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최악의 겨울 가뭄

입력 2009.01.12 (08:46) 수정 2009.01.12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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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요즘 연일 건조주의보가 내리고 있는데요. 대기가 건조하다보니 산불이나 화재도 많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가뭄이 그 중 가장 큰 이유인데요.

네. 그러고보니 지난해 여름엔 큰 태풍이나 호우주의보가 없었죠.

아직까지 적설량도 많지 않은 편이라고 하는데...그래선가요? 이동환 기자. 곳곳에서 가뭄으로 애를 먹고 있다고요?

<리포트>

네. 겨울이다 보니 여름만큼 가뭄을 실감하는 분들은 많지 않은 듯 합니다.

그렇지만 남부 내륙과 강원도를 중심으로 지난 여름부터 시작된 겨울 가뭄으로 인한 물 부족 현상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빨래, 설거지하는 것조차 사치라고 할 정도인데요. 5월까지는 충분한 비를 기대하기 힘들어 일부지역은 제한급수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합니다.

물 부족 현상으로 마른 겨울을 보내고 있는 현장 취재했습니다.

충북 제천의 한 마을. 지난해 가을부터 계속되고 있는 가뭄으로 마을에서 쓸 물을 채워 놓는 물탱크가 1/3도 다 채우지 못한 채 비어있습니다. 이 때문에 하루에 한번씩 소방차 한 대분의 물을 공급받고 있는데요.

<녹취> "지금 1/3정도는 물이 차야 윗집까지 먹을 수 있는데 이 상태에서 윗집은 식수를 사용할 수 없게 된 상황이죠??"

식수로 사용하는 상수도는 이미 끊기지 오래...., 그나마 지하수라도 나오는 조영만씨 집에서 마을사람들은 물을 길어 나르는데요. 지하수는 식수로 사용할 수 없지만 이마저 없으면 밥 짓는 것 조차 힘들어 어쩔 수 없이 식수로 사용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인터뷰> 서정림(충북 제천시 도전리) : "이건 지하수예요. 지하수로 하면 안되는데 수돗물이 안 나와서 어쩔 수 없으니까 먹는 거죠...?? 식수난이 심해지면서 시청에서 한 가구당 18L의 물 2통씩을 지원하고 있지만 이것도 3~4일 밖에 먹지 못한다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청소와 빨래는 사칩니다. 김상일씨 집 세탁기엔 며칠 째 빨지 못한 빨래가 가득 차있습니다."

<녹취>"세탁기에 옷을 넣은지 며칠 됐다고... 며칠 됐는데 물이 안 나와서 세탁기를 못 돌리고 있어요. 밥도 못 해먹는데 세탁기는 말도 못 합니다."

게다가 이 마을에선 콩, 깨, 고추 등을 재배하고 있지만 계속 되는 가뭄으로 계곡 물 조차 말라 올 봄 농사는 기대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인터뷰> 백영분(충북 제천시 덕산면) : "물이 통 안 나왔어요. 물이 안 나오면 농사지을 게 걱정이에요."

이처럼 극심한 물 부족 현상은 지난해 여름부터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시작된 가뭄 때문인데요. 우리나라는 계절적으로 여름에 연간 강수량의 60~70%가 집중됩니다. 하지만 지난여름에는 강수량이 1973년 이후 다섯번째로 적은 평년의 78%에 그치면서 경남 등 남부지역과 충청, 강원지역이 극심한 겨울 가뭄난을 겪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승배(기상청 통보관) : "지난해를 돌아보면 집중호우나 태풍의 영향으로 내리는 피해는 적게 본 대신에 물 부족은 겪는거죠. 앞으로 충분한 비가 내릴 정도가 되려면 봄이 지나야 될 것으로 보입니다."

경상도 일대는 사정이 더 심각한데요. 영덕지역의 경우 지난해 평년 강수량의 절반도 되지 않습니다. 이러다보니 상수도에 보낼 물을 모아두는 곳인 수원지마저 말라버렸습니다. 영덕군 강구면과 남정면 등 관내 70%인 18,000세대에 물을 공급하고 있는 이 수원지는 지난해 10월부터 수면 높이가 급격히 낮아지더니 현재는 자갈과 흙까지 드러났습니다.

<녹취> : "하얀 선 있지요? 그 선까지가 평소에는 물이 차 있었던 물 수위선입니다."

