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존엄사, 사회적 합의 서둘러야”

입력 2008.11.29 (08:33) 수정 2008.11.29 (08:43)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전영제 해설위원]

식물인간 상태로 입원 중인 칠순 환자에 대해 법원이 생명연장 장치인 인공호흡기를 떼어 내라고 판결 했습니다. 인간답게 죽을 권리, 이른바 ‘존엄사’를 인정한 국내 첫 판결입니다. ‘존엄사’ 논란의 중심에 서 있던 소송인데다 그동안의 법원 입장을 뒤집은 결과여서 파장이 큽니다.
판결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됩니다. 인공호흡기 등의 도움없이 환자의 회복 가능성이 낮다는 점과 환자 본인의 치료 중단 의사입니다. 특히 환자의 의식이 없어 존엄사를 직접 요청하지 못하더라도 환자의 평소 의사 표시나 성격, 가치관 등을 고려해 치료 중단을 요청할 수 있도록 권리를 폭넓게 허용한 의미있는 판결입니다.
그러나 이번 판결이 극심한 고통을 겪는 중환자나 난치병 환자에게 약물을 투여하는 ‘적극적 안락사’를 인정한 것은 아닙니다. 법원도 모든 유형의 치료 중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못박아 확대 해석을 경계했습니다. 사안에 따라 판결이 다를 수 있다는 얘깁니다. 존엄사 남용 위험성 때문에 환자 본인이 아닌 가족의 존엄사 청구권 역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이번 판결은 몇가지 과제도 던졌습니다. 존엄사 대상을 누가 어떻게 정할지, 범위는 어디까지 인정할지 등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법률적 뒷받침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또다른 논란이 예상됩니다. 이런 기준이 제시되지 않다보니 개별적인 유사소송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소극적 안락사’의 의미로 사용되는 존엄사는 의료계와 법조, 종교계를 중심으로 지금도 논란이 진행 중입니다. 10여 년 전 치료를 중단해 환자를 숨지게 한 의사에게 살인방조죄가 적용되는 등 그동안 법원도 존엄사를 인정한 판례가 없습니다. 생명권의 문제는 인간이 결정할 영역이 아니라는 종교단체의 반발 가능성도 남아있습니다.
외국에서도 안락사 허용 여부는 오랜 논쟁거립니다. 네덜란드가 세계 최초로 안락사를 법적으로 허용한 이후 유럽 일부 국가가 비슷한 법안을 만들었습니다. 프랑스와 독일은 안락사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도 ‘존엄사’ 논쟁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습니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조사 대상의 88%가 ‘존엄사’에 찬성했습니다.
이제라도 존엄사를 판단하는 기준이나 구체적인 입법 마련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무엇보다 존엄사에 대한 광범위한 논의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게 우선입니다. 존엄사 인정 판결은 논란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일 뿐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뉴스해설] “존엄사, 사회적 합의 서둘러야”
    • 입력 2008-11-29 07:21:34
    • 수정2008-11-29 08:43:38
    뉴스광장 1부
[전영제 해설위원] 식물인간 상태로 입원 중인 칠순 환자에 대해 법원이 생명연장 장치인 인공호흡기를 떼어 내라고 판결 했습니다. 인간답게 죽을 권리, 이른바 ‘존엄사’를 인정한 국내 첫 판결입니다. ‘존엄사’ 논란의 중심에 서 있던 소송인데다 그동안의 법원 입장을 뒤집은 결과여서 파장이 큽니다. 판결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됩니다. 인공호흡기 등의 도움없이 환자의 회복 가능성이 낮다는 점과 환자 본인의 치료 중단 의사입니다. 특히 환자의 의식이 없어 존엄사를 직접 요청하지 못하더라도 환자의 평소 의사 표시나 성격, 가치관 등을 고려해 치료 중단을 요청할 수 있도록 권리를 폭넓게 허용한 의미있는 판결입니다. 그러나 이번 판결이 극심한 고통을 겪는 중환자나 난치병 환자에게 약물을 투여하는 ‘적극적 안락사’를 인정한 것은 아닙니다. 법원도 모든 유형의 치료 중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못박아 확대 해석을 경계했습니다. 사안에 따라 판결이 다를 수 있다는 얘깁니다. 존엄사 남용 위험성 때문에 환자 본인이 아닌 가족의 존엄사 청구권 역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이번 판결은 몇가지 과제도 던졌습니다. 존엄사 대상을 누가 어떻게 정할지, 범위는 어디까지 인정할지 등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법률적 뒷받침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또다른 논란이 예상됩니다. 이런 기준이 제시되지 않다보니 개별적인 유사소송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소극적 안락사’의 의미로 사용되는 존엄사는 의료계와 법조, 종교계를 중심으로 지금도 논란이 진행 중입니다. 10여 년 전 치료를 중단해 환자를 숨지게 한 의사에게 살인방조죄가 적용되는 등 그동안 법원도 존엄사를 인정한 판례가 없습니다. 생명권의 문제는 인간이 결정할 영역이 아니라는 종교단체의 반발 가능성도 남아있습니다. 외국에서도 안락사 허용 여부는 오랜 논쟁거립니다. 네덜란드가 세계 최초로 안락사를 법적으로 허용한 이후 유럽 일부 국가가 비슷한 법안을 만들었습니다. 프랑스와 독일은 안락사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도 ‘존엄사’ 논쟁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습니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조사 대상의 88%가 ‘존엄사’에 찬성했습니다. 이제라도 존엄사를 판단하는 기준이나 구체적인 입법 마련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무엇보다 존엄사에 대한 광범위한 논의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게 우선입니다. 존엄사 인정 판결은 논란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일 뿐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2024 파리 올림픽 배너 이미지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