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재래시장 현대화 ‘깨진 독에 물 붓기’

입력 2008.07.08 (21:51) 수정 2008.07.08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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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정부가 재래시장을 현대화하겠다며 몇 년간 쏟아부은 예산이 6천억 원을 넘었습니다.

시장 상인들 살림이 좀 나아졌다는 소리가 들려야 할텐데, 밑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만 커지고 있습니다.

무엇이 문제인지, 박상용 기자가 심층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2003년 새로 단장한 춘천의 한 재래 시장, 겉은 깨끗히 정비됐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전혀 딴판입니다.

특산물 판매장은 문이 잠겨 있고, 시장 지하층은 20여 개 점포 가운데 영업을 하는 곳은 3 곳 뿐입니다.

<인터뷰>권옥수(춘천 서부시장 상인) : "어떤 날은 손님이 하나도 없을 때도 있지..."

장사가 안돼 가게를 내놓았지만 팔리지도 않습니다.

<녹취>춘천 중앙시장 상인 : "이 옆 점포는 내놓은지 10개월 됐어요. 저쪽도 내놨는데 안나가요..."

다른 지역의 재래 시장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지난해 리모델링을 마친 대전의 한 재래시장입니다. 한낮이지만 이곳을 찾는 시민은 많지 않습니다.

종일 장사를 해봐야 손에 몇 만 원 쥐기도 힘듭니다.

<녹취>대전 신중앙시장 상인 : "깔끔해지고 나면 손님이 많이 올까했는데 별로 없어요 손님이."

지난 5년 동안 전국 6백40여 개 재래시장을 현대화하는데 들어간 예산은 6천 억 원이 넘습니다.

하지만 전국의 재래시장 점포 가운데 비어있는 곳이 2만 8천여 개, 전체의 13%에 이릅니다.

천문학적인 돈을 들이고도 재래시장이 활성화되지 않는 것은 특성을 살리지 못한 획일적 현대화가 원인으로 꼽힙니다.

지붕을 씌우는 이른바 아케이드 조성에 들어간 돈만 3천 2백억 원, 예산의 절반 이상이 시장의 겉모양을 바꾸는데 쓰인 셈입니다.

<인터뷰>최극렬(전국재래시장상인연합회장) : "개별 시장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처방 없이 일괄적으로 지원하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중소기업청은 재래시장의 현대화 사업 결과 매출이 7% 이상 늘었다고 홍보해 왔지만 일부 점포의 매출 실적을 표본 조사해 성과를 부풀렸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중소기업청 스스로도 '추정 조사'라는 점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정확한 실태 조사가 안된 상태에서 시장 불황 타개책이 나올리 없습니다.

<인터뷰>조규중(중기청 시장개선과장) : "그런 부분이 안생기도록 제도적인 보완을 지속적으로 해나가고 있고요. 그런 장치를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재래시장이 불황의 늪에서 헤어나려면 무엇보다 특성에 맞는 '맞춤형 지원'과 상인 위탁교육 등 '소프트웨어' 확충, 그리고 상인들의 자구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인터뷰>이정희(중앙대 산업경제학과 교수) : "경영 의지, 시장 변화 대처 능력을 상인들 스스로가 깨달을 수 있는 방법이 먼저.."

중소기업청과 지자체의 부실한 예산 관리도 문젭니다.

시장 현대화 사업비의 10%는 상인들이 부담해야 하지만 대전과 충남 논산, 춘천에선 상인들이 부담금도 내지 않고 국고 보조금 60억여 원을 부당 수령했다 적발됐습니다.

<인터뷰>문홍성(춘천지검 검사) : "사업 진행과정, 정산 절차에 대한 명확한 관리 감시 감독 기능이 없었다는 점에서.."

깨진 독에 물 붓기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재래시장 현대화 사업, 개선책 없이 올해도 천 4백여 억 원이 추가로 투입될 예정입니다.