그런데 가물어서 완전히 바닥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그나마 조금 남아있는 물도 일주일에 20cm씩 줄어들고 있어 이대로 가다가는 한 달 뒤면 완전히 바닥을 드러내게 됩니다. 해당 군청에서는 예비비용 13억 정도를 확보해 물막이 공사와 지하 암반수를 뚫어 지하수를 확보하는 등 물 가두기에 전력을 다하고 있지만 가뭄이 계속되면 제한급수는 피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인터뷰> 권오화(영덕군청 상하수도 사업소장) : "한 달 내에 방도가 없을 때는 심각한 상황입니다. 일단계로 5시간 제한급수 들어가다가 12시간 제한급수 들어가다가 마지막에는 격일제 제한급수가 불가피합니다."

특히, 영덕은 대게로 유명한 지역인데요. 상가주인들은 제한급수가 시작된다면 하루에도 수만 명씩 몰리는 대게상가의 정상영업에 지장을 받을까 전전긍긍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천호(영덕 대게 전문점 사장) : "비가 계속 안 오고 절수가 된다면 영업에 지장이 많죠."

현재, 전국 대부분의 댐수심이 낮아지면서 섬진강은 15.8%, 남강 18.4%, 합천 25.7% 등 댐 저수율이 50%를 크게 밑돌고 있는데요. 이 저수량은 예년에 비해 무려 1억 톤 가까이 줄어든 양입니다.

수자원공사는 장기가뭄에 대비해 '특별 용수공급 계획'을 수립해 댐 하류로 흘려보내는 물의 양을 최소한으로 조절하는 등의 대책을 내놓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한구(한국수자원 물관리센터 차장) : "단기적으로는 지하수공을 뚫어서 물 부족 지역에 지하수를 공급하는 방안이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기후변화에 대비해서 물 안보 확보 차원에서 친환경적인 중소규모 댐을 건설하는 계획이 있습니다."

