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쇼핑, 남편은 괴로워

입력 2008.06.30 (09:15) 수정 2008.06.30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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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이주한 앵커는 쇼핑 좋아하세요?

좋아한다기보다 어쩔 수 없이 가죠...

남자 분들한테는 쇼핑이 참 힘든가 봐요... 백화점이나 마트 가봐도 시큰둥한 표정의 아빠들 자주 보는데요.

아내들도 눈치 보일 거에요, 사람 따라 다르겠지만 남자들은 대부분 그런 것 같아요.

이윤희 기자, 그래서 이런 남성들을 배려한 공간도 생겼잖아요.

<리포트>

그렇습니다. 가족들과 함께 쇼핑에 나서는 남편들이 점점 늘면서, 백화점이나 대형마트들에서도 남성들을 위한 편의시설에 신경을 쓰는 추세인데요.

아이를 돌보는 남편들을 배려해 남성 화장실에 기저귀 교환대나 유아용 시트를 설치한 곳들도 있습니다.

물론 그래도 여전히 많은 남편들이 아내의 쇼핑 취향을 맞추며 오랜 시간 따라다니는 데는 좀 힘이 든다는 애교 섞인 하소연을 하는데요. 쇼핑하는 남편들의 다양한 풍경을 취재했습니다.

아내 뒤를 쫓아가며 카트를 끌고, 쇼핑하는 아내를 대신해 아이를 안아주고, 무거운 물건을 들어주고,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요즘 남편들의 모습인데요.

<인터뷰> 김정수(서울 목동) : '처음에는 싫었는데 익숙해지니까 괜찮더라고요."

<인터뷰> 전영진(인천시 연수동) : "서로 좋죠. 같이 다니면 아기도 그렇고 아내도 그렇고..."

이런 추세에 맞춰 매장들에도 쇼핑하는 남편들을 위한 편의시설이 속속 생겨나고 있습니다.

남성들을 위한 휴게공간은 기본! 아기를 돌보는 남편들을 배려해 남성화장실에 기저귀교환대를 설치한 곳도 있는데요.

<인터뷰> 정재욱(백화점 홍보실 대리) : "기존에는 유아 휴게실에서 (여성들만) 모유 수유나 기저귀를 교환하는 일이 많았었는데 유아 휴게실을 찾는 남성 고객들도 많아져 별도의 시설을 확충하게 되었습니다."

쇼핑하느라 바쁜 아내를 대신해 아이를 돌보며 시간을 보낸다는 장관일씨, 혼자서도 기저귀를 갈아줄 수 있는 공간이 생겨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고 합니다.

<인터뷰> 장관일(서울 월계동) : "아기가 실례하면 그대로 내버려 두거나, 쇼핑하는 아내를 불러서 아내가 짜증을 내곤 했는데... (아내를) 배려하는 차원에서 직접 (남성화장실에) 데려와서 갈아주니까 굉장히 편리한 것 같습니다."

물론 이런 편의 시설이 반가운 건 쇼핑하는 내내 남편의 눈치를 봐야했던 아내들 역시 마찬가지인데요.

<인터뷰> 최성순(서울 월계동) : "좋죠. 아기를 같이 돌봐 주니까 편하고 기분도 좋고, 같이 키우는 기분이 들어서 좋아요."

하지만 마지못해 쇼핑을 따라나선 남편들! 아내의 길고 긴 쇼핑시간을 버티는 일이 여전히 만만치만은 않다고 합니다.

<인터뷰> 배기윤(서울 목동) : "(장보는 시간이) 짧을 때는 짧은데, 보통 2시간에서 2시간 30분 정도 걸리죠."

퇴근 후 일주일에 한번은 꼬박 아내와 함께 마트에 나선다는 배기윤씨, 아내가 장을 보는 동안 배씨는 두 자녀를 책임지는데요.

어린 아들을 안은 채로 네 살배기 큰 딸을 쫓아다니느라 배씨는 금세 지쳐버립니다.

<인터뷰> 배기윤(서울 목동) : '힘들죠. 둘을 돌보려니까 딸은 말 안 듣고 아들은 너무 어리니까... 전날 밤샘 작업을 해서 진짜 몸이 피곤한데 시장 가자고 할 때 도살장 끌려가는 심정으로 끌려올 때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아내 혼자 아이 둘을 데리고 장을 보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 배씨는 불평을 늘어놓을 수도 없습니다.

