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보험 가입자 면책 조항 위헌

입력 2009.02.26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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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종합보험에 가입했을 경우 교통사고 가해자의 형사처벌을 면제해 주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조항에 대해 헌재가 위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취재기자 나와 있습니다.

김귀수 기자!

<질문>

헌재가 위헌 결정을 내리게 된 이유가 뭐였습니까?

<답변>

예, 종합보험에 가입한 운전자가 교통사고를 내고, 그 사고 피해자가 설사 불구가 된다고 해도 처벌받지 않는 교통사고특례법이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한 겁니다.

중상해를 입혔다면 보험가입에 관계없이 처벌할 수 있다는 건데요, 헌재가 이번 결정을 내리게 된 사건 내용을 먼저 알아보겠습니다.

대학생 조모 씨는 지난 2004년 대낮에 도로를 건너다 승용차에 치였습니다.

15시간 뇌수술 사투 끝에 목숨은 건졌지만 몸 반쪽이 마비됐습니다.

반면 앞을 제대로 보지 않고 운전하다 사고를 낸 이모 씨는 보험으로 사건을 처리하고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았습니다.

조 씨의 법률 대리인인 문한식 변호사의 말 들어보시죠 .

<인터뷰> 문한식(변호사) : "식물인간이 돼서 평생 불구로 지내는 사람들을 형사 처벌도 전혀 하지 않고 보험료만 주면 돼 버리고..."

현행법은 사고 운전자가 자동차 종합보험 가입자일 경우, 과속과 음주운전 등 큰 잘못이 없으면 기소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조 씨는 이 법 조항에 대해 헌법소원을 냈고, 헌법재판소가 이를 받아들였습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식물인간이 되거나 평생 불구로 살아야 할 경우 불법성이 사망사고와 비슷한데도 책임을 묻지 않는 건 평등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교통사고율이 OECD 회원국 중 매우 높은데도 이런 면책조항 때문에 오히려 부주의 운전이 늘고 사고처리는 보험사에만 맡기는 풍조까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질문>

취지는 알겠는데, 중상해라는 기준이 좀 모호해 보이죠?

<답변>

그렇습니다.

현재 중상해에 대한 명확한 기준은 마련되어 있지 않아 누가 어떤 경우에 처벌을 받게되는지가 관심산데요.

우리 형법에 중상해는 불구 또는 불치, 난치의 질병에 이른 경우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관건은 어디까지를 불구나 불치, 난치로 볼 건가인데요.

대법원은 이와 관련해, 실명이나 청력 상실 등 영구적인 장애를 중상해로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흔한 사고후유증인 허리나 목 디스크, 또는 골절 등은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차지훈 변호사의 말 들어보시죠.

<인터뷰> 차지훈(변호사) : "앞으로 중상해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 마련돼야 할 것..."

그동안 처벌 대상이었던 음주운전 등 11개 중과실 사고 외에 난폭운전으로 인한 중과실 사고 등도 포함될 가능성도 높습니다.

이럴 경우 지그재그 운전이나, 급제동, 급회전 등으로 인한 사고도 피해자가 중상해를 입는다면 처벌받습니다.

이 때문에 전과자가 양산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질문>

이번에 헌재 결정은 '위헌'결정이라 당장 법의 효력이 정지되는 셈인데, 일선 경찰서나 법원 등에서 여러가지 혼란도 있을 것 같아요?

<답변>

교통사고처리를 담당하는 일선 경찰 등은 고민이 큽니다.

반면 이번 결정으로 운전자들이 조금 더 안전운전에 신경써 사고가 줄 것이라는 기대도 되는데요.

경찰은 당장 폭증할 교통사고 조사 수요를 어떻게 감당할지 고민에 빠졌습니다.

이번 결정에 대한 한 경찰관의 우려 섞인 목소린데요, 들어보시죠.

<녹취> 경찰관 : "인력이 모자란 건 당연하죠. 교통사고 지도관이며 직원들이 그것 때문에 비상이 걸려서..."

경찰은 행정 공백 최소화를 위해 중상해의 범위와 가해자 처벌 수위를 법무부 등이 조속히 결정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보통 중상자를 낸 사고는 처벌받기 십상인 만큼 조심운전 풍조가 확산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질문>

김 기자가 말한대로 안전운전 인식이 확산돼 교통사고가 줄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그럼 보험료도 주는 것 아닌가요?

<답변>

사고가 줄면 지급되는 보험금도 감소하는 만큼 소비자로부터 받는 보험료도 인하해야 한다는 것이 운전자들의 생각입니다.

다행스럽게 보험업계도 운전자들과 같은 생각이라고 말합니다.

고봉중 손해보험협회 공익사업부장입니다.

<인터뷰> 고봉중(손해보험협회 공익사업부장) : "사고 예방에 도움이 될 겁니다. 만약 손해율이 낮아진다면 당연히 손보업계에선 보험료를 낮출 겁니다."

하지만 보험료가 오히려 늘 것이란 분석도 있습니다.

