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신입에 고통 전가?…이상한 일자리 나누기

입력 2009.03.09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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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서, 최근 정부와 재계는 고용 안정을 위해서 일자리 나누기를 제안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구체적인 실천 방법이 빠져 있다는 지적입니다.

윤 진 기자!

'일자리 나누기', 얼핏 생각하기에 요즘같은 고실업 시대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은데요?

<리포트>

말씀하신 것처럼, 정부와 재계가 실업 극복 방안으로 내놓은 대책이 '일자리 나누기'인데요.

그 방법을 잘 들여다 보면, 몇 가지 의문점이 생깁니다.

신입사원의 연봉을 깎아서 남는 돈으로 채용을 늘리겠다는 건데, 얼마나 늘리겠다는 건지 구체적인 계획이 빠져있다는 것입니다.

또, 여기서 늘어나는 일자리는 대부분 비정규직이 될 거라는 우려도 많습니다.

정부와 제계가 제안한 '일자리 나누기' 방안의 내용과 문제점을 짚어봤습니다.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올 한해 일자리 40만 개가 사라질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까지 나왔습니다.

정부가 고용안정을 위해 꺼낸 대책은 바로 일자리 나누기 운동입니다.

<녹취>이용걸(기획재정부 2차관) : "공공기관 대졸 초임 인하를 통한 일자리 나누기 추진 방안을 마련했습니다. 이런 297개 공공기관 대졸 초임을 앞으로 저희들이 한 2천만 원에서 3천만 원 수준으로 하향 조정할 계획에 있습니다."

대졸 초임을 깎아 남은 돈으로, 인턴 사원 채용을 늘리도록 하겠다는 것입니다.

대기업들도 이런 일자리 나누기에 동참한다며 대졸 초임을 깎겠다고 나섰습니다.

<인터뷰>정병철(전경련 상근 부회장) : "기업별로 대졸 초임이 2천6백만 원 이상일 경우 경영 여건에 따라 최대 28%까지 삭감하는 한편 2천6백만 원 미만인 기업도 전반적인 하향 조정을 유도할 예정이다."

하지만, 근로자들, 특히 신입사원들의 고통을 전제로 한 이런 일자리 나누기 대책에 당연히 포함돼 있어야 할 내용은 없었습니다.

신입사원들의 삭감된 초임으로 몇 개의 일자리를 지켜내고 더 만들어낼 것인지에 대해선 구체적인 언급이 없습니다.

게다가 회사는 고통을 어떤 식으로 나눠질지에 대해서도 뚜렷하게 밝히지 않았습니다.

때문에 외환위기 당시 대량해고와 비정규직 양산이라는 가혹한 대가를 치른 경험이 있는 노동자들로서는, 이번 일자리 나누기를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인터뷰>조돈문(가톨릭대 교수) : "이번에 정부와 기업 측에서 어떠한 제안을 하더라도 그 진정성을 노동자들이 받아들이기가 어려운 현실이죠."

당사자가 될 대학생들은 취업이 발등에 떨어진 불이니 만큼 임금을 깎아서라도 일자리를 더 만들자는 데는 공감하지만, 한편으로는 불만도 적지 않은 눈칩니다.

<인터뷰>오승범(대학교 3년) : "일자리 나눈다는 취지는 참 좋은 거 같은데 너무 신입사원들에 대해서는 신입사원에 대한 역차별이라고도 생각됩니다."

임금 삭감과 함께 다른 한편으론 희망퇴직 등을 실시하면서, 비정규직만 양산하는 인턴제에 매달리고 있는 것도 문제입니다.

<인터뷰>우석훈(박사/'88만원 세대' 저자) : "좀 정규직 위주로 임금을 줄이더라도 노동시간 같은 것들과 일정한 연관 지으면서 사회 내의 숙련도를 높이는 형태로 가야 효과가 있거든요."

일자리 나누기의 핵심은 노사간 신뢰를 바탕으로 노동시간은 줄이는 대신 일자리는 늘려 보자는 겁니다.

