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비평]② 올림픽스타 괴롭히는 방송

입력 2008.09.06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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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요즘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이들이 있습니다.

바로, 올림픽 스타들인데요.

힘든 대회를 마치고 귀국한 선수들은 요즘 각 방송사에서 밀려드는 출연 요청 때문에 달콤한 휴식은 커녕, 숨돌릴 틈조차 없다고 합니다.

방송사의 올림픽 스타 모시기가 어느 정도인지, 이로 인한 문제는 없는지, 이효용 기자와 짚어보겠습니다.

<리포트>

<질문 1>

이 기자, 지난 올림픽 때도 그랬긴 했지만 이번에는 좀 유난스러웠던 것 같은데요.

<답변 1>

네. 이번 베이징 올림픽 열기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기 때문이 아닌가 싶은데요.

올림픽이 끝난 지 2주가 다 돼가지만, 올림픽 스타들의 일거수일투족은 여전히 큰 관심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특히 방송사들은 쇼.오락 프로그램은 물론, 시사 교양 할 것 없이, ‘올림픽 스타 모시기’에 열을 올렸습니다.

지난달 27일 오전 9시 30분, KBS에서 방송된 한 아침 프로그램입니다.

<녹취> KBS 2TV 남희석 최은경의 여유만만 : “오늘은 여유만만에서는 꽃미남 메달리스트 이용대 선수와 부모님, 감독님, 코치님 모두를 모시고 얘기 듣는 특별한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

같은 시간, SBS의 또 다른 프로그램입니다.

<녹취> SBS 이재룡 정은아의 좋은 아침 : “정말 만나고 싶었습니다. 값진 메달을 따낸 국민남동생 이용대 선수와 부모님, 오늘 정말 반갑습니다”

한 사람이 같은 시간, 두 방송에 동시에 나오는 모습에 시청자들은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게다가 이 선수의 고향집, 어린 시절 모습과 도하 아시안 게임에서 사용한 찢어진 배드민턴 채까지, 두 방송은 내용까지도 흡사했습니다.

겹치기방송 논란이 일자 이용대 선수 소속팀에서 해명 보도자료를 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KBS <여유만만> 측이 뒤늦게 출연요청을 했고, 방송날짜 약속도 어겼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선수의 소속사는 그와 같은 보도자료를 낸 적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확인 결과, SBS <좋은아침> 측이 선수 소속사의 이름으로 보도자료를 낸 것이었습니다.

방송사와 외주제작사, 선수와 소속팀 등이 복잡하게 얽힌 상황에서 과열 경쟁으로 빚어진 일이었지만

겹치기 출연에 따른 이미지 손상은 고스란히 선수 몫이 됐습니다.

이용대 선수를 비롯해 유도의 최민호, 역도의 장미란, 펜싱 남현희 선수도 섭외 일순위에 올랐습니다.

선수마다 많게는 열 개가 넘는 프로그램에 출연했습니다.

쇼. 예능 프로그램 뿐 아니라, 뉴스, 시사, 다큐 프로그램에서도 선수들을 번갈아 출연시켰습니다.

이런 가운데 일부 프로그램은 지나치게 선수들의 사생활을 들춰내거나, 시시콜콜한 신변잡기 내용들을 방송했습니다.

이성 연예인과의 깜짝 만남을 주선하거나, 스캔들을 유도하는듯한 태도로 눈총을 받기도 했습니다.

방송사 시청자 게시판에는 비난의 글이 쏟아졌습니다.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 순진한 선수들을 이용하지 마라, 선수들을 불러 신변잡기만 얘기하게 해서 들러리로 전락하게 만들지 마라” 등의 항의가 많았습니다.

<질문 2>

하지만 방송국에서 보면 시청자들이 원하니까 그렇게 많이 출연할 수 밖에 없다고 할 것 같은데요.

<답변 2>

네. 긍정적으로 본다면 선수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는 시청자의 욕구를 충족시켜준다는 측면이 있습니다.

또 이런 방송 출연이 선수들에게도 긍적적인 면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들어보시죠.

<인터뷰> 신원호(KBS ‘해피선데이’ PD) : “가장 중요한 건 시청자들이 지금 현재 그들을 보고싶어 할 것이다 그런 구매욕구가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하기 때문에 저희가 그것에 맞춰 섭외를 하는 거죠”

<인터뷰> 권순용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 : “올림픽에서 성공에 이르는 과정이 굉장히 힘든 과정인데, 노력과 어려움 극복 과정에 대한 사회적 보상이라든지 사회적 인정이라는 측면에서 미디어의 관심은 선수 개인의 동기 유발에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고요.”

