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본격 소싸움 앞두고 투우들 ‘구슬땀’

입력 2009.02.06 (08:51) 수정 2009.02.06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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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올해 기축년 ‘소의 해’를 맞아서 요즘 ‘소’를 내세운 마케팅이 한창이라죠? 소 인형이나 소가 그려진 티셔츠도 요즘 눈에 많이 띄던데요.

네. 또 소싸움으로 유명한 경북 청도에선 소싸움을 관광 상품화 하고 있다고 합니다. 해마다 3월이면 소싸움 축제가 벌어진다는데... 이동환 기자. 다음 달 대회를 앞두고 싸움소들, 준비가 한창이라고요?

네. 경북 청도가 기축년, 첫 소싸움대회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데요.
올해부터 이 소싸움대회를 상설화하겠다는 계획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동안 소싸움에 출전했던 투우들, 바빠지겠죠? 요즘은 대회를 앞두고 동계훈련이 한창이라고 하는데요. 씨름 선수들처럼 매일 타이어를 매고 달리기하고, 산에도 오르면서, 올해의 챔피언을 꿈꾸고 있습니다.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우리 투우들을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힘차게 달려드는 가하면 매섭게 몰아붙이고, 거친 콧김을 내뿜으며 밀치기와 뿔 걸기 등 필살기를 총 동원합니다.

강호를 주름잡는 내로라하는 선수들이 자신의 명예를 걸고 상대를 거꾸러뜨리기 위한 혈전입니다.

800년 전통의 소싸움은 1990년부터 시작된 청도 소 싸움대회로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전국 최대 규모인 이 대회는 청도 지역에 있는 소들이 절반 이상 참가하는 우리 민속 고유의 축제이기도 합니다.

기축년 새해가 시작되자마자, 올 대회를 승리로 장식하기 위한 싸움꾼들의 기세가 무섭습니다. 대회는 앞으로 한 달 정도 남았지만 이미 그들의 맹훈련은 시작됐습니다.

청도의 스타 범룡이도 이미 우승을 향한 시동을 걸었습니다. 몸무게 735킬로그램, 7살 난 수소 범룡이는 지금까지 소 싸움대회에서 4번의 우승에다 4강에만 20회 이상 오른, 이 바닥에선 알아주는 싸움소입니다.

겉보기엔 얌전하고 온순해 보이지만 싸움판에 서면 저돌적인 싸움꾼으로 돌변합니다.

<인터뷰>도장현(범룡이 주인) : "대회장 5일 동안 거의 앉지도 않아요. 쉬지도 않고 힘을 과시하면서 지금 이 상태와는 확연히 딱 달라집니다. 180도 바뀌어 버립니다."

싸움판에서 올린 범룡이의 몸값은 무려 5~6천만 원. 요즘, 일반 소들이 4,5백만 원에 거래되는 것으로 볼 때는 귀하신 몸입니다.

<인터뷰>도장현(범룡이 주인) : "우리 범룡이는 특별한 소고, 저희 집에서는 제 동생이나 마찬가지니까 나는 안 먹어도 얘는 있는 것 없는 것 다 해줍니다."

일반적으로 타고난 싸움소는 키가 크고, 뿔이 좌우로 쭉 뻗어서 눈 사이가 좁은 소... 또 눈과 귀가 작아야 하는데, 막 태어났을 때 범룡이는 썩 좋은 조건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훈련의 훈련을 거듭해 진정한 싸움꾼으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범룡이 만의 비밀 병기는 바로 산악 오르기.

일주일에 두 번씩은 차를 타고 나가면서까지 꼭 등산을 합니다. 기초 체력과 다리근육을 키우고, 끈기와 근성을 기르기 위해서입니다.

기축년 소의 해, 범룡이는 다섯 번째 챔피언에 도전합니다.

<인터뷰>도장현(범룡이 주인) : "이렇게 올라와서 땀을 흘리는데 범룡이도 흘린 만큼 성과를 올리지 않겠습니까. 파이팅!"

다음 달 대회를 앞두고 바빠진 곳은 범룡이네만이 아닙니다. 근처에 있는 싸움소관리센터에서는 86마리의 싸움소들이 체계적인 훈련을 받고 있습니다.

걷기 운동을 유도하는 특수 기계인 일명, ‘원형도보기’까지 동원 돼 8명의 조련사가 싸움소와 함께 전력투구하고 있습니다.

오전에는 일광욕으로 시작해 걷기운동으로 몸을 풀고, 타이어 끌기 운동 등으로 근력을 키웁니다. 체계적인 훈련 일정표를 짜서 마치 우리의 권투나 이종격투기 선수와 흡사한 강도 높은 훈련을 받는 셈입니다.

