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빙벽 매력에 빠진 사람들 ‘짜릿해요’

입력 2009.01.19 (08:49) 수정 2009.01.19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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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겨울 레포츠 하면 으레 스키나 스노우보드를 먼저 떠올리게 되는데요.

최근 새롭게 떠오르는 겨울 레포츠가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빙벽등반인데요.

<리포트>

네. 외줄하나에 몸을 맡긴 채 얼음벽을 올라가는 빙벽 타기의 아찔한 매력에 빠진 분들이 많다죠? 이동환 기자, 지난 주말에 그 인기를 증명이라도 하듯 충북 영동에 많은 빙벽 애호가들이 모였다고요?

네. 충북 영동에 위치한 국내 최대 인공 빙벽장에서 지난 주말 260명이 참가한 빙벽대회가 열렸습니다.

등산에 이어 암벽등반, 이제는 빙벽등반까지 차례로 즐기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는데요. 보는 사람은 바라만 봐도 아찔하지만 요즘 빙벽등반의 인기는 절정에 올랐습니다.

남녀노소, 나이불문! 이번 대회엔 특히 다양한 사람들이 도전했는데요. 정상에 올랐을 때의 짜릿함과 쾌감은 빙벽등반을 해 본 사람만이 맛볼 수 있다고 하죠.

주말에 펼쳐졌던 빙벽대회 현장 취재했습니다.

지난 금요일, 오일재씨는 로프와 헬멧, 날카로운 징이 박힌 빙벽 등산화 등 빙벽 장비 점검에 여념이 없습니다. 주말에 열리는 빙벽등반대회 참가를 위해선데요.

원래 오 씨는 등산을 해왔지만 5년 전 빙벽등반을 접한 뒤에는 쉰 살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빙벽의 아찔한 쾌감에 푹 빠졌다고 합니다.

<인터뷰> 오일재(서울시 하계동) : “(빙벽의) 미세한 부분을 찍어가면서 체중을 싣고 올라가서 느끼는 성취감은 대단히 큽니다. 그런 게 아슬아슬한 스릴감도 있지만 하다 보니까 중독 아닌 중독이 된 것 같아요.”

쌀이며 라면, 닭백숙용 재료까지... 오씨와 함께 동행 길에 오르는 가족들도 응원준비로 분주한 모습인데요. 오랜만에 가족이 함께 하는 외출에 모두들 나들이 가는 기분입니다.

<인터뷰> 이지영(오일재 씨 아내) : “겨울방학 동안 아이들도 여행 한 번 못 갔고 아빠가 참가하는 대회에 가면서 아이들과 같이 즐겁게 놀다 오려고 해요. 오랜만에 식구들하고 여행 떠나는 느낌으로 갑니다.”

대회에 앞서 미리 숙소에 도착한 또 다른 참가자들은 3인 1조 단체전에 대비한 전략회의가 한창인데요.

<현장음> “검객이 검을 갈듯이 등반하기 전에 준비하는 거죠.”

이제 만반의 준비는 끝! 하지만 단체전에선 팀원 간의 협동심이 생명줄이나 다름없는 만큼 각오가 남다릅니다.

<인터뷰> 김용정(서울시 방화동) : “팀에서 내가 등반한다고 하면 빌레이(추락을 방지하기 위한 밧줄 조작 기술)를 봐주거든요. 이 사람은 내가 얼마든지 추락해도 안전하게 잡아줄 수 있을 것이라는 그런 믿음 같은 거... 확실히 단체전이기 때문에 그런 게 필요한 것 같아요.”

그리고 지난 주말, 드디어 올해로 두 번째 대회를 치르는 충북의 영동빙벽장! 높이 90 미터에 이르는 4면의 수직빙벽은 마치 거대한 조각품을 보는 듯 한데요. 영동빙벽장은 음지에 위치한데다 2~300명이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면적 덕에 국내 최대규모를 자랑합니다.

<인터뷰> 지형돈(인천시 작전동) : “어떻게 올라가야 할까 어디가 어려울까 그걸 보는 중이에요. 빙벽 등반하다 보면 어려웠던 거, 고민거리 이런 게 올라가는 순간에는 다 잊어버릴 수 있어요.”

전국 곳곳에서 모인 빙벽 애호가는 총 260여명, 이 가운데 30%는 여성 도전자들이어서 눈길을 끌었는데요.

<인터뷰> 최미숙(서울시 우이동) : “우리 딸이 이번에 대학에 들어갔으니까 저도 이번에 1등 해서 우리 딸한테 엄마도 해냈다고 얘기해주고 싶어요.”

열정만큼은 뒤지지 않는다며 최고령 참가자인 70대 어르신들도 빙벽과의 정면 승부에 나섰습니다.

<인터뷰> 이종관( 78살, 서울시 가양동) : “오늘 각오 1등 해야지.”

<현장음> “78살! 51살! 71살! 200살 파이팅!”

본격적으로 외줄에 몸을 맡긴 채 한발 한발 아슬아슬하게 빙벽을 타는 도전자들..!