이런 긍정적인 면 때문에 방송사가 선수들을 출연시키기도 하지만 또 다른 이유, 즉 시청률 경쟁이라는 측면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인기 선수에 대한 섭외 경쟁은 전쟁을 방불케 합니다.

<인터뷰> 00프로그램 방송작가(음성변조) : “이 선수가 나오면 (시청률이) 당연히 잘 나온다, 이러면 집착을 하게 되죠 아무래도. 그래서 위에 분들도 그 사람 반드시 나와야 할 거 같다 이렇게 말씀을 하시고… (프로그램 성격이나 시간대가) 겹치게 되거나 스케줄이 겹치게 되면 아무래도 우리가 먼저 해야 될 거 같고, 그렇기 때문에 다른 제작사의 제안이 오면 거절해달라는 부탁을 하거나 저희 시간만큼은 비워달라고 재촉을 하죠”

<질문 3>

방송 제작진으로서도 피말리는 경쟁이겠네요.

그런데 경쟁이 지나치다 보면 부작용도 있을 텐데요?

<답변 3>

그렇습니다. 문제는 역시 너무 많이 출연시킨다는 거죠.

선수들와 시청자들을 지치게 만들 정도라는 얘기가 나오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선수들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우려도 적지 않습니다.

호쾌한 스매싱과 윙크 세레모니로 스타로 떠오른 이용대 선수, 귀국 뒤에도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정을 소화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이용대 선수는, 당장 굵직한 경기들을 앞두고 있습니다.

오는 9일 대만 오픈을 시작으로, 11월까지 각종 국제대회 일정이 꽉 차 있습니다.

<녹취> 김중수 감독(여유만만 출연분) : “저희들도 걱정이 많죠. 지금 올림픽이라는 어떤 계기가 우리로서는 굉장히 좋은데, 다음을 또 준비해야 하는데 주위에서 이용대 선수를 안 놔주니까 훈련에 차질이 좀 많고…”

선수들은 연예인과 달리 일정 관리를 대신해 주는 매니저도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인터뷰> 이배영 선수 : “매니저 두고 있는 것도 아니고, 전화가 직접 오거든요. 직접 전화오면 거절하기가 쉽지 않아요. 한번 전화 오고 나서 좀 힘들 거 같은데요 라고 하면 그럼 조금 늦출 테니 안되겠습니까, 그러고 또 전화가 와요. 나중에는 수십통, 수백통의 전화가 된다고요. 그러면 그 전화 받다가 하루 다 보내요”

과거에도, 언론의 지나친 관심으로 고충을 겪었던 스포츠스타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따며 ‘국민여동생’으로 떠올랐던 사격의 강초현 선수가 대표적 사례입니다.

당시 인기가수와 의남매를 맺기도 했고 각종 방송 프로그램과 광고 출연 요청이 쇄도했습니다.

하지만, 지나친 노출과 관심에 지친 탓인지 강초현 선수는 이후 한동안 부진을 면치 못했습니다.

<녹취> 강초현(2001.5.12) : “부담감이 많이 작용했던 것 같고요. 제 스스로 그런 것을 떨쳐버리지 못해서 정말 선수다운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한 것 같은데…”

수영 첫 금메달을 따내며 많은 이들에게 감동과 희망을 준 박태환 선수.

귀국 이후 몇몇 행사에 참여한 것 외에는 일체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지 않고 있습니다.

여기저기 출연하며 자칫 운동에 소홀해 지거나 뜻하지 않은 오해를 살 수도 있다는 판단에섭니다.

<녹취> 박태환 아버지 전화 인터뷰 : “운동 선수는 운동을 해서 모든 걸 밝히면(보여주면) 되는 거고, 그런 면으로 좋은 면을 보여드리는 것이 성원해 주시는 분들에게 보답하는 차원이기 때문에 그러한 본분을 제대로 찾자 하는 그런 뜻이죠.”

