌어야 하는지 또 바꾼다면 어떤 절차에 따라야 하는지 유광석 기자가 생각해봤습니다. <리포트> 새 정부 출범 한 달 뒤인 지난 3월 말. 대한상공회의소가 교육과학기술부에 교과서 수정을 요구했습니다. 초중고 경제.사회.국사.근현대사 교과서 60종을 모두 분석한 뒤 내놓은 수정 대목은 모두 337건에 이릅니다. '경제안정 면에서 계획경제가 시장경제보다 우위'라는 표현은 편향적 시각이라며 삭제를 요구했습니다. <인터뷰> 이현석 (대한상공회의소 조사1본부장): "반시장적이고 반기업적인 내용들이 많이 들어있어서 앞으로 우리 사회를 이끌어 나갈 학생들한테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수정 요구는 역사 교과서에까지 이어져 친미 논란을 불러오기도 했습니다. 우리 민족이 자주독립국가 수립 능력을 가졌는지도 의문이다, 미국의 대한 경제원조는 생명줄과 같은 것이었다는 등의 견해를 밝혔기 때문입니다. 뉴라이트 계열의 교과서 포럼도 비슷한 시기 '한국근현대사'를 대안 교과서라는 이름으로 발간했습니다. 일제시대의 근대화 성과를 기술하기도 해, 식민지배를 정당화했다는 논란이 일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14일 김도연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한 보수원로 단체 모임에서 '지금의 역사교과서가 다소 좌향좌돼 있다'며 수정 의사를 밝혔습니다. 파장은 큽니다. 검정 교과서 저작자나 발행자에게 수정을 지시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교육부 수장의 입에서 나온 말이기 때문입니다. 교과서를 정치적으로 통제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경계의 목소리가 당장 터져나왔습니다. <인터뷰> 이신철 (아시아 역사연대 운영위원장): "장관이 일부의 불만이 있다고 해서 그것을 받아서 교과서를 평가를 하고 고치겠다고 발언하는 것은 지극히 맞지 않는다." 교과서는 해마다 각계의 의견을 수렴한뒤 저작자 협의를 거쳐 조금씩 수정되고 있지만 이처럼 정부가 특정 입장을 밝힌 것은 매우 드문일입니다. 과거에도 정권 교체에 따른 교과서 대폭 수정이 있었습니다. 김대중 정권 출범 뒤 과거 군사정권을 미화하는 표현들이 사라졌습니다. 그러나 당시에는 민주화가 상당히 진행되고 학계의 연구 검토도 뒷받침돼 사회적 혼란은 덜했습니다. 그러나 이번엔 학자들의 견해가 상당히 비판적입니다. 학문적 검증을 통한 수정 절차를 무시하고 있다는 이유에섭니다. <인터뷰> 권내현 (고려대 역사교육과 교수): "교과서 내용을 이데올로기적으로 먼저 규정내린 뒤에 그것에 맞게 교과서 내용을 수정하거나 교과를 간섭하고 통제하겠다는 의지로 받아들여져서 상당히 우려스럽다." 교과서는 지식의 표준입니다. 그만큼 학계의 충분한 연구와 합의가 있어야 교과서의 권위도 유지될 수 있습니다. 특정 정권의 역사관이 투영돼서는 안되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KBS 뉴스 유광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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