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임 현장] 김장, 모여 만드니 더 맛있네

입력 2008.11.25 (09:14) 수정 2008.11.25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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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이제 완연한 겨울인가 봅니다. 아침저녁으로 기온이 많이 떨어졌는데요. 겨울 앞두고 챙겨야 할 것들, 한두 가지가 아닐 것 같습니다.

네. 그 중 겨울 ‘반(半)’식량이라고도 하는 것이 있죠. 바로 김장인데요.. 이동환 기자. 요즘 더 추워지기 하루라도 더 빨리 김장해 놓으려는 손길로 집집마다 바쁘다죠?

<리포트>

예. 그렇습니다. 특히 지난 주말은 24절기중 스무번째에 해당하는 ‘소설’이었습니다, 소설이라고 하면 예부터 얼음이 얼기 시작하고 농사도 거의 끝나서 김장을 담그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김장하면 주부들은 괜시리 어깨며 허리가 미리부터 아파오는데요. 즐기면서 하면 그 스트레스도 반으로 확 줄어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요즘엔 김장을 일이 아닌 재미나 놀이쯤으로 생각하면서 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하는데요. 바로 옛부터 해오던 ‘품앗이’의 부활입니다. 김장 날 삼삼오오 모여 힘도 덜고 더불어 잔칫날처럼 즐긴다는 현대판 김장 품앗이 현장을 담았습니다.

지난 토요일, 이른 아침부터 앞치마를 입고 도마와 칼부터 챙기는 이정득씨, 이 씨가 가는 곳은 다름 아닌 같은 아파트단지의 한 이웃집입니다.

김장도 혼자 하기에는 무리가 따르다보니 ‘김장 품앗이’를 하기 위해선데요. 이 씨는 2년 전부터 마음에 맞는 아파트 입주민끼리 삼삼오오 모여 ‘김장 품앗이’를 해오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정득(인천시 마전동): "5일에 한 번씩 이 집 김장하고 저 집 김장하고 저 형님 집하고 이 집 김장하고 그렇게 해요. 금방하고 재미있어요."

직접 김장을 담그면 사먹는 것보다 3~4만 원 정도는 절약이 된다는데요. 무엇보다 고춧가루며 젓갈 등 국산재료를 쓰다보니 안심이 됩니다. 특히 품앗이 덕분에 맛도 한결 좋아졌다고 하는데요.

<인터뷰> 노미자(인천시 마전동): "나는 이것 넣으니까 맛있더라. 이 사람이 이것 넣으니까 맛있었다는 노하우가 있으니까 김장 맛이 오묘하고 맛있더라고요."

본격적으로 버무린 양념을 배추 속에 넣는 50대 주부들의 손길은 전문가 못지않습니다. 이들에게 김장이란 옛 이야기를 나누는 담소의 장이 된다고 하는데요.

<현장음> "우리 때는 물이 귀해서 나무에 걸치고 앉아서 배추를 씻은 거야. 친정이 시흥시인데 염전이 가까우니까 짠물이라 물이 귀했어."

남편들이야 김장에 안 낀지 이미 오래, 하지만 여자 다섯이 모이니 힘도 덜고 옆집, 앞집 이웃들 얼굴조차 잘 모르는 요즘 ‘김장 품앗이’는 김장을 넘어 이웃 간의 정을 나누는 장입니다.

<인터뷰> 유용분(인천시 마전동): '소도 때려잡을 수 있는 인원이고 힘도 아끼지 않고 다 잘 해줘요. 무슨 일 있다고 하면 몰려가서 내 일처럼 하니까..."

김장을 마치고 우아하게 마시는 와인 한 잔, 여기에다 안주로 곁들이는 속 쌈과 수다는 김장 날 받는 스트레스를 싹 날려줍니다.

<인터뷰> 이우숙(인천시 마전동): "즐겁게 일도 해주고 끝나면 먹고 여러 사람 만나서 수다 떨고 얼마나 좋아요."

젊은 주부들에게도 품앗이 김장은 예외가 아닙니다. 서울 용산의 한 어린이집, 고사리 손의 아이들도 김장배추 나르기가 한창인데요.

먹을거리에 대한 걱정으로 김장만이라도 내 손으로 직접 하겠다는 30대 주부들이 속속 모여듭니다. 오늘 하는 김장 배추는 100포기. 20여 명의 주부들이 모인만큼 각자 역할부터 나누는데요.

<현장음> "저는 무를 다듬는 일을 맡게 됐습니다. 저는 쪽파 담당입니다. 화끈하게 생강을 다듬겠습니다."

