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영어 바람…‘영어 이름 짓기’ 백태

입력 2008.10.27 (08:44) 수정 2008.10.27 (10:33)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우리나라에서 영어는 영원한 화두인 것 같아요. 학교나 학원에서 영어를 배우고는 있지만 정작 외국인을 만나면 그대로 입이 얼어붙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래서인지 요즘은 가급적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영어를 몸에 익히려고 하는데 그러다보니 본 이름 외에 영어 이름도 하나씩 가지고 있는 어린이들이 늘고 있다고요?

<리포트>

그렇습니다. 월드스타인 가수‘비’도 ‘Rain' 이라는 영어 이름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요 비단 연예인이나 외국에서 살다 온 교포가 아니더라도 요즘 초등학생들은 영어이름 하나쯤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초등학교에도 영어수업이 있고 영어 유치원이나 각종 학원 등에서도 영어로 수업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보니 자연스럽게 필요하게 된 것인데요, 작명소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어서 자녀에게 영어 이름을 지어주러 찾아오는 학부모가 주 고객이 되고 있다고 합니다.

자세한 내용 함께 보시죠.

다섯 살, 주영이는 비디오 보는 것을 유난히 좋아합니다. 그런데 신나는 노래와 춤으로 구성된 비디오 속 언어가 모두 영어입니다.

두 달 전, 영어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부터 부쩍 영어에 관심이 많아 졌다는데요.

<인터뷰> 민지연(서울 영등포구) : "(학부모들이) 다들 보내고 싶어 하더라고요. 대부분 영어 유치원 다니는 애들이 영어를 잘해요. 많이 접하니까."

영어 유치원에서 주영이는 조나단이라는 또 다른 이름으로 불립니다.

이 영어 유치원에서는 원어민 교사와 영어에 능통한 한국인 교사를 통해 모든 수업이 영어로 이루어집니다. 재미있는 놀이를 하면서 반복적으로 영어를 듣고 말하는데요.

<인터뷰> 리키 김(배우/영어 유치원 대표) : "몸으로 배우는 거예요. 대한민국은 국제적인 나라가 될 거니까 영어가 굉장히 필요할 거예요."

또 다른 영어 유치원에서는 발레수업이 한창입니다. 수업 도중 한국어를 쓸 수 없기 때문에 선생님이 이름을 부를 때도, 아이들의 대답도 모두 영어로 진행됩니다.

5살 미만의 유아들이지만 익숙한 듯 지시에 따라 밝은 표정으로 발레 동작을 따라하는데요.

<인터뷰> 정예빈(4살/영어유치원 원생) : "저는 커서 의사나 발레리나가 되고 싶어요. 이 유치원 원생들은 대부분 영어 이름이 있습니다. 한국 이름은 발음이 어렵기도 하지만 최대한 영어권 나라와 비슷한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선데요 개별적으로 영어 이름을 지어오거나 유치원에서 이름을 추천해주고 있습니다."

최근 영어 열풍으로 실제로 아이들의 이름에 변화가 일고 있는데요.

한자와 한글 이름 의뢰가 대부분이었던 이 작명소에는 최근 영어 이름에 대한 문의가 네 배가량 늘었다고 합니다.

<인터뷰> 한가경(작명가) : "별도로 영어 이름 하나 지어달라고 하는 일도 있고요 혹은 영어 발음과 비슷한 한국 이름을 지어달라는 요청,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국제화 시대의)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이미자씨는 지난달 태어난 손자의 영어이름을 선물로 지어주기 위해 이곳을 찾아왔습니다.

<인터뷰> 이미자(서울 발산동) : "저희 친구들도 손자들 낳으면 다 영어 이름 짓는대요. 저도 하나 선물로 지어줄까 하고 들어왔어요."

영어 이름은 의미보다는 기억하기 쉽고 발음하기 편리한 쪽을 선호하는데, 한국인에게 친숙하면서도 외국인이 발음하기 쉬운 이름이 인기라고 합니다.

영어 열풍은 예체능 학원가에도 불고 있습니다. 도복을 입은 아이들이 힘차게 구령을 외치며 태권도 품새인 태극 2장을 펼칩니다.

그런데 가만히 들어보면 모든 구령이 영어인데요, 전통 무예인 태권도를 영어로 배워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일명 태글리십니다. 태글리시 도장은 전국에약 50여개가 될 정도로 성황입니다.

<인터뷰> 진승호(영어 태권도 학원 관장) : "처음에는 못 알아들었던 친구가 한 달 뒤에는 100%는 못 알아들어도 무슨 말인지 알고 눈치껏 보면서 따라하는 게 언어 효과인 것 같습니다."

영어구령을 크게 외치다보면 자신감이 늘고, 뜻을 몰라도 동작을 통해 자연스럽게 언어를 체득할 수 있다는데요 이렇게 배운 영어에 재미를 느낀 아이들은 스스로 마음에 드는 영어이름을 짓기도 합니다.

<인터뷰> 이지석(초등학교 4학년) : "에드워드요. 제가 지었어요. (영어가) 많이 는 것 같아요."

김순덕씨는 어느 날 갑자기 영어에 흥미를 잃은 성원이가 먼저 영어와 친해지고 실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영어 태권도를 배우게 했다는데요.

<인터뷰> 김순덕(인천시 남동구) : "영어를 자연스럽게 쓰니까 아주 기쁜 거예요. 자신감도 생기고 그래서 너무 지금은 잘 시작했다고 생각해요."

