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동네예보’ 정확도 높여야 성공

입력 2008.10.30 (07:09) 수정 2008.10.30 (09:59)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전영제 해설위원]

온 가족이 기다리던 모처럼의 주말 여행, 예보에 없던 비가 쏟아져 낭패를 본 기억을 여러 번 갖고 계실 겁니다.

비 예보를 믿고 나들이를 취소했더니 화창한 날씨를 보여 황당했던 경험도 많습니다.

이렇듯 일상생활에서 겪는 날씨의 경험은 그리 유쾌하지만은 않습니다.

기상청이 오늘부터 ‘동네예보’를 시작합니다.

전국을 가로 세로 5㎞ 간격으로 세분해 3,500여 개 읍·면·동 단위로 날씨를 예보합니다.

‘서울․경기에 비’라는 두루뭉술한 예보 대신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오후 6시부터 9시까지 비’ 라는 식의 구체적인 예보를 3시간마다 내놓겠다는 겁니다.

이렇게 되면 같은 서울이라도 한쪽에선 집중호우가 쏟아지고 또 다른 곳에선 화창한 날씨를 보이는 국지적인 현상을 정확히 구분해 예보할 수 있다는 게 기상청의 입장입니다.

이런 형태의 날씨예보는 미국과 일본에서 이미 시행 중이고 호주, 프랑스 등은 부분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예보의 정확돕니다.

기상청이 분석한 2년 동안 동네예보의 적중률은85% 안팎으로 기존 예보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비가 많은 여름철의 적중률은 60%대에 머뭅니다.

왜 그럴까요? 예보 방법이 변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지역에 200여 명의 동네예보 인력을 서둘러 배치한 것 외에 기술적으로 달라진 게 거의 없습니다.

음식을 담는 그릇만 달라졌을 뿐 재료와 요리 방법은 그대로라는 얘깁니다.

‘시설 보완없이 구역만 세분화한 졸속 추진’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윱니다.

지난 여름 주말 예보가 잇따라 빗나가 국민의 원성을 샀습니다.

당장 지난 주말에도 예보에 없던 비가 내려 시민들을 당황하게 했습니다.

우리 기상청은 세계 9위의 기술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예보에 대한 국민 만족도는 70%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기상 관계자들은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기상 오보가 잦은 이유는 17년이나 된 낡은 수치예보모델이 우선 거론됩니다.

턱없이 부족한 관측시설과 부적절한 위치 선정, 예산 부족과 예보 인력이 자주 바뀌는 것도 원인 중 하나로 꼽힙니다.

동네예보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 급선무입니다.

민간 기관에 문호를 개방해 예보의 경쟁 체제를 갖춰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동네예보’는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의미있는 변화임에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정확한 예보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최근 10년간 기상 재해로 입은 경제적 손실이 50조 원을 넘습니다.

동네예보에 치중하다 재난 예보를 소홀히 해서도 안됩니다.

날씨는 이제 단순한 정보 차원을 넘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뉴스해설] ‘동네예보’ 정확도 높여야 성공
    • 입력 2008-10-30 06:11:51
    • 수정2008-10-30 09:59:26
    뉴스광장 1부
[전영제 해설위원] 온 가족이 기다리던 모처럼의 주말 여행, 예보에 없던 비가 쏟아져 낭패를 본 기억을 여러 번 갖고 계실 겁니다. 비 예보를 믿고 나들이를 취소했더니 화창한 날씨를 보여 황당했던 경험도 많습니다. 이렇듯 일상생활에서 겪는 날씨의 경험은 그리 유쾌하지만은 않습니다. 기상청이 오늘부터 ‘동네예보’를 시작합니다. 전국을 가로 세로 5㎞ 간격으로 세분해 3,500여 개 읍·면·동 단위로 날씨를 예보합니다. ‘서울․경기에 비’라는 두루뭉술한 예보 대신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오후 6시부터 9시까지 비’ 라는 식의 구체적인 예보를 3시간마다 내놓겠다는 겁니다. 이렇게 되면 같은 서울이라도 한쪽에선 집중호우가 쏟아지고 또 다른 곳에선 화창한 날씨를 보이는 국지적인 현상을 정확히 구분해 예보할 수 있다는 게 기상청의 입장입니다. 이런 형태의 날씨예보는 미국과 일본에서 이미 시행 중이고 호주, 프랑스 등은 부분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예보의 정확돕니다. 기상청이 분석한 2년 동안 동네예보의 적중률은85% 안팎으로 기존 예보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비가 많은 여름철의 적중률은 60%대에 머뭅니다. 왜 그럴까요? 예보 방법이 변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지역에 200여 명의 동네예보 인력을 서둘러 배치한 것 외에 기술적으로 달라진 게 거의 없습니다. 음식을 담는 그릇만 달라졌을 뿐 재료와 요리 방법은 그대로라는 얘깁니다. ‘시설 보완없이 구역만 세분화한 졸속 추진’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윱니다. 지난 여름 주말 예보가 잇따라 빗나가 국민의 원성을 샀습니다. 당장 지난 주말에도 예보에 없던 비가 내려 시민들을 당황하게 했습니다. 우리 기상청은 세계 9위의 기술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예보에 대한 국민 만족도는 70%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기상 관계자들은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기상 오보가 잦은 이유는 17년이나 된 낡은 수치예보모델이 우선 거론됩니다. 턱없이 부족한 관측시설과 부적절한 위치 선정, 예산 부족과 예보 인력이 자주 바뀌는 것도 원인 중 하나로 꼽힙니다. 동네예보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 급선무입니다. 민간 기관에 문호를 개방해 예보의 경쟁 체제를 갖춰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동네예보’는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의미있는 변화임에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정확한 예보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최근 10년간 기상 재해로 입은 경제적 손실이 50조 원을 넘습니다. 동네예보에 치중하다 재난 예보를 소홀히 해서도 안됩니다. 날씨는 이제 단순한 정보 차원을 넘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