하지만 김장 시작도 전에 한 쪽에선 이미 남편들의 술판이 벌어졌습니다. 김장은 거들지 않고 딴청 피우는 남편들에 대한 아내들의 핀잔이 쏟아집니다.

<현장음> "아니, 일 시작한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술이에요." "원래 술 먹고 해야 일이 제대로 되거든요."

평소 같으면 티격태격 할 만도 한데 오늘만큼은 못 이기는 척 아내들도 남편들의 분위기를 맞춰주는데요.

<현장음> "일은 하나도 하지 않고서 말만 잘합니다."

하지만 본격적인 김장에 들어가자 무 자르는 것은 기본, 아내들이 힘들세라 무거운 것도 들어주고 속까지 골고루 버무려주며 남편들도 김장 도우미 역할을 톡톡히 해 냅니다.

<인터뷰> 조종욱(서울시 신공덕동): "옛날에 김장은 모두 여자들이 했죠. 요즘 그런 게 어디 있어요. 같이하는 거죠."

어린이집 조리사 선생님은 젊은 엄마들의 서툰 솜씨에 김장담그기 일일 선생님으로 나섰는데요. 덕분에 젊은 엄마들은 4시간 만에 김장을 끝냈습니다.

<인터뷰> 신미정(서울시 원효로동): "서툴지만 우리 아이들이 먹을 거라고 생각하니까 힘이 나고 재미있어요."

요즘 중국산 때문에 먹는 게 불안한데 직접 하니까 마음도 놓이고...

하지만 오늘의 하이라이트는 이제 시작입니다. 김장 김치에 싸 먹는 수육과 죽~~ 들이키는 막걸리 한잔~! 김장을 위해 모였지만 마치 동네 잔칫날 같습니다.

<현장음> "여보, 김치 담그느라 고생했어요. 아, 우리 마누라!"

<인터뷰> 조종욱(서울시 신공덕동): "김치를 같이 담그니까 김장을 하는 게 아니라 잔치를 하는 거예요. 엄마 아빠들이 다 와서 재미있게 하루 놀고 잔치하고 축제하는 겁니다. 너무 즐겁고 맛있습니다."

