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사면권 행사 신중히

입력 2008.08.13 (07:03) 수정 2008.08.13 (07:33)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노동일 경희대 교수/객원 해설위원]

정부가 광복절 특별사면ㆍ복권 대상자 34만 천여 명의 명단을 발표했습니다.

현 정부 들어 두번째 대규모 사면입니다.

경제인과 정치인, 공직자, 선거사범, 노동사범, 징계 공무원, 모범 수형자, 일반사범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특별사면과 복권이 이뤄졌습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을 비롯한 경제인들이 대거 포함된 점입니다.

정부는 경제계의 요청과 그간의 경제발전 공로 등을 고려해 국가 경제에 이바지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했다고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현재의 경제여건을 감안할 때 경제인들의 사기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는 명분을 완전히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문제는 설득력이 약하다는 것입니다.

일부 기업인에 대해서는 여당 내부에서조차 비판이 나왔던 터입니다. 형이 확정된 후 채 몇 개월도 되지 않아 사면을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그것입니다.

집행유예 기간이 지나지 않은 것은 물론 사회봉사 명령 기간을 채우지 못한 경우도 사면대상에 포함됐습니다.

이들에 대해서는 형 확정 당시에도 솜방망이 처벌이라며 국민 법 감정이 좋지 않았습니다.

여기에 더해 사면까지 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나고 사법의 불신을 초래합니다.

대통령의 사면권 남용은 역대 정권에서 계속 논란이 돼 왔습니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 기업인들을 사면해야 한다는 주장도 되풀이 돼 왔습니다.

이명박 대통령도 이번 사면으로 인한 사법경시 풍조 등을 우려해 앞으로 법 질서를 엄정하게 지키겠다고 천명했지만 사법의 불신을 키우는 일이 반복돼선 안됩니다.

선진국 진입은 법치주의 확립 없이는 요원한 일이며 법치주의 확립의 지름길은 권력자가 솔선수범하는 것입니다.

사법권을 제한하는 사면복권을 하면서 엄정한 법집행을 강조하는 것은 자기모순이라 할 수 있습니다.

또 하나 지적할 것은 사면심사위원회의 역할입니다.

이번 사면 역시 개정 사면법에 따라 법무부의 사면심사위원회 사전 심사를 거쳤습니다.

그러나 결과를 놓고 볼 때 과거와 달라진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습니다.

정부와 정치권이 원하는 내용을 그대로 추인하는 것이라면 사면심사위원회의 절차는 요식행위에 불과합니다.

사면권은 과거 왕권의 잔재라는 비판도 있습니다.

제한적 행사가 바람직합니다.

정부는 앞으로 사면권 행사에 앞서 국민여론에 귀를 기울이고 절제의 미덕을 발휘해야 할 것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뉴스해설] 사면권 행사 신중히
    • 입력 2008-08-13 06:16:20
    • 수정2008-08-13 07:33:10
    뉴스광장 1부
[노동일 경희대 교수/객원 해설위원] 정부가 광복절 특별사면ㆍ복권 대상자 34만 천여 명의 명단을 발표했습니다. 현 정부 들어 두번째 대규모 사면입니다. 경제인과 정치인, 공직자, 선거사범, 노동사범, 징계 공무원, 모범 수형자, 일반사범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특별사면과 복권이 이뤄졌습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을 비롯한 경제인들이 대거 포함된 점입니다. 정부는 경제계의 요청과 그간의 경제발전 공로 등을 고려해 국가 경제에 이바지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했다고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현재의 경제여건을 감안할 때 경제인들의 사기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는 명분을 완전히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문제는 설득력이 약하다는 것입니다. 일부 기업인에 대해서는 여당 내부에서조차 비판이 나왔던 터입니다. 형이 확정된 후 채 몇 개월도 되지 않아 사면을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그것입니다. 집행유예 기간이 지나지 않은 것은 물론 사회봉사 명령 기간을 채우지 못한 경우도 사면대상에 포함됐습니다. 이들에 대해서는 형 확정 당시에도 솜방망이 처벌이라며 국민 법 감정이 좋지 않았습니다. 여기에 더해 사면까지 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나고 사법의 불신을 초래합니다. 대통령의 사면권 남용은 역대 정권에서 계속 논란이 돼 왔습니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 기업인들을 사면해야 한다는 주장도 되풀이 돼 왔습니다. 이명박 대통령도 이번 사면으로 인한 사법경시 풍조 등을 우려해 앞으로 법 질서를 엄정하게 지키겠다고 천명했지만 사법의 불신을 키우는 일이 반복돼선 안됩니다. 선진국 진입은 법치주의 확립 없이는 요원한 일이며 법치주의 확립의 지름길은 권력자가 솔선수범하는 것입니다. 사법권을 제한하는 사면복권을 하면서 엄정한 법집행을 강조하는 것은 자기모순이라 할 수 있습니다. 또 하나 지적할 것은 사면심사위원회의 역할입니다. 이번 사면 역시 개정 사면법에 따라 법무부의 사면심사위원회 사전 심사를 거쳤습니다. 그러나 결과를 놓고 볼 때 과거와 달라진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습니다. 정부와 정치권이 원하는 내용을 그대로 추인하는 것이라면 사면심사위원회의 절차는 요식행위에 불과합니다. 사면권은 과거 왕권의 잔재라는 비판도 있습니다. 제한적 행사가 바람직합니다. 정부는 앞으로 사면권 행사에 앞서 국민여론에 귀를 기울이고 절제의 미덕을 발휘해야 할 것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