<인터뷰>남기욱(싸움소관리센터 조련사) : "사람으로 치면 씨름 선수들도 뒤에 타이어를 매고 구보하지 않습니까? 소들도 싸우다 보면 미는 힘을 기르기 위해서 근력강화 운동을 합니다."

이날은 마침 흑장미와 둘리의 연습대결이 펼쳐진 날이었습니다. 왼쪽의 검은 소가 흑장미, 오른쪽의 노란 황소가 둘리. 둘 사이에 흐르는 팽팽한 기싸움... 소싸움의 주무기인 뿔을 걸고, 온 힘을 다해 거칠게 밀어붙입니다.

한참을 밀고 당기던 두 선수... 그런데 갑자기 둘리가 도망을 갑니다. 경기는 다소 싱겁게 끝나 버렸습니다.

<현장음> "흑장미가 이겼지. 까만 소가 이겼지 황색 소가 도망을 갔잖아요, 노란 소가. 도망가고 얘는 따라가잖아요. 자기는 이겼다 이거고."

하지만 격렬한 몸싸움은 잦은 부상으로 이어집니다. 이를 바라보는 조련사 박용현씨 얼굴에는 안쓰러움이 가득하지만 이 또한 싸움소가 되기 위해선 피할 수 없는 과정이라고 합니다.

<인터뷰>박용현(싸움소관리센터 조련사) : "마음이 좀 아픕니다. 그런데 이렇게 싸우고 많이 다치는 훈련과정이 있어야 싸움소로써 기량을 발전시킬 수 있습니다."

경북 청도는 다음 달, 연습경기가 아닌 진짜 소싸움을 펼치게 될 소싸움경기장 개장을 앞두고 있습니다. 올해부턴 일 년에 한 번이던 소싸움이 상설화되면서 짜릿한 명승부의 세계에 푹 빠질 기회가 더 많아졌습니다.

<인터뷰>이승철(청도공영사업공사 상임이사) : "해마다 해오던 민속 소싸움축제를 상설화함으로써 전국적으로 세계적으로 유일한 소싸움 문화를 알리는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됩니다."