그 옛날 김장하는 집은 온 동네 소식이 넘쳐난다고 할 만큼 북적이는 잔치 날이었다고 하는데요. ‘김장품앗이’가 옛 김장 날처럼 이웃 간에 훈훈한 정을 되살리는 신풍속도로 자리잡아 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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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8-11-25 08:21:57
    • 수정2008-11-25 09:54:01
    아침뉴스타임
<앵커 멘트> 이제 완연한 겨울인가 봅니다. 아침저녁으로 기온이 많이 떨어졌는데요. 겨울 앞두고 챙겨야 할 것들, 한두 가지가 아닐 것 같습니다. 네. 그 중 겨울 ‘반(半)’식량이라고도 하는 것이 있죠. 바로 김장인데요.. 이동환 기자. 요즘 더 추워지기 하루라도 더 빨리 김장해 놓으려는 손길로 집집마다 바쁘다죠? <리포트> 예. 그렇습니다. 특히 지난 주말은 24절기중 스무번째에 해당하는 ‘소설’이었습니다, 소설이라고 하면 예부터 얼음이 얼기 시작하고 농사도 거의 끝나서 김장을 담그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김장하면 주부들은 괜시리 어깨며 허리가 미리부터 아파오는데요. 즐기면서 하면 그 스트레스도 반으로 확 줄어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요즘엔 김장을 일이 아닌 재미나 놀이쯤으로 생각하면서 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하는데요. 바로 옛부터 해오던 ‘품앗이’의 부활입니다. 김장 날 삼삼오오 모여 힘도 덜고 더불어 잔칫날처럼 즐긴다는 현대판 김장 품앗이 현장을 담았습니다. 지난 토요일, 이른 아침부터 앞치마를 입고 도마와 칼부터 챙기는 이정득씨, 이 씨가 가는 곳은 다름 아닌 같은 아파트단지의 한 이웃집입니다. 김장도 혼자 하기에는 무리가 따르다보니 ‘김장 품앗이’를 하기 위해선데요. 이 씨는 2년 전부터 마음에 맞는 아파트 입주민끼리 삼삼오오 모여 ‘김장 품앗이’를 해오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정득(인천시 마전동): "5일에 한 번씩 이 집 김장하고 저 집 김장하고 저 형님 집하고 이 집 김장하고 그렇게 해요. 금방하고 재미있어요." 직접 김장을 담그면 사먹는 것보다 3~4만 원 정도는 절약이 된다는데요. 무엇보다 고춧가루며 젓갈 등 국산재료를 쓰다보니 안심이 됩니다. 특히 품앗이 덕분에 맛도 한결 좋아졌다고 하는데요. <인터뷰> 노미자(인천시 마전동): "나는 이것 넣으니까 맛있더라. 이 사람이 이것 넣으니까 맛있었다는 노하우가 있으니까 김장 맛이 오묘하고 맛있더라고요." 본격적으로 버무린 양념을 배추 속에 넣는 50대 주부들의 손길은 전문가 못지않습니다. 이들에게 김장이란 옛 이야기를 나누는 담소의 장이 된다고 하는데요. <현장음> "우리 때는 물이 귀해서 나무에 걸치고 앉아서 배추를 씻은 거야. 친정이 시흥시인데 염전이 가까우니까 짠물이라 물이 귀했어." 남편들이야 김장에 안 낀지 이미 오래, 하지만 여자 다섯이 모이니 힘도 덜고 옆집, 앞집 이웃들 얼굴조차 잘 모르는 요즘 ‘김장 품앗이’는 김장을 넘어 이웃 간의 정을 나누는 장입니다. <인터뷰> 유용분(인천시 마전동): '소도 때려잡을 수 있는 인원이고 힘도 아끼지 않고 다 잘 해줘요. 무슨 일 있다고 하면 몰려가서 내 일처럼 하니까..." 김장을 마치고 우아하게 마시는 와인 한 잔, 여기에다 안주로 곁들이는 속 쌈과 수다는 김장 날 받는 스트레스를 싹 날려줍니다. <인터뷰> 이우숙(인천시 마전동): "즐겁게 일도 해주고 끝나면 먹고 여러 사람 만나서 수다 떨고 얼마나 좋아요." 젊은 주부들에게도 품앗이 김장은 예외가 아닙니다. 서울 용산의 한 어린이집, 고사리 손의 아이들도 김장배추 나르기가 한창인데요. 먹을거리에 대한 걱정으로 김장만이라도 내 손으로 직접 하겠다는 30대 주부들이 속속 모여듭니다. 오늘 하는 김장 배추는 100포기. 20여 명의 주부들이 모인만큼 각자 역할부터 나누는데요. <현장음> "저는 무를 다듬는 일을 맡게 됐습니다. 저는 쪽파 담당입니다. 화끈하게 생강을 다듬겠습니다." 하지만 김장 시작도 전에 한 쪽에선 이미 남편들의 술판이 벌어졌습니다. 김장은 거들지 않고 딴청 피우는 남편들에 대한 아내들의 핀잔이 쏟아집니다. <현장음> "아니, 일 시작한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술이에요." "원래 술 먹고 해야 일이 제대로 되거든요." 평소 같으면 티격태격 할 만도 한데 오늘만큼은 못 이기는 척 아내들도 남편들의 분위기를 맞춰주는데요. <현장음> "일은 하나도 하지 않고서 말만 잘합니다." 하지만 본격적인 김장에 들어가자 무 자르는 것은 기본, 아내들이 힘들세라 무거운 것도 들어주고 속까지 골고루 버무려주며 남편들도 김장 도우미 역할을 톡톡히 해 냅니다. <인터뷰> 조종욱(서울시 신공덕동): "옛날에 김장은 모두 여자들이 했죠. 요즘 그런 게 어디 있어요. 같이하는 거죠." 어린이집 조리사 선생님은 젊은 엄마들의 서툰 솜씨에 김장담그기 일일 선생님으로 나섰는데요. 덕분에 젊은 엄마들은 4시간 만에 김장을 끝냈습니다. <인터뷰> 신미정(서울시 원효로동): "서툴지만 우리 아이들이 먹을 거라고 생각하니까 힘이 나고 재미있어요." 요즘 중국산 때문에 먹는 게 불안한데 직접 하니까 마음도 놓이고... 하지만 오늘의 하이라이트는 이제 시작입니다. 김장 김치에 싸 먹는 수육과 죽~~ 들이키는 막걸리 한잔~! 김장을 위해 모였지만 마치 동네 잔칫날 같습니다. <현장음> "여보, 김치 담그느라 고생했어요. 아, 우리 마누라!" <인터뷰> 조종욱(서울시 신공덕동): "김치를 같이 담그니까 김장을 하는 게 아니라 잔치를 하는 거예요. 엄마 아빠들이 다 와서 재미있게 하루 놀고 잔치하고 축제하는 겁니다. 너무 즐겁고 맛있습니다." 그 옛날 김장하는 집은 온 동네 소식이 넘쳐난다고 할 만큼 북적이는 잔치 날이었다고 하는데요. ‘김장품앗이’가 옛 김장 날처럼 이웃 간에 훈훈한 정을 되살리는 신풍속도로 자리잡아 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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