한 순간의 관심에 휩쓸리는 것이 득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인터뷰> 이배영 선수 : “2004년도에 그 관심이 반짝했다 그런 거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제가 지금 활동을 해도 나중에는 뻔히 사라질 거란 말이죠. 그건 몸 피곤하고 운동도 못하고 좋은 게 없어요. 솔직히 운동선수가 운동에만 전념하고 싶은 욕심도 있어요. 방송을 뿌리치고 운동에만 전념하고 싶은 욕심도 있고, 뭐 내가 알려지고 싶은 것도 운동으로서 알려지는 게 더 멋있다고 생각을 많이 해요.”

<인터뷰> 권순용(서울대 교수) : “보다 우려스러운 점은 어떤 그 미디어의 초점이 운동선수의 어떤 올림픽 성공에 이르기까지의 과정, 노력의 과정, 어려움의 극복 과정, 이런 차원보다는 선수 개인의 어떤 그러한 신변잡기적 얘기들, 외모 중심에 관련된 가십거리들, 오락적 연예적인 그런 얘깃거리만 치중했을 경우에 선수 자신의 정체성 부분에서 어느정도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는 그런 우려가 있습니다”

<질문 4>

스타들에 대한 관심도 좋지만 이런 기회에 비인기 종목이나 전반적인 스포츠 경기 여건 향상에 대해서도 언론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지 않습니까?

<답변 4>

네. 스포츠 강국이다, 스포츠 선진국이다 하면서 우리끼리 자화자찬을 하고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못합니다.

메달 개수가 많아지고 올림픽 스타들이 많아졌다고 해서, 그것이 꼭 스포츠 수준의 향상을 뜻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방송과 언론들은 특정 스타에만 주목하고 있을 뿐, 정작 열악한 스포츠 환경을 제대로 조명하고 있지는 못했습니다.

진종오 선수가 금, 은메달을 따내며 효자종목 노릇을 톡톡히 한 사격.

하지만, 올림픽이 끝난 뒤, 사격선수들은 당장 연습할 경기장마저 잃을 뻔 했습니다.

조선왕릉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하기 위해 문화재청이 태릉사격장을 폐쇄할 방침을 정했기 때문입니다.

여론을 의식한 듯 문화재청이 일단 대체사격장을 구할 때까지 당분간 사용 허가를 연장했지만

사격연맹은 새 경기장 부지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인터뷰> 임철빈(태릉고 사격팀 감독) : “사격장이 지금 없어지게 된다면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선수들이 당장 훈련할 수 있는 자리가 없어지게 되고요… 그런 선수들에게 많은 꿈과 희망을 잃게 되는 그런 현실적으로 아픈 일인 거죠.”

하지만 이런 현안에 주목한 방송과 언론은 거의 없었습니다.

동아와 한겨레가 짧게 언급했을 뿐입니다.

‘우생순’의 감동을 올림픽 무대에서 재연한 핸드볼 팀도 달라진 건 없었습니다.

지난 4일부터 전국핸드볼대회가 시작됐습니다.

올림픽 스타들이 뛰는 경기지만 관중석은 텅 비었고 방송사 중계도 없습니다.

그나마 KBS가 다음 주 여자부 결승전 단 한 경기를 중계하는 것이 전부입니다.

<인터뷰> 권순용(서울대 교수) : “4년마다 한번씩 돌아오는 이런 계기를 통해서 미디어가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는데, 특히 생활체육 발전이나 한국에서 생활체육 발전과 관련된 여러 가지 현안들에 대해 국민적 관심을 돌릴 수 있고 정책적 지원에 대한 논의도 할 수 있는데, 지나치게 상업적으로 치우칠 경우 그런 중요한 현안들이 묻혀버리게 되기 때문에 그런 부분이 많이 아쉬운 부분입니다.”

근본적인 체질 개선 없이 이렇게 한철 띄우기 식이라면 선수건, 훈련환경이건 더 나아지는 게 없을 겁니다.

선수들이 진정한 스타로 설 수 있게끔 방송과 언론들도 꾸준한 관심으로 응원해주면서 선수들에게 정말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주는 모습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지난주 방송 내용 가운데 사장 선임과 관련해 77명의 시청자 평의회를 운영하는 독일의 공영방송은 ARD(아아르데)가 아닌 ZDF(쩨디에프)로 바로잡습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신문, 방송의 겸영을 허용하고 대기업의 방송사업 진입규제도 대폭 완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세계적인 미디어 그룹이 커 나갈 토양을 만들 것이라는 평가와, KBS 2TV와 MBC 등을 대기업과 거대신문사들에게 넘기려는 시도라는 비판이 맞서고 있습니다.

