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공무원 되기, 전쟁이 따로 없네

입력 2008.07.21 (08:49) 수정 2008.07.21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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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어제 억수같이 내리는 빗속에서 꼭두새벽부터 전쟁을 치른 사람들이 있습니다. 서울시 공무원 시험을 치른 수험생들인데요. 경쟁률이 48대 1이었다고 해요. 특히 지방 수험생들의 고충이 컸는데, 최성원 기자! 참, 해마다 시험길이 고생길이네요.

<리포트>

네, 그렇습니다. 서울시 공무원 시험의 경우, 시험을 접수할 때 지역 제한을 받지 않기 때문에 전국 각 지역의 수험생들이 시험에 도전하고 있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매년 서울시 공무원 시험이 치러질 때면 수험생 집중 현상으로 인한 교통, 숙박시설 혼잡 문제가 발생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서울시는 지방에서 올라오는 수험생들의 편의를 위해 올해 특별히, 가장 응시자가 많은 행정직 7급, 9급 시험을 다른 시험과 분리해 실시하기도 했고요. 철도공사 측은 경부선 KTX 열차 첫차 시간을 앞당겨 운행하기도 했습니다.

공무원 시험을 위해 서울로 대 이동하는 수험생들의 모습을 담아봤습니다.

대구광역시의 한 공연장 앞입니다.
지난 토요일 오후, 대형 버스 여러 대가 도로에 줄지어 서 있습니다. 모두 서울로 올라가는 버스들인데요. 서울시 공무원 시험을 보는 수험생들을 위해 특별히 준비된 차량들입니다.

<인터뷰> 김민성 (수험생) : “친구들하고 같이 갈 수도 있고, 불편한 거 없이 편하게 다녀올 거 같아요.”

<인터뷰> 박민지 (수험생) : “학교까지 다 데려다 준다고 하고 그러니까 부모님도 일단 마음을 놓으시고 안전하죠. 걱정도 덜 되고.”

서울과 거리가 먼 대구 부산 등의 수험생들은 시험 전날, 이렇게 대형 버스를 대절해 함께 서울로 올라간다고 합니다.

<인터뷰> 이유석 (공무원 학원 관계자) : “저희가 접수 시작하고 5일 만에 500분이 접수를 하셔서 그 뒤로도 많이 오셨는데 저희가 일찍 마감을 시켰습니다. 숙소 확보가 더 이상 어려워서.”

전직 학원 강사였다는 이 수험생은 지난해 1월부터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다고 하는데요. 서울에서 시험을 보기 위해 학원 버스를 이용하는 것이 두 번째입니다.

<인터뷰> 이소영 (수험생) : “작년에 시험을 치르러 갈 때 한 번 이용해 봤는데 편리하고 괜찮더라고요. 충분히 공부할 시간도 있고 정리할 시간도 있고...”

수험생들은 경기도의 한 펜션에서 1박을 하게 되는데요. 컨디션 조절을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들기도 하고 늦게까지 마무리 공부를 하는 모습들이었습니다.

지난 2년 동안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면서 대여섯 번 낙방을 경험했다는 이 수험생은 이번 시험에 전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송두명 (수험생) : “이번 준비하는 것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하니까, 서울까지 왔으니 조금 더 신경이 쓰이죠. (왜 마지막이라고 생각하세요?) 한 2년 정도 공부했으니까 안 되면 포기하려고요.”

이날 만난 대부분의 수험생들은 본인이 살고 있는 지역은 물론 서울시 공무원 시험도 꾸준히 봐왔다고 말했습니다.

<인터뷰> 최진숙 (수험생) : “서울시 시험은 사람들이 좀 어렵고 몇 년 씩 해야 가능하다고 얘기를 해서 지금은 솔직히 편한 마음으로 보고 있는데...”

애써 담담한 모습들을 보였지만 수험생들은 밤늦도록 쉽게 잠들지 못했습니다.

<인터뷰> 이소영 (수험생) : “부모님 생각이 나죠. 이번에는 어떻게든 좋은 결과를 전할 수 있었으면 좋겠고, 조금 덤덤해요. 덤덤해야 좋은 결과도 있다고 하니까.”