자녀들의 영어 교육에 대한 부모님들의 관심이 영어 이름 작명 등 우리 사회에 새로운 유행을 만들어 내고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현장] 영어 바람…‘영어 이름 짓기’ 백태
    • 입력 2008-10-27 08:31:38
    • 수정2008-10-27 10:33:42
    아침뉴스타임
<앵커 멘트> 우리나라에서 영어는 영원한 화두인 것 같아요. 학교나 학원에서 영어를 배우고는 있지만 정작 외국인을 만나면 그대로 입이 얼어붙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래서인지 요즘은 가급적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영어를 몸에 익히려고 하는데 그러다보니 본 이름 외에 영어 이름도 하나씩 가지고 있는 어린이들이 늘고 있다고요? <리포트> 그렇습니다. 월드스타인 가수‘비’도 ‘Rain' 이라는 영어 이름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요 비단 연예인이나 외국에서 살다 온 교포가 아니더라도 요즘 초등학생들은 영어이름 하나쯤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초등학교에도 영어수업이 있고 영어 유치원이나 각종 학원 등에서도 영어로 수업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보니 자연스럽게 필요하게 된 것인데요, 작명소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어서 자녀에게 영어 이름을 지어주러 찾아오는 학부모가 주 고객이 되고 있다고 합니다. 자세한 내용 함께 보시죠. 다섯 살, 주영이는 비디오 보는 것을 유난히 좋아합니다. 그런데 신나는 노래와 춤으로 구성된 비디오 속 언어가 모두 영어입니다. 두 달 전, 영어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부터 부쩍 영어에 관심이 많아 졌다는데요. <인터뷰> 민지연(서울 영등포구) : "(학부모들이) 다들 보내고 싶어 하더라고요. 대부분 영어 유치원 다니는 애들이 영어를 잘해요. 많이 접하니까." 영어 유치원에서 주영이는 조나단이라는 또 다른 이름으로 불립니다. 이 영어 유치원에서는 원어민 교사와 영어에 능통한 한국인 교사를 통해 모든 수업이 영어로 이루어집니다. 재미있는 놀이를 하면서 반복적으로 영어를 듣고 말하는데요. <인터뷰> 리키 김(배우/영어 유치원 대표) : "몸으로 배우는 거예요. 대한민국은 국제적인 나라가 될 거니까 영어가 굉장히 필요할 거예요." 또 다른 영어 유치원에서는 발레수업이 한창입니다. 수업 도중 한국어를 쓸 수 없기 때문에 선생님이 이름을 부를 때도, 아이들의 대답도 모두 영어로 진행됩니다. 5살 미만의 유아들이지만 익숙한 듯 지시에 따라 밝은 표정으로 발레 동작을 따라하는데요. <인터뷰> 정예빈(4살/영어유치원 원생) : "저는 커서 의사나 발레리나가 되고 싶어요. 이 유치원 원생들은 대부분 영어 이름이 있습니다. 한국 이름은 발음이 어렵기도 하지만 최대한 영어권 나라와 비슷한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선데요 개별적으로 영어 이름을 지어오거나 유치원에서 이름을 추천해주고 있습니다." 최근 영어 열풍으로 실제로 아이들의 이름에 변화가 일고 있는데요. 한자와 한글 이름 의뢰가 대부분이었던 이 작명소에는 최근 영어 이름에 대한 문의가 네 배가량 늘었다고 합니다. <인터뷰> 한가경(작명가) : "별도로 영어 이름 하나 지어달라고 하는 일도 있고요 혹은 영어 발음과 비슷한 한국 이름을 지어달라는 요청,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국제화 시대의)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이미자씨는 지난달 태어난 손자의 영어이름을 선물로 지어주기 위해 이곳을 찾아왔습니다. <인터뷰> 이미자(서울 발산동) : "저희 친구들도 손자들 낳으면 다 영어 이름 짓는대요. 저도 하나 선물로 지어줄까 하고 들어왔어요." 영어 이름은 의미보다는 기억하기 쉽고 발음하기 편리한 쪽을 선호하는데, 한국인에게 친숙하면서도 외국인이 발음하기 쉬운 이름이 인기라고 합니다. 영어 열풍은 예체능 학원가에도 불고 있습니다. 도복을 입은 아이들이 힘차게 구령을 외치며 태권도 품새인 태극 2장을 펼칩니다. 그런데 가만히 들어보면 모든 구령이 영어인데요, 전통 무예인 태권도를 영어로 배워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일명 태글리십니다. 태글리시 도장은 전국에약 50여개가 될 정도로 성황입니다. <인터뷰> 진승호(영어 태권도 학원 관장) : "처음에는 못 알아들었던 친구가 한 달 뒤에는 100%는 못 알아들어도 무슨 말인지 알고 눈치껏 보면서 따라하는 게 언어 효과인 것 같습니다." 영어구령을 크게 외치다보면 자신감이 늘고, 뜻을 몰라도 동작을 통해 자연스럽게 언어를 체득할 수 있다는데요 이렇게 배운 영어에 재미를 느낀 아이들은 스스로 마음에 드는 영어이름을 짓기도 합니다. <인터뷰> 이지석(초등학교 4학년) : "에드워드요. 제가 지었어요. (영어가) 많이 는 것 같아요." 김순덕씨는 어느 날 갑자기 영어에 흥미를 잃은 성원이가 먼저 영어와 친해지고 실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영어 태권도를 배우게 했다는데요. <인터뷰> 김순덕(인천시 남동구) : "영어를 자연스럽게 쓰니까 아주 기쁜 거예요. 자신감도 생기고 그래서 너무 지금은 잘 시작했다고 생각해요." 자녀들의 영어 교육에 대한 부모님들의 관심이 영어 이름 작명 등 우리 사회에 새로운 유행을 만들어 내고있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