형사 합의금이나 소송 비용 등의 특약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부 시민단체는 이번 헌재의 결정에 따라 형사 소송 등 사회적 비용이 연간 5,000억 원 이상 들어가게 되는데 이 부담은 고스란히 소비자가 안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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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현장] 보험 가입자 면책 조항 위헌
    • 입력 2009-02-26 23: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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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종합보험에 가입했을 경우 교통사고 가해자의 형사처벌을 면제해 주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조항에 대해 헌재가 위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취재기자 나와 있습니다. 김귀수 기자! <질문> 헌재가 위헌 결정을 내리게 된 이유가 뭐였습니까? <답변> 예, 종합보험에 가입한 운전자가 교통사고를 내고, 그 사고 피해자가 설사 불구가 된다고 해도 처벌받지 않는 교통사고특례법이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한 겁니다. 중상해를 입혔다면 보험가입에 관계없이 처벌할 수 있다는 건데요, 헌재가 이번 결정을 내리게 된 사건 내용을 먼저 알아보겠습니다. 대학생 조모 씨는 지난 2004년 대낮에 도로를 건너다 승용차에 치였습니다. 15시간 뇌수술 사투 끝에 목숨은 건졌지만 몸 반쪽이 마비됐습니다. 반면 앞을 제대로 보지 않고 운전하다 사고를 낸 이모 씨는 보험으로 사건을 처리하고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았습니다. 조 씨의 법률 대리인인 문한식 변호사의 말 들어보시죠 . <인터뷰> 문한식(변호사) : "식물인간이 돼서 평생 불구로 지내는 사람들을 형사 처벌도 전혀 하지 않고 보험료만 주면 돼 버리고..." 현행법은 사고 운전자가 자동차 종합보험 가입자일 경우, 과속과 음주운전 등 큰 잘못이 없으면 기소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조 씨는 이 법 조항에 대해 헌법소원을 냈고, 헌법재판소가 이를 받아들였습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식물인간이 되거나 평생 불구로 살아야 할 경우 불법성이 사망사고와 비슷한데도 책임을 묻지 않는 건 평등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교통사고율이 OECD 회원국 중 매우 높은데도 이런 면책조항 때문에 오히려 부주의 운전이 늘고 사고처리는 보험사에만 맡기는 풍조까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질문> 취지는 알겠는데, 중상해라는 기준이 좀 모호해 보이죠? <답변> 그렇습니다. 현재 중상해에 대한 명확한 기준은 마련되어 있지 않아 누가 어떤 경우에 처벌을 받게되는지가 관심산데요. 우리 형법에 중상해는 불구 또는 불치, 난치의 질병에 이른 경우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관건은 어디까지를 불구나 불치, 난치로 볼 건가인데요. 대법원은 이와 관련해, 실명이나 청력 상실 등 영구적인 장애를 중상해로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흔한 사고후유증인 허리나 목 디스크, 또는 골절 등은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차지훈 변호사의 말 들어보시죠. <인터뷰> 차지훈(변호사) : "앞으로 중상해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 마련돼야 할 것..." 그동안 처벌 대상이었던 음주운전 등 11개 중과실 사고 외에 난폭운전으로 인한 중과실 사고 등도 포함될 가능성도 높습니다. 이럴 경우 지그재그 운전이나, 급제동, 급회전 등으로 인한 사고도 피해자가 중상해를 입는다면 처벌받습니다. 이 때문에 전과자가 양산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질문> 이번에 헌재 결정은 '위헌'결정이라 당장 법의 효력이 정지되는 셈인데, 일선 경찰서나 법원 등에서 여러가지 혼란도 있을 것 같아요? <답변> 교통사고처리를 담당하는 일선 경찰 등은 고민이 큽니다. 반면 이번 결정으로 운전자들이 조금 더 안전운전에 신경써 사고가 줄 것이라는 기대도 되는데요. 경찰은 당장 폭증할 교통사고 조사 수요를 어떻게 감당할지 고민에 빠졌습니다. 이번 결정에 대한 한 경찰관의 우려 섞인 목소린데요, 들어보시죠. <녹취> 경찰관 : "인력이 모자란 건 당연하죠. 교통사고 지도관이며 직원들이 그것 때문에 비상이 걸려서..." 경찰은 행정 공백 최소화를 위해 중상해의 범위와 가해자 처벌 수위를 법무부 등이 조속히 결정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보통 중상자를 낸 사고는 처벌받기 십상인 만큼 조심운전 풍조가 확산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질문> 김 기자가 말한대로 안전운전 인식이 확산돼 교통사고가 줄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그럼 보험료도 주는 것 아닌가요? <답변> 사고가 줄면 지급되는 보험금도 감소하는 만큼 소비자로부터 받는 보험료도 인하해야 한다는 것이 운전자들의 생각입니다. 다행스럽게 보험업계도 운전자들과 같은 생각이라고 말합니다. 고봉중 손해보험협회 공익사업부장입니다. <인터뷰> 고봉중(손해보험협회 공익사업부장) : "사고 예방에 도움이 될 겁니다. 만약 손해율이 낮아진다면 당연히 손보업계에선 보험료를 낮출 겁니다." 하지만 보험료가 오히려 늘 것이란 분석도 있습니다. 형사 합의금이나 소송 비용 등의 특약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부 시민단체는 이번 헌재의 결정에 따라 형사 소송 등 사회적 비용이 연간 5,000억 원 이상 들어가게 되는데 이 부담은 고스란히 소비자가 안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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