미디어포커스 오늘 순서 여기까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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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비평]② 올림픽스타 괴롭히는 방송
    • 입력 2008-09-06 21:39:16
    미디어 포커스
<앵커 멘트> 요즘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이들이 있습니다. 바로, 올림픽 스타들인데요. 힘든 대회를 마치고 귀국한 선수들은 요즘 각 방송사에서 밀려드는 출연 요청 때문에 달콤한 휴식은 커녕, 숨돌릴 틈조차 없다고 합니다. 방송사의 올림픽 스타 모시기가 어느 정도인지, 이로 인한 문제는 없는지, 이효용 기자와 짚어보겠습니다. <리포트> <질문 1> 이 기자, 지난 올림픽 때도 그랬긴 했지만 이번에는 좀 유난스러웠던 것 같은데요. <답변 1> 네. 이번 베이징 올림픽 열기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기 때문이 아닌가 싶은데요. 올림픽이 끝난 지 2주가 다 돼가지만, 올림픽 스타들의 일거수일투족은 여전히 큰 관심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특히 방송사들은 쇼.오락 프로그램은 물론, 시사 교양 할 것 없이, ‘올림픽 스타 모시기’에 열을 올렸습니다. 지난달 27일 오전 9시 30분, KBS에서 방송된 한 아침 프로그램입니다. <녹취> KBS 2TV 남희석 최은경의 여유만만 : “오늘은 여유만만에서는 꽃미남 메달리스트 이용대 선수와 부모님, 감독님, 코치님 모두를 모시고 얘기 듣는 특별한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 같은 시간, SBS의 또 다른 프로그램입니다. <녹취> SBS 이재룡 정은아의 좋은 아침 : “정말 만나고 싶었습니다. 값진 메달을 따낸 국민남동생 이용대 선수와 부모님, 오늘 정말 반갑습니다” 한 사람이 같은 시간, 두 방송에 동시에 나오는 모습에 시청자들은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게다가 이 선수의 고향집, 어린 시절 모습과 도하 아시안 게임에서 사용한 찢어진 배드민턴 채까지, 두 방송은 내용까지도 흡사했습니다. 겹치기방송 논란이 일자 이용대 선수 소속팀에서 해명 보도자료를 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KBS <여유만만> 측이 뒤늦게 출연요청을 했고, 방송날짜 약속도 어겼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선수의 소속사는 그와 같은 보도자료를 낸 적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확인 결과, SBS <좋은아침> 측이 선수 소속사의 이름으로 보도자료를 낸 것이었습니다. 방송사와 외주제작사, 선수와 소속팀 등이 복잡하게 얽힌 상황에서 과열 경쟁으로 빚어진 일이었지만 겹치기 출연에 따른 이미지 손상은 고스란히 선수 몫이 됐습니다. 이용대 선수를 비롯해 유도의 최민호, 역도의 장미란, 펜싱 남현희 선수도 섭외 일순위에 올랐습니다. 선수마다 많게는 열 개가 넘는 프로그램에 출연했습니다. 쇼. 예능 프로그램 뿐 아니라, 뉴스, 시사, 다큐 프로그램에서도 선수들을 번갈아 출연시켰습니다. 이런 가운데 일부 프로그램은 지나치게 선수들의 사생활을 들춰내거나, 시시콜콜한 신변잡기 내용들을 방송했습니다. 이성 연예인과의 깜짝 만남을 주선하거나, 스캔들을 유도하는듯한 태도로 눈총을 받기도 했습니다. 방송사 시청자 게시판에는 비난의 글이 쏟아졌습니다.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 순진한 선수들을 이용하지 마라, 선수들을 불러 신변잡기만 얘기하게 해서 들러리로 전락하게 만들지 마라” 등의 항의가 많았습니다. <질문 2> 하지만 방송국에서 보면 시청자들이 원하니까 그렇게 많이 출연할 수 밖에 없다고 할 것 같은데요. <답변 2> 네. 긍정적으로 본다면 선수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는 시청자의 욕구를 충족시켜준다는 측면이 있습니다. 