KBS 뉴스 박상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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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층취재] 재래시장 현대화 ‘깨진 독에 물 붓기’
    • 입력 2008-07-08 21:11:11
    • 수정2008-07-08 21:5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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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정부가 재래시장을 현대화하겠다며 몇 년간 쏟아부은 예산이 6천억 원을 넘었습니다. 시장 상인들 살림이 좀 나아졌다는 소리가 들려야 할텐데, 밑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만 커지고 있습니다. 무엇이 문제인지, 박상용 기자가 심층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2003년 새로 단장한 춘천의 한 재래 시장, 겉은 깨끗히 정비됐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전혀 딴판입니다. 특산물 판매장은 문이 잠겨 있고, 시장 지하층은 20여 개 점포 가운데 영업을 하는 곳은 3 곳 뿐입니다. <인터뷰>권옥수(춘천 서부시장 상인) : "어떤 날은 손님이 하나도 없을 때도 있지..." 장사가 안돼 가게를 내놓았지만 팔리지도 않습니다. <녹취>춘천 중앙시장 상인 : "이 옆 점포는 내놓은지 10개월 됐어요. 저쪽도 내놨는데 안나가요..." 다른 지역의 재래 시장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지난해 리모델링을 마친 대전의 한 재래시장입니다. 한낮이지만 이곳을 찾는 시민은 많지 않습니다. 종일 장사를 해봐야 손에 몇 만 원 쥐기도 힘듭니다. <녹취>대전 신중앙시장 상인 : "깔끔해지고 나면 손님이 많이 올까했는데 별로 없어요 손님이." 지난 5년 동안 전국 6백40여 개 재래시장을 현대화하는데 들어간 예산은 6천 억 원이 넘습니다. 하지만 전국의 재래시장 점포 가운데 비어있는 곳이 2만 8천여 개, 전체의 13%에 이릅니다. 천문학적인 돈을 들이고도 재래시장이 활성화되지 않는 것은 특성을 살리지 못한 획일적 현대화가 원인으로 꼽힙니다. 지붕을 씌우는 이른바 아케이드 조성에 들어간 돈만 3천 2백억 원, 예산의 절반 이상이 시장의 겉모양을 바꾸는데 쓰인 셈입니다. <인터뷰>최극렬(전국재래시장상인연합회장) : "개별 시장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처방 없이 일괄적으로 지원하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중소기업청은 재래시장의 현대화 사업 결과 매출이 7% 이상 늘었다고 홍보해 왔지만 일부 점포의 매출 실적을 표본 조사해 성과를 부풀렸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중소기업청 스스로도 '추정 조사'라는 점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정확한 실태 조사가 안된 상태에서 시장 불황 타개책이 나올리 없습니다. <인터뷰>조규중(중기청 시장개선과장) : "그런 부분이 안생기도록 제도적인 보완을 지속적으로 해나가고 있고요. 그런 장치를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재래시장이 불황의 늪에서 헤어나려면 무엇보다 특성에 맞는 '맞춤형 지원'과 상인 위탁교육 등 '소프트웨어' 확충, 그리고 상인들의 자구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인터뷰>이정희(중앙대 산업경제학과 교수) : "경영 의지, 시장 변화 대처 능력을 상인들 스스로가 깨달을 수 있는 방법이 먼저.." 중소기업청과 지자체의 부실한 예산 관리도 문젭니다. 시장 현대화 사업비의 10%는 상인들이 부담해야 하지만 대전과 충남 논산, 춘천에선 상인들이 부담금도 내지 않고 국고 보조금 60억여 원을 부당 수령했다 적발됐습니다. <인터뷰>문홍성(춘천지검 검사) : "사업 진행과정, 정산 절차에 대한 명확한 관리 감시 감독 기능이 없었다는 점에서.." 깨진 독에 물 붓기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재래시장 현대화 사업, 개선책 없이 올해도 천 4백여 억 원이 추가로 투입될 예정입니다. KBS 뉴스 박상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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