<현장음> “아자아자 파이팅!”

시험 당일 아침, 각 학교로 이동하는 버스 안은 조용하지만 초조함과 긴장감이 흘렀습니다. 수험생들은 시험이 코앞으로 다가오자 한 자라도 더 보기 위해 손에서 책을 놓지 못했습니다.

<인터뷰> 윤길형 (수험생) : “비가 오니까 기분은 좀 안 좋은 거 같아요. 최선을 다 해보려고 합니다.”

이렇게 시험 전날 서울에 올라오는 수험생들이 있는가 하면 시험 당일 새벽에 올라오는 수험생들도 많습니다.

어제 새벽, 4시 50분 쯤 부산역인데요. 이날 첫차 승객의 대부분이 서울시 공무원 시험을 보러 가는 수험생들입니다. 자녀들을 배웅하러 나온 부모님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습니다.

<인터뷰> 성은아 (수험생) : “작년에도 올라갔었는데 오늘 이렇게 일찍 올라가는 게 더 효율적인 것 같아서 이렇게 하게 됐어요. 서울 친구 집에도 있어봤는데 좀 불편한 것 같아서...”

이날 부산에서 서울로 출발하는 KTX 첫차 시간은 4시 50분. 원래 주말 첫 기차는 6시 25분 출발이지만 수험생들을 위해 특별히 시간이 변경됐습니다. 두 달 전 판매된 기차표는 판매 시작 당일 모두 매진됐습니다.

첫차 표를 미처 구하지 못한 수험생들은 시험 당일 현장에서 입석표를 구입해 서울로 올라가기도 합니다.

<인터뷰> 이영남 (수험생) : “20일에 출발하는 표를 처음 팔기 시작한 날 갔는데도 못 구했어요. 하루 일찍 가는 것도 이렇게 고생하나 저렇게 고생하나 똑같을 것 같아서. 2시간 서서 가는 것은 괜찮으니까요.”

오전 7시가 넘은 시각, 서울역에 도착한 KTX 열차에서 사람들이 쏟아져 내립니다.

서울시 공무원 9급 행정직에 도전하는 김인식씨는 어머니와 함께 서울에 올라왔습니다.

<현장음> “걱정하지 마시고, 잘하고 오겠습니다.”

<현장음> “시험 잘 치러라.”

<현장음> “네.”

몇 년 전 큰 사고를 당해 몸이 불편하게 된 김씨는 지난 2년 동안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해왔다고 합니다.

<인터뷰> 김인식 (수험생) : “합격되면 내 뜻대로 될지는 모르겠는데 사회복지 관리 관련해서 발령이 나면 좋겠고 어머니한테도 잘 해드려야죠.”

몸이 아픈 아들이 걱정돼 함께 왔다는 김씨의 어머니는 시험이 끝날 때까지 아들을 기다리며 간절히 합격을 기원했습니다.

<인터뷰> 김인식씨 어머니 : “나이도 먹고 장애라는 이름이 있으니까 앞으로 사는 게 힘들어지거든요. 제발 좀 합격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지역 제한이 없는 서울시 공무원 시험은 전국 각지에서 수험생들이 몰려들다보니 다른 시험에 비해 경쟁이 더 치열합니다.

매년 두 시간 남짓 보는 시험 때문에 지방 수험생들이 몰려들다보니 교통, 숙박 문제가 발생하는데요. 수험생들은 합격을 위해서라면 이런 고생은 얼마든지 감수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박민지 (수험생) : “일단 시험 자체가 다 경험이잖아요. 안 쳐보는 것보다는 쳐 보는 게 훨씬 낫다고.”

<인터뷰> 박경희 (수험생) : “그냥 다 쳐 보는 건데. 많은 사람들이 그럴 건데. 칠 수 있는 곳은 다 쳐보는 거니까...”