호남 서해안 등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요며칠새 많은 눈이 내렸지만 지난 여름부터 예고된 이번 가뭄의 해갈을 위해선 턱없이 부족하며 그나마 일부 지역에 국한돼 전국적인 가뭄에는 별 도움이 안된다는게 기상청의 설명입니다. 겨울 가뭄을 깨끗이 씻어줄 반가운 단비 소식이 빨리 전해 졌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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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요즘 연일 건조주의보가 내리고 있는데요. 대기가 건조하다보니 산불이나 화재도 많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가뭄이 그 중 가장 큰 이유인데요. 네. 그러고보니 지난해 여름엔 큰 태풍이나 호우주의보가 없었죠. 아직까지 적설량도 많지 않은 편이라고 하는데...그래선가요? 이동환 기자. 곳곳에서 가뭄으로 애를 먹고 있다고요? <리포트> 네. 겨울이다 보니 여름만큼 가뭄을 실감하는 분들은 많지 않은 듯 합니다. 그렇지만 남부 내륙과 강원도를 중심으로 지난 여름부터 시작된 겨울 가뭄으로 인한 물 부족 현상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빨래, 설거지하는 것조차 사치라고 할 정도인데요. 5월까지는 충분한 비를 기대하기 힘들어 일부지역은 제한급수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합니다. 물 부족 현상으로 마른 겨울을 보내고 있는 현장 취재했습니다. 충북 제천의 한 마을. 지난해 가을부터 계속되고 있는 가뭄으로 마을에서 쓸 물을 채워 놓는 물탱크가 1/3도 다 채우지 못한 채 비어있습니다. 이 때문에 하루에 한번씩 소방차 한 대분의 물을 공급받고 있는데요. <녹취> "지금 1/3정도는 물이 차야 윗집까지 먹을 수 있는데 이 상태에서 윗집은 식수를 사용할 수 없게 된 상황이죠??" 식수로 사용하는 상수도는 이미 끊기지 오래...., 그나마 지하수라도 나오는 조영만씨 집에서 마을사람들은 물을 길어 나르는데요. 지하수는 식수로 사용할 수 없지만 이마저 없으면 밥 짓는 것 조차 힘들어 어쩔 수 없이 식수로 사용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인터뷰> 서정림(충북 제천시 도전리) : "이건 지하수예요. 지하수로 하면 안되는데 수돗물이 안 나와서 어쩔 수 없으니까 먹는 거죠...?? 식수난이 심해지면서 시청에서 한 가구당 18L의 물 2통씩을 지원하고 있지만 이것도 3~4일 밖에 먹지 못한다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청소와 빨래는 사칩니다. 김상일씨 집 세탁기엔 며칠 째 빨지 못한 빨래가 가득 차있습니다." <녹취>"세탁기에 옷을 넣은지 며칠 됐다고... 며칠 됐는데 물이 안 나와서 세탁기를 못 돌리고 있어요. 밥도 못 해먹는데 세탁기는 말도 못 합니다." 게다가 이 마을에선 콩, 깨, 고추 등을 재배하고 있지만 계속 되는 가뭄으로 계곡 물 조차 말라 올 봄 농사는 기대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인터뷰> 백영분(충북 제천시 덕산면) : "물이 통 안 나왔어요. 물이 안 나오면 농사지을 게 걱정이에요." 이처럼 극심한 물 부족 현상은 지난해 여름부터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시작된 가뭄 때문인데요. 우리나라는 계절적으로 여름에 연간 강수량의 60~70%가 집중됩니다. 하지만 지난여름에는 강수량이 1973년 이후 다섯번째로 적은 평년의 78%에 그치면서 경남 등 남부지역과 충청, 강원지역이 극심한 겨울 가뭄난을 겪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승배(기상청 통보관) : "지난해를 돌아보면 집중호우나 태풍의 영향으로 내리는 피해는 적게 본 대신에 물 부족은 겪는거죠. 앞으로 충분한 비가 내릴 정도가 되려면 봄이 지나야 될 것으로 보입니다." 경상도 일대는 사정이 더 심각한데요. 영덕지역의 경우 지난해 평년 강수량의 절반도 되지 않습니다. 이러다보니 상수도에 보낼 물을 모아두는 곳인 수원지마저 말라버렸습니다. 영덕군 강구면과 남정면 등 관내 70%인 18,000세대에 물을 공급하고 있는 이 수원지는 지난해 10월부터 수면 높이가 급격히 낮아지더니 현재는 자갈과 흙까지 드러났습니다. <녹취> : "하얀 선 있지요? 그 선까지가 평소에는 물이 차 있었던 물 수위선입니다." 그런데 가물어서 완전히 바닥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그나마 조금 남아있는 물도 일주일에 20cm씩 줄어들고 있어 이대로 가다가는 한 달 뒤면 완전히 바닥을 드러내게 됩니다. 해당 군청에서는 예비비용 13억 정도를 확보해 물막이 공사와 지하 암반수를 뚫어 지하수를 확보하는 등 물 가두기에 전력을 다하고 있지만 가뭄이 계속되면 제한급수는 피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인터뷰> 권오화(영덕군청 상하수도 사업소장) : "한 달 내에 방도가 없을 때는 심각한 상황입니다. 일단계로 5시간 제한급수 들어가다가 12시간 제한급수 들어가다가 마지막에는 격일제 제한급수가 불가피합니다." 특히, 영덕은 대게로 유명한 지역인데요. 상가주인들은 제한급수가 시작된다면 하루에도 수만 명씩 몰리는 대게상가의 정상영업에 지장을 받을까 전전긍긍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천호(영덕 대게 전문점 사장) : "비가 계속 안 오고 절수가 된다면 영업에 지장이 많죠." 현재, 전국 대부분의 댐수심이 낮아지면서 섬진강은 15.8%, 남강 18.4%, 합천 25.7% 등 댐 저수율이 50%를 크게 밑돌고 있는데요. 이 저수량은 예년에 비해 무려 1억 톤 가까이 줄어든 양입니다. 수자원공사는 장기가뭄에 대비해 '특별 용수공급 계획'을 수립해 댐 하류로 흘려보내는 물의 양을 최소한으로 조절하는 등의 대책을 내놓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한구(한국수자원 물관리센터 차장) : "단기적으로는 지하수공을 뚫어서 물 부족 지역에 지하수를 공급하는 방안이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기후변화에 대비해서 물 안보 확보 차원에서 친환경적인 중소규모 댐을 건설하는 계획이 있습니다." 호남 서해안 등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요며칠새 많은 눈이 내렸지만 지난 여름부터 예고된 이번 가뭄의 해갈을 위해선 턱없이 부족하며 그나마 일부 지역에 국한돼 전국적인 가뭄에는 별 도움이 안된다는게 기상청의 설명입니다. 겨울 가뭄을 깨끗이 씻어줄 반가운 단비 소식이 빨리 전해 졌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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