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현장] 갈 곳 없는 뉴타운 세입자

입력 2008.10.23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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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시민들의 주거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서울시가 시작한 뉴타운 사업, 곳곳에서 공사가 한창입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가옥이 헐린 뉴타운 예정지에서 세입자들이 떠나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사회팀 박예원 기자에게 자세한 얘기 들어보겠습니다.

<질문 1>
뉴타운 예정지에서 세입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하는데 정확히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거죠? 공사가 한창이라 사람이 살기는 어려운 환경으로 알고 있는데요?

<답변 1>

네 말씀대로 사람이 살아가기 힘든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표현이 적절합니다.

취재진이 방문한 곳은 뉴타운 세입자 홍 권 씨의 집인데요, 집의 대부분이 헐려 바닥에는 유리 조각이 널려 있고 창문이 모두 파손됐습니다.

전기와 가스도 끊겼습니다.

홍 씨는 불이 들어오지 않고 음식도 해먹을 수 없는 곳에서 근근이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홍 씨의 말을 들어보시겠습니다.

<인터뷰> 홍권 (가재울 뉴타운):"추위만 닥치지 않는다면야 어디 가서 길에서라도 자고 하겠지만 앞으로 추위가 닥치기때문에 그 점이 가장 신경쓰입니다."

홍 씨처럼 반쯤 헐린 집에서 살고 있는 세입자들이 가재울 3구역에서만 50세대가 넘습니다.

<질문 2>

화면을 보니까 공사장 한가운데서 살고 있는데, 공사 소음도 계속 들려오네요.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 같은데요?

<답변 2>

하루에도 수십 개의 가옥을 때리고 부수는 곳입니다.

마스크가 필수품이라고 할 만큼 먼지가 많이 나와서 주민들은 기침과 호흡 곤란까지 호소하고 있습니다.

다른 세입자 말을 들어보시죠.

<인터뷰> 송명숙 (가재울 뉴타운 세입자):"소음이요, 은연중에 귀에 남아 있어서 새벽에 자다가 일어나면 귀에서 윙- 소리가 날 정도로..."

굴착기로 땅을 파다 보니 진동과 소음이 심한데요, 환청까지 들릴 정도라고 합니다.

또, 철근이나 공사 폐기물이 길을 막고 있어 동네를 지나다니기도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질문 3>
아니 저 정도로 상황이 심각한데, 세입자들은 어째서 이사를 가지 않고 있는 거죠?

<답변 3>
안 가는 게 아니라 못 가는 것이라고 세입자들은 대답합니다.

뉴타운 예정지는 대부분 개발이 늦어 서울시내에서 집값이 가장 싼 편에 속하는 곳인데요, 보통 2천만 원, 3천만 원에 전세를 살아가고 있던 세입자들은 주거 이전비를 받더라도 서울시에서 그 돈으로 구할 수 있는 집이 없다고 말합니다.

<인터뷰>이귀례(왕십리 뉴타운 세입자):"돈도 없거니와 내가 여기 40년 살았는데 어딜 가서 살겠어요. 딱 죽고만 싶어요. 죽고 싶은 심정이라고..."

재개발조합과의 갈등도 문제입니다.

법적으로는 뉴타운 세입자가 주거 이전비와 함께 임대아파트 입주권을 받을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조합 측에서는 둘 중 하나만 가져가라며 버티고 있습니다.

이익을 내야 하는 민간 사업자인 만큼 정부와 똑같은 수준의 보상을 해 줄 수는 없다는 논리입니다.

나갈 수도 없고, 그대로 머무를 수도 없게 된 세입자들은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습니다.

<질문 4>
그렇다면, 서울시나 구청에서 나서서 중재를 해줘야 하는 것 같은데요. 적어도 세입자들이 빠져나가기 전까지는 공사라도 못하게 막아줘야 하는 거 아닌가요?

<답변 4>
네 물론 관리 감독의 책임은 서울시에 있습니다만, 민간 조합이 벌이는 사업이라는 이유로 시청이나 구청 측에서는 방관하고 있습니다.

형식적인 행정 지도 공문만 몇 차례 보낼 뿐입니다.

구청 공무원의 말을 들어보시죠.

<인터뷰>서울시 ○○ 구청 관계자:"공문을 몇 차례 보냈어요. 그 사람들이 그렇게 하는 거에 대해서 무조건 하지 말라고 할 수 없기 때문에 그래요."

무차별적인 가옥 철거에 대해서는 내 집을 내가 부수겠다는 행위에 대해 구청이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해명하기도 했습니다.

<질문 5>
그렇다면 세입자들은 앞으로 어떻게 되는 겁니까. 이제 곧 겨울이 닥칠텐데 저런 혹독한 환경에서 계속 지내야 하는 건가요.

<답변 5>
세입자들은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자신들을 지지하는 정당에 가입하는 등 스스로 살길을 찾아 움직이고 있습니다.

지난주에는 서울 시청 앞에서 뉴타운 세입자들이 한데 모여 기자 회견을 열고 책임있는 대응을 촉구하기도 했는데요.

아직 서울시 측에서는 이렇다 할 대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진행중인 3차 뉴타운은 모두 11곳,뾰족한 대책은 없습니다.