<인터뷰> 배기윤(서울 목동) : "퇴근하고 남들 같으면 다리 뻗고 쉴 시간인데 힘들어도 어쩔 수 없죠. 가족인데..."

장보기가 마냥 지루한 남편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잔소리꾼으로 변하기도 하는데요.

결혼 1년차의 홍석우씨, 쇼핑을 하다말고 아내와 크고 작은 말다툼을 벌이기 일쑤입니다.

<인터뷰> 홍석우(서울 잠실본동) : "한 번에 사는 게 아니고, 고르는 데만 거의 90% (시간이) 드니까 저도 지치죠."

<인터뷰> 김지연(서울 잠실본동) : "결혼 한 지 1년밖에 안 됐는데 마치 40, 50대 부부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죠."

아내를 쫓아다니기조차 귀찮은 남편들은 아예 시식코너만 전전하며 무료함을 달래보는데요.

<인터뷰> 박상현(서울 여의도동) : "귀찮아서요. 같이 다니면 다리 아프잖아요. 따분하고... 구경할 것만 하면 시간도 잘 가고...

판매원들은 열심히 먹고만 돌아서는 남편들이 얄미우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안쓰럽기까지 합니다.

<인터뷰> 김기순(마트 판매원) : "남자들이 좀 불쌍하죠."

<인터뷰> 방진숙(마트 판매원) : "두세 잔씩 먹으면서 사지도 않고 얄밉죠."

심지어 어디론가 사라져 아예 나타나지 않는 남편들은 아내들을 더욱 당혹스럽게 하는데요.

<인터뷰> 김명순(서울 여의도동) : "없어져서 찾아 헤매다가 나중에 보니까 차에 들어가서 자고 있었어요."

<인터뷰> 이병례(인천시 작전동) : "자기가 필요한 자동차용품만 가서 골라요. 장보는 건 재미없어 하고..."

그래도 아내들은 쇼핑에 취미가 없는 남편이 못이기는 척 따라와 주는 것만으로도 고맙다고 그 마음을 전합니다.