하지만 비정규직 인턴사원만 늘리는 것은 소비 위축을 불러와 오히려 경기 회복에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간과해선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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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커스] 신입에 고통 전가?…이상한 일자리 나누기
    • 입력 2009-03-09 08: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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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서, 최근 정부와 재계는 고용 안정을 위해서 일자리 나누기를 제안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구체적인 실천 방법이 빠져 있다는 지적입니다. 윤 진 기자! '일자리 나누기', 얼핏 생각하기에 요즘같은 고실업 시대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은데요? <리포트> 말씀하신 것처럼, 정부와 재계가 실업 극복 방안으로 내놓은 대책이 '일자리 나누기'인데요. 그 방법을 잘 들여다 보면, 몇 가지 의문점이 생깁니다. 신입사원의 연봉을 깎아서 남는 돈으로 채용을 늘리겠다는 건데, 얼마나 늘리겠다는 건지 구체적인 계획이 빠져있다는 것입니다. 또, 여기서 늘어나는 일자리는 대부분 비정규직이 될 거라는 우려도 많습니다. 정부와 제계가 제안한 '일자리 나누기' 방안의 내용과 문제점을 짚어봤습니다.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올 한해 일자리 40만 개가 사라질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까지 나왔습니다. 정부가 고용안정을 위해 꺼낸 대책은 바로 일자리 나누기 운동입니다. <녹취>이용걸(기획재정부 2차관) : "공공기관 대졸 초임 인하를 통한 일자리 나누기 추진 방안을 마련했습니다. 이런 297개 공공기관 대졸 초임을 앞으로 저희들이 한 2천만 원에서 3천만 원 수준으로 하향 조정할 계획에 있습니다." 대졸 초임을 깎아 남은 돈으로, 인턴 사원 채용을 늘리도록 하겠다는 것입니다. 대기업들도 이런 일자리 나누기에 동참한다며 대졸 초임을 깎겠다고 나섰습니다. <인터뷰>정병철(전경련 상근 부회장) : "기업별로 대졸 초임이 2천6백만 원 이상일 경우 경영 여건에 따라 최대 28%까지 삭감하는 한편 2천6백만 원 미만인 기업도 전반적인 하향 조정을 유도할 예정이다." 하지만, 근로자들, 특히 신입사원들의 고통을 전제로 한 이런 일자리 나누기 대책에 당연히 포함돼 있어야 할 내용은 없었습니다. 신입사원들의 삭감된 초임으로 몇 개의 일자리를 지켜내고 더 만들어낼 것인지에 대해선 구체적인 언급이 없습니다. 게다가 회사는 고통을 어떤 식으로 나눠질지에 대해서도 뚜렷하게 밝히지 않았습니다. 때문에 외환위기 당시 대량해고와 비정규직 양산이라는 가혹한 대가를 치른 경험이 있는 노동자들로서는, 이번 일자리 나누기를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인터뷰>조돈문(가톨릭대 교수) : "이번에 정부와 기업 측에서 어떠한 제안을 하더라도 그 진정성을 노동자들이 받아들이기가 어려운 현실이죠." 당사자가 될 대학생들은 취업이 발등에 떨어진 불이니 만큼 임금을 깎아서라도 일자리를 더 만들자는 데는 공감하지만, 한편으로는 불만도 적지 않은 눈칩니다. <인터뷰>오승범(대학교 3년) : "일자리 나눈다는 취지는 참 좋은 거 같은데 너무 신입사원들에 대해서는 신입사원에 대한 역차별이라고도 생각됩니다." 임금 삭감과 함께 다른 한편으론 희망퇴직 등을 실시하면서, 비정규직만 양산하는 인턴제에 매달리고 있는 것도 문제입니다. <인터뷰>우석훈(박사/'88만원 세대' 저자) : "좀 정규직 위주로 임금을 줄이더라도 노동시간 같은 것들과 일정한 연관 지으면서 사회 내의 숙련도를 높이는 형태로 가야 효과가 있거든요." 일자리 나누기의 핵심은 노사간 신뢰를 바탕으로 노동시간은 줄이는 대신 일자리는 늘려 보자는 겁니다. 하지만 비정규직 인턴사원만 늘리는 것은 소비 위축을 불러와 오히려 경기 회복에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간과해선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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