그렇더라도 나갈 수도, 주저앉아 살 수도 없는 불안한 삶을 방치하기에는 겨울이 너무 가까이 와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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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 현장] 갈 곳 없는 뉴타운 세입자
    • 입력 2008-10-23 23: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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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시민들의 주거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서울시가 시작한 뉴타운 사업, 곳곳에서 공사가 한창입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가옥이 헐린 뉴타운 예정지에서 세입자들이 떠나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사회팀 박예원 기자에게 자세한 얘기 들어보겠습니다. <질문 1> 뉴타운 예정지에서 세입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하는데 정확히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거죠? 공사가 한창이라 사람이 살기는 어려운 환경으로 알고 있는데요? <답변 1> 네 말씀대로 사람이 살아가기 힘든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표현이 적절합니다. 취재진이 방문한 곳은 뉴타운 세입자 홍 권 씨의 집인데요, 집의 대부분이 헐려 바닥에는 유리 조각이 널려 있고 창문이 모두 파손됐습니다. 전기와 가스도 끊겼습니다. 홍 씨는 불이 들어오지 않고 음식도 해먹을 수 없는 곳에서 근근이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홍 씨의 말을 들어보시겠습니다. <인터뷰> 홍권 (가재울 뉴타운):"추위만 닥치지 않는다면야 어디 가서 길에서라도 자고 하겠지만 앞으로 추위가 닥치기때문에 그 점이 가장 신경쓰입니다." 홍 씨처럼 반쯤 헐린 집에서 살고 있는 세입자들이 가재울 3구역에서만 50세대가 넘습니다. <질문 2> 화면을 보니까 공사장 한가운데서 살고 있는데, 공사 소음도 계속 들려오네요.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 같은데요? <답변 2> 하루에도 수십 개의 가옥을 때리고 부수는 곳입니다. 마스크가 필수품이라고 할 만큼 먼지가 많이 나와서 주민들은 기침과 호흡 곤란까지 호소하고 있습니다. 다른 세입자 말을 들어보시죠. <인터뷰> 송명숙 (가재울 뉴타운 세입자):"소음이요, 은연중에 귀에 남아 있어서 새벽에 자다가 일어나면 귀에서 윙- 소리가 날 정도로..." 굴착기로 땅을 파다 보니 진동과 소음이 심한데요, 환청까지 들릴 정도라고 합니다. 또, 철근이나 공사 폐기물이 길을 막고 있어 동네를 지나다니기도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질문 3> 아니 저 정도로 상황이 심각한데, 세입자들은 어째서 이사를 가지 않고 있는 거죠? <답변 3> 안 가는 게 아니라 못 가는 것이라고 세입자들은 대답합니다. 뉴타운 예정지는 대부분 개발이 늦어 서울시내에서 집값이 가장 싼 편에 속하는 곳인데요, 보통 2천만 원, 3천만 원에 전세를 살아가고 있던 세입자들은 주거 이전비를 받더라도 서울시에서 그 돈으로 구할 수 있는 집이 없다고 말합니다. <인터뷰>이귀례(왕십리 뉴타운 세입자):"돈도 없거니와 내가 여기 40년 살았는데 어딜 가서 살겠어요. 딱 죽고만 싶어요. 죽고 싶은 심정이라고..." 재개발조합과의 갈등도 문제입니다. 법적으로는 뉴타운 세입자가 주거 이전비와 함께 임대아파트 입주권을 받을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조합 측에서는 둘 중 하나만 가져가라며 버티고 있습니다. 이익을 내야 하는 민간 사업자인 만큼 정부와 똑같은 수준의 보상을 해 줄 수는 없다는 논리입니다. 나갈 수도 없고, 그대로 머무를 수도 없게 된 세입자들은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습니다. <질문 4> 그렇다면, 서울시나 구청에서 나서서 중재를 해줘야 하는 것 같은데요. 적어도 세입자들이 빠져나가기 전까지는 공사라도 못하게 막아줘야 하는 거 아닌가요? <답변 4> 네 물론 관리 감독의 책임은 서울시에 있습니다만, 민간 조합이 벌이는 사업이라는 이유로 시청이나 구청 측에서는 방관하고 있습니다. 형식적인 행정 지도 공문만 몇 차례 보낼 뿐입니다. 구청 공무원의 말을 들어보시죠. <인터뷰>서울시 ○○ 구청 관계자:"공문을 몇 차례 보냈어요. 그 사람들이 그렇게 하는 거에 대해서 무조건 하지 말라고 할 수 없기 때문에 그래요." 무차별적인 가옥 철거에 대해서는 내 집을 내가 부수겠다는 행위에 대해 구청이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해명하기도 했습니다. <질문 5> 그렇다면 세입자들은 앞으로 어떻게 되는 겁니까. 이제 곧 겨울이 닥칠텐데 저런 혹독한 환경에서 계속 지내야 하는 건가요. <답변 5> 세입자들은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자신들을 지지하는 정당에 가입하는 등 스스로 살길을 찾아 움직이고 있습니다. 지난주에는 서울 시청 앞에서 뉴타운 세입자들이 한데 모여 기자 회견을 열고 책임있는 대응을 촉구하기도 했는데요. 아직 서울시 측에서는 이렇다 할 대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진행중인 3차 뉴타운은 모두 11곳,뾰족한 대책은 없습니다. 그렇더라도 나갈 수도, 주저앉아 살 수도 없는 불안한 삶을 방치하기에는 겨울이 너무 가까이 와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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