5만 5천여 명이 치른 이번 서울시 공무원 시험은 48대 1의 경쟁률을 보였습니다. 대부분의 공무원 시험은 경쟁률이 높은 탓에 몇 년 씩 시험 준비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청년 취업난이 계속되는 요즘, 안정된 직업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이같은 공무원 시험 열풍은 계속 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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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8-07-21 08:24:07
    • 수정2008-07-21 09:5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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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어제 억수같이 내리는 빗속에서 꼭두새벽부터 전쟁을 치른 사람들이 있습니다. 서울시 공무원 시험을 치른 수험생들인데요. 경쟁률이 48대 1이었다고 해요. 특히 지방 수험생들의 고충이 컸는데, 최성원 기자! 참, 해마다 시험길이 고생길이네요. <리포트> 네, 그렇습니다. 서울시 공무원 시험의 경우, 시험을 접수할 때 지역 제한을 받지 않기 때문에 전국 각 지역의 수험생들이 시험에 도전하고 있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매년 서울시 공무원 시험이 치러질 때면 수험생 집중 현상으로 인한 교통, 숙박시설 혼잡 문제가 발생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서울시는 지방에서 올라오는 수험생들의 편의를 위해 올해 특별히, 가장 응시자가 많은 행정직 7급, 9급 시험을 다른 시험과 분리해 실시하기도 했고요. 철도공사 측은 경부선 KTX 열차 첫차 시간을 앞당겨 운행하기도 했습니다. 공무원 시험을 위해 서울로 대 이동하는 수험생들의 모습을 담아봤습니다. 대구광역시의 한 공연장 앞입니다. 지난 토요일 오후, 대형 버스 여러 대가 도로에 줄지어 서 있습니다. 모두 서울로 올라가는 버스들인데요. 서울시 공무원 시험을 보는 수험생들을 위해 특별히 준비된 차량들입니다. <인터뷰> 김민성 (수험생) : “친구들하고 같이 갈 수도 있고, 불편한 거 없이 편하게 다녀올 거 같아요.” <인터뷰> 박민지 (수험생) : “학교까지 다 데려다 준다고 하고 그러니까 부모님도 일단 마음을 놓으시고 안전하죠. 걱정도 덜 되고.” 서울과 거리가 먼 대구 부산 등의 수험생들은 시험 전날, 이렇게 대형 버스를 대절해 함께 서울로 올라간다고 합니다. <인터뷰> 이유석 (공무원 학원 관계자) : “저희가 접수 시작하고 5일 만에 500분이 접수를 하셔서 그 뒤로도 많이 오셨는데 저희가 일찍 마감을 시켰습니다. 숙소 확보가 더 이상 어려워서.” 전직 학원 강사였다는 이 수험생은 지난해 1월부터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다고 하는데요. 서울에서 시험을 보기 위해 학원 버스를 이용하는 것이 두 번째입니다. <인터뷰> 이소영 (수험생) : “작년에 시험을 치르러 갈 때 한 번 이용해 봤는데 편리하고 괜찮더라고요. 충분히 공부할 시간도 있고 정리할 시간도 있고...” 수험생들은 경기도의 한 펜션에서 1박을 하게 되는데요. 컨디션 조절을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들기도 하고 늦게까지 마무리 공부를 하는 모습들이었습니다. 지난 2년 동안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면서 대여섯 번 낙방을 경험했다는 이 수험생은 이번 시험에 전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송두명 (수험생) : “이번 준비하는 것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하니까, 서울까지 왔으니 조금 더 신경이 쓰이죠. (왜 마지막이라고 생각하세요?) 한 2년 정도 공부했으니까 안 되면 포기하려고요.” 