가정에서는 물론 백화점이나 마트에서도 멋진 남편, 멋진 아빠가 되어야 하는 요즘 남성들! 백점짜리 남편으로 인정받기가 결코 쉽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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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 쇼핑, 남편은 괴로워
    • 입력 2008-06-30 08:3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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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이주한 앵커는 쇼핑 좋아하세요? 좋아한다기보다 어쩔 수 없이 가죠... 남자 분들한테는 쇼핑이 참 힘든가 봐요... 백화점이나 마트 가봐도 시큰둥한 표정의 아빠들 자주 보는데요. 아내들도 눈치 보일 거에요, 사람 따라 다르겠지만 남자들은 대부분 그런 것 같아요. 이윤희 기자, 그래서 이런 남성들을 배려한 공간도 생겼잖아요. <리포트> 그렇습니다. 가족들과 함께 쇼핑에 나서는 남편들이 점점 늘면서, 백화점이나 대형마트들에서도 남성들을 위한 편의시설에 신경을 쓰는 추세인데요. 아이를 돌보는 남편들을 배려해 남성 화장실에 기저귀 교환대나 유아용 시트를 설치한 곳들도 있습니다. 물론 그래도 여전히 많은 남편들이 아내의 쇼핑 취향을 맞추며 오랜 시간 따라다니는 데는 좀 힘이 든다는 애교 섞인 하소연을 하는데요. 쇼핑하는 남편들의 다양한 풍경을 취재했습니다. 아내 뒤를 쫓아가며 카트를 끌고, 쇼핑하는 아내를 대신해 아이를 안아주고, 무거운 물건을 들어주고,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요즘 남편들의 모습인데요. <인터뷰> 김정수(서울 목동) : '처음에는 싫었는데 익숙해지니까 괜찮더라고요." <인터뷰> 전영진(인천시 연수동) : "서로 좋죠. 같이 다니면 아기도 그렇고 아내도 그렇고..." 이런 추세에 맞춰 매장들에도 쇼핑하는 남편들을 위한 편의시설이 속속 생겨나고 있습니다. 남성들을 위한 휴게공간은 기본! 아기를 돌보는 남편들을 배려해 남성화장실에 기저귀교환대를 설치한 곳도 있는데요. <인터뷰> 정재욱(백화점 홍보실 대리) : "기존에는 유아 휴게실에서 (여성들만) 모유 수유나 기저귀를 교환하는 일이 많았었는데 유아 휴게실을 찾는 남성 고객들도 많아져 별도의 시설을 확충하게 되었습니다." 쇼핑하느라 바쁜 아내를 대신해 아이를 돌보며 시간을 보낸다는 장관일씨, 혼자서도 기저귀를 갈아줄 수 있는 공간이 생겨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고 합니다. <인터뷰> 장관일(서울 월계동) : "아기가 실례하면 그대로 내버려 두거나, 쇼핑하는 아내를 불러서 아내가 짜증을 내곤 했는데... (아내를) 배려하는 차원에서 직접 (남성화장실에) 데려와서 갈아주니까 굉장히 편리한 것 같습니다." 물론 이런 편의 시설이 반가운 건 쇼핑하는 내내 남편의 눈치를 봐야했던 아내들 역시 마찬가지인데요. <인터뷰> 최성순(서울 월계동) : "좋죠. 아기를 같이 돌봐 주니까 편하고 기분도 좋고, 같이 키우는 기분이 들어서 좋아요." 하지만 마지못해 쇼핑을 따라나선 남편들! 아내의 길고 긴 쇼핑시간을 버티는 일이 여전히 만만치만은 않다고 합니다. <인터뷰> 배기윤(서울 목동) : "(장보는 시간이) 짧을 때는 짧은데, 보통 2시간에서 2시간 30분 정도 걸리죠." 퇴근 후 일주일에 한번은 꼬박 아내와 함께 마트에 나선다는 배기윤씨, 아내가 장을 보는 동안 배씨는 두 자녀를 책임지는데요. 어린 아들을 안은 채로 네 살배기 큰 딸을 쫓아다니느라 배씨는 금세 지쳐버립니다. <인터뷰> 배기윤(서울 목동) : '힘들죠. 둘을 돌보려니까 딸은 말 안 듣고 아들은 너무 어리니까... 전날 밤샘 작업을 해서 진짜 몸이 피곤한데 시장 가자고 할 때 도살장 끌려가는 심정으로 끌려올 때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아내 혼자 아이 둘을 데리고 장을 보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 배씨는 불평을 늘어놓을 수도 없습니다. <인터뷰> 배기윤(서울 목동) : "퇴근하고 남들 같으면 다리 뻗고 쉴 시간인데 힘들어도 어쩔 수 없죠. 가족인데..." 장보기가 마냥 지루한 남편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잔소리꾼으로 변하기도 하는데요. 결혼 1년차의 홍석우씨, 쇼핑을 하다말고 아내와 크고 작은 말다툼을 벌이기 일쑤입니다. <인터뷰> 홍석우(서울 잠실본동) : "한 번에 사는 게 아니고, 고르는 데만 거의 90% (시간이) 드니까 저도 지치죠." <인터뷰> 김지연(서울 잠실본동) : "결혼 한 지 1년밖에 안 됐는데 마치 40, 50대 부부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죠." 아내를 쫓아다니기조차 귀찮은 남편들은 아예 시식코너만 전전하며 무료함을 달래보는데요. <인터뷰> 박상현(서울 여의도동) : "귀찮아서요. 같이 다니면 다리 아프잖아요. 따분하고... 구경할 것만 하면 시간도 잘 가고... 판매원들은 열심히 먹고만 돌아서는 남편들이 얄미우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안쓰럽기까지 합니다. <인터뷰> 김기순(마트 판매원) : "남자들이 좀 불쌍하죠." <인터뷰> 방진숙(마트 판매원) : "두세 잔씩 먹으면서 사지도 않고 얄밉죠." 심지어 어디론가 사라져 아예 나타나지 않는 남편들은 아내들을 더욱 당혹스럽게 하는데요. <인터뷰> 김명순(서울 여의도동) : "없어져서 찾아 헤매다가 나중에 보니까 차에 들어가서 자고 있었어요." <인터뷰> 이병례(인천시 작전동) : "자기가 필요한 자동차용품만 가서 골라요. 장보는 건 재미없어 하고..." 그래도 아내들은 쇼핑에 취미가 없는 남편이 못이기는 척 따라와 주는 것만으로도 고맙다고 그 마음을 전합니다. 가정에서는 물론 백화점이나 마트에서도 멋진 남편, 멋진 아빠가 되어야 하는 요즘 남성들! 백점짜리 남편으로 인정받기가 결코 쉽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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