20회 째를 맞는 청도 소싸움대회... 올해는 150여 마리의 싸움소들이 진정한 승자를 가릴 한판 승부를 펼칠 예정입니다. 누가 강호의 주인이 될지 벌써부터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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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 본격 소싸움 앞두고 투우들 ‘구슬땀’
    • 입력 2009-02-06 07:56:37
    • 수정2009-02-06 09: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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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올해 기축년 ‘소의 해’를 맞아서 요즘 ‘소’를 내세운 마케팅이 한창이라죠? 소 인형이나 소가 그려진 티셔츠도 요즘 눈에 많이 띄던데요. 네. 또 소싸움으로 유명한 경북 청도에선 소싸움을 관광 상품화 하고 있다고 합니다. 해마다 3월이면 소싸움 축제가 벌어진다는데... 이동환 기자. 다음 달 대회를 앞두고 싸움소들, 준비가 한창이라고요? 네. 경북 청도가 기축년, 첫 소싸움대회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데요. 올해부터 이 소싸움대회를 상설화하겠다는 계획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동안 소싸움에 출전했던 투우들, 바빠지겠죠? 요즘은 대회를 앞두고 동계훈련이 한창이라고 하는데요. 씨름 선수들처럼 매일 타이어를 매고 달리기하고, 산에도 오르면서, 올해의 챔피언을 꿈꾸고 있습니다.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우리 투우들을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힘차게 달려드는 가하면 매섭게 몰아붙이고, 거친 콧김을 내뿜으며 밀치기와 뿔 걸기 등 필살기를 총 동원합니다. 강호를 주름잡는 내로라하는 선수들이 자신의 명예를 걸고 상대를 거꾸러뜨리기 위한 혈전입니다. 800년 전통의 소싸움은 1990년부터 시작된 청도 소 싸움대회로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전국 최대 규모인 이 대회는 청도 지역에 있는 소들이 절반 이상 참가하는 우리 민속 고유의 축제이기도 합니다. 기축년 새해가 시작되자마자, 올 대회를 승리로 장식하기 위한 싸움꾼들의 기세가 무섭습니다. 대회는 앞으로 한 달 정도 남았지만 이미 그들의 맹훈련은 시작됐습니다. 청도의 스타 범룡이도 이미 우승을 향한 시동을 걸었습니다. 몸무게 735킬로그램, 7살 난 수소 범룡이는 지금까지 소 싸움대회에서 4번의 우승에다 4강에만 20회 이상 오른, 이 바닥에선 알아주는 싸움소입니다. 겉보기엔 얌전하고 온순해 보이지만 싸움판에 서면 저돌적인 싸움꾼으로 돌변합니다. <인터뷰>도장현(범룡이 주인) : "대회장 5일 동안 거의 앉지도 않아요. 쉬지도 않고 힘을 과시하면서 지금 이 상태와는 확연히 딱 달라집니다. 180도 바뀌어 버립니다." 싸움판에서 올린 범룡이의 몸값은 무려 5~6천만 원. 요즘, 일반 소들이 4,5백만 원에 거래되는 것으로 볼 때는 귀하신 몸입니다. <인터뷰>도장현(범룡이 주인) : "우리 범룡이는 특별한 소고, 저희 집에서는 제 동생이나 마찬가지니까 나는 안 먹어도 얘는 있는 것 없는 것 다 해줍니다." 일반적으로 타고난 싸움소는 키가 크고, 뿔이 좌우로 쭉 뻗어서 눈 사이가 좁은 소... 또 눈과 귀가 작아야 하는데, 막 태어났을 때 범룡이는 썩 좋은 조건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훈련의 훈련을 거듭해 진정한 싸움꾼으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범룡이 만의 비밀 병기는 바로 산악 오르기. 일주일에 두 번씩은 차를 타고 나가면서까지 꼭 등산을 합니다. 기초 체력과 다리근육을 키우고, 끈기와 근성을 기르기 위해서입니다. 기축년 소의 해, 범룡이는 다섯 번째 챔피언에 도전합니다. <인터뷰>도장현(범룡이 주인) : "이렇게 올라와서 땀을 흘리는데 범룡이도 흘린 만큼 성과를 올리지 않겠습니까. 파이팅!" 다음 달 대회를 앞두고 바빠진 곳은 범룡이네만이 아닙니다. 근처에 있는 싸움소관리센터에서는 86마리의 싸움소들이 체계적인 훈련을 받고 있습니다. 걷기 운동을 유도하는 특수 기계인 일명, ‘원형도보기’까지 동원 돼 8명의 조련사가 싸움소와 함께 전력투구하고 있습니다. 오전에는 일광욕으로 시작해 걷기운동으로 몸을 풀고, 타이어 끌기 운동 등으로 근력을 키웁니다. 체계적인 훈련 일정표를 짜서 마치 우리의 권투나 이종격투기 선수와 흡사한 강도 높은 훈련을 받는 셈입니다. <인터뷰>남기욱(싸움소관리센터 조련사) : "사람으로 치면 씨름 선수들도 뒤에 타이어를 매고 구보하지 않습니까? 소들도 싸우다 보면 미는 힘을 기르기 위해서 근력강화 운동을 합니다." 이날은 마침 흑장미와 둘리의 연습대결이 펼쳐진 날이었습니다. 왼쪽의 검은 소가 흑장미, 오른쪽의 노란 황소가 둘리. 둘 사이에 흐르는 팽팽한 기싸움... 소싸움의 주무기인 뿔을 걸고, 온 힘을 다해 거칠게 밀어붙입니다. 한참을 밀고 당기던 두 선수... 그런데 갑자기 둘리가 도망을 갑니다. 경기는 다소 싱겁게 끝나 버렸습니다. <현장음> "흑장미가 이겼지. 까만 소가 이겼지 황색 소가 도망을 갔잖아요, 노란 소가. 도망가고 얘는 따라가잖아요. 자기는 이겼다 이거고." 하지만 격렬한 몸싸움은 잦은 부상으로 이어집니다. 이를 바라보는 조련사 박용현씨 얼굴에는 안쓰러움이 가득하지만 이 또한 싸움소가 되기 위해선 피할 수 없는 과정이라고 합니다. <인터뷰>박용현(싸움소관리센터 조련사) : "마음이 좀 아픕니다. 그런데 이렇게 싸우고 많이 다치는 훈련과정이 있어야 싸움소로써 기량을 발전시킬 수 있습니다." 경북 청도는 다음 달, 연습경기가 아닌 진짜 소싸움을 펼치게 될 소싸움경기장 개장을 앞두고 있습니다. 올해부턴 일 년에 한 번이던 소싸움이 상설화되면서 짜릿한 명승부의 세계에 푹 빠질 기회가 더 많아졌습니다. <인터뷰>이승철(청도공영사업공사 상임이사) : "해마다 해오던 민속 소싸움축제를 상설화함으로써 전국적으로 세계적으로 유일한 소싸움 문화를 알리는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됩니다." 20회 째를 맞는 청도 소싸움대회... 올해는 150여 마리의 싸움소들이 진정한 승자를 가릴 한판 승부를 펼칠 예정입니다. 누가 강호의 주인이 될지 벌써부터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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