또 이런 방송 출연이 선수들에게도 긍적적인 면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들어보시죠. <인터뷰> 신원호(KBS ‘해피선데이’ PD) : “가장 중요한 건 시청자들이 지금 현재 그들을 보고싶어 할 것이다 그런 구매욕구가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하기 때문에 저희가 그것에 맞춰 섭외를 하는 거죠” <인터뷰> 권순용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 : “올림픽에서 성공에 이르는 과정이 굉장히 힘든 과정인데, 노력과 어려움 극복 과정에 대한 사회적 보상이라든지 사회적 인정이라는 측면에서 미디어의 관심은 선수 개인의 동기 유발에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고요.” 이런 긍정적인 면 때문에 방송사가 선수들을 출연시키기도 하지만 또 다른 이유, 즉 시청률 경쟁이라는 측면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인기 선수에 대한 섭외 경쟁은 전쟁을 방불케 합니다. <인터뷰> 00프로그램 방송작가(음성변조) : “이 선수가 나오면 (시청률이) 당연히 잘 나온다, 이러면 집착을 하게 되죠 아무래도. 그래서 위에 분들도 그 사람 반드시 나와야 할 거 같다 이렇게 말씀을 하시고… (프로그램 성격이나 시간대가) 겹치게 되거나 스케줄이 겹치게 되면 아무래도 우리가 먼저 해야 될 거 같고, 그렇기 때문에 다른 제작사의 제안이 오면 거절해달라는 부탁을 하거나 저희 시간만큼은 비워달라고 재촉을 하죠” <질문 3> 방송 제작진으로서도 피말리는 경쟁이겠네요. 그런데 경쟁이 지나치다 보면 부작용도 있을 텐데요? <답변 3> 그렇습니다. 문제는 역시 너무 많이 출연시킨다는 거죠. 선수들와 시청자들을 지치게 만들 정도라는 얘기가 나오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선수들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우려도 적지 않습니다. 호쾌한 스매싱과 윙크 세레모니로 스타로 떠오른 이용대 선수, 귀국 뒤에도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정을 소화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이용대 선수는, 당장 굵직한 경기들을 앞두고 있습니다. 오는 9일 대만 오픈을 시작으로, 11월까지 각종 국제대회 일정이 꽉 차 있습니다. <녹취> 김중수 감독(여유만만 출연분) : “저희들도 걱정이 많죠. 지금 올림픽이라는 어떤 계기가 우리로서는 굉장히 좋은데, 다음을 또 준비해야 하는데 주위에서 이용대 선수를 안 놔주니까 훈련에 차질이 좀 많고…” 선수들은 연예인과 달리 일정 관리를 대신해 주는 매니저도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인터뷰> 이배영 선수 : “매니저 두고 있는 것도 아니고, 전화가 직접 오거든요. 직접 전화오면 거절하기가 쉽지 않아요. 한번 전화 오고 나서 좀 힘들 거 같은데요 라고 하면 그럼 조금 늦출 테니 안되겠습니까, 그러고 또 전화가 와요. 나중에는 수십통, 수백통의 전화가 된다고요. 그러면 그 전화 받다가 하루 다 보내요” 과거에도, 언론의 지나친 관심으로 고충을 겪었던 스포츠스타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따며 ‘국민여동생’으로 떠올랐던 사격의 강초현 선수가 대표적 사례입니다. 당시 인기가수와 의남매를 맺기도 했고 각종 방송 프로그램과 광고 출연 요청이 쇄도했습니다. 하지만, 지나친 노출과 관심에 지친 탓인지 강초현 선수는 이후 한동안 부진을 면치 못했습니다. <녹취> 강초현(2001.5.12) : “부담감이 많이 작용했던 것 같고요. 제 스스로 그런 것을 떨쳐버리지 못해서 정말 선수다운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한 것 같은데…” 수영 첫 금메달을 따내며 많은 이들에게 감동과 희망을 준 박태환 선수. 귀국 이후 몇몇 행사에 참여한 것 외에는 일체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지 않고 있습니다. 여기저기 출연하며 자칫 운동에 소홀해 지거나 뜻하지 않은 오해를 살 수도 있다는 판단에섭니다. <녹취> 박태환 아버지 전화 인터뷰 : “운동 선수는 운동을 해서 모든 걸 밝히면(보여주면) 되는 거고, 그런 면으로 좋은 면을 보여드리는 것이 성원해 주시는 분들에게 보답하는 차원이기 때문에 그러한 본분을 제대로 찾자 하는 그런 뜻이죠.” 한 순간의 관심에 휩쓸리는 것이 득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인터뷰> 이배영 선수 : “2004년도에 그 관심이 반짝했다 그런 거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제가 지금 활동을 해도 나중에는 뻔히 사라질 거란 말이죠. 