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멘트>
우리 음식은 우리 그릇에 담고 보관해야 우리 고유의 맛이 나죠.
오랜 시간 정성을 들여 만들어지기에 더 귀한, 우리의 전통 그릇 옹기. 정성호 기자가 소개합니다.
<리포트>
늘어선 장독들에서 간장과 된장.
우리 전통의 맛이 익어가는 모습은 한국인에겐 푸근한 고향집 풍경입니다.
겨우내 처마 밑 양지에서 말린 메주는 바로 우리 맛의 원천입니다.
메주를 띄우기 위해 소금을 휘젓는 종갓집 며느리의 손길이 그 어느 때보다 분주합니다.
<녹취> "우수여서 장 담그는 날 적기에요. 장 담그기엔 제일 좋은 날이네."
소박하지만 깊은 고향의 장맛.
그 속엔 오랜 삶의 지혜가 배여 있습니다.
<녹취> 김전순(강진 된장마을 주민) : "고추는 매콤하니 맛있게 우러나라고 담고, 대추도 달면서 반지랍고(윤이 나고) 좋은 맛 나게..."
양지바른 곳, 넉넉한 옹기 안에서 달포 가량 곰삭은 메줏덩이.
대대로 전해져 내려오는 옹기는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다시 햇간장을 품에 안습니다.
<인터뷰> 백정자(강진 된장마을 대표) : "우리 시어머니가 시집 왔을 때 그 항아리가 지금도 장항아리인데요. 그러니까 그 항아리가 몇 년이 됐겠어요. 적어도 거의 100년이 됐겠죠."
깨지기 쉬운 옹기보다 가볍고 간편한 플라스틱 그릇이 넘쳐나면서 스무 명이 넘던 마을 옹기장이들은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하지만 반세기 넘게 옹기와 씨름해온 정윤석씨가 버틸 수 있었던 건 대견스레 가업을 잇겠다고 나선 아들 때문이었는 지 모릅니다.
그 사이 포구를 오가며 옹기를 실어나르던 30여척의 배들도 모두 자취를 감췄습니다.
<녹취> 정윤석(칠량옹기 장인) : "저희가 만든 옹기를 전부 다 배로 싣고 다니면서 팔아 왔거든요. 그랬었는데, 선원들이 수지 타산이 안 맞으니까..."
남도의 논밭, 지천에 깔린 흙으로 만들어지는 옹기.
'떡매질'을 반복하며 굵은 돌만 골라낼 뿐, 자연 그대로입니다.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는 장인의 손끝에서 옹기는 고운 곡선을 드러냅니다.
<인터뷰> 정영균(칠량옹기 전수자) : "선이 정말 아름다워요. 어떻게 보면 전라도 옹기는 백자 항아리 그 모습, 그 자체거든요."
기나 긴 기다림의 시간.
바람을 쐰 독은, 유약을 머금은 채 다시 한 번 바람에 맡겨집니다.
<녹취> "고생한 보람있게 옹기 잘 되게 해주쇼."
이글거리는 가마에서 며칠씩 불길을 감내하는 항아리.
인고의 세월을 거치고 나서야 옹기는 작은 숨구멍을 엽니다.
거칠지만, 단순하면서도 수수한 우리의 그릇입니다.
<인터뷰> 정윤석(칠량옹기 장인) : "여러 그릇이 있지만, 써 보고 옹기가 최고다 하는 때가 있을 것이다. 올 것이다."
뒷마당 한켠, 볕이 드는 곳이면 어김없이 자리를 지키던 옹기.
흙과 바람과 불이 빚어낸 자연의 예술품, 옹기에는 한국인의 은근과 끈기가 담겨 있습니다.
KBS 뉴스 정성호입니다.
우리 음식은 우리 그릇에 담고 보관해야 우리 고유의 맛이 나죠.
오랜 시간 정성을 들여 만들어지기에 더 귀한, 우리의 전통 그릇 옹기. 정성호 기자가 소개합니다.
<리포트>
늘어선 장독들에서 간장과 된장.
우리 전통의 맛이 익어가는 모습은 한국인에겐 푸근한 고향집 풍경입니다.
겨우내 처마 밑 양지에서 말린 메주는 바로 우리 맛의 원천입니다.
메주를 띄우기 위해 소금을 휘젓는 종갓집 며느리의 손길이 그 어느 때보다 분주합니다.
<녹취> "우수여서 장 담그는 날 적기에요. 장 담그기엔 제일 좋은 날이네."
소박하지만 깊은 고향의 장맛.
그 속엔 오랜 삶의 지혜가 배여 있습니다.
<녹취> 김전순(강진 된장마을 주민) : "고추는 매콤하니 맛있게 우러나라고 담고, 대추도 달면서 반지랍고(윤이 나고) 좋은 맛 나게..."
양지바른 곳, 넉넉한 옹기 안에서 달포 가량 곰삭은 메줏덩이.
대대로 전해져 내려오는 옹기는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다시 햇간장을 품에 안습니다.
<인터뷰> 백정자(강진 된장마을 대표) : "우리 시어머니가 시집 왔을 때 그 항아리가 지금도 장항아리인데요. 그러니까 그 항아리가 몇 년이 됐겠어요. 적어도 거의 100년이 됐겠죠."
깨지기 쉬운 옹기보다 가볍고 간편한 플라스틱 그릇이 넘쳐나면서 스무 명이 넘던 마을 옹기장이들은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하지만 반세기 넘게 옹기와 씨름해온 정윤석씨가 버틸 수 있었던 건 대견스레 가업을 잇겠다고 나선 아들 때문이었는 지 모릅니다.
그 사이 포구를 오가며 옹기를 실어나르던 30여척의 배들도 모두 자취를 감췄습니다.