이날 만난 대부분의 수험생들은 본인이 살고 있는 지역은 물론 서울시 공무원 시험도 꾸준히 봐왔다고 말했습니다. <인터뷰> 최진숙 (수험생) : “서울시 시험은 사람들이 좀 어렵고 몇 년 씩 해야 가능하다고 얘기를 해서 지금은 솔직히 편한 마음으로 보고 있는데...” 애써 담담한 모습들을 보였지만 수험생들은 밤늦도록 쉽게 잠들지 못했습니다. <인터뷰> 이소영 (수험생) : “부모님 생각이 나죠. 이번에는 어떻게든 좋은 결과를 전할 수 있었으면 좋겠고, 조금 덤덤해요. 덤덤해야 좋은 결과도 있다고 하니까.” <현장음> “아자아자 파이팅!” 시험 당일 아침, 각 학교로 이동하는 버스 안은 조용하지만 초조함과 긴장감이 흘렀습니다. 수험생들은 시험이 코앞으로 다가오자 한 자라도 더 보기 위해 손에서 책을 놓지 못했습니다. <인터뷰> 윤길형 (수험생) : “비가 오니까 기분은 좀 안 좋은 거 같아요. 최선을 다 해보려고 합니다.” 이렇게 시험 전날 서울에 올라오는 수험생들이 있는가 하면 시험 당일 새벽에 올라오는 수험생들도 많습니다. 어제 새벽, 4시 50분 쯤 부산역인데요. 이날 첫차 승객의 대부분이 서울시 공무원 시험을 보러 가는 수험생들입니다. 자녀들을 배웅하러 나온 부모님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습니다. <인터뷰> 성은아 (수험생) : “작년에도 올라갔었는데 오늘 이렇게 일찍 올라가는 게 더 효율적인 것 같아서 이렇게 하게 됐어요. 서울 친구 집에도 있어봤는데 좀 불편한 것 같아서...” 이날 부산에서 서울로 출발하는 KTX 첫차 시간은 4시 50분. 원래 주말 첫 기차는 6시 25분 출발이지만 수험생들을 위해 특별히 시간이 변경됐습니다. 두 달 전 판매된 기차표는 판매 시작 당일 모두 매진됐습니다. 첫차 표를 미처 구하지 못한 수험생들은 시험 당일 현장에서 입석표를 구입해 서울로 올라가기도 합니다. <인터뷰> 이영남 (수험생) : “20일에 출발하는 표를 처음 팔기 시작한 날 갔는데도 못 구했어요. 하루 일찍 가는 것도 이렇게 고생하나 저렇게 고생하나 똑같을 것 같아서. 2시간 서서 가는 것은 괜찮으니까요.” 오전 7시가 넘은 시각, 서울역에 도착한 KTX 열차에서 사람들이 쏟아져 내립니다. 서울시 공무원 9급 행정직에 도전하는 김인식씨는 어머니와 함께 서울에 올라왔습니다. <현장음> “걱정하지 마시고, 잘하고 오겠습니다.” <현장음> “시험 잘 치러라.” <현장음> “네.” 몇 년 전 큰 사고를 당해 몸이 불편하게 된 김씨는 지난 2년 동안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해왔다고 합니다. <인터뷰> 김인식 (수험생) : “합격되면 내 뜻대로 될지는 모르겠는데 사회복지 관리 관련해서 발령이 나면 좋겠고 어머니한테도 잘 해드려야죠.” 몸이 아픈 아들이 걱정돼 함께 왔다는 김씨의 어머니는 시험이 끝날 때까지 아들을 기다리며 간절히 합격을 기원했습니다. <인터뷰> 김인식씨 어머니 : “나이도 먹고 장애라는 이름이 있으니까 앞으로 사는 게 힘들어지거든요. 제발 좀 합격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지역 제한이 없는 서울시 공무원 시험은 전국 각지에서 수험생들이 몰려들다보니 다른 시험에 비해 경쟁이 더 치열합니다. 매년 두 시간 남짓 보는 시험 때문에 지방 수험생들이 몰려들다보니 교통, 숙박 문제가 발생하는데요. 수험생들은 합격을 위해서라면 이런 고생은 얼마든지 감수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박민지 (수험생) : “일단 시험 자체가 다 경험이잖아요. 안 쳐보는 것보다는 쳐 보는 게 훨씬 낫다고.” <인터뷰> 박경희 (수험생) : “그냥 다 쳐 보는 건데. 많은 사람들이 그럴 건데. 칠 수 있는 곳은 다 쳐보는 거니까...” 5만 5천여 명이 치른 이번 서울시 공무원 시험은 48대 1의 경쟁률을 보였습니다. 대부분의 공무원 시험은 경쟁률이 높은 탓에 몇 년 씩 시험 준비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청년 취업난이 계속되는 요즘, 안정된 직업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이같은 공무원 시험 열풍은 계속 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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