금방이라도 미끄러져 내릴세라 잠시 등반을 멈추는 아찔한 순간이 펼쳐지기도 하지만 수직벽을 타고 성큼성큼 정상을 향해 오르는 도전자들의 뒷 모습은 마치 스파이더맨을 연상케 합니다.

빙벽에 보이는 파란색 선은 이동구간을 나타내고, 빨간색 선은 벗어나는 순간 탈락하는 일명 죽음의 선인데요.

만만치 않은 코스인만큼 탈락자들이 속출했습니다.

<인터뷰> 김원수(대구시 두산동) : “전 솔직히 말해서 실격을 했습니다. 실격했다고 실망한 건 아니고 즐거워요. 그래도...”

빗속에서 치러진 결승전에선 얼음이 녹아 미끄러지는 위험천만의 순간에도 불구하고 40여 명이 각축을 벌였는데요.

특히, 이날 여성부에선 대학에 합격한 딸과 우승을 약속했던 최미숙씨가 빗속에서 값진 1등을 차지했습니다.

<인터뷰> 최미숙(여자 장년부 우승자) : “기분이 끝내줘요. 상금은 딸의 대학 합격기념 배낭여행비로 쓸 예정이에요.”

최근 등산인구가 자연스럽게 빙벽등반으로 이어졌다고는 하지만 참가자들은 등산과 달리 빙벽등반을 통해 인생을 배운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오일재(서울시 하계동) : “인생 살다 보면 우여곡절 다 있을 거고... 이런 빙벽 등반에서도 보면 쉬운 것도 있고 어려운 것도 있지만 내 모든 힘을 쏟아서 극복할 수 있는 그런 활력소가 될 수 있어요.”

이번 대회 한 켠에는 뗏목체험, 장작패기, 눈썰매 등...가족단위로 찾은 사람들에게 또 하나의 즐길 거리를 제공했습니다.

영동빙벽장은 3월까지 개장할 예정이라는데요. 앞으로 빙벽등반대회는 해를 거듭할수록 국제대회로 성장시킬 계획이라고 합니다.