<녹취> 정윤석(칠량옹기 장인) : "저희가 만든 옹기를 전부 다 배로 싣고 다니면서 팔아 왔거든요. 그랬었는데, 선원들이 수지 타산이 안 맞으니까..."
남도의 논밭, 지천에 깔린 흙으로 만들어지는 옹기.
'떡매질'을 반복하며 굵은 돌만 골라낼 뿐, 자연 그대로입니다.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는 장인의 손끝에서 옹기는 고운 곡선을 드러냅니다.
<인터뷰> 정영균(칠량옹기 전수자) : "선이 정말 아름다워요. 어떻게 보면 전라도 옹기는 백자 항아리 그 모습, 그 자체거든요."
기나 긴 기다림의 시간.
바람을 쐰 독은, 유약을 머금은 채 다시 한 번 바람에 맡겨집니다.
<녹취> "고생한 보람있게 옹기 잘 되게 해주쇼."
이글거리는 가마에서 며칠씩 불길을 감내하는 항아리.
인고의 세월을 거치고 나서야 옹기는 작은 숨구멍을 엽니다.
거칠지만, 단순하면서도 수수한 우리의 그릇입니다.
<인터뷰> 정윤석(칠량옹기 장인) : "여러 그릇이 있지만, 써 보고 옹기가 최고다 하는 때가 있을 것이다. 올 것이다."
뒷마당 한켠, 볕이 드는 곳이면 어김없이 자리를 지키던 옹기.
흙과 바람과 불이 빚어낸 자연의 예술품, 옹기에는 한국인의 은근과 끈기가 담겨 있습니다.
KBS 뉴스 정성호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문화와 사람] 흙으로 빚은 ‘기다림의 철학’
-
- 입력 2009-02-21 21:27:29
![](/newsimage2/200902/20090221/1726796.jpg)
<앵커 멘트>
우리 음식은 우리 그릇에 담고 보관해야 우리 고유의 맛이 나죠.
오랜 시간 정성을 들여 만들어지기에 더 귀한, 우리의 전통 그릇 옹기. 정성호 기자가 소개합니다.
<리포트>
늘어선 장독들에서 간장과 된장.
우리 전통의 맛이 익어가는 모습은 한국인에겐 푸근한 고향집 풍경입니다.
겨우내 처마 밑 양지에서 말린 메주는 바로 우리 맛의 원천입니다.
메주를 띄우기 위해 소금을 휘젓는 종갓집 며느리의 손길이 그 어느 때보다 분주합니다.
<녹취> "우수여서 장 담그는 날 적기에요. 장 담그기엔 제일 좋은 날이네."
소박하지만 깊은 고향의 장맛.
그 속엔 오랜 삶의 지혜가 배여 있습니다.
<녹취> 김전순(강진 된장마을 주민) : "고추는 매콤하니 맛있게 우러나라고 담고, 대추도 달면서 반지랍고(윤이 나고) 좋은 맛 나게..."
양지바른 곳, 넉넉한 옹기 안에서 달포 가량 곰삭은 메줏덩이.
대대로 전해져 내려오는 옹기는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다시 햇간장을 품에 안습니다.
<인터뷰> 백정자(강진 된장마을 대표) : "우리 시어머니가 시집 왔을 때 그 항아리가 지금도 장항아리인데요. 그러니까 그 항아리가 몇 년이 됐겠어요. 적어도 거의 100년이 됐겠죠."
깨지기 쉬운 옹기보다 가볍고 간편한 플라스틱 그릇이 넘쳐나면서 스무 명이 넘던 마을 옹기장이들은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하지만 반세기 넘게 옹기와 씨름해온 정윤석씨가 버틸 수 있었던 건 대견스레 가업을 잇겠다고 나선 아들 때문이었는 지 모릅니다.
그 사이 포구를 오가며 옹기를 실어나르던 30여척의 배들도 모두 자취를 감췄습니다.
<녹취> 정윤석(칠량옹기 장인) : "저희가 만든 옹기를 전부 다 배로 싣고 다니면서 팔아 왔거든요. 그랬었는데, 선원들이 수지 타산이 안 맞으니까..."
남도의 논밭, 지천에 깔린 흙으로 만들어지는 옹기.
'떡매질'을 반복하며 굵은 돌만 골라낼 뿐, 자연 그대로입니다.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는 장인의 손끝에서 옹기는 고운 곡선을 드러냅니다.
<인터뷰> 정영균(칠량옹기 전수자) : "선이 정말 아름다워요. 어떻게 보면 전라도 옹기는 백자 항아리 그 모습, 그 자체거든요."
기나 긴 기다림의 시간.
바람을 쐰 독은, 유약을 머금은 채 다시 한 번 바람에 맡겨집니다.
<녹취> "고생한 보람있게 옹기 잘 되게 해주쇼."
이글거리는 가마에서 며칠씩 불길을 감내하는 항아리.
인고의 세월을 거치고 나서야 옹기는 작은 숨구멍을 엽니다.
거칠지만, 단순하면서도 수수한 우리의 그릇입니다.
<인터뷰> 정윤석(칠량옹기 장인) : "여러 그릇이 있지만, 써 보고 옹기가 최고다 하는 때가 있을 것이다. 올 것이다."
뒷마당 한켠, 볕이 드는 곳이면 어김없이 자리를 지키던 옹기.
흙과 바람과 불이 빚어낸 자연의 예술품, 옹기에는 한국인의 은근과 끈기가 담겨 있습니다.
KBS 뉴스 정성호입니다.
-
-
정성호 기자 andreas@kbs.co.kr
정성호 기자의 기사 모음
-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
좋아요
0
-
응원해요
0
-
후속 원해요
0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