그건 몸 피곤하고 운동도 못하고 좋은 게 없어요. 솔직히 운동선수가 운동에만 전념하고 싶은 욕심도 있어요. 방송을 뿌리치고 운동에만 전념하고 싶은 욕심도 있고, 뭐 내가 알려지고 싶은 것도 운동으로서 알려지는 게 더 멋있다고 생각을 많이 해요.” <인터뷰> 권순용(서울대 교수) : “보다 우려스러운 점은 어떤 그 미디어의 초점이 운동선수의 어떤 올림픽 성공에 이르기까지의 과정, 노력의 과정, 어려움의 극복 과정, 이런 차원보다는 선수 개인의 어떤 그러한 신변잡기적 얘기들, 외모 중심에 관련된 가십거리들, 오락적 연예적인 그런 얘깃거리만 치중했을 경우에 선수 자신의 정체성 부분에서 어느정도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는 그런 우려가 있습니다” <질문 4> 스타들에 대한 관심도 좋지만 이런 기회에 비인기 종목이나 전반적인 스포츠 경기 여건 향상에 대해서도 언론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지 않습니까? <답변 4> 네. 스포츠 강국이다, 스포츠 선진국이다 하면서 우리끼리 자화자찬을 하고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못합니다. 메달 개수가 많아지고 올림픽 스타들이 많아졌다고 해서, 그것이 꼭 스포츠 수준의 향상을 뜻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방송과 언론들은 특정 스타에만 주목하고 있을 뿐, 정작 열악한 스포츠 환경을 제대로 조명하고 있지는 못했습니다. 진종오 선수가 금, 은메달을 따내며 효자종목 노릇을 톡톡히 한 사격. 하지만, 올림픽이 끝난 뒤, 사격선수들은 당장 연습할 경기장마저 잃을 뻔 했습니다. 조선왕릉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하기 위해 문화재청이 태릉사격장을 폐쇄할 방침을 정했기 때문입니다. 여론을 의식한 듯 문화재청이 일단 대체사격장을 구할 때까지 당분간 사용 허가를 연장했지만 사격연맹은 새 경기장 부지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인터뷰> 임철빈(태릉고 사격팀 감독) : “사격장이 지금 없어지게 된다면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선수들이 당장 훈련할 수 있는 자리가 없어지게 되고요… 그런 선수들에게 많은 꿈과 희망을 잃게 되는 그런 현실적으로 아픈 일인 거죠.” 하지만 이런 현안에 주목한 방송과 언론은 거의 없었습니다. 동아와 한겨레가 짧게 언급했을 뿐입니다. ‘우생순’의 감동을 올림픽 무대에서 재연한 핸드볼 팀도 달라진 건 없었습니다. 지난 4일부터 전국핸드볼대회가 시작됐습니다. 올림픽 스타들이 뛰는 경기지만 관중석은 텅 비었고 방송사 중계도 없습니다. 그나마 KBS가 다음 주 여자부 결승전 단 한 경기를 중계하는 것이 전부입니다. <인터뷰> 권순용(서울대 교수) : “4년마다 한번씩 돌아오는 이런 계기를 통해서 미디어가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는데, 특히 생활체육 발전이나 한국에서 생활체육 발전과 관련된 여러 가지 현안들에 대해 국민적 관심을 돌릴 수 있고 정책적 지원에 대한 논의도 할 수 있는데, 지나치게 상업적으로 치우칠 경우 그런 중요한 현안들이 묻혀버리게 되기 때문에 그런 부분이 많이 아쉬운 부분입니다.” 근본적인 체질 개선 없이 이렇게 한철 띄우기 식이라면 선수건, 훈련환경이건 더 나아지는 게 없을 겁니다. 선수들이 진정한 스타로 설 수 있게끔 방송과 언론들도 꾸준한 관심으로 응원해주면서 선수들에게 정말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주는 모습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지난주 방송 내용 가운데 사장 선임과 관련해 77명의 시청자 평의회를 운영하는 독일의 공영방송은 ARD(아아르데)가 아닌 ZDF(쩨디에프)로 바로잡습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신문, 방송의 겸영을 허용하고 대기업의 방송사업 진입규제도 대폭 완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세계적인 미디어 그룹이 커 나갈 토양을 만들 것이라는 평가와, KBS 2TV와 MBC 등을 대기업과 거대신문사들에게 넘기려는 시도라는 비판이 맞서고 있습니다. 미디어포커스 오늘 순서 여기까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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