<인터뷰> 정우택(충청북도 지사) : “한 ? 중 ? 일이라든지 적어도 아시아 빙벽대회를 개최하고 앞으로 세계 빙벽대회도 우리 영동에서 개최함으로써 영동을 전국에, 세계에 알리는 계기로 삼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빙벽등반을 통해 도전 속에 나를 찾고 인생의 고진감래를 경험한다는 빙벽 등반가들! 승부를 떠나 빙벽을 오르는 위험 속에서 느끼는 짜릿한 기분만큼은 최고였다는 빙벽 애호가들의 축제현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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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09-01-19 09:5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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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겨울 레포츠 하면 으레 스키나 스노우보드를 먼저 떠올리게 되는데요. 최근 새롭게 떠오르는 겨울 레포츠가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빙벽등반인데요. <리포트> 네. 외줄하나에 몸을 맡긴 채 얼음벽을 올라가는 빙벽 타기의 아찔한 매력에 빠진 분들이 많다죠? 이동환 기자, 지난 주말에 그 인기를 증명이라도 하듯 충북 영동에 많은 빙벽 애호가들이 모였다고요? 네. 충북 영동에 위치한 국내 최대 인공 빙벽장에서 지난 주말 260명이 참가한 빙벽대회가 열렸습니다. 등산에 이어 암벽등반, 이제는 빙벽등반까지 차례로 즐기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는데요. 보는 사람은 바라만 봐도 아찔하지만 요즘 빙벽등반의 인기는 절정에 올랐습니다. 남녀노소, 나이불문! 이번 대회엔 특히 다양한 사람들이 도전했는데요. 정상에 올랐을 때의 짜릿함과 쾌감은 빙벽등반을 해 본 사람만이 맛볼 수 있다고 하죠. 주말에 펼쳐졌던 빙벽대회 현장 취재했습니다. 지난 금요일, 오일재씨는 로프와 헬멧, 날카로운 징이 박힌 빙벽 등산화 등 빙벽 장비 점검에 여념이 없습니다. 주말에 열리는 빙벽등반대회 참가를 위해선데요. 원래 오 씨는 등산을 해왔지만 5년 전 빙벽등반을 접한 뒤에는 쉰 살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빙벽의 아찔한 쾌감에 푹 빠졌다고 합니다. <인터뷰> 오일재(서울시 하계동) : “(빙벽의) 미세한 부분을 찍어가면서 체중을 싣고 올라가서 느끼는 성취감은 대단히 큽니다. 그런 게 아슬아슬한 스릴감도 있지만 하다 보니까 중독 아닌 중독이 된 것 같아요.” 쌀이며 라면, 닭백숙용 재료까지... 오씨와 함께 동행 길에 오르는 가족들도 응원준비로 분주한 모습인데요. 오랜만에 가족이 함께 하는 외출에 모두들 나들이 가는 기분입니다. <인터뷰> 이지영(오일재 씨 아내) : “겨울방학 동안 아이들도 여행 한 번 못 갔고 아빠가 참가하는 대회에 가면서 아이들과 같이 즐겁게 놀다 오려고 해요. 오랜만에 식구들하고 여행 떠나는 느낌으로 갑니다.” 대회에 앞서 미리 숙소에 도착한 또 다른 참가자들은 3인 1조 단체전에 대비한 전략회의가 한창인데요. <현장음> “검객이 검을 갈듯이 등반하기 전에 준비하는 거죠.” 이제 만반의 준비는 끝! 하지만 단체전에선 팀원 간의 협동심이 생명줄이나 다름없는 만큼 각오가 남다릅니다. <인터뷰> 김용정(서울시 방화동) : “팀에서 내가 등반한다고 하면 빌레이(추락을 방지하기 위한 밧줄 조작 기술)를 봐주거든요. 이 사람은 내가 얼마든지 추락해도 안전하게 잡아줄 수 있을 것이라는 그런 믿음 같은 거... 확실히 단체전이기 때문에 그런 게 필요한 것 같아요.” 그리고 지난 주말, 드디어 올해로 두 번째 대회를 치르는 충북의 영동빙벽장! 높이 90 미터에 이르는 4면의 수직빙벽은 마치 거대한 조각품을 보는 듯 한데요. 영동빙벽장은 음지에 위치한데다 2~300명이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면적 덕에 국내 최대규모를 자랑합니다. <인터뷰> 지형돈(인천시 작전동) : “어떻게 올라가야 할까 어디가 어려울까 그걸 보는 중이에요. 빙벽 등반하다 보면 어려웠던 거, 고민거리 이런 게 올라가는 순간에는 다 잊어버릴 수 있어요.” 전국 곳곳에서 모인 빙벽 애호가는 총 260여명, 이 가운데 30%는 여성 도전자들이어서 눈길을 끌었는데요. <인터뷰> 최미숙(서울시 우이동) : “우리 딸이 이번에 대학에 들어갔으니까 저도 이번에 1등 해서 우리 딸한테 엄마도 해냈다고 얘기해주고 싶어요.” 열정만큼은 뒤지지 않는다며 최고령 참가자인 70대 어르신들도 빙벽과의 정면 승부에 나섰습니다. <인터뷰> 이종관( 78살, 서울시 가양동) : “오늘 각오 1등 해야지.” <현장음> “78살! 51살! 71살! 200살 파이팅!” 본격적으로 외줄에 몸을 맡긴 채 한발 한발 아슬아슬하게 빙벽을 타는 도전자들..! 금방이라도 미끄러져 내릴세라 잠시 등반을 멈추는 아찔한 순간이 펼쳐지기도 하지만 수직벽을 타고 성큼성큼 정상을 향해 오르는 도전자들의 뒷 모습은 마치 스파이더맨을 연상케 합니다. 빙벽에 보이는 파란색 선은 이동구간을 나타내고, 빨간색 선은 벗어나는 순간 탈락하는 일명 죽음의 선인데요. 만만치 않은 코스인만큼 탈락자들이 속출했습니다. <인터뷰> 김원수(대구시 두산동) : “전 솔직히 말해서 실격을 했습니다. 실격했다고 실망한 건 아니고 즐거워요. 그래도...” 빗속에서 치러진 결승전에선 얼음이 녹아 미끄러지는 위험천만의 순간에도 불구하고 40여 명이 각축을 벌였는데요. 특히, 이날 여성부에선 대학에 합격한 딸과 우승을 약속했던 최미숙씨가 빗속에서 값진 1등을 차지했습니다. <인터뷰> 최미숙(여자 장년부 우승자) : “기분이 끝내줘요. 상금은 딸의 대학 합격기념 배낭여행비로 쓸 예정이에요.” 최근 등산인구가 자연스럽게 빙벽등반으로 이어졌다고는 하지만 참가자들은 등산과 달리 빙벽등반을 통해 인생을 배운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오일재(서울시 하계동) : “인생 살다 보면 우여곡절 다 있을 거고... 이런 빙벽 등반에서도 보면 쉬운 것도 있고 어려운 것도 있지만 내 모든 힘을 쏟아서 극복할 수 있는 그런 활력소가 될 수 있어요.” 이번 대회 한 켠에는 뗏목체험, 장작패기, 눈썰매 등...가족단위로 찾은 사람들에게 또 하나의 즐길 거리를 제공했습니다. 영동빙벽장은 3월까지 개장할 예정이라는데요. 앞으로 빙벽등반대회는 해를 거듭할수록 국제대회로 성장시킬 계획이라고 합니다. <인터뷰> 정우택(충청북도 지사) : “한 ? 중 ? 일이라든지 적어도 아시아 빙벽대회를 개최하고 앞으로 세계 빙벽대회도 우리 영동에서 개최함으로써 영동을 전국에, 세계에 알리는 계기로 삼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빙벽등반을 통해 도전 속에 나를 찾고 인생의 고진감래를 경험한다는 빙벽 등반가들! 승부를 떠나 빙벽을 오르는 위험 속에서 느끼는 짜릿한 기분만큼은 최고였다는 빙벽 애호가들의 축제현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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